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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과 문화의 자존심을 지키자 - 청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지킴이 발대식, 창덕궁취재파일 2011. 7. 14. 16:08
지난 7월 4일 창덕궁 영화당 춘당대에서 '청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지킴이 발대식'이 있었다. '청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지킴이'는 우리나라 문화유산에 대한 젊은이들의 관심을 일으켜서, 국가브랜드 재고 활동에 동참을 유도하기 위해 선발한 전국의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이다.
국가브랜드위원회, 문화재청, 유네스코 한국 위원회 등이 함께해서, 4개 권역 8개 유산을 대상으로 총 26개 팀 100여 명을 선발했다. 선발된 대학생들은 여름방학 기간을 이용해 각자 맡은 문화유산을 대상으로, 이미 제출한 계획서를 토대로 팀별로 다양한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이날 식전행사로 정동극장 예술단이 땡볕의 더운 날씨에도 좋은 공연을 보여줬다. 당사자들은 날씨 때문에 많이 힘들었겠지만, 창덕궁이라는 장소와 어우러져 아름다움이 배가 된 전통문화 공연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식이 시작되자 국기에 대한 경례와 애국가 제창이 있었는데,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르는 기염을 토했으나 안타깝게도 모두 잘 따라부르는 학생들이 별로 없는 모습이었다. 물론 외국인 학생들이 많아서 그랬던 이유도 있었겠지만.
이어 내빈들의 축사가 있었다. 국가브랜드위원회 이배용 위원장은 "옛날엔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르는 게 일반적이었다"면서, 나중에 나이 들면 애국심이라는 힘 하나로 평생을 살게 된다며, 애국가 같은 것들을 생활 속에서 가까이 하기 바란다는 말로 연설을 시작했다.
이배용 위원장은 춘당대라는 곳이 옛날에 과거시험을 보고, 최종 합격자를 뽑고 격려하는 곳인데, 오늘 모인 대학생들이 시험 보는 선비 모습 같다 했다. 그 젊은 정신으로,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법고창신의 마음가짐으로, 우리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다음 세대로 넘겨주는 활동에 적극 노력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배용 위원장도 그랬지만, 문화재청 최광식 청장 역시 창덕궁에 대한 설명과 자랑으로 연설을 시작했다. 아무래도 두분 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입으로만 '우리것, 우리것'하면서, 막상 우리 문화유산에 대해선 별로 알고 있지 못한 현실에 맺힌 게 많으셨나 보다.
최광식 청장은 '우리나라 문화유산의 특징은 자연과 함께 어우러지는 것'이라며, 중국의 자금성 같은 것들이 크고 대단해 보이겠지만, 건물만 덩그러니 크게 들어선 것이라, 1년 열두 달 똑같은 모습에, 한 번 찾아가면 다시 찾아갈 마음이 나지 않는다 했다.
하지만 창덕궁 같은 우리 문화유산의 경우는, 건물들이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있어, 계절이 바뀌면 그 모습 또한 많이 바뀌어, 사계절 내내 찾아가도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라 했다.
이런 사실들을 비롯해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소중함을 배우고, 또 보존하고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지킴이들에게 남겼다. 아울러 문화재청 50주년이 되는 해에 이런 행사를 열게 되어 기쁘다며, 이 행사가 앞으로 민간과 함께 일을 도모하는 계기가 된다고 슬쩍 문화재청 자랑도 남겼다.
유네스코 한국 위원회 전택수 사무총장은 2개월 동안의 봉사활동을 통해 자신의 역량을 개발해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축구선수 박지성 같은 멀티플레이어가 되길 바란다는 축사를 남겼다.
이어 청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지킴이 대표로 대학생 두 팀의 활동 계획 발표가 있었다. 서울지역지킴이 장은선 씨는 종묘를 대상으로 계획을 세웠는데, 종묘의 역사 속 기억을 되찾는 한편, 종묘가 우리 삶 속에 깊숙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알리려 했다. 이를 위해 관광지 실태조사를 위한 설문지 작업과, 종묘에 대한 이야기들을 듣고 채록하는 작업을 할 계획이다.
경기지역지킴이 정필준 씨는 남한산성을 주제로 활동할 계획이었다. 고증과 분석을 통한 자료수집과 함께, 둘레길과 스토리텔링을 통한 새로운 컨텐츠 제작을 해서, 관람객을 좀 더 증가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선서와 기념촬영 등이 끝나고 공식행사가 마무리 되었을 쯤 알게된 사실은, 이번 지킴이 자원봉사자들은 한국인들로만 구성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한국사람 같이 보였지만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할 때 가만히 있었던 사람들은 모두 외국인이었던 것.
사실 한국문화를 가르칠 때 국기에 대한 경례 같은 것은 간단한 것인데도 잘 가르쳐주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가만히 넋 놓고 서 있는 외국인 학생들이 많이 보였다.
어쨌든 꽤 많은 외국인 학생들 중 인도에서 왔다는 선저이 꾸마르(Sanjay Kumar) 씨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선저이 꾸마르 씨는 인도 네루대학 한국어 학과에 재학중인 학생으로, 현재 정부초청 장학생 자격으로 강원대에서 공부 하고 있다. 한국어를 1년 9개월간 배웠다는데 일상적인 의사소통에 전혀 문제 없을 정도로 말을 잘 했다.
이번 자원봉사단에는 친구들과 함께 팀을 짜서 참여했는데, 한국인은 물론이고 중국인, 몽골인으로 구성돼 있다 했다. 이들은 종묘를 대상으로 활동을 벌일 계획이었는데, 강원대에서 서울까지 왔다갔다 하려면 힘들지 않겠느냐고 물으니, 경춘선을 이용하면 아무 문제 없다며 웃음을 보였다.
이미 블로그를 통해 한국의 소식을 자국에 알리는 데 한 몫을 하고 있는 선저이 꾸마르 씨는, 이번 활동을 통해 한국문화를 글로벌 화 하는 데 작은 도움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국의 걸그룹보다는 이승철 씨가 좋다 하고, 춘천 마임 축제 때도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며, 한국 문화는 들여다 볼 수록 재미있는게 많다고 말하는 그를 보며, 한국인으로써 부끄러움을 느끼는 건 비단 나 뿐일까.
공식행사가 끝나고 대학생 지킴이들은 연경당으로 자리를 옮겨서 기초 소양교육을 받았다. 소양교육은 이배용 위원장과 최광식 청장이 강사로 나서서 두 시간 넘게 펼쳐졌다. 비록 대학생들을 위한 교육이었지만, 이 자리에서 일반인들도 잘 모르는 수많은 지식들이 전수되었다.
5월 15일이 스승의 날인 것은, 이날이 우리민족의 영원한 스승인 세종대왕의 탄신일이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 외국은 건물 자체가 웅장하지만, 우리나라는 건물 안의 사람이 경치를 어떻게 보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것 등. 우리문화에 대해 아직 모르고 있는 것들과, 배워야 할 것들이 굉장히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 기회가 되었다.
짧은 기간의 활동이지만 앞으로 대학생 지킴이들의 활동으로, '우리문화 좋아요, 정말 좋아요, 근데 자세히 뭐가 좋은지 설명은 못 해요'라는 현실을 조금이라도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으면 싶다. 아울러 일반인들도 이런 계기를 발판삼아, '맨날 똑같은 고궁'이라 말하는 그곳에 새겨진 정신과 숨은 뜻을 적극적으로 알아보는 분위기가 조성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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