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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엑스포를 만드는 사람들 - 2012 여수세계박람회국내여행/전라도 2011. 6. 17. 13:59
여수세계박람회는 작은 중소도시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규모의 행사인 만큼, 지역사회의 준비가 중요하다. 더군다나 여수는 서울 등의 대도시권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고, 여러모로 열악한 조건에 처해 있는 만큼 준비하는 사람들 개개인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래서 이번에는 여수세계박람회를 준비하는 준비위원회와 공무원들의 이야기를 한 번 들어봤다.
박람회 준비에 발벗고 나선 여수시민들
여수 엑스포 홍보관에서 만난 여수세계박람회 여수시준비위원회 김현수 사무처장은 자신을 시민운동가, 자원활동가라고 소개했다. 시민운동을 25년째 하면서, 여수라는 지역사회를 잘 안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그는 여수세계박람회를 많은 국민들이 수많은 지방행사 중 하나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했다. 물론 이 행사를 여수에 유치하는 데는 여수 시민들의 힘이 컸다. 여수시민들의 엑스포 유치 활동은 98년부터 시작됐는데, 중간에 실패를 맛보면서 박람회에 관한 공부도 엄청나게 했다 한다. 그렇게 쌓아온 지식과 열정을 바탕으로 엄청난 열기의 시민운동이 일어나, 마침내 2010년에 엑스포 유치에 성공했다.
그렇게 공들여 유치한 행사이니만큼 여수 시민들은 이번 행사를 ‘우리 사업이다’라고 인식하고 있고, 중앙정부도 다소 여수시민들에게 끌려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국가사업인 것만은 틀림 없고, 국민들 또한 그렇게 인식해 주길 바랬다. 또한 그는 만약 이번 여수세계박람회가 실패하면, 앞으로 이런 큰 규모의 행사가 다른 중소규모 도시에서 개최되기 힘들 거라며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 주기를 부탁했다.
이 행사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여수시민들은 자원활동을 통해 청결, 질서, 친절, 봉사 등을 기치로 내건 ‘엑스포 4대 시민운동’을 펼치고 있다. 그런 활동 속에서 시민들 스스로 과제를 토론하고, 모아진 의견들은 시와 논의를 하는 형태로 행사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런 열기는 굳이 이분을 만나지 않았더라도 체감할 수 있었다. 카메라를 들고 여수 시내나 관광지 여기저기를 다니면 무얼 하고 있는지 넌지시 물어보는 사람들이 한둘씩 있었는데, 그냥 간단히 인터넷에 사진 찍어 올리려 한다고만 말 해도 부디 잘 찍어서 널리 좀 알려 달라고 웃으며 말 하는 시민들이 많았다. 다른 곳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현상이 여수에서는 일상화 돼 있었다. 그런걸 보면 이미 여수 시민들의 열기는 나무랄 데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런 많은 노력과 활동을 해도 미처 준비하지 못 한 것들이나 미흡한 점들이 외부인들의 눈에 띌 수 있다. 그래서 김현수 사무처장은 나중에 엑스포를 관람하러 올 때는, 남해안을 여유롭게 둘러보겠다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여수를 방문해 주십사 당부했다.
▲ 여수세계박람회 여수시준비위원회 김현수 사무처장
▲ 여수 엑스포에 올인하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는 여수시청 모습. 여수시청은 3개로 흩어져 있는 청사에서, 도청보다 많은 인원이 일하고 있다고 한다.
▲ 여수시청 내부 한켠에 엑스포 전시관이 만들어져 있다.
▲ 여수시 정병재 부시장
여수시 공무원들은 올인 중
여수시 정병재 부시장은 이번 엑스포를 통해 낙후된 중소도시가 발전하는 모델을 제시하겠다는 포부를 내보였다. 대전 엑스포나 상하이 엑스포와 같은 급의 행사가 열린다는 데 큰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중소도시의 인프라로써는 역부족인 점이 많다고 한다.
사실 상하이 엑스포와 같은 급이라곤 하지만 규모 면에서는 따라갈 수 없다. 하지만 상하이 엑스포는 오히려 규모가 너무 커서 구경하기 힘든 면이 있었다며, 오히려 여수처럼 한군데 응집해서 오밀조밀하게 짜 놓은 것이 구경하기는 더 좋을 거라 했다.
서울-여수간 이동시간도 앞으로 3시간 이내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으며 도로 정비와 KTX 시설작업을 하고 있으며, 제주와 부산에서 배로 여수를 올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는 중이다. 이처럼 최근 1년 사이 여수는 많은 변화가 있고, 또 앞으로도 각종 문화공간과 전시공간들을 확충하면서 더욱 많은 변화가 있을 거라고 밝혔다.
저잣거리에서 흔히들 하는 말로, ‘여수에서 돈 자랑 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여수는 부촌으로 유명한 곳인데, 새벽시장에서 하루에 현금으로만 70억씩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보고 정병재 부시장도 놀랐다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 여수는 문화 쪽으로 별다른 자극을 받지 못했는데, 이제 주변의 다른 곳에서 각종 행사들을 펼치니 뒤늦게 자극을 받은 면이 있다 한다.
남해안의 중심으로써, 섬, 갯벌 등을 이용한 해양관광산업을 함께 발전시켜 한려수도의 중심이 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야심 찬 여수시. 그래서 이번 엑스포의 중요성을 그 누구보다도 깊이 깨닫고, 전 공무원들이 이번 행사에 올인(all in) 하고 있는 중이다.
▲ 여수 고소동 일대에 벽화골목이 조성되어 있다. 하지만 아직 완성된 단계는 아니고, 계속 작업중이라 한다.
▲ 고소동 벽화는 한눈에 봐도 일반인의 실력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 사실 바닷가 옆 산동네는 딱히 별 것 없어도 올라가 볼 만 하다. 산동네와 바다가 어울려 만드는 분위기는 가서 그곳에 서 보지 않은 이상 뭐라 설명할 수가 없다.
박람회 옆 벽화골목
어느 지역 할 것 없이 바닷가 항구도시에는 꼭 있는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산동네다. 여수시 고소동도 항구 옆 산동네인데, 꼬불꼬불 이어진 비탈길에 허름한 주택들이 여느 산동네와 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 마을 들머리에 눈에 띄는 것이 있었는데, 큼지막하게 여수세계박람회 글자와 마스코트를 그려놓은 벽화였다.
고소동 일대 골목에는 지금 해양과 엑스포를 주제로 한 벽화들이 그려져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중앙동4길 일대에 벽화가 그려져 있다. 하지만 아직 완성 단계는 아니고 계속 작업중인 상태다.
이경운 중앙동장은 진남관에서 시작해서 중앙동 일대에 이르는 1,004 미터의 골목길을 7개 구간으로 나누어 벽화골목 조성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했다. 길이가 1,004 미터라서 천사 벽화 골목길이라고 이름 붙였는데, 각 구간별로 각기 다른 주제로 벽화를 그릴 계획이다. 주로 여수의 생활과 모습에 관한 것들이다.
벽화골목 조성을 하면서 둘레길 코스를 만들고, 전망대 등을 만들어 낙후된 산동네를 전체적으로 재구성, 재정비 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또 이 벽화골목은 엑스포가 열리는 곳에서 10분 거리에 있고, 이 길을 따라가면 시내 중심가로 통할 수 있기 때문에, 지역 살리기와 함께 관광객 분산의 효과도 있을 거라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가지 안타까운 것은 이 벽화들을 모두 미술협회에 외주 형식으로 주었다는 점이다. 통영 동피랑 벽화가 세간의 이목을 끌면서 많은 지자체들이 벽화거리 조성을 하고 있는 실정인데, 한가지 잘 못 짚고 있는 것은 동피랑 벽화가 아주 훌륭한 작품이라서 그렇게 된 게 아니라는 거다.
동피랑은 통영시민들의 참여를 많이 이끌어내고, 전국 시민들의 공감과 참여를 이끌어 내어 민간 시민운동 형태의 작업을 했기 때문에 붐을 일으킬 수 있었다. 그것이 바로 바이럴 마케팅이고, 소셜 네트웍(social network) 구축이다. 이 점을 간과하고, 이미 볼거리로 흘러 넘치는 마당에 그 먼 곳까지 벽화를 보러 오게 하려고 사람을 끌어들이려면, 최소한 다빈치나 키스 해링 같은 사람의 작품이 있어야 붐업이 가능하지 않을까.
물론 여수 중앙동, 고소동 일대에 조성하고 있는 벽화골목은 다른 곳과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이제 곧 열릴 여수 엑스포와 가까운 데 있어서, 엑스포를 찾아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유입될 수 있으니 어느 정도 관객은 이미 확보한 상태다. 하지만 정말 지속 가능한 발전을 꿈꾼다면, 동네 주민들을 아우르는 작업부터, 전국 시민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활동까지 펼쳐, 예쁘기만 한 벽화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함께하는 소통의 에너지가 담긴 메시지를 담아야 하지 않을까.
아무쪼록 아직 많이 남은 때묻은 벽에는 다소 장난 같고 못난 그림이더라도, 사람과 사람이 어우러져 만들어 낸 살아있는 이야기들이 담겼으면 하는 바램이다.
▲ 여수시 이경우 중앙동장
▲ 고소동 들머리에 눈에 확 띄는 벽화가 그려져 있다. 총 7개 구간으로 나누어 작업중인 벽화골목 조성 계획 중에서, 이 구간은 엑스포와 해양에 관한 주제로 벽화들이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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