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야간개방 소식을 듣자마자, 그날 밤 만사 재쳐두고 한 달음에 달려 갔다. 경복궁 야간개방 자체가 자주 열리는 행사도 아니고, 그 기간에 시간 내서 구경 가는 것 또한 언제나 가능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야간개방 기간이 일주일 남짓으로 매우 짧기 때문에, 그 기간에 직장에서 야근 등의 일정이 잡혀 있거나, 여행을 간다거나 하면 놓칠 수 밖에 없다. 그러니까 기회가 있을 때 좀 피곤하고 힘들더라도 부지런히 봐 두는 것이 좋다.



내게 경복궁은 갈 때마다 새로운 곳이다. 아마도 갈 때마다 만나는 방법이 조금씩 달라서 그랬을 테다. 맨 처음엔 언제 어떻게 갔는지 기억이 안 나지만, 아마 다른 사람들 처럼 아무 생각 없이 그냥 구경 갔을 테다. 광화문 쪽에 놀러 갔다가 괜히 한 번 발길을 옮겨 보기도 했고, 건축물을 좀 아는 친구와 함께 가서 이런저런 설명을 듣기도 했다. 또 다른 날은 경회루 특별관람을 신청해서 해설사의 설명과 함께 구경하기도 했고, 최근에는 국가브랜드위원회 이배용 위원장의 설명을 듣기도 했다.
 
다른 어떤 곳들도 마찬가지겠지만 경복궁은 오랜 역사와 많은 유산들이 간직되어 있는 곳이니 만큼, 어떤 사람들과 함께 하느냐에 따라 무척이나 다양한 여러가지 모습들을 새롭게 다양하게 접할 수 있는 곳이다. 심지어 혼자 거닐 때도 그날 날씨나 기분에 따라 완전히 다른 곳으로 느껴지기도 할 정도다.



그렇게 경복궁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면서 조그만 바램이 하나 생겼는데, 경회루에서 달맞이를 한 번 해 보았으면 하는 거다. 경복궁을 좀 안다는 분들이 모두 입을 모아 말 하기를, 옛부터 지금까지 경회루에 달이 뜨면 연못과 어우러진 그 모습이 정말 아름답다고 했다. 전문가라 할 만 한 사람들이 모두 그렇게 입을 모아 칭송하니, 그 모양이 어떤지 궁금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번이 기회다 하고 달려 갔는데, 안타깝게도 경회루의 달은 볼 수가 없었다. 밤 10시에 폐장하기 때문에 9시 40분 까지 경회루 앞 교태전 외부의 낮은 돌계단에 앉아 달을 기다렸다. 구름 많은 흐린 날씨 탓도 있었겠지만, 그렇다고 구름이 하늘을 완전히 뒤덮을 정도는 아니었다. 달이 뜨면 보이기는 할 정도였지만, 달은 경회루에 근처엔 아예 걸리지도 않았다. 아마 계절이나 시간이 너무 이른 탓이 아닐까 싶었다. 물론 달이 걸린다 하더라도 수많은 조명들 때문에 예전의 그 아름다움을 그대로 볼 수 있을지도 약간 의심스럽기도 했고.

그래서 단지 경복궁의 밤을 보았다는 것으로만 만족 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웠고, 충분히 독특한 시간이었다. 이런 기회가 언제 또 있을지 알 수 없으니까.



경복궁 야간개방은 2011년 5월 18일 부터 시작해서, 5월 22일 일요일 까지 5일간 계속된다. 개방시간은 저녁 6시 부터 밤 10시 까지. 하지만 밤 9시에 입장이 마감되니, 최소한 그 전에는 입장권을 구매해서 들어가야 한다. 야간개방 때는 모든 곳을 개방하는 것이 아니라, 광화문, 흥례문, 근정문, 근정전, 경회루 등 일부만 개방하기 때문에 한 시간 남짓이면 충분히 거닐어 볼 수 있다. 특히 일요일에는 국립국악원의 국악 공연이 있다고 하니, 경복궁에서 더욱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평일 밤에 찾아갔는데 매표소 앞에서 10분 정도 줄을 서서 입장권을 살 수 있었고, 궁궐 내부에도 관람객들이 꽤 많이 모여 있어서 자리 잡고 사진을 찍으려면 뒤에서 좀 기다려야만 했다. 그러니 주말에는 좀 더 사람들이 붐비지 않을까 싶다. 몇 년 전만 해도 야간개장 때 사람이 거의 없었다고 지인이 말 해 주었는데, 그 말이 이해가 안 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경복궁의 밤을 즐기고 있다. 정말 우리문화에 대한 생각이 많아져서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궁궐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사람들로 붐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날이면 날마다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한 번 쯤 색다른 밤을 맞이하러 피곤한 몸 이끌고라도 경복궁을 찾아가 보자. 맨날 시내에서 뻔한 데이트나 생각하는 사람보다는, 때 맞춰 이런 곳 데려갈 줄 아는 애인이 더 매력적일 테다. 물론 야간에는 해설안내를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그냥 궁궐 안을 거닐어 본다는 의미밖엔 없을 수도 있지만, 의미를 찾고자 한다면 스스로 얼마든지 찾아낼 수도 있을 테다.



참고자료:

경복궁 홈페이지: http://www.royalpalace.go.kr
경복궁 이야기: 경복궁의 태양, 건청궁의 석양 - 국가브랜드위원회 이배용 위원장과 함께



경복궁 야간개방 흥례문

▲ 생각보다 경복궁 야간개방을 즐기려고 온 사람들이 많았다. 방문객들이 많아서 검표하는 인원들 또한 대여섯 명 정도 서 있을 정도였다.



경복궁 야간개방 흥례문

▲ 흥례문에서 근정전 앞까지 작은 등을 줄줄이 세워놓아 어두운 궁궐 안을 조심스레 비추고 있었다. 등불은 적당히 주위를 밝힐 정도로 은은해서, 궁궐 내부의 어둠을 관찰하면서도 걸음을 살피기 좋을 만큼의 빛을 발하고 있었다.



경복궁 야간개방 근정전

▲ 야간 조명이 비추어진 근정전은 낮에 볼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저녁 무렵에는 사람들이 많아서 근정전 근처에 올라갈 엄두가 안 날 정도였지만, 밤 9시가 넘어가니 사람들이 많이 빠져나가서 여유가 있었다. 이 주변 어느 한적한 곳에 앉아 폐장시간까지 가만히 바람을 느껴 보는 것도 좋을 테다. 다만, 여기까지 와서 핸드폰으로 시끄럽게 티비를 보는 사람들도 있으니, 자리 선택은 신중하게 하는 것이 좋다.



경복궁 야간개방 근정전




경복궁 야간개방 수정전

▲ 수정전 앞 소나무는 많은 연인들의 사진촬영 장소로 쉴 틈이 없었다. 사람들은 즐거워서 좋겠는데, 나무들은 참 괴로울 듯 하다.



경복궁 야간개방




경복궁 야간개방 경회루

▲ 야간개장의 핵심은 경회루라고 할 정도로, 경회루 근처에는 사람들이 많다. 연못 주위를 빙 둘러서 빈 자리가 거의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카메라를 들고 진을 치고 있다. 들어가지 말라는 곳까지 들어가는 행동과, 먼저 사진을 찍겠다고 앞사람을 밀치는 등의 행동들이 난무하고 있어서, 아직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의식수준은 그리 높지 않구나라는 아쉬움을 느끼게 했다.



경복궁 야간개방 경회루

▲ 큼지막한 달 하나가 떠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경회루의 밤은 멋지고 환상적이었다. 이런 것을 감상할 때는 주변의 소음을 모두 차단해버리는 능력이 필요하다.



경복궁 야간개방 경회루

▲ 안타깝고, 안타깝고 또 안타깝다. 역시 경회루의 달을 보기 위해서는 내가 왕이 되는 수 밖에 없는 건가!



경복궁 야간개방 경회루




경복궁 야간개방 경회루




경복궁 야간개방

▲ 관람객이 많아서 딱히 앉아 쉴 곳이 없다. 경회루 주변의 벤치를 운 좋게 차지한 어떤 사람들은, 힘들게 차지한 자리라며 엉덩이가 쑤신다고 투덜대면서도 끝까지 일어나지 않는 투혼을 보여줬다. 하지만 굳이 그렇게 눈에 띄는 자리를 차지하지 않아도, 구석 쪽으로 가면 얼마든지 앉아 쉴 만 한 곳들은 많다. 구석으로 눈을 돌려 보자, 그리고 바닥에 앉아 옷이 더럽혀 지는 것 쯤 감수해 보자. 한적하고 편안한 자리는 얼마든지 있다. 궁궐은 충분히 넉넉하다.



경복궁 야간개방




경복궁 야간개방




경복궁 야간개방




경복궁 야간개방 근정전




경복궁 야간개방




경복궁 야간개방 근정전

▲ 근정전 앞에서 그럭저럭 호젓한 기념촬영을 하고 싶다면 최소한 밤 9시 넘을 때까지 기다리자. 그 전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그 틈바구니 속에서 사진을 찍는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노동이다. 이 사진은 우연히 찍힌 한 커플의 모습인데, 제대로 찍으면 꽤 괜찮은 기념사진이 될 것 같다.



경복궁 야간개방 근정전




경복궁 야간개방




경복궁 야간개방

▲ 밤 10시 폐장시간이 될 때까지 끝까지 버텨 보자. 내킬 때마다 언제든 찾을 수 있는 행사가 아니므로, 더욱 기억에 남는 소중한 시간이 될 테다.




참고사항

야간개장 때 경복궁 내에 있는 자판기에는 동전이 부족해서 잔돈이 반환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이 자판기가 동전 반환 레버를 눌러야만 동전이 없다는 표시가 나오는 이상한 자판기라서, 사람들은 이미 지폐를 넣은 상태에서 잔돈을 돌려받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리고 있었다.

내 경우야 천 원 넣고 800원 짜리 음료수 사고 잔돈을 못 받아서 그나마 나았지만, 한 가족의 경우는 3000원 넣고 2400원 어치 음료수 사고는, 600원 잔돈을 못 받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니 목 마를 것을 대비해서 물을 챙겨 가든지, 미리 동전을 챙겨 가든지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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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빈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