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세계박람회는 2012년 5월 12일부터 8월 12일까지 석 달에 걸쳐 여수신항 일대에서 펼쳐지는 국제행사다. 우리나라에서 두번째로 국제엑스포기구인 BIE 승인을 받아서 열리는 박람회로, 옛날 대전엑스포와 같은 인정박람회(Recognized Expositions)다.
세계규모의 박람회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등록박람회(Registered Expositions)는 5년 주기로 개최되고, 개최기간이 보통 6주에서 6개월이다. 인정박람회는 등록박람회 사이에 개최를 원하는 나라에서 유치해 열리는데, 개최기간은 3주에서 3개월 사이다. 인정박람회는 등록박람회에 비해 다소 규모가 작고 전시주제가 한정되는 특징이 있다.
여수엑스포도 인정박람회인 만큼 전시주제와 행사의 성격을 특정분야에 한정하고 있는데, ‘살아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이라는 주제어에서 알 수 있듯 바다와 연안이 이번 엑스포의 주제다. 아울러 ‘자원의 다양성’과 ‘지속 가능한 활동’이라는 개념을 추가해서 주제를 더욱 명확히 했다. 그래서 ‘지속 가능한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바다의 자원들을 재조명하고 전망해보는 전시회로 만들고 있는 중이다.
▲ 여수신항 일대 여수세계박람회 행사장 공사 모습.
▲ 지금 상황에서 우리의 관심은 공사장 가림막을 빼꼼히 들여다보는 행인의 모습과 별반 다를 것 없지 않나 싶다. 뭔가 크게 하려는 모습이 보이기는 하지만, 딱히 관심가질 만 한 것이 없는 상태다.
▲ 여수세계박람회 홍보관. 이번 엑스포의 주제는 '살아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이다.
지속 가능한 발전
일부에서는 여수엑스포가 행사시간 중에만 반짝하고 인기몰이를 한 다음 몇 년이 지난 다음에는 찾아오는 사람 없는 썰렁한 곳으로 변해버리는 것 아닌가라는 의문을 품기도 한다. 사실 여수엑스포가 아직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많은 정보를 주지 못하고 있기에 그런 추측과 의문들을 제대로 해결해주지 못하는 면도 있다.
그래서 2012 여수국제박람회가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지, 여수시 박람회홍보팀 장동구 팀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장동구 팀장은 이번 여수 엑스포는 계획할 때부터 사후활용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 한다. 모든 전시관들을 영구건물로 지어 적자더미로 전락하는 선례와, 사후활용을 제대로 해서 극찬을 받은 외국의 예를 함께 놓고 많은 연구를 했다 한다.
그래서 이번 엑스포에 쓰이는 건물들 중 국제관의 경우는 일회성 임시건물로 지어서, 행사가 끝나면 일부만 남기고 모두 철거할 예정이다. 그 외에도 한국관, 주제관, 빅 오(Big O), 아쿠아리움 등 인기 있는 것들 외에는 모두 철거하거나 용도를 변경해서 사용할 계획이다.
철거하거나 용도가 변경되는 건물에는 해양교육기관이나 각종 기업, 기관 등을 유치해서 종합연구단지를 조성한다. 그래서 엑스포가 열리는 항만을 중심으로 요트산업 등의 해양 레포츠를 유치해서 해양관광단지로 재구성 할 계획이다.
이런 계획은 목포에서 부산에 이르는 남해안을 종합적으로 발전시킨다는 국책사업인 ‘남해안 선벨트’ 사업을 염두에 두고 있는데, 여수는 이 사업의 시발점이자 중심지가 되는 것이 목표다. 그래서 이번 엑스포를 통해 많은 지역들과 연계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 여수 엑스포에 들어설 아쿠아리움의 맛보기 판넬 사진. 부산 아쿠아리움과 비교를 했지만, 안타깝게도 나 역시 부산 아쿠아리움을 구경해 본 적이 없어서 그 규모를 가늠할 수 없었다.
지역연계발전
요즘 지자체들이 펼치는 볼거리도 많고, 각종 행사들도 많아서 여수 엑스포의 목표 방문객은 다소 보수적으로 잡아놓은 상태다. 하지만 최근 2차 수요조사에 따르면, 여수 엑스포를 구경하겠다는 사람이 약 1,048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지금 여수의 숙박시설은 하루 5천 실 정도만 수용할 수 있다. 앞으로 민자호텔 등을 유치해 객실 수를 30%정도 더 만들 계획이고, 민간아파트, 기숙사 등을 이용해서 숙박시설을 늘릴 계획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래도 행사기간 동안 숙박시설이 턱없이 모자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여수시 측은 이런 상황을 이미 파악하고, 순천, 보성 등의 인근지역과 연계해서, 엑스포를 찾아간 사람들이 한두 시간 정도 외곽으로 나가서 묵도록 유도하는 것도 계획하고 있는데,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최근 여수엑스포중앙조직위원회에서는 남해안 100배 즐기기라는 책도 펴냈다. 여수 엑스포와 인근지역을 함께 두루두루 돌아보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숙박문제해결과 지역연계발전, 효율적인 서비스 제공 등을 목적으로, 엑스포가 본격적으로 열리기 직전에 각종 편의시설, 교통정보, 관광정보 등을 편리하게 찾아보고 안내 받을 수 있도록 스마트 폰 용 앱도 개발할 계획이다.
▲ 여수세계박람회는 스마트폰 기술을 적극 활용해서 운영할 계획이라 한다.
▲ 홍보관에서 눈에 띄는 것은, 주변 관광지 소개 판넬이었다. 여수 엑스포와 함께 인근지역으로 관광객들을 유도하려는 계획이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여수 인근 지역들이 이 때를 틈타서 각 지역들의 홍보에 박차를 좀 가해 주면 좋겠다.
지속 가능한 관심
아직 공사 중이라 황량하기만 한 여수 엑스포 행사장 일대는, 올 연말쯤엔 전체적인 윤곽이 드러난다. 그 후엔 건물 내부 공사와 함께 각종 컨텐츠들을 넣어서, 내년 3~4월경엔 시범운영을 할 계획이다. 바다를 주제로 한 독특한 엑스포라는 본 행사도 중요하겠지만, ‘지속 가능한 발전’과 ‘환경’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있는 행사이니만큼, 행사 전후의 모습을 틈틈이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여수세계박람회 주최측도 본 행사가 열리기 전에 알아두면 좋을, 재미있을 내용들을 좀 더 개발해서 전달해 주면 좋지 않을까 싶다. 예를 들면 아쿠아리움에 들어올 희귀생물들이 어떤 사연을 가지고 어떻게 들어오는지 등의 이야깃거리나, 친환경 첨단기술로 개발될 바다의 미래와 선진사례, 다른 나라들이 여수 엑스포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내용 등의 이야기들 말이다.
여수 엑스포의 아쿠아리움이 부산 아쿠아리움보다 몇 배나 크다고 홍보하지만, 사실 부산 사람들 중에도 부산 아쿠아리움 못 가 본 사람들 많다. 그러니 일단 부산 아쿠아리움을 보여주고, 여수에서 볼 것은 이것보다 몇 배나 크고, 더 희귀한 생물들이 들어온다 정도로 이야기를 만들어야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지 않을까.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것이 지속적인 관심이 기반이 돼야 가능한 것인 만큼, ‘지속’을 위해 ‘관심’을 붙들어 매도록 하는 것이 이제 일 년 앞으로 다가온 여수 엑스포를 위해 주최측이 해야 할 가장 큰 일이 아닐까.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공사중인 행사장과 한바퀴 쓱 돌면 끝나는 홍보관 만으로는 지속적인 관심을 끌기는 역부족이다. 지금은 '여수 엑스포로 오세요'라고 외칠 때가 아니라, 이 행사와 관련 있는 컨텐츠들을 수집하고 끌어들여 소개해서 관심을 지속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행사 자체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염두에 두고 설계한 만큼, 지속 가능한 관심 측면에서의 홍보 마케팅도 세심하게 고려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 여수시 세계박람회지원단의 장동구 홍보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