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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에서 월미도로 둘러둘러 가는 여행길국내여행/경기도 2011. 3. 8. 15:53
며칠 전, '인천공항 싸게 가기'라는 글을 통해, 인천국제공항을 공항버스나 공항철도 말고 싸게 갈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했다. 전철과 버스를 이용해서 산 넘고, 물 건너, 옆 마을 재너머 공항찾아 삼만리 떠나는 방법이었다.
인터넷에서 얻은 공식적인 자료들을 토대로 만들었기 때문에 상당히 믿을 수 있는 방법이었고, 시간이 지나 노선에 변화가 생기지 않는 이상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문제가 있었다. 바로 검증 작업을 거치지 않았다는 것.
아프리카 대륙에 말리라는 나라가 우기에 아름답다는 이야기는 들었으나, 안 가 봤으면 없는 거나 마찬가지. 배두나가 화장실에서 똥을 눈다는 소문은 있으나, 안 봤으니 모르는 일.
실험과 경험을 통한 검증 작업은 상당히 중요한 거다. 이러이러하면 될 것이다라는 건 어디까지나 추측과 가설일 뿐, 인문학도 과학적으로 한다고 사회과학, 인문과학 하는 마당에, 과학적 검증을 건너뛴다는 건 신뢰도에 치명적인 상처를 주는 일이다.
그래서 직접 검증 작업에 나섰다. 무엇보다 이번 검증작업은, 인천의 대중교통도 서울과 연계해서 환승이 된다는 것을 직접 확인하기 위함이 컸다. 그리고 인천공항을 둘러둘러 가는 것이 과연, 가 볼 만 한 길인지 아닌지를 알아보기 위한 작업이기도 했다. 물론 휴일날 심심했다는 이유는 아주 지극히 작은 이유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일단 전철을 탔다. 전철로 인천까지 이동해서, 인천에서 좌석버스를 타고 인천공항까지 가는 경로를 직접 가 보기 위해서다. 지난번 포스팅에 올렸던 내용이지만 다시 적어보자면, 인천 쪽에서 인천공항으로 가는 좌석버스 노선은 다음과 같다.
- 111: 부평역-계산역-인천공항
- 302: 송내역-계산역-인천공항
- 306: 인천역-동인천역-인천공항
모든 버스가 요금은 동일하다. 현금 2,500원, 교통카드 2,200원.
그런데 지난 포스팅 이후, '버스라이프'라는 분이 댓글로 제보를 해 주셨다. 주 내용은 서울에서 전철을 타고 오면, 인천 버스도 환승이 된다는 것. 제보 내용을 간추려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서울대입구 전철역에서 인천공항까지 가는데 드는 비용
(버스라이프 제보)
인천 좌석버스는 수도권통합요금 체계가 적용되기 때문에, 좌석버스 탑승 시 인천까지 오신 요금에서 2200원을 뺀 차익 만큼 요금이 나갑니다. 나머지는 총거리 합산을 통하여 30km 초과시 5km 마다 100원이 부과 됩니다.
서울대입구 -> 송내역 전철 : 1200원
송내역 -> 인천공항 302번 : 1000 + 700 = 1700원
총 2900원 (서울대입구-송내역-인천공항 총 거리 : 62.6km)
111번 (부평역에서 갈아탐): 63.6km, 총 2900원
306번 (인천역에서 갈아탐): 68.7km, 총 3000원
따라서 서울대입구 전철역에서 인천으로 이동 후, 좌석버스를 타고 인천공항까지 가면 3,000원 이하의 요금으로 갈 수 있음.
미리 결론을 말 하면, 이 제보는 정확했다.
신도림에서 1호선으로 갈아타고 부평역으로 갔다. 송내역으로 갈지, 부평역으로 갈지 잠시 고민했지만, 중간에 조는 바람에 부평역으로 낙찰.
부평역에서 내리니 지하철 출구가 바로 지하상가로 연결되어 있었다. 지하상가가 꽤 큰 규모로 넓게 펼쳐져 있었고, 그 안을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많아서 혼잡한 분위기였다. 빠른 걸음으로 지나가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
어차피 초행이라 길을 잘 모르기때문에 두리번거리며 걸어서 큰 불편은 없었는데, 안타까운 점이라면 지하상가에 그다지 구경할 만 한 것이 없다는 것.
지하철에서 나가니 지하상가는 오른쪽 왼쪽 두 갈래 길로 펼쳐져 있었다. 공항 가는 버스를 타려면 대한극장 쪽으로 나가야 하므로, 왼쪽 길을 택해서 가면 된다. 가다보면 대한극장으로 나가는 출구가 보인다.
지하도에서 대한극장 안으로 바로 연결되는 통로도 있지만, 그 통로 바로 옆에 밖으로 나가는 계단이 있었다. 밖으로 나가는 계단을 올라가니 바로 앞에 버스 정류장이 있었다. 찾기는 쉬운 편.
그런데 전철에서 내려서 여기까지 오는 시간도 있고,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도 있어서, 자칫 잘 못 하면 환승 시간을 놓칠 수도 있을 듯 하다. 지하상가에서 물건 구경은 되도록 안 하는 게 좋겠다.
타이밍이 좋았는지, 한 십여 분 기다리니 111번 버스가 왔다. 그런데 정류소를 그냥 지나쳐 갔다. 마침 신호에 걸려서 섰길래 달려가서 탑승. 버스 올 때 손 안 들면 정차 안 한다고. 공항까지 급행으로 가느라 그런가보다.
이때 생각난 건데, 이런 방법으로 공항을 갈 생각이라면 차라리 '계산역'에서 버스를 타는게 낫지 않나 싶다. 계산역으로 가려면 부평역에서 인천선으로 갈아타야하는 것이 조금 불편하긴 하다. 하지만 계산역에서는 인천공항으로 가는 111번과 302번 버스가 모두 정차하니, 그만큼 환승 하기에 편하다.
좌석버스에 탑승하고 난 뒤에는 그냥 느긋하게 한 숨 자면 된다. 부평역에서 인천공항까지 걸리는 시간은 거의 딱 한 시간이었다. 차가 하나도 안 막혔지만, 신호는 여러번 받았다.
평소 공항리무진이나 공항전철을 타고 가면서 보던 것과는 또 다른 풍경을 볼 수 있었던 것이 특징. 요금은 환승해서 총 2,900원 들었다. 공항버스가 9,000원 정도의 가격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저렴한 편.
하지만 캐리어 끌고 가기에는 좀 힘든 여정이다. 캐리어 없는 사람들이라면 이용해 볼 만 하다. 신도림 전철역에서 인천공항까지 약 2시간 정도 걸렸다.
인천국제공항 도착. 여기 오기만 하면 어디로든 비행기 타고 떠나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느껴진다. 여권을 챙겨 왔다면 당일 바로 여기서 비행기표 사서 어디로든 떠났을 지도 모른다. 여행쟁이들은 인천공항 갈 때 여권을 꼭 집에 두고 가자. 안 그러면 어쩔 수 없는 충동에 일을 저지를 지도 모르니까.
여기서 본격적인 어드벤처가 시작된다. 인천공항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좀 더 재미있게(?) 해 보자는 의도에서 준비한 루트.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조금이라도 여행의 여운을 더 남기고 싶다거나, 아니면 집 열쇠 없는데 엄마가 밤에 들어온다거나, 혹은 집에 들어가기 싫다거나 할 때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 인천국제공항 5A -> 222번 버스 -> 영종도 (구읍) 선착장 -> 배 -> 월미도 선착장 -> 버스 -> 인천역 -> 집
다른 리무진버스들은 1층에서 탑승하지만, 영종도 구읍 선착장으로 가는 222번 시내버스는 인천국제공항 3층에서 타야 한다. 탑승하는 장소는 3층, 5번 출구. 버스 번호가 쓰여진 안내판이 큼지막하게 서 있으니 찾기는 쉽다.
222번 버스는 시내버스인 만큼 교통카드를 이용하면 요금이 천 원이다. 나는 도착하자마자 이 버스로 갈아타서 또 환승처리 돼 버렸다. 그래서 300원 냈다. 참 알뜰한 여행이다.
버스 타고 가면서 본 것들을 구질구질 이것저것 다 보여주는 것이 의미 없게 느껴져서, 사진 딱 한 장으로 처리하겠다. 하지만 인천국제공항에서 영종도 구읍 선착장까지 걸린 시간은 대략 50분 정도였다.
공항신도시를 여기저기 이어가는 노선인 만큼, 공항 주변의 마을들을 뱅뱅 돌아돌아 갔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편이다. 초행이면 여기저기 구경하면서 가는 재미도 있지만, 반복하면 지루할 듯 하다. 그나마 구읍 선착장이 종점이므로, 버스 탑승 이후에 한 숨 늘어지게 자도 된다는 게 장점(?)이다.
이 버스를 타고 가면서 새롭게 느끼고 배운 것이 하나 있는데, 공항 근처에서 시간이 너무 많이 남는다면 이 버스를 타고 이마트로 놀러(?) 가도 되겠다는 것. 이마트까지 시간도 별로 안 걸렸다. 그리고 정 심심하다면 공항 순환버스(셔틀버스)를 타고 한바퀴 빙 둘러봐도 괜찮을 지도 모른다. 정말 시간 많이 남고 심심해 죽겠다면 말이다.
인천국제공항에서 탑승한 222번 시내버스의 종점은 영종도 구읍 선착장 바로 앞이다. 그래서 종점에서 내리자마자 선착장을 볼 수 있다. 그래도 선착장인데 주변에 뭔가 볼거리가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지만, 그런 것 하나도 없다. 그러니 선착장 앞에 내리자마자 배표부터 끊는 것이 좋다.
인천 가는 배편은 한 시간에 한 번씩 있었다. 매 시간 30분에 출발한다. 평소에는 밤 9시가 마지막 배지만, 3월 말까지는 저녁 7시 까지만 운행한다. 운행시각은 그때그때 바뀔 수도 있으니, 선착장에 7시 넘어서 도착할 것 같으면 아예 포기하는 편이 나을 듯 하다.
영종도와 월미도를 오가는 배편은 꽤 큰 카페리였다. 거리에 비해 의외로 큰 배가 운행되고 있어서 놀라웠을 정도. 이런 종류의 배에서 나는 기름때 냄새도 거의 나지 않았고, 배 윗층에는 승객실도 따로 마련돼 있어서 바람을 피해 따뜻하게 갈 수 있었다.
영종도에서 월미도까지 가는데 걸린 시간은 딱 20분. 그냥 배 한 번 타봤다는 기분 내기엔 딱 좋은 시간. 나같이 배멀미 하는 사람들에게도 고통스럽지 않을 만큼의 쾌적한 시간이었다. 게다가 주말인데도 탑승객이 많지 않아서 조용하기까지 했다. 요금은 편도 3,000원.
바다를 기어가듯 천천히 달려서 월미도 도착. 월미도 선착장에 배가 닿자마자, 가까운 놀이동산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들이 귀를 찌른다. 아무래도 놀이기구는 타는데 의의가 있는 게 아니라, 비명을 지르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거 참, 얼마나 비명 지를 곳이 마땅치 않았으면 돈 내고 비명을 지를까.
여태껏 몇 번 가 본 월미도였지만, 그냥 눈으로만 보고 지나쳤던 선착장이 이런 용도였구나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배에서 내리자마자 보이는 건 월미은하레일. 말 많고 탈 많은 바로 그 뉴스의 현장. 월미은하레일은 짓는 데만 850억이 들어갔는데, 안전문제로 운행할 수 없어서 해체할 운명에 놓여 있다. 그런데 부수는 데 또 250억이 든다고. 자세한 건 뉴스를 검색해 보시기 바란다.
비단 이것 때문이 아니라도, 내게 월미도는 좀 그로테스크한 느낌이다. 그 느낌을 어떻게 잘 풀어낼 수 없기 때문에 그냥 그로테스크라는 단어로 대신하는데, 놀이동산과 동네가 어우러진 모습이 마냥 정겹지는 않은 느낌이다.
월미도는 왜 놀러 가는 걸까. 나는 아직 이해를 못 하겠다, 누가 월미도를 가야할 이유를 아는 사람 있으면 좀 알려 주시기 바란다.
월미도 선착장에서 놀이동산을 옆으로 하고 큰 길 쪽으로 걸어 나오면 시내버스를 정류장이 나온다. 정류소 표지판도 있고, 대개 사람들도 많이 다니고 하니까 찾기 그리 어렵지는 않다. 여기서 2, 14, 23, 45번 시내버스가 인천역으로 간다.
월미도에서 버스를 타고 나와 인천역에서 내리면, 바로 차이나타운 입구가 보인다. 여기서 횡단보도를 건너면 바로 인천역. 눈으로 딱 봐도 보인다.
바로 인천역으로 가서 전철을 타면 재미 없으니까, 바로 앞에 있는 중국집에서 짜장면 한 그릇 시켜 먹었다. 딱 내리자마자 짜장면 2,000원 이라고 적혀 있는데, 차이나타운까지 와서 그냥 갈 순 없지. 게다가 이 집은 음식도 빨리 나와서,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달려 들어가 시켜먹고, 바로 역으로 달려가면 환승이 가능하다.
인천역을 마지막으로 이번 여정은 끝났다. 여기선 어디든 알아서 가면 되니까. 글로만 보면 뭔가 복잡하고 어려울 것 같이 보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해보면 그렇지 않다. 공항에서 버스만 잘 타면, 나머지는 그냥 딱딱 순조롭게 진행되니까.
공항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 바다도 보고 월미도나 차이나타운에서 놀기도 할 요량이면 꽤 괜찮은 이동길이다. 혹은 공항으로 갈 때도 많은 여유시간을 두고 간다면 쉬엄쉬엄 괜찮은 방법이기도 하다. 일찍 부지런히 서두르기만 한다면 차이나타운을 한바퀴 둘러볼 수도 있는 여행코스로 꾸밀 수도 있다.
살던 집 처분하고 방 빼서 세계일주 여행 갈 때, 비행기 시간은 아직 많이 남았는데 딱히 갈 곳 없을 때 한 번 시도해 보자. 한국에서의 마지막 아름답고 쓸쓸한 시간을 온전히 홀로 보낼 수 있는 고즈넉한 시간이 될 테다.
공항에서 인천역까지 걸리는 시간은 총 3시간 정도. 총 요금은 배삯 3,000원을 포함해서 약 5,000원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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