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2일 국가브랜드위원회는 WSK(World Students in Korea)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26개국 외국인 유학생들을 초대해서 신년 하례행사를 열었다.  

WSK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외국 학생들은, 국가브랜드위원회에서 선발되어 블로그로 한국과 한국생활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모두 외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학생들인지라, 집에 자주 갈 수 없음은 당연한 일. 새해 떡국 한 그릇도 못 먹었냐는 말이 참 서럽게 와 닿는 우리네 정서대로라면, 이들은 참 서러운 타향살이 중이다.

그래서 다른 무엇보다도 떡국 한 그릇씩 먹여 보내는 것을 주 목적으로 한 이 조촐한 자리는, 이배용 위원장을 비롯한 국가브랜드위원회 사람들 모두의 마음을 전하는 따뜻한 행사였다. 










우리나라의 세시풍속


이배용 위원장은 곱게 빛나는 수수하면서도 화려한 한복을 입고 나타나 모든 이의 눈긴을 끌었다. 이내 모두 함께 일어서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말을 나누었고, 이배용 위원장은 해외 유학생들에게 "이 자리와 한국에 머무는 시간들이 인생에서 아름다운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덕담을 했다.

그리고 바로 한국의 세시풍속에 대한 강의로 들어갔는데, 간단한 프리젠테이션 형식으로 진행된 짧은 강연이었다. 하지만 한국인인 나 자신도 미처 알지 못했던 것들을 알 수 있었던 강의였다. 강의에 소개된 한국의 세시풍속에 관한 내용은 대략 아래와 같다.




우리나라의 세시풍속


설날(1월)
떡국을 나누어 먹는 것으로 대표되는 새해 첫 시작의 날. 흰 떡국은 순수함과 밝음의 의미로 새롭게 출발함을 의미한다. 질긴 떡은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도 있다. 떡국 외에 윷놀이, 널뛰기 등의 놀이도 함께 한다.

정월대보름(2월)
일년 중 달이 제일 크게 보이는 때로, 달에게 소원을 비는 날이다. 이 날 먹는 오곡밥은 조화를 의미한다. 부럼은 설날부터 폐쇄적인 공간에서 생활했던 것을 깬다는 의미가 있고, 이를 튼튼하게 하기 위해 딱딱한 걸 씹는다는 의미가 있다. 또한 견과류는 육류의 독소를 제거하고 부스럼을 물리치는 효과가 있다.

삼짇날(3월)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는 날. 봄이 시작되는 날이라고 할 수 있다. 완연한 봄기운에 몸을 풀며 쑥떡, 화전 등을 해 먹는 날이다.

한식(4월)
불 받는 날. 옛날에는 이때 쯤 나라에서 나눠주는 불씨를 받았기 때문에, 이 날은 불 없이 찬 음식을 먹었다 한다.

단오(5월)
일년 중 양기가 가장 왕성한 날. 음양의 기가 쎈 날이라 하여, 이 날에 결혼하기를 꺼렸다. 단오에 머리를 감는 것은, 여름 전에 몸을 깨끗이 씻고 대비한다는 의미가 있다 한다.

유두(6월)
유두는 동류수두목욕의 약자로,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고 목욕을 한다는 뜻이다. 찬 떡을 먹고, 맑은 시내에 몸을 씻으며 여름 과일을 먹는데, 달마다 이런 행사가 있는 것은 계절의 변화에 대비를 잘 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

삼복(6,7월)
초복, 중복, 말복을 가리키는 것으로, 더운 여름을 무사히 넘기기 위한 의미가 있다.

칠석(7월)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날. 이별 속에 만남이 있다는 우리민족의 유토피아적 이상이 녹아있는 날이다. 언젠가 우리는 함께 하리라는 염원을 담은 날이라 볼 수 있다. 칠석날에는 밀가루를 반죽해서 밀전병을 만들어 먹는 풍습이 있다.

백중(7월 15일)
추수를 앞두고 바빠질 시기에 일꾼들에게 휴가와 놀이를 준다는 의미가 있다. 휴식과 함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날이다. 지방마다 다른 백중놀이가 펼쳐진다.

추석(8월)
일년 중 달이 제일 밝게 빛나는 날이다. 추수한 것을 조상에게 바친다는 뜻으로 성묘를 한다.

중양절(중구, 9월)
삼짇날 강남에서 온 제비가 다시 강남으로 돌아가는 날. 철새들을 보며 한해의 수확을 마무리하는 시기다.

상달(10월)
일년 농사를 마무리하고 곡식과 과일 등을 조상께 감사의 예로 올리는 때. 이른바 추수감사제라고 할 수 있다. 이때 붉은팥으로 음식을 해 먹는데, 이는 악귀를 쫓는다는 의미가 있다.

동지(11월)
일년 중 밤이 가장 긴 날. 태양의 부활이라는 의미에서 작은 설이라고 하기도 했다. 동지팥죽을 쑤어 조상에게 제사지내고, 대문이나 벽에 뿌려 귀신을 쫓아 무사안일을 빌던 풍습이 있다.

제석(12월)
섣달그믐.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시작을 바라며 소망을 빌며 새해맞이를 하는 날.




우리나라의 세시풍속은 조상에게 예를 갖추는 효의 사상이 기본적으로 들어 있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려는 의지와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는 목적이 있다. 또한 기후와 계절의 변화에 적응하여 건강을 지키고, 병을 예방하자는 과학적 의미도 내포되어 있으며, 서로 정을 나누는 사랑의 의미 또한 내재되어 있다고 한다. 

이런 아름다운 한국의 세시풍속과 함께, 유학생 모두가 한국에 머물며 아름답고 따뜻한 마음을 나누길 바란다는 말을 끝으로, 이 위원장의 강연은 끝을 맺었다.










떡국으로 나눈 정


강연이 끝나고 바로 본격적인 식사시간으로 들어갔다. 불 꺼진 차가운 회의실 안에서, 심각하면서도 뭔가 잘 이해 안 되고 난해한 표정을 하고 있던 유학생들은 그제서야 얼굴에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세계 어딜 가도, 세상 어떤 사람을 만나도, 밥시간은 즐거운 법. 역시 사람을 부르면 웬만하면 밥은 먹여서 돌려 보내야 한다는 사실을, 다소 엉뚱하게도, 느낄 수 있었다.

이 자리에서 나온 식단은 '떡국 정식'이라고 부를 만 했다. 떡국도 떡국이지만, 떡국 전에 나온 전식이 상당히 특이하면서도 깔끔하고 맛있었다. 소고기와 조가비 등을 올려놓은 육식 메뉴와, 생선을 주로 해서 올려놓은 메뉴, 두 가지로 나누어 놓은 것도 외국인들을 배려한 마음이 엿보여 인상적이었다.

이 자리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떡국 또한 다른 여느 식당에서 맛 볼 수 있는 것과는 약간 달랐다. 뭔가 이것저것 잡다하게 넣지 않아 상당히 깔끔하면서도, 육수와 떡이 평소 맛보던 것과는 좀 달랐기 때문이다. 특히 떡의 쫄깃함이 남달랐는데, 어디서 이런 떡을 얻을 수 있는지 물어보고 싶을 정도였으나, 차마 물어볼 시간도 정신도 없었다. 아아, 너희들 덕분에 이런걸 다 먹어 보는구나, 새삼 외국인 유학생들이 고맙게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낮술로 더욱 흥겨운 판소리


식사 후에는 이화여자대학교 채수정 교수와 그 제자들이 함께 하는, 조촐한 판소리와 국악 공연이 있었다. 교수님이라고 해서 근엄하게 나와서 한 곡 딱 부르고 들어가실 줄 알았더니, 내내 환한 웃음과 재미있는 말들로 청중을 이끄시며 함께 노는 판을 만들었다.

잘은 모르지만, 국악은 소리만 내고 듣는 것이 끝이 아니라고 알고 있다. 관중과의 호흡도 국악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본다면, 이 분은 정말 대단하신 분이라 인정 안 할 수가 없었다. 소리야 당연히 어떻다 저떻다 평가할 수 없을 정도의 명창이고, 유학생들에게 '얼씨구' 추임새를 가르쳐 주며 국악의 흥겨움을 조금이라도 더 깊게 느껴보게 하기 위한 노력이 더욱 돋보이는 국악인이었다.

함께 나온 제자들의 판소리와 대금연주가 있었는데, 작은 자리였지만 소리를 좀 더 다양하게 만들어 주는 연출이었다. 제자분들도 한 소리 하긴 했지만, 그래도 교수님보다는 못했다 (라고 말 해야 하지 않나 싶다. 요즘 음대 교수님들 좀 무섭더라. 이 분은 안 그러실 거라 믿겠지만).
 









낮 한 때 일어난 짧고도 조촐한 자리였지만, 머리엔 세시풍속에 대한 지식을 담고, 떡국으로 배를 채우고, 낮술 한 잔과 소리 한 가닥으로 흥겨움을 이뤄낸 멋진 자리였다.

우리 한국인들만 그리 느꼈으면 어찌하나 싶었지만, 판소리를 들으며 즉석에서 가르친 것을 따라하는 외국인 유학생들 얼굴에 웃음이 가득한 것을 보고, 그들도 즐거워 하고 있다는 것에 마음이 놓였다. 아무쪼록 이 학생들이 타향에서 외로움을 조금이라도 덜고, 한국에서 즐겁고 행복한 일들만 가득하기를 바래본다. 




참고사이트

국가브랜드위원회 해외블로그: http://www.koreabrand.net/kr/show/show_blog_map.do
국가브랜드위원회 블로그: http://blog.naver.com/korea_brand/

Posted by 빈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