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7일, 몰아치는 비바람을 칼날같이 뚫고(?)
'대부도 갯벌체험열차' 패키지 여행을 다녀왔다.
이 상품에 대한 소개는 며칠 전 포스팅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특별한 전동차로 대부도 갯벌체험 - 갯벌체험 열차 타고 경기도 서해안으로
이번에는 지난 포스팅 때 공개하지 않았던 갯벌체험 사진들을 올려보겠다.
갯벌에서 비바람 맞아가며, 카메라 버려가며 찍은 사진이라 그냥 버리기 아까웠다. ㅡㅅㅡ;
내 평생 또 언제 비바람 맞아가며 갯벌에서 바지락 캐는 장면 찍어 보겠나.
다시 하래도 웬만하면 안 하고 싶다! ;ㅁ;
흐린 날씨탓에 하늘도 갯벌과 같은 색이었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어디까지가 갯벌이고 어디까지가 하늘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
체험객들을 트렉터 열차를 타고 바지락을 캘 수 있는 장소까지 이동했는데,
타고 갈 때부터 비바람이 불어닥쳐서 다들 비옷을 꽁꽁 여미고 있었다.
그나마 차량을 타고 이동할 때는 나았던 편.
트렉터 열차에서 내려 본격적인 바지락 캐기 작업에 들어가니,
눈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몰아치는 비바람덕분에 제대로 걷기도 힘들 정도였다.
날씨가 그래서 그런지, 체험객들은 아무도 사진 찍는 사람이 없었다.
그건 정말 훌륭한 선택.
그런 날씨에 바닷가에서 카메라 꺼내면 렌즈는 완전 소금에 쩔게 된다.
난 그래도 똑딱이라서 그나마 부담이 없는 편이었는데...
라고 생각하다가 카메라 거의 망가졌다. ㅠ.ㅠ
그래서 기어코 이 사진들을 올려야했던 것이다!
(장렬히 전사한 카메라가 남긴 마지막 장면들이니까!)
어쩌면 아주 평온한 모습. 하지만 체험단들도 힘들어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전철 타고 갈 때만 해도 왁자지껄 떠들석하던 사람들이,
이 갯벌에서는 거의 아무 말도 없이 바지락 캐기에만 집중하고 있었으니까.
날이 맑았다면 어디선가 바지락 타령이라도 들려올 법 하건만,
역시 인간은 자연의 영향을 크게 받고, 환경이 인간을 지배하는 듯.
다들 '어서 빨리 한 통 채워서 따뜻한 남쪽나라(?)로 가야지'라는 생각 뿐.
아아... 어떻게 보면 집단노역같은 느낌이 들면서 약간 처량함도 느낄수 있는 분위기.
하지만 다들 이게 좋아서 하러 나온 사람들이니까, 그런 오해는 하지 마시기 바람.
아버지는 막내를 안고 있고, 어린 꼬마 형제가 열심히 바지락을 캐고 있는 모습.
고사리같은 손으로 조물조물 뻘밭을 휘저어가며 아주 열심히 바지락을 캤다.
물론 가져온 통의 반도 채우지 못했지만, 꼬마들에겐 이런 먹거리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져 나오는지 몸으로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니었나 싶다.
최소한 바지락이 나무에서 열리는 건 아니라는 사실만큼은 알고 갔겠지.
한쪽에선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갯벌을 뒤집고 있었다.
역시 가족들이 모여서 서로서로 바람막이를 해 주니까 그나마 작업이 수훨한 편.
그러니까 가족이 필요한 이유는 바지락을 캐기 위해서...? ㅡㅅㅡ;;;
어른들이야 한 통 가득 채워서 본전 뽑겠다고 열심히 한다 칠 수 있는데,
아이들은 어찌 저리 열심히 뻘밭을 뒤지고 다니는지 참 신기했다.
호기심에 조금 하다가 질려서 다른 장난을 치며 놀 법도 한데,
처음부터 끝까지 열심히 바지락을 캐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 꼬마들에겐 이것이 그렇게 재미있는 놀이가 될 수 있는 건가.
그렇다면 꼬마들을 꼬셔서 갯벌로 데려와 노동을 시켜 어업을 발전시키는 것도...? ㅡㅅㅡ;;;
수시로 몰아치는 비바람때문에 바지락 캐기는 거의 포기하고 있던 한 모녀.
엄마는 아이가 감기라도 들까봐 꼭 끌어안고 보호하기 바빴지만,
꼬마는 이렇게라도 갯벌에 나와 있다는 것이 싫지는 않은 표정.
괜찮아, 바지락이야 사 먹으면 되지.
갯벌에서 비바람을 맞아 봤다는 것만으로도 추억이 되잖아.
비록 어린 꼬마지만 이제 인생을 논해도 되겠어,
비바람 맞으며 갯벌에서 바지락을 캐 봤으니까~! ^^
갯벌을 진흙탕에 비유해도 괜찮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인생도 이런 모습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흙탕에 뒹굴며 저마다의 무언가를 찾아서 자신을 채워가는 과정.
누가 많이 채웠나보다는, 그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였나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비록 바지락과 돌맹이를 잘 구분하지 못하더라도 말이다. ㅡㅅㅡ;;;
나름대로 즐거웠고, 나름대로 가치가 있으면 그 뿐. 누가 뭐라고 할 수 있겠나.
어차피 다같이 뻘밭에 뒹구는 처지에 누가 누구에게 뭐라고 할 수 있단 말인가.
거기서는, 사실은, 바지락만이 보물이다라고도 말 할 수 없을테다.
아마도 어쩌면 그것이 인생.
마침내 시간이 다 되어 체험단들은 모두 갯벌에서 나와야만 했다.
일정이란게 있으니까 무한정 시간을 줄 수는 없는 상황.
다소 아쉽더라도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그런데 바지락을 캘 수 있는 시간이 이미 정해져 있다면,
그걸 이용해서 좀 더 재미있는 놀이를 개발할 수도 있지 않을까.
열 살 미만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바지락 캐기 등수놀이를 한다든가...
어른들 대상으로 맨손으로 바지락 많이 캐기 경쟁을 한다든가, 그런 것.
일등하면 상품주고 그러면 다들 즐거워 할 것 같은데.
어쨌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 함께 갯벌을 뒹굴며 열심히 바지락을 캤던 하루.
자기가 캐 온 바지락을 대충 물에 씻어서 비닐봉지에 넣어가는 뿌듯함.
그날 저녁 바지락 반찬은 아마도 꿀맛이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