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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소한 재미와 독특한 분위기 - 인천 중국의 날 문화축제, 인천 차이나타운
    국내여행/경기도 2011. 6. 1. 14:16

    인천 차이나타운에서는 해마다 축제가 열린다. '인천 - 중국의 날 문화축제'라는 이름으로 열리는 이 축제는, 한중 수교 10주년을 맞이한 2002년부터 열리기 시작했다.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이런 축제가 열리는 것은 당연하다 싶을 정도로 딱 어울리는 일이다.

    우리나라가 개항을 시작하면서 공식적으로 맨 처음으로 중국인들을 거주할 수 있도록 허가한 곳이 지금의 인천 차이나타운이다. 게다가 자장면의 발상지로도 유명하고 지금도 화교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라, 인천 차이나타운은 한중수교를 기념하며 축제를 할 이유가 충분한 곳이다.

    원래 이 축제는 10월 초에 열렸다고 하는데, 올해(2011년)는 4월 말에 열렸다. 행사 때마다 조금씩 다른 프로그램을 준비하며 차츰차츰 자리를 잡아 가고 있는 이 축제에서 차이나타운은 어떤 모습으로 단장하고 손님들을 맞이하는지 가 보았다.



    인천 중국의 날 문화축제, 인천 차이나타운



    인천 중국의 날 문화축제, 인천 차이나타운



    축제라면 한 일주일, 혹은 5일 정도 잡고 여러가지 이벤트들로 풍성하게 장식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인천 차이나타운의 '제10회 인천 중국의 날 문화축제'는 주말을 이용해 딱 이틀동안 열렸다.

    어쩌면 평일날 축제를 열어서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는다면 괜히 힘만 낭비하는 셈이기도 하다. 차라리 주말 이틀동안 집중해서 타운을 하얗게 불태우는 것도 좋은 방법일 테다. 그래도 사람 붐비는 것 싫어하는 백수들을 위해 금요일이라도 좀 포함해서 사흘간 축제를 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었다.

    어쨌든 푸념을 접고 일단 '인천아트플랫폼' 건물 쪽으로 갔다. 축제기간 중에는 인천 전철역 바로 앞에 천막을 쳐 놓고 축제 안내와 함께 소책자 등을 나누어 주어서, 정보를 얻는 데는 아무 문제 없었다.

    축제 소개용 팜플렛을 들고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이미 사람들이 와글와글 모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야외 책상에 놓여진 필기구들로 그림을 그려서 가져가면, 그것을 뱃지를 만들어 주는 행사가 있었다. 나름 축제 기념품으로 간직하기에 꽤 좋은 아이템이었고, 특히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었다.




    그 옆쪽으로 감히 접근할 엄두조차 낼 수 없을 만큼 긴 줄이 늘어서 있는 게 보였다. 사실 공짜로 자장면을 먹을 수 있다기에 이 행사장을 찾아온 건데, 너무 긴 줄을 보고는 그만 생각을 접고 말았다. 중간 쯤 서 있던 사람에게 물어보니, 줄 서서 기다린지 거의 삼십 분이 다 돼 간다 했다. 그정도면 깨끗하게 포기. 그래도 어떤 자장면을 어떻게 나눠주나 보기나 하자 싶어 맨 앞쪽으로 가봤다.

    자장면 시식행사에 어디서 많이 봤던 사람들이 와 있었다. 처음에 멀찌감치 봤을 때는 중국을 주제로 한 행사에 웬 서양인들이 와 있나 했는데, 가까이 가 봤더니 '미녀들의 수다'라는 TV 프로그램으로 유명해진 크리스티나비앙카였다. 아아, 줄을 설 걸 그랬어. 미녀들이 주는 자장면이라면 자장을 뿌리지 않았더라도 맛있었을 텐데.


    인천 중국의 날 문화축제, 인천 차이나타운





    '인천아트플랫폼'은 차이나타운에 있는 복합예술공간이다. 예술가들의 작업공간이 있고, 시민들의 문화 활동을 지원하기도 하는 공간이라 한다. 그런 공간이라 그런지 이쪽 건물 한 켠에서는 미술품 경매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수많은 경매품들 중 사람들의 눈길을 끈 것은 주로 원빈이 입었던 옷이었지만, 안쪽에 전시된 미술품들을 보려고 발길을 옮기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최근 여러 지방자치단체들이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앞다투어 내놓는 것을 보면, 이제 정말 예술 문화 컨텐츠 확보 경쟁에 불이 붙었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그저 공간을 빌려주고 임대료를 받는 정도의 소극적인 형태라면 과연 어떤 부가수익이 창출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함께 생긴다. 뭔가 다른 곳과는 다른 색다른 기획이 필요하지 않을까. 예를들어 인천 차이나타운이라면 중국인 예술가들의 상설 전시회를 연다든지, 중국 쪽과 예술 쪽으로 교류하는 프로그램을 많이 마련 한다든지 하는 것 말이다.


    인천 중국의 날 문화축제, 인천 차이나타운



    인천 중국의 날 문화축제, 인천 차이나타운


    맑다 못해 더위가 느껴지는 오월의 햇살을 맞으며 '청일 조계지 경계계단'을 올라갔다. 흔히 인천 차이나타운이라고 하면 중국인들만 살았다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곳에 먼저 들어와 살던 사람들은 일본인들이다. 청나라 사람들은 일본인들보다 조금 늦게 들어와 살기 시작했는데, 그 때 일본인 구역과 중국인 구역을 나누었던 것이 바로 이 계단이다.

    계단 양 옆쪽에 놓여진 석등을 보면 모양이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한쪽은 중국식, 한쪽은 일본식으로 만들어진 석등이다. 이것으로 이쪽은 중국인들이, 저쪽은 일본인들이 활동하던 구역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계단이 끝나는 꼭대기 쪽엔 공자상이 서 있는데, 중국 쪽에서 우호의 의미로 만들어 보내 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공자상도 계단 중간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중국 쪽 영역에 서 있다.

    계단 꼭대기에 이르면 다시 아스팔트 길이 시작되는데, 여기서도 재미있는 것은 계단을 경계로 해서 중국 쪽 영역부터는 삼국지 벽화가 시작된다. 그리고 일본쪽 영역으로는 벚꽃이 만발해 있다. 알고보면 소소한 재미가 있는 곳이다.




    인천 중국의 날 문화축제, 인천 차이나타운



    인천 중국의 날 문화축제, 인천 차이나타운



    언덕을 계속 올라가서 자유공원에 이르니 본격적인 축제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중국의상체험, 한중 전통놀이 체험 등의 각종 체험 프로그램들을 비롯해서, 도장 판매, 장신구 판매 등의 판매 부스 등이 쭉 늘어서 있었다. 판매 물품들이 거의 겹치는 게 없을 정도로 다양한 물품들이 판매되고 전시되고 있어서, 공원은 마치 큰 규모의 벼룩시장이 들어선 것처럼 보였다.

    한쪽에서는 중국인 노래자랑 대회 준비를 한다고 부산하고, 또 한쪽에서는 각종 부스들이 체험이나 판매 등을 하고 있어서 영 시장같은 분위기다. 하지만 오월의 밝고 맑은 벚꽃처럼 사람들 또한 바람에 날리며 환한 미소를 날리고 있으니, 그 속에 부대껴 짜증을 낼래야 낼 수가 없었다. 오히려 그런 모습들을 함께 웃어주며 즐기는 수 밖에.


    인천 중국의 날 문화축제, 인천 차이나타운



    인천 중국의 날 문화축제, 인천 차이나타운



    인천 중국의 날 문화축제, 인천 차이나타운



    인천 중국의 날 문화축제, 인천 차이나타운


    그런 부산스런 인파 속에서도 단연 높은 인기를 끌며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은 바로 음식 판매 부스였다. 사실 한국의 다른 축제들을 가보면, 음식 판매 부스 쪽은 별 볼 것이 없다. 어느 축제 장소를 가더라도 울릉도 호박엿이 있고, 막걸리가 있고, 파전이 있으며, 국수나 비빔밥 등의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 혹은 축제에는 으례 있으려니 싶은 음식들만 진을 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인천 차이나타운은 달랐다. 양꼬치나 전병, 공갈빵 등 중국 음식들이 주로 판매되고 있었다. 양꼬치와 함께 알딸딸하게 낮술로 걸치는 것은 이과두주나 빼갈 같은 중국 술이었다. 사람에 따라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국내 각종 행사들을 자주 가다보면 이런 사소한 부분이 크게 눈에 띈다. 일반 시민들 중에도 여가생활로 국내 축제들을 빈번히 가는 사람들이 많으니, 그들도 아마 이런 것에서 독특함을 느꼈을 테다.

    물론 서울 곳곳에 조그맣게 형성돼 있는 중국인 거리에서 마음만 먹으면 쉽게 찾아 먹을 수도 있는 음식들이기도 하지만, 이런 축제장에 와서 사람들과 함께 먹는 맛은 또 다르다. 손님들도 신기해서 즐거워하고, 일 하는 사람들도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니 흥에 겨워 더욱 신나게 일 하는 이런 모습이 정말 축제의 진수 아닐까. 차라리 이런 판매 부스들만 뚝 떼 내서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인 벼룩시장 형태로 장을 세우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싶었다.


    인천 중국의 날 문화축제, 인천 차이나타운





    자유공원 주변을 돌며 이것저것 구경하던 사이, 마침내 한쪽에 마련된 무대에서 리허설을 끝내고 본행사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행사가 진행되기 전에, 무대 위로 송영길 인천시장과 인천홍보대사인 크리스티나, 비앙카가 나와서 인사말을 했다. 이들은 거의 반나절동안 차이나타운에 머물며 이런저런 행사들에 참여해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나중에 김종길 인천관광공사 사장과 함께 인천홍보대사로 하루종일 거리를 거닐었던 두 여인을 따로 만나서 짧은 인터뷰를 했다. 크리스티나는 TV에서 듣던 것 보다 더욱 강한 억양과 큰 목소리라서 조금 놀랐고, 비앙카는 생각보다 얌전해서 더욱 놀랐다.

    아직 홍보대사로 위촉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인천에 대해 잘 모른다고 했지만, 앞으로 열심히 인천을 홍보하는 데 노력하겠다며 굵고 짧은 대담을 마쳤다. 이런 자리에서 그런 질문과 답변이 뭐가 중요한가, 다함께 커피를 마시며 월병을 먹었다는 사실이 중요하지. 특히 비양카는 좀 있으면 시간이 많이 난다며 인천에 자주 오겠다고 했으니 기대해 보자.


    인천 중국의 날 문화축제, 인천 차이나타운



    인천 중국의 날 문화축제, 인천 차이나타운



    인천 중국의 날 문화축제, 인천 차이나타운



    인천 중국의 날 문화축제, 인천 차이나타운



    자유공원을 내려와 삼국지 이야기를 그림으로 표현한, 삼국지 벽화거리를 지나갔다. 읽었든 읽지 않았든, 누구나 이름은 알고 있는 그 삼국지 이야기를, 골목을 마주보고 있는 벽 양쪽에 그림으로 그려 놓은 골목이었다. 처음부터 쭉 읽어간다면, 삼국지 이야기의 대충 개요 정도는 파악할 수 있을 만 했다.

    골목을 지나 내려오니 다시 상점들이 보인다. 이쪽도 각종 먹을거리들이 사람들의 발길을 끌고 있었다. 아무래도 먹고 사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이고,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도 있을 정도니, 축제에는 꼭 음식이 있어야 한다. 양꼬치를 하나씩 입에 물고 가는 가족이나, 월병을 사이좋게 반씩 나눠 먹으며 걸어가는 연인들 속에서, 혼자 공갈빵 하나를 우물우물 씹으며 걸어가는 내 모습도 참 보기 좋았다.


    인천 중국의 날 문화축제, 인천 차이나타운



    인천 중국의 날 문화축제, 인천 차이나타운



    선린문이라는 이름의 패루를 지나 '스카이 힐'이라 불리는 높은 계단을 내려왔다.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패루가 세 개 있는데, 각각 이름이 중화가, 선린문, 인화문이다. 그 중 선린문은 차이나타운 거리에서 자유공원 쪽으로 올라가는 계단인 스카이힐 꼭대기에 위치해 있다. 힘들게 올라온 다리를 쉴 겸 해서 뒤를 돌아보면, 멀리 인천항의 전경도 어렴풋이 볼 수 있는 곳이다.


    인천 중국의 날 문화축제, 인천 차이나타운


    다시 맨 아래까지 내려와서, 인천 아트 플랫폼 앞쪽으로 가보니 사진 전시가 열리고 있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옛날에 창고로 쓰이던 오래된 건물에서 축제기간 중에 '화교, 말을 걸다'라는 제목으로 사진전시를 하고 있었는데, 주로 인천 차이나타운의 모습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었다.

    사실 사진전 자체보다는, 전시장소로 쓰이고 있는 창고가 더욱 관심이 갔다. 그냥 깨끗한 전시실이었다면 사진이 주는 감동이 크지 못했을 테다. 그리고 그냥 텅 비어있는 창고였다면 별다른 감흥을 불러 일으키지 못했을 테다. 사진 전시와 창고가 만나서 독특한 이미지와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어서, 그 분위기에 취해 다소 오래 머물러 있었다. 사진감상보다는 창고 실내 여기저기를 촬영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나를 보며, 싱긋이 웃어주던 사진작가의 미소가 공간을 더욱 따뜻하게 만들어 주었다.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부대끼며 웃고 떠드는 것도 축제의 기쁨이지만, 이렇게 또 한편에선 조용한 공간에서 마음 가다듬고 쉬어갈 수 있는 것 또한 축제의 일부분이다. 너무 떠들석하면 쉽게 지치고, 그렇다고 너무 조용하면 실망감에 발길을 돌릴 수 있다. 적절히 두 간격 사이를 잘 조정해 준다는 의미에서 이런 공간 또한 축제장에서 꼭 필요한 공간이다.

    하루종일 시끌벅적한 축제 현장을 누비느라 멍멍한 정신을 가다듬으며, 다시 또 다른 행사들이 펼쳐질 것을 기대하며 잠시 서늘하고 어두운 공간에 머물었다.  멀리 축제의 요란한 소리들이 눈부시게 맑고 뜨거운 오월의 태양과 함께 문 밖에서 타오르고 있었지만, 이 고즈넉한 공간에서는 내려앉는 먼지 한 조각마저도 숨을 죽인 채 차분히 허공에 맴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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