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동의 한 중식당. 미로처럼 얽혀있는 동선을 따라 계단을 꼬불꼬불 올라가니, 예상치도 못했던 곳에 방이 하나 있었다. 일찍 도착한 블로거들은 인터뷰를 준비하느라 바빴고, 식당 종업원들도 손님 맞을 채비에 바빴다. 그런 부산한 와중에 약속시간보다 일찍 갑자기 나타난 인터뷰의 주인공. 바로
윤영선 관세청장이었다.
미처 준비를 끝내지 못한 탓에 어수선한 분위기였지만, 항상 약속장소에 5분 일찍 도착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며 띄운, 그의 환한 미소에 분위기가 누그러졌다.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것을 즐겁게 여기고,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즐겁다며, 이번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블로거들과 자리를 함께해서 기쁘다는 인사로 자연스럽게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관세청장인 자신도 다른 공공기관에 갈 때면 왠지 모르게 주눅이 들고, 어려운 기분이 든다고 했다. 그러니 국민들도 관세청을 그렇게 어렵게 느낄 거라 짐작을 하고 있다 한다. 그래서 그는 관세청의 이미지를 바꾸려고 노력 중이다. 대화 중에도 내내, 관세청이 딱딱한 느낌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엄연한 서비스 기관임을 누누이 강조했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일상에서
관세청과 직접적으로 맞닥뜨릴 일이 별로 없다. 그러나 관세청이 하는 일들은 국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중국산 배추처럼, 외국에서 수입한 물건이 중간에 국산으로 둔갑하지 않게, 소비자에게 그대로 가게끔 감시하고 관리하는 것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또한 쇠고기도 한우와 수입산이 뒤섞이지 않게 잘 관리하고 단속해서, 한우가 제값을 받아 축산농가와 소비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 또한 관세청의 업무이다.
최근 관세청은
'국민을 지키는 관세청'이라는 표어를 내걸었다. 그리고 블로거들을 대상으로 관세청 견학을 실시했고, 이번에는 관세청장이 직접 나와서 블로거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최근 공항 검색대에서는 세관 직원들이 어서 오세요, 안녕히 가세요 라고 인사를 하기 시작해서 내 귀를 의심케 하기도 했다.
과연 관세청은 어떤 일을 하는 곳이고, 관세청장의 생각은 어떠한 것이길래 이런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인지, 이번 인터뷰를 통해 직접 한 번 들어보았다.
국익을 위한 관세청
윤영선 관세청장에게 관세청에 대한 소개를 부탁하자, 대뜸 그는 역사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현생인류가 네안데르탈인보다 우월했던 것은 분업을 했기 때문이라 한다. 분업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무역과 교환을 통해 부를 축적했기 때문에, 현생인류가 네안데르탈인과의 경쟁에서 이기고 생존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현생인류에게 무역이라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것이고, 아주 오랜 옛날부터 그것을 관리하는 것 또한 당연시 여겨왔다.
뉴욕타임즈에서 과거 천 년간 인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으로 꼽은 사람이
칭기즈칸인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칭기즈칸은 13세기 무렵에 아시아를 비롯해 유럽, 아랍 등을 지배함으로써 국경을 없애버렸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바로 자유무역. 이 자유무역제도에 의해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이 바로 그 유명한 실크로드였다. 그 후 원나라가 망하고 나서는 해양교역이 발달하게 된 것도 바로 칭기즈칸 때문이라 볼 수 있다.
자유무역개념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지만, 칭기즈칸은 국경을 없애고 실질적인 자유무역을 가능하게 했다는 의미에서, 현세 인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으로 평가되었다.
한 때 그렇게 꽃피었던 세계적인 무역도 한때 위기가 있었다. 20세기 초에 전세계적으로 많은 국가들이 보호무역을 채택하고 관세를 올린 것이다. 그것은 미국 대공황의 원인 중 하나이기도 했고, 세계적으로 실업자 수를 늘렸던 원인이기도 했다 한다.
보호무역의 폐해를 온몸으로 체감한 국가들은, 그 이후 상호 공정무역을 위해
GATT 체제로 협정을 맺었다. 그리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의 세율을 낮추자는 취지로 모인
우루과이라운드에서 발족한 것이 바로
세계무역기구(WTO)였다. 그것을 통해 모든 나라가 관세율을 공동으로 낮추기를 기대했다.
모든 나라가 관세를 낮추고, 좀 더 활발한 무역을 증진시키자는, WTO 체제의 총론적인 취지는 좋았다. 하지만 각국간에 얽힌 이해관계 때문에 현실적으로 큰 변화를 일으키기는 어려웠다. 사실 전세계 모든 나라가 동시에 관세를 낮춘다는 것은 너무나도 이상적인 생각이었다.
그래서 나온 것이 바로
FTA(자유무역협정)이다. FTA는 이해 당사자인 두 국가간에 협정을 맺는 형식이라, 자유무역을 각개격파 해 나가는 형식이다. 그래서 다른 협정들보다 현실성이 있는 것이다.
한-EU FTA
그러한 FTA 중에 주목할 만 한 것 하나가 바로, 최근에 있었던
대한민국과 EU간의 협정이었다.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FTA는 물품을 팔고 원재료를 사오는 단순한 형태이다. 하지만
한-EU FTA는 선진국간의 협정이고, 공산품의 맞교환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한-EU FTA는 공산품의 맞교환 형태이므로, 우리나라 무역의 수입규모와 수출규모가 함께 증대될 수 있다. 따라서 무역부문의 파이 크기를 근본적으로 키울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여기서 관세청의 역할은 한마디로 무역지원이다.
최근 들어 부쩍 늘어난 한국기업의 해외진출. 이런 현상의 가장 큰 이유는,
관세장벽을 피하기 위함이다. 수입, 수출 시 부과되는 세금문제 외에도, 통관 시 각종규제나 환경기준, 애국심 등의
비관세 장벽 또한 높은 벽이다. 이런 장벽을 뚫고 물건을 팔기 위해, 현지에 공장을 세우고 생산과 판매를 하려고 기업들이 다른 나라로 가는 것이다.
첨단제품의 핵심부품들은 한국에서 공수해 가면서, 조립은 베트남이나 기타 아시아 국가에서 하는 형태가, 어떻게 보면 참 비효율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물류비용보다는 관세비용이 훨씬 크기 때문에 기업들이 그런 형태를 갖추는 것이다.
따라서 아시아 국가간에 관세감면 협정이 이루어져서 관세비용이 낮아진다면, 지금 나갈까 말까 고민하는 업체들은, 굳이 해외로 나갈 이유가 없어지게 된다. 그러면 국내의 일자리 창출도 가능해질 것이다.
옛날 일제가 강압적으로 몰아부친
강화도 조약 때만 해도, 우리 조상들은 관세라는 것이 있는지도 몰랐다. 그래서 그때는 모든 물품에 대해 관세를 붙이지 않는 것으로 협정했다. 어떻게 보면 진정한 의미의 자유무역 협정이었지만, 누구나 알 수 있듯 그것은 불공정 조약이었다.
그 당시만해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손으로 짜서 옷을 만들어 입었고, 일본은 방적기를 이용해 옷감을 만들었다. 그런 무역에서 우리나라가 이득을 볼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게다가 값 싼 한국 쌀을 모조리 일본에서 가져가 버렸으니, 백성들이 먹고 살기 팍팍해졌음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이후 민란이 일어나고, 협정에 문제가 있다고 재협상을 요구했지만, 일본측은 재협상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그래서 계속 불공정 거래를 할 수 밖에 없는 수모를 겪었다.
'역사는 배우라고 있는 것'이라며, 윤영선 관세청장은, 강화도 조약 때 당한 것을 본보기 삼아,
이제는 우리가 먼저 치고 나가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FTA는 전세계적으로 선택이 아니고 필수인 상황이다. 게다가 다들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자원이 부족한 국가로,
무역액이 GDP의 90%가 넘는 무역국가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개방화 추세를 좋든 싫든 따라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일부 비용(cost) 때문에 전체를 버릴 수는 없다고, 일부 문제가 되는 것들은 그에 맞게 개별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우리나라의 무역규모는 2009년에 세계 9위를 차지했다며, 우리나라 기업들이 세계적으로 그만큼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을 이었다. 대한민국은 G20 의장국으로 인정받았을 만큼, 이미 외부에서는 우리나라를 높게 평가하는 편이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우리 국민들은 우리나라를 너무 낮게 보는 경향이 있다며, FTA 를 체결해도 전체적인 규모에서 우리나라가 손해 보는 일은 없을 거라고 말했다.
G20 국가 원수들은 어떻게 입국을 할까
곧 개최될 G20과 관련하여, 각 국가 원수들은 어떤 검문검색을 받게 될까. 윤영선 관세청장 말에 따르면, 국가 귀빈들도 기본적으로는 일반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검색 절차를 받는다 한다. 수행원과 안전요원들이 가지고 들어오는 총과 실탄 개수까지 모두 신고해야 하고, 나갈 때는 이를 또 체크한다고 한다.
관세청에는 의전담당과가 따로 있어서, 국가원수나 전직대통령 등의 귀빈들을 따로 관리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들의 스케줄을 모조리 꿰고 있다고 한다. 또한 요주의 인물들까지 따라다니면서 관리를 하기 때문에 철통 같은 수비로 대책을 세우고 있다 한다.
관세청 직원은 멀티플레이어
FTA가 체결될 때마다 관세청의 업무는 더욱 늘어나고 바빠진다. 하지만 윤영선 관세청장은, 관세청의 기본업무는 언제나 국민 생활과 관련된 것들이 우선이라 한다.
관세청의 주요 업무 중 몇 가지만 꼽아보자면 우선
불법자금 유출 단속이 있다. 우리나라는 1만 달러 이상을 해외로 반출할 경우에는 신고를 하게 되어 있는데, 이것은 불법자금유출이나 탈세, 불법증여, 불법상속 등을 막기 위함이다. 외국으로 나간 돈이 제대로, 정상적으로 사용되었는지, 금융위원회의 거래내역 등을 토대로 감시하는 것이다.
일반 서민들과 밀접한 일로는
유통이력추적제가 있다. 수입품이 소비자의 손에 도달하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일일이 검사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중간상인과 도소매상을 통해 수입품이 국산품으로 둔갑하는 일이 없게끔 하기 위해서다. 이것은 소비자뿐만 아니라, 국내 생산업자들 또한 보호해서 안전하고 평안하게 생산활동에 종사할 수 있게끔 하기 위한 노력이다.
잊을만하면 뉴스에 나오는 소위
짝퉁 물품들을 단속하는 것도 관세청의 일이다. 패션쇼에 나온 옷들이 바로 다음날 짝퉁으로 나온다고 할만큼 짝퉁시장이 넓게 퍼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각국이 서로서로 짝퉁을 단속해 주지 않으면, 서로 자기네 기업들이 모두 피해를 보게 된다. 따라서 우리나라 관세청도 짝퉁 단속에 열을 올리고 있다. 문제는 소매상으로 가버리면 잡기가 무척 힘들기 때문에, 컨테이너에서 잡아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특히 짝퉁이나 마약 등의 품목들은 국가간 공조체계도 잘 이루어져 있어서, 서로서로 자국의 이익을 위해 협력을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문화재나 미술품의 반출입도 관세청이 맡아서 관리한다. 북한의 문화재를 중국을 통해 한국으로 들여오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런 것을 통제하는 곳이 바로 관세청이다. 한번은 고구려 유적을 반입하려던 것을 적발했는데, 관세청이 그것을 진품인지 가짜인지 알아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고미술협회와 문화재청 등의 협조를 얻어서 처리한 적도 있다 한다.
희귀동식물 보호협정(CITS)에 따른 반출입 금지 동식물들을 적발해 내는 것도 관세청의 일이다. 이것은 환경문제와 직결된 사안이므로, 작게 여겨지지만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희귀동식물의 경우는 사진과 일일이 대조해서, 금지 품목인지 아닌지를 구별해야 한다. 그런데 사람이 하는 일이기도 하고, 직원들이 바빠서 제대로 검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한다. 그래서 이 부분은 국정감사에서 혼나기도 한 부분이라 한다.
관세를 깎아주는 관세청
한-EU FTA 체결과 함께 관세청이 새롭게 준비한 일도 있다. 바로
'FTA PASS' 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서 국내 기업들에게 보급하는 일이다. 이것은 국내 기업들이 FTA를 통한 관세 혜택을 조금이라도 더 받게 해 주기 위한 노력이다.
FTA에서 협약 대상은, 협정을 체결한 그 해당 나라의 물건들이다. 그 나라가 원산지인 물건들만 관세혜택을 받을 수 있다. 물건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한국산 제품이라고 할 경우, 한국이 부가가치의 45%이상을 얻는 물건을 한국 제품이라고 인정해주는 형식이다.
한국 기업들이 EU에 수출을 할 때, 이번 FTA와 관련해서 관세 혜택을 조금이라도 더 볼 수 있게 된다면 좋은 일이다. 그런데 중소기업의 경우는, 자기 회사 제품이 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없는지조차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자동차의 경우, 약 2만개의 부품이 모여서 하나의 완성품이 되는데, 이 경우 부가가치가 어떻게 되고, 한국산으로 관세 혜택을 볼 수 있는지 없는지를 알아내기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관세청은 이런 업체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FTA PASS 라는 원산지 원가 계산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보급하고 있다. 물론 대기업들이야 이런 것 없이도 자기네들이 알아서 잘 하겠지만, 중소기업의 경우는 이런 전산 시스템을 설치할 능력조차 없다.
그래서 관세청에서는 중소기업들도 최대한 관세혜택을 받게 하기 위해서,
관세사, 회계사 등을 위탁해 컨설팅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는 약 1천여 개 기업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생산품들이 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없는지 조사하고 있다 한다.
관세청에서 어떤 일들을 하는지 가만히 듣고 있으니, 관세청 사람들은 가히 다방면으로 멀티플레이어라고 해도 되겠다 싶었다. 관세청이라는 곳이 그렇게 다양하고 많은 일을 하는 곳이었나 하며 놀라고 있을 때, 윤영선 관세청장은 슬쩍 관세청 자랑을 하기 시작했다.
통관 경쟁력 세계 1위
한국의 관문이라 할 수 있는
인천국제공항은, 2004년부터 2009년도까지 국제공항협의회가 실시하는 공항서비스 평가에서 5년 연속으로 세계 1위 최우수 공항에 선정된 곳이다. 또한 2010년 미국 여행전문지 글로벌트래블러 선정 세계최고공항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관세청이 자랑하는 것은, 이
인천국제공항의 수출입 통관시간이 세계에서 가장 짧다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월드뱅크의 조사결과,
통관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중이다. 이 1위의 의미는, 수출입 물류비 부담의 감소라고 해석할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수출입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었다는 것이다.
아시아 국가들은 수출입 통관이 상당히 어려운 편이라 한다. 뭔가 요구하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혹은 비공식적으로 요구하는 것들이 많은데, 그 요건을 충족시켜주지 않으면 시간을 질질 끄는 것이 다반사라 한다. 그런 와중에 우리나라는 통관경쟁력이 세계 1위인 국가로 자리매김 해 있다.
윤영선 관세청장의 말에 따르면,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은 관세청이 전면적으로 전산화 시스템을 도입했기 때문이라 한다. 기업 관계자와 관세청 직원이 맞대면 할 일을 없게 만드니, 저절로 여러가지 잡음과 문제점들이 해결되었다고 한다.
요즘은 일반적으로 아무 문제 없는 수출입의 경우는, 관세청을 전혀 찾아올 필요 없이 일이 진행되게끔 해 놓았다 한다. 물론 일부 문제점이나 미비점이 있으면 사무실로 불러내는 경우도 있기는 있다.
관세청의 전산화 시스템 도입 이야기를 하면서 이런 말을 덧붙였다. 금품수수 같은 부정행위가 있다 해서, 그것을 처벌하는 데만 급급해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될 수 없다. 그런 일 자체가 있어나지 않도록 '
시스템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라고.
과거에는 외국에서 이삿짐을 들여오는 것이 큰 일이었다 한다. 여러모로 트집을 잡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시스템 자체가 바뀌어서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다 한다. 해외상사 주재원이나 외교관들이 먼저 많이 달라졌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 할 정도라고.
이것은 곧 관세청이 그만큼 투명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떻게 보면 관세청장의 자기집 자랑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이것이 사실이라고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가 있다. 바로
국가권익위원회에서 민원인들을 대상으로 48개 기관을 조사한 결과,
청렴도 부분에서 관세청이 1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이다.
이만하면 어느 정도 실적을 올렸다고 기뻐하며 자축하며 안주할 수 있다. 하지만 관세청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1위를 유지하기 위해서, 또 더욱 관세청을 알리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 노력들 중 일반 국민들의 눈에 띄는 것들이 있었다.
관세청이 TV 드라마도 만든다
내년 하반기 즘 관세청 직원들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TV에 방영될 예정이라 한다. 김종학 프로덕션과 함께 20부작으로 시나리오 작업 중인 이 드라마의 제목은, '
테리프(Tariff) 125' 이다. 관세를 뜻하는
테리프(tariff)와, 가짜 상품 등을 신고할 수 있는
관세청 대표 전화번호 125를 합친 제목이다.
총 4명의 주인공들이 등장하고, 그들이 관세청에 일하면서 겪는 사건 사고들을 중심으로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 중이라 한다. 이 드라마가 방영되면 관세청이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일반인들이 더욱 쉽고 친근하게 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내심 드라마 촬영을 할 때, 관세청에서 우리들을 불러서 현장 견학을 시켜주길 바랬지만, 차마 말은 못하고 목에서 삼키고 말았다.
그런 기대를 눈치챘는지, 갑자기 윤영선 관세청장은 나중에 우리를
통영으로 초대하겠다고 대뜸 말을 건냈다.
소매물도에
관세박물관을 만들고 있는데, 그곳을 견학시켜 주겠다는 제안이었다.
소매물도 관세박물관은 원래 옛날에 관세청에서
밀수를 감시하려고 만든 초소였다고 한다. 소매물도는 남해안에서 가장 멀리 있는 섬인데다가, 대마도까지는 배로 약 30분 거리인 곳이다. 옛날에 일본에서 밥통을 비롯한 전자제품이나 여러가지 물건들을 일단 이곳으로 들여와서는, 남해안 섬에 풀어서 팔아버리면 대책이 없었다 한다.
그래서 관세청은 이 소매물도에 밀수감시 초소를 만들어서 감시와 추격을 했다. 그러던 것이 국산품의 품질이 좋아지면서 이제 더이상 일본 제품들이 이곳을 통해 들어오지 않게 되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이 섬의 감시초소도 버려졌다.
관세청은 그 초소를 복원해 관세박물관으로 만들어,
통영시의 관광자원으로 활용 할 계획이다. 아름다운 섬 소매물도의 경치와 함께, 그 섬을 중심으로 있었던 옛 이야기들을 들려줄 수 있는 재미있는 시설이 될 것이다.
인터뷰를 마치며
윤영선 관세청장은 이번 G20 정상회담의 핵심사안이 환율정책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달러 환율을 낮추고 싶어하고, 그래서 다른 나라에 환율을 높이라고 압박하는 상황이다. 미국의 이런 입장은 무역전쟁, 즉 수출을 통한 일자리 확보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세상이 이렇게 변해가는 와중에, 애국심이라는 비관세 장벽을 이용한 마케팅은 더 이상 소용도 없고,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말했다. 우리 물건만 사자는 애국심 마케팅은 결국, 다른 나라에서 우리 기업들의 물건이 팔리지 않게 되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것이라며, 지금은 기업들이 자생할 수 있는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에서 들여오는 물품들에 대해서는 현재 무관세 정책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와 동일하게 취급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점진적인 통일비용으로 보고, 북한에 대한 투자를 높이는 효과와 함께, 북한의 경제수준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라 한다. 즉, 북한의 자생력을 높여줌과 동시에, 통일비용을 낮춘다는 뜻이다. 그런데 제도는 잘 마련되어 있는데, 잘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경제적인 것과 경제적이지 않은 것들 사이에 균형을 잡고, 무엇이 우선이고 무엇이 나중인지 결정하기란 참 어렵다. 개인의 문제에서도 그렇지만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는 더더욱 어려울 것임이 틀림없다.
이 문제에 대해 윤영선 관세청장은, '공짜 점심은 없다, 경제는 실용이다' 라고 말했다. 당장 민심을 얻기 위해 선심공약을 내건다 해도, 언젠가 누군가는 뒷감당을 해야 하는 것이 경제다. 그래서 세금과 법은 공정해야 하는 것이고, 점심은 제값을 내고 먹는 것이 가장 좋다고 의미 있는 말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