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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적인 다문화 사회를 꿈꾸며 - 전국 다문화 어린이 합창대회
    취재파일 2011. 6. 13. 14:04

    단오를 맞이해 화사하게 단장한 남산한옥마을 서울남산국악당은 수많은 외국인 방문객으로 붐볐다. 한옥마을을 구경하러 왔다가 우연히 이 안쪽까지 들어와서 둘러보고 나가는 외국인들이 다수였지만, 국악당 한쪽에서 빌려준 고운 한복을 입고 기념촬영하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대만에서 왔다는 소녀들은 한복이 너무 곱다며 서로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한껏 웃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며칠동안 잠시 여행왔다는 그들의 얼굴엔 함박웃음이 떠나질 않았는데, 건물 안쪽에서 들려오는 맑은 노랫소리를 듣고는 신기하다는 듯 그쪽으로 다가갔다.

    국악당 지하 공연장으로 내려가는 입구 근처 여기저기에서는 어린이 합창단들의 막바지 점검 연습이 한창이었다. 전국 다문화 어린이 합창대회에 참가하려고 전국에서 모여든 어린이들 중에는, 새벽부터 졸린 눈을 비비며 몇 시간 버스를 타고 힘들게 올라왔다는 팀도 있었다.

    아직 여독이 풀리지 않은 듯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대회를 앞둔 그들의 눈빛은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초여름 햇살만큼 빛났다. 건물 구석 초라한 복도 옆이었지만 실제 공연처럼 열심히 땀방울 흘리며 노래하고 있는 그들 옆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다가갔다. 연습으로 합창을 하고 있는 그 팀은 절반 이상이 다문화 가정 어린이로 구성된 팀이었다. 절묘한 만남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글로벌 코리아를 외치고 국가브랜드 강화와 한류열풍을 이끌어가고 있다. 아직은 거의 세계 속의 오지로 인식되는 나라지만, 점점 더 위상을 높이고 있는 중이다. 

    우리나라가 해외에 널리 알려지고 수많은 사람들이 방문한다는 점에 반대를 표할 사람은 거의 없다. 사실 찬성을 하든 반대를 하든 한 번 열린 물고를 되돌릴 방법은 없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그 위상에 맞는 국제사회에서의 책임과 의무를 짊어져야 하고, 그에따른 여러가지 문제들 또한 떠안고 해결해 나가야 할 때가 다가왔다.

    그 문제들 중 하나가 바로 '다문화'문제이고, 이번 '전국 다문화 어린이 합창대회'의 화두가 바로 그것이었다.



    ▲ 단오를 맞이해 예쁘게 단장한 서울남산국악원.



    ▲ 대만에서 여행 와서 한복을 입고 기념촬영 하고 있는 처자들. 한복 입은 모습이 예뻐서 사진 찍겠다고 하자, 전혀 망설임 없이 맘대로 찍으라며 포즈를 취해 줬다. 이번 행사와는 관련 없는 사람들이었지만, 넓게 보면 이들도 관련이 있다.



    제2회 전국 다문화 어린이 합창대회

    ▲ 전국 다문화 어린이 합창대회 시작 전에 막바지 연습에 열을 올리고 있는 참가 팀.



    제2회 전국 다문화 어린이 합창대회

    ▲ 대회 시작 시간을 앞두고 연습 후에 휴식을 취하고 있었던 어린이들. 역시 어린이들이라 휴식도 아주 격렬했다.



    제2회 전국 다문화 어린이 합창대회





    전국 다문화 어린이 합창대회와 다문화 가정


    전국 다문화 어린이 합창대회는 팀원 중 다문화 가정 어린이가 절반 이상이 돼야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대회다. 이번 대회 무대에 오른 팀은 1차 심사를 통과한 총 16팀 350여 명이었다. 어림잡아도 그 중 절반인 125명 정도는 다문화 가정 어린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들을 위해 이런 대회를 마련한 이유가 뭘까. 이번대회 공동주최자인 문화체육관광부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의 이병훈 추진단장의 말을 들어 봤다.



    이병훈 단장은 음악은 사람을 끌어모으는 힘이 있고, 음악으로 일체감을 느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대회에 초청공연으로 노래를 불렀던 '레인보우 합창단'이 그 좋은 예다. 이 합창단은 현재 국내 유일의 다문화 어린이 합창단으로 여러 무대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는 중인데, 이 어린이들은 노래를 통해 일체감을 느끼고 관중들이 박수를 통해 자신감을 얻고 있다고 했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120만에 이르는 다문화 가정이 있는데, 이들 모두를 끌어안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다문화 가정이라는 표현 자체가 부적절하다며, 이런 표현 자체가 사라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또한 이런 합창단 활동과 행사들을 통해 다른 문화와 우리 문화가 어우러져서, 더 나아가서는 음악을 통해 아시아가 하나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래서 이번 합창대회에서 실력 있는 어린이들을 뽑아 '아시아 어린이 합창단'을 만들 계획이다. 물론 이름에 아시아가 붙었다고 해서 아시아 계 어린이만 단원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아시아 노래를 부른다는 의미에서 그런 이름을 붙였을 뿐이다.
     


    이렇게 만들어질 합창단은 곧 출범할 '아시아 전통 오케스트라'와 함께 8월 15일 광복절 기념행사에서 첫 공연을 가질 계획이라 한다. 아시아 전통 오케스트라는 2009년부터 매년 공연을 개최해 온 '한-아세안 전통 오케스트라'에 중국과 일본이 추가로 포함된 오케스트라로, 아시아 10개국(브루나이,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라오스, 말레이시아, 미얀마,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과 중국, 일본 각국 5명의 연주자, 한국 연주자 30명을 포함하여 총 90명으로 구성된다.
     
    그 공연에 이어 아시아 어린이 합창단은 8월에 열릴 예정인 월드뮤직 페스티벌에서도 공연을 해서, 음악을 통해 아시아가 하나가 되는 특별한 무대를 빛낼 계획이다.



    제2회 전국 다문화 어린이 합창대회




    제2회 전국 다문화 어린이 합창대회

    ▲ 대회는 2부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2부 시작 전 휴식시간을 즐기고 있는 어린이들.



    제2회 전국 다문화 어린이 합창대회

    ▲ 이 아이에게 한복은 한 번 체험삼아 입어보는 옷이 아니라, 평생을 함께해야 할 옷이다. 우리 모두가 그렇듯이.



    제2회 전국 다문화 어린이 합창대회

    ▲ 우리는 하나, 원더풀 코리아. 구호가 인상깊었던 전남 운남초등학교 합창단.



    제2회 전국 다문화 어린이 합창대회

    ▲ 현재 국내 유일의 다문화 어린이 함창단인 '레인보우 합창단'의 초청공연 모습. 두 명의 어린이가 앞에서 수화를 했다.



    제2회 전국 다문화 어린이 합창대회

    ▲ 레인보우 합창단


     




    ▲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 이병훈 단장과 한국 다문화 센터 김성희 사무총장.







    한국적인 다문화 사회와 아시아문화중심도시


    다문화(多文化)는 녹차를 마시는 문화가 아니라, 다양한 문화, 여러 나라의 생활 양식을 뜻하는 말이다.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는 세계화가 진행됨에 따라 다양한 문화를 서로 인정하고 교류하며 존중하자는 이념이다. 주로 이질적인 소수문화(주변문화)를 제도권 안으로 수용하자는 입장으로 표명되며, 공식적으로 상호 존중과 문화적 차이에 대한 이해와 관용을 바탕으로 한 다양성 인정을 중시한다.

    이론 자체만으로 봐서는 별 문제가 없고,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당연히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서구 여러 국가들이 다문화 정책에 실패했음을 선언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들이 꼽은 문제는 크게 세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서구 국가들이 다문화사회로 접근하며 생긴 부작용들은 취업경쟁 심화와 공공지출 부담 증가 등의 경제적 비용 문제, 다양한 인종들 사이의 문화적 갈등 문제, 그리고 빈곤과 차별 등에 따른 사회적 범죄 증가 등의 사회적 분열 문제 등이다.

    이런 문제들을 따져 보았을 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서구 국가들(특히 유럽)이 펼친 다문화주의 정책을 맹목적으로 따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끔씩 흘러나오는 다문화 문제는 상당히 뭉뚱그러져 있다. 다문화 정책을 적극 장려해야 한다는 의견들 중 일부에서는 값 싼 노동력 확보라는 측면을 숨기고 있는 경우가 있다. 또한 다문화 정책을 반대한다는 의견들 중에는 아예 외국인들 모두를 몰아내자는 의도를 숨기고 있는 경우도 있다. 그 어느 쪽도 바람직하지 않은데, 문제는 다문화라는 말이 상당히 애매하게 쓰인다는 것이다.

    세계화의 바람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운명이다. 그 속에서 다양한 인간들이 조화롭게 살아가자는 것은 참으로 당연하고 바람직한 일이다. 합법적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우리 국민과 차별 없는 대우를 해줘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서구 다문화 정책의 시작이 주로 값 싼 노동력 확보 측면에서 시작되었고, 크게 문제가 되는 것들 중 하나도 바로 그 부분이다. 물론 합법적으로 들어오는 노동자들은 상관 없지만, 무리하게 혹은 불법적으로 체류하는 사람들조차 다문화라는 이름으로 끌어안으면 서구와 똑같은 문제가 벌어지게 된다. 그러니 우리의 다문화 정책은 그런 쪽에 치중해서는 안 된다.



    참으로 어려운 문제이지만,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의 다문화 사회를 가꾸어 나가야만 한다. 완전히 성공했다고 따라할 수 있는 모델이 없기에 더더욱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여러모로 세계에 놀라움을 안겨준 나라로써, 이번에도 다소 늦게 출발하긴 했지만 잘 헤쳐 나갈 수 있으리라.

    그 문제를 풀고 한국이 아시아의 중심국가로 서기 위해 진행하고 있는 것이 바로 '아시아문화중심도시'이고, 그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 중에 선보이는 행사가 '월드 뮤직 페스티벌' 같은 것이다. 아시아의 힘을 하나로 묶어내고 전세계로 뻗어갈 수 있는 저력을 확인하기 위해, 또 아시아 어린이 합창단을 통해 한국적인 다문화주의가 어떻게 정착돼 가는지 확인하기 위해, 곧 있을 월드 뮤직 페스티벌 행사를 한 번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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