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구 녹청자 도요지 사료관

인천 서구 경서동, 아파트 단지와 골프장이 경계를 이루는 좁은 도로 옆에 '녹청자 도요지 사료관'이 있다. 지하철 검암역에서 42번 등의 버스를 타고 꽤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곳으로, 한적한 주택가에 자리잡은 조그만 동네 사랑방 같은 분위기다.

'도요'는 그릇 굽는 가마를 뜻하는 것으로, 이 사료관이 위치한 경서동 일대의 언덕은 고려시대 녹청자 가마터라고 한다. 언덕에 비스듬이 기대어 경사를 이용해서 만들어진 통가마에서 구워져 나온 것은 녹청색이 짙은 청자였고, 그 가마터에서 발굴된 녹청자에 대한 조사와 연구, 전시, 교육 등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바로 이 '녹청자 도요지 사료관'이다.

















'녹청자 도요지 사료관'에서는 발굴터 전시와 함께, 도기 만드는 과정과, 재료 등, 녹청자 제작의 시작부터 끝까지를 관람자들에게 보여준다. 그리고 출토된 도기들의 전시와 함께, 현대적으로 만들어진 도기 작품들의 전시도 함께 이루어져, 서로 비교하며 둘러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전시 규모가 아주 작은 편인데, 박물관이 아니라 사료관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만큼, 전시에만 치중하지 않고 도기를 실제로 만들어 보는 학습과 체험 등에도 큰 비중을 두고 있음이 눈에 보인다. 2층 전체가 일일체험이나 정기 수강생들을 위한 강의실로 꾸며져 있고, 어린이들을 위한 체험 학습도 이루어지고 있어서, 단순한 전시 구경보다는 시간을 두고 수강을 하는 목적으로 관심을 가져보는 것이 좋겠다.

물론 한국의 도자기, 특히 고려시대 도자기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들을 데려 오면 상당히 좋아할 만 한 것들이 많은데, 2층에 마련된 카페테리아 한 쪽 벽면을 빽빽하게 장식한 도기들을 보면, 쉽사리 편하게 자리에 앉지 못 하고 오랜 시간 서서 구경할 수 있을 정도다.






















밖으로 나가면 옛날 가마를 그대로 복원해 놓은 것이 있는데, 그저 모형으로만 보고 지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도기를 옛날 방식으로 구워볼 수도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여기서 도기를 굽는 장면은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긴 하지만, 박물관에서나 작은 모형으로 볼 수 있었던 가마를 실물로 볼 수 있다는 의미에서 한 번 둘러볼 만 하다.

이 주변은 작은 근린공원과 함께 모두 주택가로 이루어진 조용한 동네라서 딱히 둘러볼 것은 없지만, 여유롭게 시간을 즐기고 싶다면 고급스럽게 꾸며진 카페테리아에서 오후 햇살을 만끽해 보는 것도 좋겠다. 그리고 지금은 딱히 가 볼 엄두가 나지 않는 곳이라 하더라도, 살다보면 이런 곳을 생각해내야 할 때가 있을 지도 모르니, 기억 한 편에 넣어두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인천 검단 선사 박물관

인천 서구 원당동, 원당사거리 한쪽에 낮은 언덕이 있고, 그 언덕 앞쪽으로 작은 규모의 박물관이 하나 위치해 있다. 원당지구는 거리상으로 김포공항에서 크게 멀지는 않지만, 대중교통으로는 접근하기 용이하지만은 않은, 인천과 김포의 경계 쪽에 위치한 동네다.

이 박물관은 1999년에 인천 서북부 지역의 토지구획정리 사업을 하던 도중, 대규모 선사시대 유적들이 발굴되어 그 유적을 보존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한다. 2008년 개관한 박물관 답게, 건물 내외부와 각종 시설들이 깨끗함을 유지하고 있어서, 마치 새로 산 물건의 포장을 뜯는 듯 한 기분으로 관람할 수 있다.
















요즘 생기는 박물관들이 그렇듯, 검단선사박물관도 옛날 박물관들의 고리타분한 유물 전시 위주의 방식에서 벗어나, 각종 모형과 체험 도구들을 마련해서 보는 이의 오감을 자극하도록 꾸며져 있다. 발굴된 유물들과 함께, 청동기 시대의 생활상을 재현해 놓은 모형들, 그리고 집터 유적을 복원해 놓은 공간 등이 1층에 있고, 2층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체험학습실이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꽤 작은 규모라서 한 바퀴 돌아보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 박물관이라, 주변 동네 사람들 특히 어린이들과의 소통을 중요시하는 교육형 박물관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유물들 하나하나가 귀중하긴 하지만, 그냥 보는 입장에서는 굳이 여기까지 가지 않아도 볼 수 있는 것들이니까.



그런데 박물관 한 쪽 귀퉁이에 전시된 작은 특별전이 눈길을 끌었다. 시기에 따라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우리 가족을 전시해요' 특별전이었는데, 전시 자체는 한 아름 될까말까 한 유리관 안에 여러가지 물건들이 놓여 있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그 안에 놓여있는 물건들은 뭔가 대단하고 엄청난 과거의 유물들이 아니라, 우리 주변 어디서나 볼 수 있음직한 한 가족의 기록들이었다. 한 초등학생의 어릴 때 사진과, 지금의 가족사진, 자기가 입었을 듯 한 베넷저고리와 과거를 기억할 수 있는 각종 물건들.

한 가족이 살아온 삶의 단편을 통해, 역사라는 것이 알고보면 별 것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한 가족의 역사가 그 대단했던 정복자나 큰 물줄기를 이루었던 엄청난 사건들의 기록들보다 더 중요한 것일 수도 있다는 역설 또한 동행했다.

그 큰 흐름들 속에서 소리없이 사라져간 수많은 사람들도 모두 이런 각자의 역사를 가지고 있었겠지 하며, 한 개인의 족적은 전체 사회의 흐름만큼이나 중요하고 소중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해 주는, 작지만 큰 의미의 기획전으로 인상 깊었다.


















검단선사박물관은 사실 실내보다는 야외 전시장이 더욱 볼 만 하다. 야외 전시장이라고 해서, 꼭 박물관을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뭔가 엄청난 것들이 가득한 곳도 아니다. 그저 박물관 뒤에 놓여 공원으로 꾸며진 작은 언덕 하나 뿐.

언덕 위에 오르면 튼튼한 유리관 안에 돌널무덤이 전시돼 있는데, 뭔가 유적으로써 볼 만 한 것은 이것 하나 뿐이다. 그나마도 아주 귀중한 자료라서 그런지, 두꺼운 유리관이 빛을 반사해서 잘 보이지도 않을 지경이다. 하지만 돌널무덤 위에 놓인 두꺼운 유리판 위로 비치는 주변의 빽빽한 아파트들을 보고 있자니, 역사라는 것이, 유적이라는 것이, 매일매일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삶의 일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언젠가는 저 아파트들도 유적이 될 테니, 굳이 돌널무덤이 보이지 않는다고 슬퍼할 필요는 없겠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면 빽빽한 아파트 단지 속의 작은 공원에 서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이런저런 삶의 모습을 이어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어느 동네에서나 볼 수 있음직한 작은 공원이지만, 그래도 작은 박물관이 하나 있다는 이유만으로, 가만히 앉아 있다 보면 역사의 거대한 물줄기가 느껴 볼 수 있지 않을까.

다만 나는 언덕 아래 중국집의 짜장면 냄새에 배가 고파져서 미처 그 웅대한 역사를 느끼지 못하고 서둘러 내려오고 말았지만, 내려오며 먹고 사는 것보다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 세상에 뭐가 있겠냐며 스스로 정당화했지만, 누군가는 가서 박물관과 돌널무덤과 아파트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 역사적 현장에서 무언가 큰 뜻을 얻어 오시기 바란다.



참고자료
인천 서구 녹청자 도요지 사료관: http://www.nokcheongja.or.kr/
검단 선사 박물관: http://sunsa.incheon.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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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광역시 서구 검단3동 | 검단선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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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빈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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