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일부터 코엑스 3층에서 '한국국제관광전'이 열리고 있다. 국내 각 지역 지자체들과 함께 해외 60여 개 국가들이 참여해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는 행사다. 한 마디로 '우리 쪽으로 관광 하러 오세요'라고 알리기 위한 홍보 한마당이라고 보면 된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더 잘 먹는다고, 이런데 관심 가질 사람들은 여행을 좀 다녀 본 사람들 일테다. 그런 사람들의 눈에 띄어, 호기심을 자극하고, 관광객으로 유치하는 데까지 이어지게 하려면, 단순히 홍보부스 덜렁 차려 놓고 기다리면 별 효과 없을 거라는 건 예상할 수 있다. 그래서 각국 홍보 부스들은 다양한 이벤트와 볼거리들을 준비하고 있다.

사실 나는 별 기대 없이 한 번 둘러나 봐야지 하고 갔다가 장장 세 시간 동안 이 안에서 노닥거리고 말았다. 그나마도 행사가 끝 날 시간이 됐기 때문에 나왔지, 그렇지 않았으면 더 오래 머물렀을 것이 틀림없다. 그만큼 이 행사에서는 소소하게 볼 게 많았다.




일단 입구를 들어서니 대만 부스에서 인형극을 막 끝낸 참이었다. 그리고 한 여자가 나와서 '뽀삐뽀삐' 노래에 맞춰 춤을 췄는데, 뒤에서는 똑같은 옷을 입은 인형이 여자와 똑같이 춤을 췄다. 싱크로율 99%. 인형을 어떻게 저렇게 조작할 수 있나 하는 감탄. 이런 사소한 것들을 알게 되는 것도 이런 행사에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 중 하나다.

(추가: 행사 진행자는 '뽀삐뽀삐' 노래가 대만이 원조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만의 그 노래는 한국의 걸그룹 티아라의 뽀삐뽀삐 번안곡이다. 진행자도 실수를 한 것이겠지만, 뒤늦게 이런 정보가 잘못 된 거라는 걸 알게되면 듣는 입장에서도 참 난감하다. 어쨌든 이 행사 때문에 더 많은 걸 배우게 됐다.)







대만 부스의 공연이 끝나고 잠시 그 근처 부스들을 둘러봤는데, 각 부스들마다 전략이나 홍보 방식이 많이 틀렸다. 대만을 비롯해서 몇몇 나라들은 자기들 부스 앞마당을 공연장으로 적극 활용하는 방법을 택했지만, 인도나 마카오 등 많은 다른 부스들은 조용함을 택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은 것은 아닌데, 행사장 맨 안쪽에 마련된 공연무대에 제각기 공연을 하나씩 준비해 내보내고는 있었다.

하지만 멀찌감치 뚝 떨어진 공연무대에서 공연을 보여줘 봤자, 크게 색깔이 있는 것 아니고서야 어떤 공연이 어느 나라인지 분간하기는 참 힘든 일. 행사장 내부가 다소 복잡해 지겠지만, 자기 부스 앞마당에서 공연을 하는 것이 여러모로 사람들 이목 끌기에는 더 좋지 않나 싶었다. 그래야 아, 이 나라에서 이런 공연을 하는구나 하고 머리에 쏙쏙 들어갈 테니까.

어쨌든 대부분의 나라들 부스는 거의 텅 빈 부스들을 사람들이 지키고 있었는데, 팜플렛 나눠주고 무슨 상담같은 것 하는 것이 대강의 분위기였다. '종이 조각 따윈 필요 없어!'라는 귀차니즘과, '여행 가는 데 무슨 상담이 필요해!'라는 쿨(?)함을 지닌 나같은 사람에게는 전혀 쓸 데 없는 서비스.




우리나라 지자체들이 모여있는 코너는 상황이 좀 심각해 보였다. 여기는 별다른 이벤트도 공연도 없이, 그냥 부스들만 우르르 들어서 있는 게 전부였기 때문이다. 다들 나름 자신들만의 뭔가를 알리고자 나왔을 텐데, 참 너무 근엄하고 말이 없다. 부스걸만 예쁘면 뭐 하냐, 부스걸 사진만 찍고 가버리는데.




부산! 야동(야구동영상)만 틀어 놓지 말고, 제발 뭐 좀 하란 말이다! 부스걸만 예쁘면 뭐 하냐고! 부산도 할 거 많잖아, 예를들면... 예를들면... 몰라! 뭔가 많을거야.




제주를 보시라. 내가 볼 땐 딱히 별 것 아닌 이벤트를 하는데도 일단 사람들 모으는 데는 성공했지 않나. 일단 사람을 끌어 모아야 뭔 관심이 가든지 하지, 관심 있는 사람들만 와서 홍보책자 받고, 상담 하세요 해 놓으면 떠 먹여 주는 거 좋아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스스로 찾아 가리라고 믿는 건가.




아아, 대구도 나름 나왔다. 도우미들 써서 육상 종목 예쁘게 보여주는 퍼포먼스라도 좀 했으면 이목을 끌 텐데.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여수 엑스포. 여기도 거의 관계자 두어명이 부스에 파리 잡고 있는 형태. 사실 여수 엑스포가 말이 많지만, 그래도 이왕 돈 들여 하는 거니 잘 좀 됐으면 하는 생각이긴 한데, 우리나라 엑스포라는 것이 그냥 단 한 번 이벤트로만 생각하니 그렇게 성공해봤자 무슨 소용인가 싶다.

여수 엑스포는 2012년 행사 자체를 홍보하는 것보다, 그 이후에 어떻게 유지하고 이끌어가며 더욱 관심 받을 수 있을지 그 계획부터 설득력 있게 내 놓는게 우선이 아닐까 싶다.

어쨌든 국내부스는 종이 조각 몇 장 얻는 것 말고는 딱히 할 것도 없고, 부스걸 보는 것 말고는 딱히 볼 것도 없어서, 한 번 휘 둘러보고 그 구역을 벗어나버렸다. 국내 지자체 부스 구역은 좀 암울한 분위기가 휘감고 있어서, 세 시간 있으면서 딱 십 분 돌아본 것 말고는 다시 발걸음을 하지 않았을 정도다. 게다가...

코엑스 밖에서 물 마시며 잠시 쉬고 있는데, 양복 차려 입은 중장년 남자들 네댓이 나와서 내 주변에 앉는 거라. 꼭 다른 데 자리 텅텅 비어 있는데 사람 옆에 앉으려는 습성 정말 이해 안 되는데, 어쨌든 말 하는 거 들어보니 그 사람들은 국내 지자체 어떤 부스 관계자들이었다. 어디랑 관련 있는지도 알지만, 밝히지는 않겠다.

그런데 이 사람들, 신회장인지 뭣인지 씹는 거는 그냥 넘어갈 수 있는데, 왜 조용히 쉬고 있는 사람 주위에 몰려 앉아서는 담뱃재 털고 시끄럽게 굴고, 그것도 모자라 담배꽁초를 그냥 바닥에 다들 버리고 휙하니 가버리는 건지. 이러면 그 지차제 이미지가 뭐가 되겠나, 아 저기는 저런 사람들만 있나보다 하게 되지. 제발 좀 부스 관계자들은 밖에서도 언행 조심해 주었으면 싶다.







행사장 맨 안쪽에 마련된 공연무대에서는 거의 하루종일 각종 행사들이 펼쳐진다. 의자도 꽤 많이 마련돼 있어서, 여기서만 죽치고 앉아 있어도 한나절은 즐겁게 보낼 수 있다. 물론 주말에 가면 앉을 의자 없겠지만, 그럴 땐 받아온 지도나 팜플렛을 깔고 앉으면 된다. 종이 조각은 그렇게 쓰라고 나눠 주는 것 아니겠나.

이 사진에 나온 공연은 어느 나라에서 한 건지 설명을 못 들어서 잘 모르겠다. 이 무대에서는 워낙 여러 나라들이 공연을 하기 때문에, 딱 눈에 띄지 않는 이상은 어느 나라가 나왔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관람자 입장에서는 그게 별 상관 없는 문제다, 그냥 재밌는 공연 보기만 하면 되니까. 그런데 홍보 하는 입장에서는 큰 문제다, 자기 나라를 알려야 하는데 다른 나라와 헷깔리면 그게 무슨 소용인가. 홍보하는 사람들이 생각해 볼 문제다.




아랍 나라들은 한 쪽 코너에 조그만 부스들이 차곡차곡 모여 있다. 부스들 규모가 다들 작아서 그냥 한 번 휘 둘러보면 끝나는데, 올해는 이 행사가 '아랍 문화 관광 특별전'을 함께 겸하고 있는데도 이정도란다. 코엑스 1층 로비에서는 오만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하니, 거기도 가 볼 사람은 가보자.




안타깝게도 올해 행사장에는 리비아와 시리아가 없었다. 그 나라들 부스가 있었다면 방문해서 대화를 좀 나눠 봤을 텐데. 이라크 부스가 눈에 띄길래 가서 '요즘 이라크는 괜찮나?' 물었더니, 'so so'란다. 좋을 때는 좋고, 나쁠 때는 나쁘고. 그러면서 이 부스는 한국인 관광객을 위한 부스가 아니라, 이라크 관련 비즈니스 상담 부스란다. 아직 이라크 관광은 무리인가 보다.




아랍문화축전 코너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곳은 헤나체험. 여자들이 바글바글 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헤나가 징그러우니까 패스.







한 쪽 구석에 뜬금없이 커다란 버스 하나 대 놓고 있던 니콘. 워낙 구석에 있는데다, 딱히 볼거리도 없어서 사람들이 별로 없었지만... 나도 니콘 카메라 하나만 줘!






괌 부스는 정말 흥겨웠다. 전통춤인지 퓨전 댄스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일단 흥겨우니 사람들이 몰렸다. 사실 딱히 화려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조촐해도 흥겹게만 해 주면 관심 끌 수 있다는 진리를 보여줬다.

게다가 댄스팀들의 열정도 남달랐는데, 막 자기네들 춤을 보여 주다가 기회 될 때마다 관객들을 안으로 끌어들였다. 수줍은(?) 한국인들은 판 펴 주면 우물쭈물 부끄러워하고. 그러다가 괌 댄스팀 한 여인이 관객들 중 한 남자를 안으로 끌어들여 같이 춤 추게 만들었는데, 갑자기 와락(!) 안는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당황한 남자는 귀까지 뻘개져서 이내 밖으로 나가버리고.

아아 훌륭해, 이 정도면 괌이라는 나라를 확실히 각인시켜 줄 수 있겠어. 이정도면 기억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잖아? 괌 가면 더욱 흥겹겠지라는 환상도 가득 심어줄 수 있고. 홍보에 성공한 열정적인 괌 여인에게 박수를!







영국 왕실에서 신혼여행지로 택했다는 것을 전면에 내세운 세이셜 부스. 신혼여행지는 원래 좀 한적해야 하므로 부스도 세이셸의 분위기를 아주 잘 표현해주고 있었다(?).




베트남 항공 공연은 내 나름대로 뽑은 이번 행사의 하이라이트였다. 전통악기이긴 하지만 퓨전 음악을 연주해서 좀 더 공감대를 이끌어 내려 했는데, 무심하게도 사람들은 악기 연주 때는 딴데로 흩어졌다가 춤 공연 때만 바글바글 몰려들었다. 아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라고, 악기 연주자는 얼마나 슬프겠냐.










베트남 항공도 자신의 앞마당을 공연장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이런 공연이 큰 공연무대에서 펼쳐졌다면, 사람들은 이게 중국인지, 캄보디아인지, 안드로메다인지 모르고 그냥 '아 화려하다'하고 볼 테다. 이렇게 부스 앞에서 하니깐 나도 베트남 항공 한 번 타보고 싶네 라는 생각이 들 정도.

하지만 이상하게도 베트남 정부가 아니라 베트남 항공 타이틀을 걸고 있었으므로, 베트남 항공만 이용해서 태국 가야지. 기내에서 저런 공연 보여주면 완전 대박일텐데.




아까 춤 공연 할 때는 수십명이 바글바글 모여들어 자리다툼을 벌일 정도였다. 특히 앞자리는 찌질한 찍사들이 서로 싸우며 얼굴 붉힐 정도. 하지만 이내 악기 연주가 시작되니 다들 흩어지고, 남은 사람은 열 명도 안 됐다.




그러다가 또 아리따운 여인들이 나와서 춤 추면 어디선가 몰려들어 사람들이 바글바글. 좀 너무한다 싶을 정도. 어쨌든 이날 베트남 국화가 연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음. 집에서 심심한 아빠들 나가보시면 좀 좋을 듯, 아빠는 미녀 보고 아이는 교육 되고. 나름 일석이조.




바로 옆 태국 부스에서는 모델들이 포즈 잡아주는 행사 진행중. 처음엔 이렇게 모델들끼리 포즈를 잡아주다가, 방문자들을 불러들여서 함께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부스 주변으로 엄청난 줄이 늘어서게 됐다는 전설. 딱 미녀 두 명 불러서 엄청난 호응을 불러 일으켰던 날로먹는(?) 이벤트. 사실 태국이야 딱히 홍보 안 해도 갈 사람은 가는데, 미녀까지 불러주니 고마울 뿐(?). 




타이완 부스 앞에선 또 다른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는데, 짧게짧게 잘라서 다양한 것들을 보여 줬다.




얘는 일본 닛코의 가와지 기누가와 홍보부스에서 열심히 전단지 나눠주던 사람인데, 내가 사진 찍으려 하자 갑자기 칼을 들이대네(!). 닛코 쪽에 '에도 원더랜드'를 홍보하려고 이 더운데 저 닌자 복장을 하고 열심히 지나는 사람들마다 전단지를 돌리는 열정을 보여주고 있더라. 이날 코엑스는 절전 때문인지 실내가 무척 더웠는데.

여기서 한가지 에피소드. 행사장 입구에서 들어가지 전에 프로그램 적혀 있는 인쇄물을 하나 달라고 했다. 주위가 워낙 소란스러워 잘 안 들렸는지, 안내하던 여자가 '스미마셍, 츠키나캇타데스(못 들었어요)'라고 말 해줬음. 젝일.




다시 행사장 안쪽의 공연무대. 언제 가도 흥미로운 공연들이 펼쳐지고 있었다. 어느 나란지는 모르겠지만.




인도에서 준비한 공연(?). 요가하는 사람 네 명이 나와서 요가 동작들을 쭉 보여줬다. 신기하긴 했지만...




오키나와 전통 공연이라 해서 좀 기대했고, 사회자가 '흥겨우면 같이 춤 추셔도 좋습니다'해서 더욱 기대했는데, 대체 이 느린 박자로 어떻게 춤을 출 수 있다는 거냐! 영화 같은 데서 몇 번 봤던 거긴 한데, 실제로 보니 더욱 느렸다. 그래도 라이브로 공짜로 이런 공연 볼 수 있었다는 건 참 기쁜 일.

이 공연이 펼쳐지기 전에 공연무대 아래 관객석에서는 번호표를 나눠줬다. 경품이벤트를 하기 위한 추첨용 번호표였는데, 문제는 진행을 이상하게 하는 바람에 문제가 있었다. 한 사람이 번호표를 다섯 개나 가져가기도 한 반면, 못 받은 사람도 있었던 것. 어차피 걸리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나오면 그만이지만, 그래도 기분이 나쁘긴 나쁘다.




저녁 다섯시 반 정도 되니까 부스들은 다들 마감하고 퇴근하는 분위기였다. 그 와중에 마카오 부스 뒷편에서 마카오도 아니고, 베네치아 호텔이 단독으로 이벤트를 하고 있었다. 과연 규모 큰 호텔답다. 베네치아(베네시아라고 발음 하던데) 호텔은 객실이 무려... 3천 개인가 3만 개인가 3천만 개인가 있다고 한다. 이런건 별로 와닿지 않잖아.

어쨌든 별 기대 없이 갔던 행사 치고는 즐겁게 잘 놀아서 전체적으론 만족스러웠다. 주말에 딱히 어디 나가기도 귀찮고, 계획 세우기도 짜증난다면, 이번 주말엔 코엑스 '한국국제관광전'을 한 번 찾아가보자. 많은 나라들이 준비한 다양한 공연들이 하루종일 펼쳐지니 행사장 안에서만 뱅뱅 돌며 놀면 되니까, 정말 편하다. 게다가 각종 공연들이 맛보기 형태로 짤막하게 펼쳐지니, 짧게짧게 끊어서 다양하게 볼 수 있으니 더욱 좋다. 



* 한국국제관광전

2011.6.2 ~ 6.5(일) 까지
삼성동 코엑스 3층
현장등록 시 입장료 있음. 홈페이지에서 등록하면 무료. 
http://www.kotfa.co.kr/

Posted by 빈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