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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관을 피하는 방법? - 관세청 인천공항세관 탐방
    취재파일 2011. 6. 1. 14:53

    올해(2011년) 개항 10주년을 맞이한 인천국제공항은, 세계인들이 인정한 명실공히 세계최고의 공항이다. 이 사실은 전혀 과장된 것도 아니고, 부풀린 것도 아니다. 해외여행을 좀 했다는 사람들이라면 다들 인정할 정도니까.

    그런데 공항이라는 시설의 특성상, 공항 시설 관계자들만 잘 한다고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짧다면 짧지만, 길다면 길게 느낄 수도 있는 그 시간 동안, 인천국제공항의 명성을 드높이는 데 큰 몫을 한 조직은 단연 인천공항세관이다.

    제아무리 깨끗하고, 쾌적하고, 편의시설 잘 갖춰진 공항이라 하더라도, 출입국 하는데 몇 시간씩 줄 서서 기다려야 한다면 좋은 공항으로 인정받지 못 할 테다. 그렇다고 대충대충 설렁설렁 검사해서 각종 테러나 문제들이 발생하고 유입된다면, 그 또한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인천공항세관이 그렇게 신속하면서도 정확하게 일 처리를 해야 한다는 것은 아마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대충은 잘 알 테다. 하지만 세관이라는 곳이 좁고 답답한 기내에서 시간을 보낸 피곤한 여행자들을 상대로 일을 하다 보니, 이런저런 문제들이 다소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피곤한 몸 이끌고 귀국해서 빨리 가서 쉬고 싶은데 세관에서 짐 검사를 하자고 하면, 없던 짜증도 확 일어나면서 ‘왜 나만 갖고 그러느냐’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치솟을 때도 있다.

    세관에서도 그걸 잘 안다. 하지만 그걸 감수하고도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그들의 사정이 있다.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자.



    ▲ 해외여행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인천국제공항은 세계 어디에 내 놓아도 뒤지지 않는 우수한 공항이다.



    ▲ 정재열 인천공항관세청장. 인천공항관세청의 개요와 설명, 그리고 자랑을 했지만, 가장 강조한 것은 우리 국민들의 세관에 대한 이해도가 조금 더 높아졌으면 싶다는 당부였다.



    ▲ 인천공항세관 김규진 홍보담당관실 과장의 브리핑. 다양한 사례들과 함께 세관에서 겪는 여러가지 일들을 설명해 주었다.




    인천공항세관에서 휴대품 검사를 해야만 하는 이유


    인천공항세관 홍보담당관실 김규진 과장의 말에 따르면, 몇 주 전에 세관에서 마약을 적발해 냈다고 한다. 여행자가 휴대품 속에 몰래 숨겨 들어오는 것을 적발한 것인데, 무려 3.2 킬로그램(Kg)이나 됐다고. 이 정도 마약이면 약 110억 원어치의 가치를 가지고, 약 10만여 명이 투여할 수 있는 양이라 한다.

    최근 들어 마약 밀수입이 대형화 되고 있는 추세라서, 수요가 많아진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특별히 단속에 신경을 쓰고 있다 한다. 여행자 휴대품뿐만 아니라 화물 또한 이 단속을 피해갈 수 없는데, 현재 히로뽕 같은 경우는 전체 검거 수량의 60~70%를 세관 직원이 찾아낸다고 한다.



    물론 세관에서 적발하는 품목은 마약에 국한되지 않는다. 성분미상 의약품이나, 총포, 도검류 등의 무기들, 허가되지 않은 농축산물이나 대량의 외화 밀반입, 면세범위를 넘는 물품들 등 단속하는 품목이 워낙 다양해서 일일이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이런 물품들을 단속하는 이유는 곰곰이 생각해 보면 다들 이해가 갈 만 한 이유들이다. 한마디로 묶어서 말하자면, 단속하는 품목들은 모두 국내에 반입 되었을 때 문제가 될 소지가 다분한 것들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해가 갈 테다. 우리나라 뒷골목에서 마약이 마구 거래되고, 총기가 난무하기를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까. 또한 정상적으로 세금 내고 장사하는 국내 상인들이 모조리 망하기를 바라는 사람도 없을 테고, 우리 땅의 생태계를 교란시킬 수 있는 동식물들이 마구잡이로 들어오길 바라는 사람도 없을 테니까.

    그런데 그렇게 머리로는 이해가 돼도, 사실 검색을 당하면 기분이 나쁘긴 나쁘다. 다른 사람들은 다 그냥 지나가는데, 왜 하필 나만 잡고 검사를 하겠다는 걸까? 내가 무슨 나쁜 짓을 해서 전과가 있는 것도 아니고, 예전에 세관에 뭔가 걸린 게 있는 것도 아니며, 짐도 그리 크지 않은데 말이다. 다만 오랜 여행 끝에 옷이 좀 꾀죄죄하고, 피곤한 여정 끝에 표정이 좀 굳어 있다는 것뿐인데, 혹시 그런 겉모습만 보고 사람을 무시해서 그러는 걸까?




    ▲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안쪽에서 만난 세관 직원. 세관 검사를 불쾌해 하는 국민들이 많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 출국장 검색대에서 개인소지 물품들을 엑스레이로 검사하는 모습. 별 문제 없으면 아주 빨리 통과하는 검사일 뿐이다.



    ▲ 출국장 모습. 오래 있지는 않았지만, 서양인들은 자진신고를 해서 스스로 검사를 받으러 오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진검사를 하는 모습을 전혀 볼 수 없었다.




    세관에서 검사를 당하는 게 오히려 당연한 일


    세관이 원래 원칙대로 하자면, 출입국 하는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줄 세워놓고 검사 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면 출입국 하는 데 몇 시간씩 줄 서서 기다려야 할 것이 뻔하다. 그러면 오히려 수많은 선량한 시민들이 피해를 보는 꼴이 된다.

    그래서 선진국일수록 세관은 타켓팅 방법을 이용해서, 검사 비율은 낮추되 적발율은 높이도록 애쓰고 있다 한다. 우리나라 관세청의 인천공항세관 역시 그런 식으로 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러니 일단 검사를 당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고, 검사를 당하지 않는 것이 예외적인 것이라고 인식해야 한다.



    여행자 물품은 일단 엑스레이 검사를 거치면서 이상이 있다 싶으면 전자 씰(seal)을 붙인다. 가방에 잠금장치가 되는 표식물을 붙이는 방법인데, 이 표시가 가방이 붙게 되면 무조건 다 검사를 해야만 한다.

    일반적으로 별 문제 없는 여행객이라면 이런 표식물은 부착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후에도 짐을 끌고 나올 때 수상한 행동을 한다든가, 손가방에 뭔가를 옮겨 담는다든가, 수색견을 보고 도망 간다든가 하는 행위를 하면 검사를 한다.

    그리고 이번 비행편에 요주의 인물이 탑승했거나, 제보가 있거나, 정보분석 등을 통해 문제의 소지가 있다 싶으면 검색을 강화한다고 한다. 그러면 검색을 당할 확률이 높아진다. 그 모든 문제를 건너뛰더라도, 간혹 있을 지도 모르는 상황을 대비해서 무작위로 선정해서 검사를 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검사를 당한다고 해서 기분 나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사실 내 경우는 해외여행 시 5 킬로그램 남짓한 배낭 하나 달랑 메고 가는데, 그래서 탑승객들 중 가장 먼저 출구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 경우 세관 쪽 직원이 엑스레이 검사기에 가방을 한 번 넣고 가라고 할 때가 종종 있다. 어차피 가방이 지저분한 것 말고는 별 문제 될 것이 없으니 그냥 하라는 데로 하는데, 그렇게 해도 인천국제공항은 비행기에서 내려서 출구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다른 나라 공항들보다는 훨씬 짧은 편이다.

    게다가 요즘 우리나라 세관은 그리 강압적이거나 고압적이지도 않다. 그러니 규정대로 일 하는 사람들에게 괜히 짜증내지 말고, 그냥 시키는 데로 하자. 여행을 시작할 때도 그렇지만, 끝 날 때도 화 내 봤자 나만 손해다.



    ▲ 문제가 있는 개인 소지품을 손으로 일일이 검사하는 모습. 노란 박스가 바로 씰(seal)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비행기에서 내린 화물들은 일단 엑스레이 검사를 통한 후에야 개개인이 찾아갈 수 있도록 밖으로 나온다. 이때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 가방에는 씰이 부착되어 나오는데, 억지로 떼려고 하면 요란한 경보음이 발생하기 때문에 함부로 뗄 수 없다. 이번 경우에는 중국에서는 별 문제 없는 약품이지만, 한국에서는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분류되어 반입할 수 없는 약품이 발각됐다.



    ▲ 문제의 소지가 있는 가방을 손으로 검사하는 모습.



    ▲ 중국에서는 별 문제 없이 판매되지만, 국내에서는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분류되어 있어서 반입할 수 없는 의약품. 정말 이 약품이 필요한 사람도 있긴 있지만, 사사로이 그렇게 봐 주면 보안이 뚫리게 된다. 조사해 보면, 이렇게 몰래 개개인이 들여온 물품들이 결국엔 한 군데로 모여서 판매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세관을 피하는 노하우?


    세관 홍보실과 일선 직원들이 말 하기를, 인터넷에 세관 피하는 방법 같은 글들이 올라오는데 그런 것 따라 해 봤자 별 소용 없다고 한다. 예를 들어 이런 것들이 있다.


    여행객들에게 부탁: 문제 될 소지가 있는 것들은 조사를 받게 되고, 문제가 되면 누가 시켰는지도 밝혀지게 된다. 이런 것은 부탁을 해서도 안 되지만, 부탁을 받아서도 안 된다. 행여 모르는 사람에게 부탁을 받았는데, 그게 마약이라면 정말 복잡한 문제에 휘말리게 되기 때문이다. 남에게 물건을 부탁하지도 말고, 부탁을 들어 주지도 말자.


    선물 받은 거라고 말 한다: 선물을 받았건 길에서 주웠건, 외국에서 가지고 들어오는 물건은 무조건 관세를 붙이게 돼 있다. 물론 면세범위 400달러 한도 내의 물건이라면 상관 없지만, 그 범위를 초과하는 물건이라면 절대 그냥 통과할 수 없다. 다시 말 하지만, 내 돈 주고 산 것 아니더라도 관세는 붙는다.


    썼던 거라고 우긴다: 진짜로 자기가 사용하는 물건이라면 어떻게든 흔적이 남고, 표시가 나게 돼 있다. 멀쩡한 새 물건을 가지고 썼던 거라 우겨봤자 소용 없다는 것. 세관 일 하는 사람들이 하루 이틀 그 일 하는 것도 아니고, 척 보면 아는데 우겨봤자다.


    세관에서 일 하다 보면 동정이 가는 경우도 있다 한다. 진짜로 선물로 받은 물건인데 금액이 꽤 되는 물건이라 관세를 많이 물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그런 사사로운 부분까지 따지면 일이 너무 복잡해진다. 제삼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처리할 수 밖에 없는 일이다. 이런 경우 관세를 물고 통과하거나, 물건을 포기하거나 할 수 밖에 없다.




    즐거운 여행을 위해 알아두어야 할 것들


    정재열 인천공항관세청장은 관세청이 국가 예산의 상당부분을 담당하는 기관이고, 또 국민건강보호와 환경보호, 그리고 사회안전을 책임지는 기관임을 국민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리고 세관 직원들이 3교대를 하며 전 세계 먼지를 다 들이마시고 힘들게 일 한다며, 이런 고충까지는 몰라 주더라도 최소한 얼굴 붉히는 일 없도록 좀 이해해 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거듭 강조하며 알려달라고 당부하고 또 당부한 것이 있는데, 바로 화폐 반출입과 면세범위 등이다.


    1만 달러 초과 화폐 신고: 1만 달러를 초과하는 외화, 원화, 여행자 수표 등은 출입국 시 꼭 신고를 해야 한다. 특히 출국 시에는 신고만 하면 별 문제 없이 나갈 수 있다. 신고하지 않았다가 적발되면 벌금을 물어야 한다.


    면세범위는 400달러까지: 국내로 입국할 때, 가지고 들어오는 물건들의 면세범위는 미화 400달러 까지다. 출국할 때 면세점에서 3,000 달러까지 물품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그걸 그대로 들고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한다. 하지만 그걸 그대로 들고 들어오더라도, 400달러를 초과하는 부분은 관세를 물어야만 한다. 면세점에서 산 물건들은 세금을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특히 혼동하지 말아 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고가물품 자진신고: 오랜만에 여행 간다고 비싼 카메라나 노트북을 새로 사서 출국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그걸 가지고 들어올 때, 너무 새것이다 보니 외국에서 사 들고 들어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수도 있다. 이런 때는 출국할 때 간단하게 신고만 하면 된다. 그러면 카메라 시리얼 넘버 등을 기록해서, 다시 가지고 들어올 때도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신고는 엑스레이 통과하기 전에 문의하면 안내 받을 수 있는데, 신고하는 데 몇 분 걸리지도 않는다 한다.



    ▲ 지정검사는 문제의 소지가 있거나, 문제가 있을 수도 있거나, 혹은 임의로 선정된 사람들이 검사를 받는다. 대개 어떤 문제가 발견되곤 하지만, 꼭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 사람들만 검사를 받는 것은 아니다.



    ▲ 수많은 항공편들 속에는 또 수 많은 물품들이 실려 온다. 세관 직원들은 거의 잠시도 쉴 틈 없이 이 공간에서 계속 일 한다.



    ▲ 세관까지 통과하고 마침내 입국장을 나온 사람들 모습. 마지막까지 즐거운 여행의 여운을 간직하기 위해 되도록이면 화 내지 말고 잘 대처하도록 하자. 마음 편하려면, 의심되는 물건은 애초에 안 가져오면 그만이다.




    세관은 우리의 지킴이


    인천공항세관 취재를 위해 공항 내부로 들어갈 때, 세관 직원들조차 가진 물건들을 모조리 내놓고, 신원파악을 하고 검색대를 통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과정은 관세청장이 아니라 대통령이 와도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 한다 (물론 대통령은 조금 간소화 해 줄 수는 있겠지만, 그 외에는 일절 예외가 없다).

    관세청 직원들마저도 해외여행 후 입국할 때 검색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니, 공항에서 검색당하는 일이 그리 특이한 경우도 아니고, 그리 기분 나빠할 일도 아니다. 다만 정말 문제가 되는 사람들이야 들켰으니까 기분 나쁘겠지만 말이다. 아무쪼록 즐거운 여행의 시작과 끝을 웃는 얼굴로 맞을 수 있도록 조금씩만 양보하자. 그들은 우리를 감시하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질서와 안전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일 하는 사람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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