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과 직원 사이에 '내가 언제 그런 말 했냐', '이거 분명히 하라고 하셨다' 같은 유형으로 논쟁이 생기면, 거의 대부분 직원 말이 맞다. 왜냐면 아이디어라고 말 던진 사람은 더이상 자기 일이 아니니까 기억 못 할 수도 있지만, 그걸 맡은 입장에서는 자기 일이 되니까 마음 속 은근한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이 원래 그렇듯, 가해자는 발 뻗고 자지만 피해자는 스트레스로 잠을 설친다.
물론, 경영자 입장에서 '그거 그렇게 하라는 뜻이 아니었다'라는 주장은 할 수 있다. 그건 의사소통의 문제다. 어쨌든 아이디어라는 것, 혹은 소소한 업무지시라고 아무때나 시도때도 없이 툭툭 던지는 건 정말 좋지 않다. 거기다가 제대로 기억조차 못 하고 나중에 이랬다저랬다 하면, 그냥 회사 분위기 말아먹자는 것 밖엔 안 된다.
이런 것 반복되면 결국 지치는 건 직원들이다. 가뜩이나 일 하는 것 자체로도 스트레스인데, 수시로 툭툭 던지는 것까지 스트레스가 겹치면 정말 압박이 심해진다. 그래서 결국 찾는 해법은 무시하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스트레스로 견딜 수가 없으니까.
어째서 보고나 업무현황 등은 문서로 하길 바라면서 자기 지시는 그냥 되는데로 툭툭 던지는지. 자기 스스로 업무 프로세스를 안 지키면 대체 누가 모범을 보인다는 건지. 물론 경영자들이 사소한 작업지시보다 훨씬 중요한 돈 벌어오는 고민을 하고 있는 건 안다. 하지만 최소한은 지키자. 업무지시는 문서로. 피치못해 급하게 요청했다면 수첩에라도 적어두고 자기가 뭘 지시했는지 정도는 기억하는 것으로. (사실은 이것도 개발자들이 야근하는 이유 중 하나에 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