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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지 않는 세관, 국민을 지키는 관세청 - 관세청 견학 후기취재파일/인터뷰 2010. 10. 7. 15:02
칠흑같이 어두운 캄캄한 밤. 초조한 눈빛으로 모두들 신경질적으로 담배를 물고 있는 사내들 앞으로 배가 들어온다. 배가 정박하기도 전에 훌쩍 뛰어내리는 행동원들. 그리고 뒤이어 나타나는 야비하게 생긴 사내. 잘 왔냐는 인사도 없이, 잘 있었냐는 겉치레도 없이, 양쪽 모두 큼지막한 가방 하나씩을 들고 온다.
한쪽은 돈, 한쪽은 마약. 물건이 맞는지 서로 간단한 시험을 해 보고, 맞다는 표시로 서로 고개를 끄덕인다. 자리를 떠날 때까지 방심은 금물. 두 쪽 다 서로를 경계하며 배에 올라타고, 차에 올라타려 한다.
그 때 여기저기서 태양처럼 환한 서치라이트가 동시에 켜지고, 주위가 갑자기 소란스러워진다. 그 밀거래 현장을 잡기 위해 몇 날 며칠을 잠복해 있던 형사들이 지원을 요청해서, 경찰 기동타격대가 그들을 포위한 것이다.
다시 잡히면 평생을 감옥에서 썩어야 할 운명의 사내들은 필사적으로 도망치려 하고, 경찰들은 그들을 향해 포문을 연다. 여기저기서 총알 파편이 튀고, 바로 옆에 있던 사람이 픽픽 쓰러지는 긴박한 상황.
바바리 코트에 시커먼 선글라스를 쓴 우리의 주인공은, 권총 두 자루로 탄창 하나 갈아 끼지 않고 수백 발을 연사하며, 필사로 맞선다. 하지만 수십 발 총알에도 끄덕하지 않다가, 경찰이 데려온 애인을 보고는 갑자기 힘이 풀려 최후를 맞이한다.
영화에 나오는 밀수현장은 대체로 그런 식이다. 컨테이너박스 잔뜩 쌓여있는 어느 부두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작은 배가 접안하고, 물건을 받으려는 사람들은 아무 거리낌없이 그 장소에 서 있다. 그리고 형사들은 그들을 잡기 위해 오랜 시간 수사하고 정보를 빼내고, 그 현장을 잡기 위해 또 잠복근무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많이 달랐다. 물론 아직도 극소수로 그런 사건이 터질 수도 하겠지만, 일반적인 밀수방법과 검색방법은 영화처럼 그렇지 않았다. 시대에 맞게, 그것 또한 컴퓨터 시스템 등의 최첨단 장비들을 동원하고 있었다.
서울본부세관에 전시된 압류 물품들
서울본부세관에 전시된 압류 물품들
필터링 시스템을 이용한 타겟팅
"비행기가 이륙하는 순간, 도착하는 곳의 세관으로 명단이 넘어갑니다. 우리 세관의 경우는 오랜 노하우를 통한 필터링 시스템(filtering system)을 이용해, 자동으로 검사대상을 선별하고 있습니다."
주시경 관세청 대변인은, 모든 물품을 확실하게 검사하려면 백 퍼센트 전수검사를 해야 하지만,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필터링 시스템을 이용한 타겟팅(targeting)을 한다고 말했다.
면세점 구매정보나, 개인이력 등의 정보를 바탕으로, 그 동안 관세청에서 쌓아온 노하우들을 집적하여 만든 컴퓨터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누구는 걸리고, 누구는 안 걸린다'는 불만의 소리가 다소 나올 수는 있지만, 일부는 신뢰하고, 문제가 있을 만 한 사람들만을 타겟으로 잡는다고.
물론 그렇다고 필터링 시스템에서 타겟으로 잡지 않은 사람들을 무조건 통과시키는 것은 아니다. 지금 일선에서 근무하고 있는 노련한 세관 직원들은, 엑스레이(x-ray) 검사를 통해서 거의 모든 물품을 식별해 낼 수 있다고 한다. 그게 어느 정도냐 하면, 엑스레이로 보이는 술병의 모양만 보고도 술 종류를 알 수 있을 정도라 한다.
그렇게 검사를 한 개인물품들에 문제가 있을 때는, 전자표지를 붙인다. 가방에 딱지를 열쇠로 채우는 형식이다.
노란색은 면세범위 이상 구입했거나 사치품을 구입한 경우 붙고, 빨간색은 위험물이나 밀수품이 들어있을 경우 붙는다. 옛날에는 종이딱지를 붙였기 때문에 화장실에서 떼고 나가는 경우도 있었지만, 요즘은 전자인식 표지로 붙기 때문에 떼려고 하면 엄청난 경보음이 울린다.
인천항 감시종합상황실. 수많은 모니터들로 현장의 모습들을 CCTV를 통해 감시하고 있다.
개인이 들고 오는 일반 수하물뿐만 아니라, 컨테이너박스로 들어오는 큰 물품들도 이런 식으로 검사를 한다. 눈으로 보기에도 개인이 반입하는 규모와는 비교가 안 되는 컨테이너박스. 이것 하나를 열어서 검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아무리 빨리 해도 4시간이나 걸린다고 한다. 그래서 컨테이너박스 또한 각종 기록들과 위험도, 경험 등을 이용해 타겟팅을 해서 검사한다고 한다.
주시경 관세청 대변인은, 현재 우리나라 세관은 첨단 전자시스템을 이용한 보이지 않는 감시망을 구축해놓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이렇게 과학적이고 자동화된 시스템을 통해, 일반인들의 경우는 거의 아무런 제한이나 통제 없이 신속하게 통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앞으로 세관의 목표는 타겟팅을 더욱 정확히 하는 것이라며, 아무 문제 없는 일반인들은 더욱 빠르고 편리하게 출입국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한다.
그러한 일 처리 방식 덕분에, 2010년 현재, 우리나라 세관은 전세계 세관 중에서 우수한 세관으로 8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인천공항세관은 6년 연속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전신투시기 사용에 대해
요즘 일부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전신투시기는, 우리나라의 경우 2001년부터 있기는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사용실적이 거의 없다고.
강하게 의심이 가는 대상의 경우, 1차 검사 후 한번 더 검사를 한다. 이때, 대상자에게 손으로 검사를 받을 것인지, 전신투시기를 이용해서 검사를 받을 것인지 묻는다. 전신투시기는 이럴 경우에만 사용하고, 아무에게나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심지어 금속을 탐지하는 몸수색기의 경우도, 평소에는 감도를 약하게 해 놓아서, 단추나 지퍼 같은 금속에 반응하지 않도록 조절해 놓았다고 한다. 일반인들의 편의를 최대한 봐 주려고 한 조치인데, 이 경우도 타겟이 되는 대상의 경우는 감도를 높여서 철저하게 검사를 한다고.
옛날에 한 번은, 아주 심각하게 의심이 되는 사람이 있어서, 병원에 가서 전신 엑스레이(x-ray) 촬영을 한 적도 있다고 한다. 결국 그 사람 몸 속에서 감춰둔 물건이 발견되었다 한다.
이런 식으로 세관은 특별한 유의사항 없는 사람들은 최대한 신뢰하지만, 의심의 여지가 있는 사람들은 철저하게 검사해서 한치의 실수도 없도록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인천항 감시종합상황실
커다란 컨테이너박스들이 빼곡히 쌓아진 인천항에 들어서면, 마치 영화에서 보았던 한 장면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이곳도 첨단장비들로 효율적인 감시를 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감시종합상황실은 항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감시하며, 주로 밀수를 막는 일을 하고 있었다. 감시종합상황실의 수많은 모니터로, 24시간 내내 항만의 여기저기에 설치된 감시카메라들을 통해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옛날에 이런 시스템이 도입되기 전에는, 실제로 밀수업자가 저항하며 휘두른 칼에 세관원 한 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한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사고나 마찰이 거의 일어나지 않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전자시스템을 이용한 '보이지 않는 감시' 덕분이라 한다.
영상시스템이 없었을 때는 발뺌을 하기도 하고, 눈을 속이기도 하고, 저항하기도 하는 등의 일들이 있었지만, 이런 시스템이 도입되고 나서는 밀수업자들도 더 이상 그런 행동을 할 수 없게 됐다. 그래서 영상시스템 도입 이후, 선원들의 밀수는 거의 사라졌다고 한다.
인천본부세관 컨테이너 검색기. 이 시설물 안에 트럭이 컨테이너를 싣고 들어가면, 엑스레이 검사가 시작된다.
인천항 세관에서 모든 컨테이너들을 일일이 다 세밀하게 조사한다면, 우리나라 수출입업무는 마비되고 만다. 그래서 인천항 세관은 총 수량의 2~3% 정도만 선별해서 검사를 한다. 컨테이너를 운반하는 트럭 하나가 그대로 들어갈 수 있는 '컨테이너 검색기'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 검색기는 차량이 싣고 들어온 컨테이너를 한꺼번에 엑스레이(x-ray) 검사를 하는 시설물이다. 일반적으로 다른 나라에서는 측면만 찍는데, 우리나라는 측면과 위쪽 면을 동시에 찍는다. 경험 많고 노련한 직원들이 이 영상자료를 판독해서 이상이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하고,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컨테이너를 열어서 수작업으로 검사를 한다.
대리석 속에 홍뢰삼을 숨겨 들어오는 경우도 있었고, A4지 사이에 금괴를 숨겨 들어오는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엑스레이로 보면 구분이 갈 수 밖에 없었다.
인천본부세관 화물검사과 브리핑 모습
인천본부세관 주요 적발사례 중 한 장면.
재미있는 것은, 세관원들이 이렇게 수동적으로 앉아만 있는 것도 아니라는 것. '이 즘 되면 들어올 때가 됐는데' 싶은 것이 안 들어오면, 인천항이 아닌 다른 항만으로 출동을 해서 잡아내기도 한다고.
역시 컴퓨터 시스템이 아무리 발달하고 좋아져도, 인간의 경험과 감, 축적된 노하우가 없으면 무용지물이지 않을까. 그리고 그 두 가지가 조화롭게 어울리면 더욱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인천항세관은 이렇게, 우리 국민들의 생활에 위협을 줄 수 있는 밀수품들을 막기 위해, 오늘도 24시간 깨어서 감시의 눈을 밝히고 있는 중이다.
관세청 탐지견훈련센터. 탐지견이 마약을 찾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관세청 탐지견훈련센터
우리나라 세관에 탐지견이 처음으로 들어온 것은 1988년이다. 88올림픽을 개최하면서 보안이 중요시되던 시점에, 폭발물 탐지견을 들여왔다. 그 후 관세청에서는 탐지견을 지속적으로 도입하고 훈련시키고 활용했고, 이제는 전체 마약 적발건수의 30% 정도가 탐지견들의 실적이다.
탐지견으로 주로 쓰이는 품종은 '레브라도 리트리버'. 맹인 안내견으로도 유명한 종이다. 강아지도 약 3천만 원 정도에 이르는 비싼 몸값을 자랑한다. 이들이 최종적으로 탐지견이 되면, 몸값은 약 1억 원으로 껑충 뛴다. 탐지견이 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탐지견훈련센터에서는 강아지를 데려와 훈련시켜서 탐지견으로 만드는데, 최종 합격률은 약 30% 정도. 이들은 사람들 사이를 지나가면서 약 냄새를 맡는데, 냄새가 나면 그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아 꼼짝하지 않는다. 그러면 사람이 나서서 몸수색을 하고, 숨겨둔 약을 찾아내는 과정이 이어진다.
이들이 마약을 찾아내면 상으로 주어지는 것은, 맛있는 먹이도 아니고, 특별한 그 어떤 것도 아닌, 물품 없는 더미. 수건을 둘둘 말아놓은 것뿐인, 정말 보잘것없는 장난감이다. 어릴 때부터 그 장난감과 함께 놀아온 기억이 있어서, 그것을 주면 굉장히 좋아한다.
올해만 해도 벌써 70건의 마약밀수를 적발해 냈다는 탐지견들. 훈련장에서 뛰어 노는 탐지견 후보들의 모습들을 보면서, 그 덩치만큼이나 듬직함을 느낄 수 있었다.
탐지견에게 수건을 둘둘 말아 만든 '더미'는 최고의 보상이고, 최고의 장난감이다.
탐지견이 냄새로 마약을 찾아내면, 사람이 검사해 찾아낸다.
탐지견이 되기 위해 훈련중인 후보생들.
최근 관세청은 탐지견을 만들어내는데 현실적인 제약과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복제 개를 만들었다. 탐지견으로 실적이 좋았던 개의 체세포를 복제하는데 성공한 것. 2007년에 이렇게 복제한 개 일곱 마리가 태어났는데, 그 중 훈련 중 부상을 입은 한 마리를 제외하고는 모두 탐지견으로 합격했다.
현재 현장에 배치되어 실전 임무를 맡고 있는 이 복제견들은, 다른 탐지견들보다 실적도 우수하다고 한다. 앞으로 좀 더 테스트 과정을 거치면서 지켜본 다음, 문제가 없으면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관련글: (다행히도,) 나는 인간이었다 - 관세청 탐지견 훈련센터 복제견에 대한 단상)
인천공항세관 종합운영상황실. 화면을 확대하자 박스의 글자까지 다 보였다.
인천공항세관 종합운영상황실과 유치창고
해외여행이 일반화되면서 인천공항은 익숙한 곳이 되었다. 그와 더불어 인천공항세관 또한 익숙하고 낯익은 곳이 되었고, 이 글을 읽고 있는 대부분의 독자들도 가장 관심이 많은 곳이 아마도 인천공항세관일 것이다.
인천공항세관 종합운영상황실은 특송물품들의 반출입 및 통관을 감시, 단속하는 곳이었다. 김규진 인천공항 세관원에 따르면, 이곳은 "통관업체들의 물류를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감시단속을 펼치며, 특이상황을 실시간으로 체크하는 것이 주 임무"라고 한다.
총 12개의 모니터를 통해, 총 86개에 달하는 CCTV를 통해 현장을 감시, 감독하고 있었다. 여기에 동원된 장비들도 엄청난 것들이어서, 작업장 전체를 전망하던 CCTV 화면을 줌 업 하니까, 특송물품에 쓰여진 글자까지 읽을 수 있었다.
인천공항세관 유치창고
이어서 여객청사 지하에 있는 인천공항세관 유치창고를 찾아갔다. 일반적으로 공항 세관에서 '뺏겼다'고 하는 물품들이 가는 곳이었다. 이곳에서 일하는 세관원들은, '뺏겼다'라는 표현보다는 '유치됐다'라는 표현을 써 달라고 부탁했다.
"우리가 강도도 아닌데 남의 물건을 빼앗지는 않죠. 적법한 절차와 법에 따라, 합당하지 않는 물건들을 유치하는 것뿐입니다" 라면서.
어찌됐든 내가 사 들고 들어오는 물품을 그대로 가지고 들어올 수 없다면 기분이 썩 좋지는 않은 일. 이 부분에 대해 손문갑 관세청 행정사무관은 이렇게 말했다.
"사실 우리나라는 면세한도가 관대한 편입니다. 정해진 규정에 따라 일을 처리해야 해서 일반인들은 깐깐하다고 생각하시겠지만, 법의 온정주의를 베푸는 편입니다.
평생 해외여행 한 번 못하다가 신혼여행으로 나가서 양주 두어 병 사 들고 들어온 것과, 자주 들락거리며 매번 양주 두어 병씩 사 들고 들어오는 사람을, 똑같이 취급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형평성을 따져서 일을 처리하는 편이죠."
한마디로, 평범하게 해외여행 하고, 면세한도 수준에서 납득이 갈 정도로 적당히 하면 아무런 제제를 가하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혹시나 모르고, 아니면 너무 과욕해서 물건을 가지고 들어오다가 적발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경우에 물품들은 이 유치창고에서 보관된다. 이것을 세관보류라고 하는데, 대부분 일반인들의 경우는 세금을 내든지, 검역을 거치는 등의 일정한 조건을 갖추기만 하면 물품을 찾아갈 수 있다. 이것을 보류물품 혹은 유치물품이라고 한다.
그런데 법으로 금지된 물품들을 들여오는 경우는, 범칙물품으로 분류해서 압수를 한다. 이 경우는 유치창고가 아닌, 압수창고로 간다. 그리고 이 물품들은 모두 파기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세관에서 보류되어 유치된 물품들은 일정한 조건을 갖추기만 하면 찾아갈 수 있다. 그런데 이 물품들도 한없이 주인이 찾아가기만을 기다리진 않는다. 원칙적으로 딱 한 달의 기간을 주는데, 그 안에 물품을 찾아가야 한다.
보통 한 달의 정해진 기간 외에, 한 달 정도의 유예기간을 더 둔다고 한다. 이 기간 동안 찾아가지 않은 물품들은 국고귀속절차를 밟게 된다. 이 과정을 거친 물품들은 경매처리 된다고 한다. 그러니 혹시나 세관에 유치된 물품이 있다면 한달 안에 꼭 찾아가는 것이 좋다.
인천공항세관 유치창고. 아무리 기념품이라지만, 저런 칼은 좀 심했다.
현재 인천공항세관을 통해 유치되는 물품들은 하루에 약 300건이나 된다고 한다.
실제로 유치창고를 들어가보니 식품부터 시작해서 주방용품, 화장품, 보석, 고가품, 무기류 등 수많은 물품들이 창고를 빼곡히 채우고 있었다. 그 중에는 어떻게 저런 것들을 들고 들어올 생각을 했을까 싶은 무시무시한 무기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면세범위를 넘긴 고가품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술, 담배는 하도 많아서 창고가 따로 있을 정도라고.
유치창고를 둘러보니, 나 하나쯤은 상관없겠지 하는 마음이 해외여행의 마무리를 불쾌하게 만들 수도 있겠다 싶었다. 나는 정말 장식품으로 사용하려고 사 온 칼이라도, 누군가를 무기로 사용하려고 들여올 수도 있다. 그것이 하나가 뚫리면 너도나도 들여오게 되고, 그러면 결국 국가 전체의 안전에 위협을 줄 수도 있다.
그러니 우리 개개인이 우리 스스로를 지킨다고 생각하고, 스스로 조심해서 행동하면 큰 사고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관세청 견학을 마치며
관세청 견학 마지막 코스로 유치창고를 둘러보고 나오는 중에 주시경 대변인은 이런 말을 했다.
"세관은 국민들을 통제하고 억압하자고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지키기 위해서 일을 하는 곳입니다."
당장 우리가 들고 온 물건들이, 선물들이, 면세범위를 초과했다는 이유로 유치를 당하면 좀 억울하고, 기분도 나쁘긴 하겠다. 하지만 이 모두가, 넓은 범위에서 우리나라를, 우리를 지키기 위한 작은 행동들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이해하면 서로 좋지 않을까.
사회에 위협을 줄 수 있는 무기류나 마약류 등에서부터, 법으로 금지된 각종 야생동식물들을 비롯한 금지품목들. 그리고 대규모 밀수와 탈세를 위한 밀반입, 끝으로 개별 여행자들의 반입품 단속까지. 이 일련의 과정과 총괄적인 모양새들을 보니, 관세청이 하는 일은 정말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어 있었다.
아무쪼록 '국민을 지키는 관세청'이라는 구호에 맞게, 앞으로도 더욱 철저한 시스템을 만들고 보완해서, 내국인들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해 주었으면 싶다. 그리고 지금 이 시간도 현장에서 힘든 작업을 하고 있는 세관 직원들에게, 깊은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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