제작진과 주연배우를 보고 영화를 선택하는 사람들이라면 다소 난감할 수도 있는 영화다. '본' 시리즈의 제작진과 감독, 그리고 '맷 데이먼'까지 나오니까, 당연히 '본' 시리즈를 잇는 어떤 것이 아닐까 생각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린존'은 그런 예상을 보기좋게 뒤엎어버린다. 어쩌면 이번 이야기를 하기 위해 그동안 그렇게 팬들을 만들어 왔던게 아닌가 싶은 의구심이 들기까지 한다.

영화 '그린존'은 전쟁 액션영화라고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전투장면에 대한 비중은 적다. 대신 '진실'을 파고드는 한 작은 '영웅'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스릴러 물이라 할 수 있다. 그것도 시원시원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온갖 현실적인 장벽에 가로막힌다. 그리고 마침내 던져주는 메시지는 아주 정치적이기까지하다.





아직 채 십 년도 지나지 않은 일이다. 미국이 '평화를 위해' 이라크를 '침략' 했는데, 그 이유는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 그렇지만 미국은 결국 '대량살상무기'를 찾아내지 못했고, 그래도 '승리' 선언을 했다. 그리고 이라크는 그 이후 지금까지 내전인지, 독립전쟁인지 알 수 없는 국지전이 반복되는,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 중 하나가 되어 있다.

물론 이미 수차례, 많은 사람들이 책과 다큐멘터리 등으로 이라크 전쟁이 석유전쟁이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리고 부시를 지지하는 미국인들을 제외한 전 세계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전쟁의 진실이 '평화' 때문이 아니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쐐기를 박겠다는 듯 나온 영화가 바로 이 '그린존'이다.

영화의 내용이나 메시지는 둘째 치고, 일단 헐리우드에서 이런 영화가 나올 수 있었다는 것 만으로도 참 놀랍다.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미국이라는 나라를 한 가지 색깔로 단정지을 수 만은 없겠구나라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고나 할까. 물론 미국 국내에서 이 영화에 대한 반응은 별로 좋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도 '표현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참 놀라운 영화다. 만약 우리나라였다면...






어쨌든 '본' 시리즈가 아닌, '이라크 전쟁의 진실'이라는 측면에서 영화를 접근한다면 볼 만 하다.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면, 폴 그린그래스 감독이 '블러디 선데이', '플라이트 93'에서 보여주었던 그 '시선'을 이 영화에서도 유지했으면 더 좋지 않았겠나라는 점이다. 바로 '피해자'의 시선 말이다. 

영화에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주고 얼덜결에 통역사로 일하게 된, 진심으로 조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한 '이라크 인'이 있다. '당신들은 이라크가 어떻게 되든 관심도 없잖아!'라고 외치던 그 사람. 지금 이라크는 그런 진정한 애국자들의 손을 벗어나, 정말 이상한 사람들이 서로서로 싸움을 부추기며 황폐의 나락으로 계속해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그들의 목소리는 밖에서 거의 들리지도 않고, 들으려 하지도 않는다. 진실이라 외쳐대는 자들의 목소리도 모조리 자기들의 입장에서 바라본 현상들일 뿐이다. 서방 언론들의 목소리만을 듣는 우리들에게, 미국에 대항하는 세력들은 무조건 테러리스트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지만, 과연 그것이 진실일까. 그것이 진실이 아니라면 어쩔것인가, 진실을 알게 된다면 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찌할 수 없는 의문들과 좌절들을 남기고, 이라크 주둔 미군은 2010년 8월 31일 부로 공식적으로 임무가 종료된다. 물론 3만에서 5만 정도의 미군은 계속 남아서 이라크 군의 훈련과 지원을 할 방침이라 하지만, 이제 서서히 이라크에 평화가 오기를 바랄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신고
Posted by 빈꿈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