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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으로 피난 가기 - 3. 태국에서 생활하기 (치앙마이 위주로)해외여행 2013. 8. 12. 14:41
이 글은 앞에서 이어지는 내용임.
(태국의 흔한 시장. 태국도 한국처럼 야외에 좌판을 펼치는 시장이 일반적이지만, 건물 안에 조그만 가게들이 백화점 식으로 모여 있는 시장도 가끔 있다. 이런 시장은 대체로, 건물 밖으로 나가면 또 자판들이 쫙 펼쳐져 있는 경우가 많아서, 구경만 해도 한 시간이 훌쩍 떠나버리는 경우가 많다. 오래 생활하기로 결심했다면, 일단 시장을 찾아가서 좌판 하나하나를 꼼꼼히 체크해 보기 바란다. 태국에도 이런 게 있네 싶은, 의외의 물건들을 발견할 수 있다.)
태국으로 피난 가기 – 1. 생활비 개요 & 숙소 구하기 (치앙마이 위주로)
태국으로 피난 가기 - 2. 돈 벌기와 돈 쓰기
물
태국은 수돗물에서 석회석이 검출되므로, 물을 끓이더라도 마시면 안 된다. 현지인들도 웬만하면 수돗물을 끓여 마시거나 하지 않는다. 대체로 마트나 편의점에서 생수를 사 먹거나, 길거리에 있는 기계에서 정수 된 물을 받아 마신다.
생수는 종류별로 가격이 다르지만, 2리터 짜리 한 통이 14바트(550원) 정도다. 길거리나 건물 바깥에 놓여있는 정수 기계는 수돗물을 정수한 물이 나오는데, 1바트(약 40원)에 1~2리터 정도가 나온다. 외국인들은 수돗물을 정수한 거라고 꺼리지만, 현지인들은 많이 사용한다. 골목에 허름하게 있는 기계보다는, 큰 마트 앞에 놓여있는 기계가 아무래도 지속적인 관리를 하기 때문에 비교적 믿을 만 하다.
장 보기
생필품이나 식료품 구입은, 직접 가서 생활 해보면 자연스럽게 알 수 있는 내용이지만, 떠나기 전에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어서 언급해 보겠다.
태국에도 대형 할인마트에서 가스버너와 부탄가스를 판매하기 때문에, 간단한 음식은 집에서 해 먹을 수 있다. 따라서 장 보기도 잘 활용하면, 매일매일 밖에 나가지 않더라도 집에서 대충 끼니 때우고 재미있는 은둔형 외톨이 놀이를 뒹굴뒹굴 할 수 있다.
+ 세븐일레븐: 세븐일레븐은 태국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상점이다. 유명한 체인점이라, 길거리 물건들을 신뢰하지 않거나, 일일이 가격을 물어보는 것이 귀찮은 사람들에게는 유용하다. 그리고 어디서 파는지 알 수 없는 생필품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에, 외국인들에게는 아주 인기가 많다.
하지만 편의점이라는 태생적 한계 때문에, 가격은 비싼 편이다. 그래도 완전 바가지는 아니기 때문에, 사실 세븐일레븐만 잘 활용해도 한두 달 먹고 사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을 정도다. 굳이 뭔가 딱히 살 게 아니더라도, 길을 걷다가 작렬하는 태양에 몸이 타들어간다고 느낄 때, 에어컨 바람을 쐬며 쉬어가기도 좋다.
+ 동네 가게: 어느 동네든 작거나 큰 가게들이 한 개 이상 있다. 대체로 세븐일레븐에서 파는 물건들은 거의 다 판다고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세븐일레븐에서는 시원하게 냉장된 콜라를 약간 비싼 금액에 판다면, 동네 가게에서는 잘 냉장되지 않은 콜라를 약간 싸게 파는 식이기 때문에, 그때그때 상황따라 찾아갈 곳이 틀리다.
동네 가게는 대체로 물건들의 보관 상태가 좋지 않은 편이지만, 세븐일레븐보다는 가격이 싸기 때문에, 잘 활용하면 꽤 많은 돈을 아낄 수 있다. 특히 태국은 밤 늦은 시간에는 술을 판매하는 것이 법으로 금지 돼 있는데, 동네 가게의 경우는 그냥 파는 경우가 종종 있다. 또한, 5바트(200원) 짜리 말아 피는 담배도 판매하므로, 어차피 죽을 거 돈이나 아끼자 하는 사람들은 자주 이용하면 좋다.
+ 소형 할인 마트: 대형 할인 마트들이 동네에 조그맣게 차려 놓은 가게들이 있다. 한국을 예로 들자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같은 것 말이다. 태국엔 주로 ‘테스코 로터스’가 많이 보이는데, 주로 동네 큰 길 가에서 볼 수 있다. 이런 마트에서는 편의점이나 동네 가게에서는 살 수 없는 다양한 물건들을 살 수 있고, 야채나 고기류도 구할 수 있으며, 때때로 신라면이나 고추장을 판매하기도 한다. 대체로 세븐일레븐보다는 가격이 싼 편이지만, 품목에 따라 세븐일레븐보다 비싼 것들도 있다.
+ 시장: 호랑이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듯 한 그런 시골로 들어가지 않는 이상, 웬만한 마을에는 걸어갈 수 있는 범위 내에 시장이 하나 쯤은 있다. 시장은 규모가 크면 클수록 물건들이 싼 경향이 있는데, 비록 규모가 작다 하더라도 동네 가게나 소형 마트보다는 가격이 싼 편이다.
주로 농산물, 야채, 과일, 고기류 등을 구입하기 위해 찾는 것이 일반적이다. 가공되지 않은 날것들도 많이 팔지만, 쌀밥을 비롯해서 닭 튀김, 구운 생선, 각종 반찬 등 요리 된 음식들도 많이 팔기 때문에, 숙소가 시장 근처라면 더욱 풍성한 먹거리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시장들 중에는 수시로 범죄가 일어나서 평판이 그다지 좋지 않은 곳들도 있어서, 분위기를 잘 파악해서 다닐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 태국의 시장에서는 소매치기를 항상 염두에 두고 소지품 간수를 잘 하는 것이 좋다.
+ 대형 할인 마트: 태국의 대형 할인 마트는, 테스코 로터스(Tesco Lotus), 빅 씨(Big C), 탑스 마켓(Tops Market) 등이 있다. 이용 방법과 내부 분위기는 한국의 대형 할인 마트와 거의 똑같은데, 한국의 웬만한 대형 할인 마트보다 수입품이나 물건 종류가 더욱 다양하고 많다.
요즘은 한국 물건들도 꽤 많이 판매하고 있어서, 신라면이나 고추장 정도는 별 어려움 없이 쉽게 구할 수 있다. 또한 부침가루, 쌈장, 된장, 간장, 김, 식초 등의 한국 식품들도 구할 수 있다. 한국 쌀은 없지만 일본식 쌀을 구할 수 있으므로, 한국에서 먹는 쌀밥을 태국에서도 그대로 해 먹을 수 있다. 그러니 태국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먹는, 바람 불면 날라가는 쌀(인남미)이 싫다면, 마트에서 일본식 쌀을 사서 해 먹으면 된다. 물론 비용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일식집을 가는 것이 더욱 간단하다.
(태국의 흔한 노점상. 소세지나 어묵 등을 꼬치에 끼워 파는 모습은 정말 흔하게 볼 수 있다. 문제는 보기엔 맛나게 보이는데, 막상 먹어보면 입맛에 맞는 것은 서너 개 정도 밖에 없다. 더군다나 길거리 음식은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한국인이 추천하는 음식이라도 내 입맛에 안 맞을 수가 있다. 그래서 먹을 만 한 꼬치를 찾기 위해서는 모두 하나씩 먹어봐야 할 수 밖에 없는 외국인의 운명. 하지만 다행인 건 가격이 싸다는 것. 꼬치 하나에 대략 몇 백 원 수준이다.)
한국 사람들은 해외에 나가서도 한국 음식을 먹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한인 식당을 찾아가는 거다 (당연한 소리). 하지만 한인 식당은 대체로 물가에 비해서 비싼 편이고, 그마저도 가까이 있지 않다면 자주 찾아가기 힘들다. 그런 때는 가스버너와 부탄가스만 있다면, 마트 같은 곳에서 비슷한 식재료를 구해서 집에서도 대충 해 먹을 수 있으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더군다나 일본 음식을 싼 가격으로 사 먹을 수 있는 가게들도 많고, 요즘은 ‘코리안 BBQ’라고 해서 삽겹살을 구워 먹는 가게들도 꽤 있다.
그래서 이런 가게들을 잘 활용하면 아주 풍성한 먹거리로 매일매일을 행복하게 생활할 수 있는데, 특히 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 같은 고기류가 한국에 비해 엄청나게 싼 편이므로, 초반에는 고기만 집에서 구워 먹어도 한 달은 행복할 수 있다.
사실은 이 길고 긴 장보기 편은 이 말을 하고 싶어서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겹살 용 돼지고기가 1 킬로그램에 3천 원이다. 정말 처음 이 가격을 보고는 눈물 날 정도로 반가워서 어쩔 줄 모르겠더라. 태국하면 싼 과일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소고기를 망고와 함께 삼키는 럭셔리한 입맛을 길러버렸으니, 이 일을 어쩌면 좋을까.
(미스 치앙마이 수상식. 미스 진 보다는 미가 더 예뻤고, 미 보다는 행사 중에 들러리 하는 여자가 더 예뻤다. 그것보다 더 재미있는 것은, 탈락한 참가자들은 엄마랑 그냥 행사장을 떠나버리는 쿨한 모습을 보여줬는데, 그렇게 나가서는 행사장 앞의 노점상에서 오뎅 주워 먹고 있더라는 것. 한국도 행사들이 그렇게 쿨하게 진행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탈락했는데 끝까지 앉아 있을 필요 없잖아.)
교통편
시내버스, 지하철: 지하철은 방콕에만 있고, 시내버스도 주로 방콕을 비롯한 인근 지역에만 있다. 아직 태국은 대중교통이 그리 발달하지 못해서, 방콕만 벗어나면 시내버스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둘 다 사용방법은 어려운 점이 없는데, 지하철은 기계에 목적지를 선택하고 동전을 넣으면 토큰(승차권)이 나온다. 시내버스는 일단 타고 나서 가만히 있으면 차장이 와서 돈을 받아가는 점이 한국과 다르다. 가끔 무료 버스도 다니는데, 이런 것을 보면 서민들을 위한 복지가 어쩌면 한국보다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 쏭태우, 툭툭: 쏭태우는 구형 픽업트럭 모양의 차량으로, 시내에선 합승 택시 개념으로 짐칸에 사람들이 타고 다닌다. 택시처럼 길에서 세워서 목적지를 말하고 가격 흥정을 해서 타고 다니는데, 태국에선 아주 일반적인 교통수단이다. 툭툭은 동남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삼륜차인데, 택시처럼 잡아 타고 빠르게 목적지까지 이동할 수 있지만, 외국인들에겐 바가지가 심하다는 게 단점이다.
+ 택시: 방콕 외의 지역에서는 아직 택시가 흔치 않지만, 요즘은 소도시에서도 택시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외국인은 미터를 잘 켜지 않고 흥정을 하려고 하지만, 그래도 툭툭과 비교하면 가격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싸다. 하지만 방콕에서는 택시 강도를 당한 사례가 꽤 많고, 택시 기사들도 바가지를 씌우기 때문에, 방콕에서는 택시도 웬만하면 혼자 타고 다니지 않는 것이 좋다. 치앙마이도 의외로 택시가 꽤 있는 편인데, 거의 대부분 공항에만 진을 치고 있어서, 시내에서 택시 잡기는 어렵다.
+ 시외버스, 미니 밴: 먼 거리를 이동할 때 많이 사용하는 교통수단으로, 버스 종류가 가격에 따라 다양해서 선택의 폭이 넓다. 방콕에서 치앙마이는 대략 800 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데, 버스로 갈 경우 대략 9시간 정도 걸리고, 가격은 25000원 정도다. 비교적 가까운 거리를 소수의 승객만 태워서 가는 경우에는 미니 밴이 다니는 경우가 많다. 미니 밴도 버스 터미널에서 표를 사서 탑승하면 별 문제가 없으므로, 안심하고 이용해도 된다.
태국은 정식 버스 터미널(버스 스테이션)에서 운행하는 차편들은 정부에서 관리하고 가격도 통제하니, 다른 여행사 버스 같은 것들보다 훨씬 신뢰할 만 하다. 더도말고 덜도말고 딱 현지인들이 행동하는 것만 따라서 행동하면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는데, 버스 터미널에 사람들이 미어 터지는 것도 그런 이유다. 귀찮다고 여행사 버스 타지 말고, 혹시 모르니까 웬만하면 정식 버스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도록 습관을 기르자.
+ 기차, 비행기: 태국은 철도가 별로 발달하지 않았다. 그래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기차는 그다지 사용할 일도 없고, 딱히 추천하고 싶지도 않다. 단지, 태국에서 말레이시아로 넘어갈 때 기차를 이용하면, 침대칸을 이용해서 버스보다 편하게 갈 수 있다.
요즘은 태국도 저가항공이 발달해서, 먼 거리를 짧은 시간에 이동할 때 많이 이용한다. 방콕에서 치앙마이로 가는 경우에 저가항공을 이용하면, 대략 편도 10만 원 내외로 이용할 수 있다. 물론 프로모션 등을 할 경우엔 아주 싼 가격으로 항공편을 이용할 수도 있다. 태국의 대표적인 저가항공은 방콕에어라인, 녹에어, 에어아시아 등이 있다.
방콕에어라인: http://www.bangkokair.com/eng
녹에어: http://www.nokair.com/
에어아시아: http://www.airasia.com/
여담인데, 치앙마이 공항에서 노닥거리다보면, 한두시간 뒤에 방콕 등으로 가는 항공편을 특가 세일로 판매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항공사 데스크에 종이에 써서 알려주는데, 그런 것만 낚아채서 판매하는 곳도 있는지, 그것만 체크해서 여기저기 전화 걸어주는 사람도 보였다.
+ 여행사 버스: 태국은 여행업이 발달해있어서, 대도시나 관광지에서는 길거리에 늘어선 수많은 여행사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래서 대중교통이 연결되지 않는 관광지는 여행사 버스들이 다니는데, 이런 버스들은 모두 불법으로 운행하는 것들이라서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 특히 방콕의 유명한 여행자 밀집소인 카오산에서 출발하는 여행자 버스들이 문제가 많다.
방콕에서 치앙마이로 가는 여행자 버스는, 중간에 승객들이 잠들었을 때 짐칸에 있는 승객들 짐을 뒤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절대 이용하지 말자. 당일치기 관광이라면 여행사 버스도 별 문제 없지만, 하룻밤을 버스에서 자야한다면 되도록 이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버스는 운전기사도 면허증이 없는 경우가 많고, 무슨 문제나 사고가 생겨도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는다.
+ 오토바이 택시(납짝): 태국에는 ‘납짝’이라고 불리는 오토바이 택시(?)가 있다. 오토바이 뒷자리에 앉아서 목적지까지 가는 건데, 아주 가까운 거리를 이동할 때 사용한다. 그나마도 대부분 영어가 통하지 않기 때문에 외국인이 이용하기는 좀 불편하다. 오토바이 기사가 목적지 이름을 제대로 잘 이해했을 때만 탑승해야 엉뚱한 곳에서 내리지 않는다.
(이런 곳을 별장으로 삼고, 일 년에 한 번씩 슬슬 놀러 가서 쉬고 싶다면, 다음 생에는 왕으로 태어나도록 하자.)
+ 오토바이 렌트: 대중교통이 그리 발달하지 않은 나라라서 수많은 사람들이 모터바이크(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데, 외국인도 오토바이를 빌려서 타고 다닐 수 있다. 어느 정도 사람이 사는 소도시라면 오토바이 렌털 샵이 한두 개 정도는 있다. 관광지라면 꽤 많은 렌털 샵이 있는데, 그 중에서 유명한 가게나 큰 체인점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조그만 가게나 이상한 곳들은 때때로 오토바이를 반납할 때, 스크레치가 났다거나 부품이 부숴졌다는 등의 핑계를 대서 돈을 뜯어내려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오토바이를 빌릴 때는 여권을 맡기고 임대료를 지불하고 타고 다니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업주 측에서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고 돈 내라 그러면, 맡겨놓은 여권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돈을 뜯기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기를 안 당하려면 여기저기서 미리 잘 알아보고 이용하는 수 밖에 없다.
어쨌든 오토바이(스쿠터)도 하루씩 빌리는 것보다, 한 달 단위로 빌리면 좀 더 가격이 싸진다. 하루 150바트(6천 원)짜리 오토바이를 한 달 빌리면, 대략 3천 바트(12만 원) 정도만 받는다. 장기간 여권을 맡기는 것이 불안할 경우에는, 여권 사본을 맡기면서 보증금을 거는 경우도 있다.
몇 달씩 오토바이를 타고 다닐 경우는, 렌트를 하는 것보다 중고를 사는 게 더 쌀 수도 있다. 워낙 수요도 많고 공급도 많기 때문에, 중고 오토바이도 쉽게 사고 팔 수 있다. 중고 오토바이를 판매하는 가게에서 구입하면, 나중에 그 가게에 다시 되팔 수 있기 때문에 편리하다. 물론 팔 때 가격과 살 때 가격이 다르지만, 석 달 이상 사용할 경우엔 대체로 렌트비 정도는 건질 수 있다. 참고로, 기름은 대략 리터 당 40바트(1500원) 정도다.
오토바이를 렌트 할 경우에는 한 달 생활비에 추가로 돈이 더 들어간다. 내 경우에는 필요할 때만 하루 이틀 빌려서 놀러 다니곤 했는데, 그렇다 해도 만만찮은 돈이 깨진다. 그래도 놀지 않을 수는 없으니, 오토바이를 탈 줄 아는 사람들은 이 금액도 생활비에 포함해서 예산을 짜는 게 좋다.
태국 시골마을에서 오토바이를 빌릴 경우에는 초보자에게 타는 방법을 가르쳐주기도 하는데, 초보자들이 태국에서 오토바이를 타는 것은 말리고 싶다. 교통신호도 잘 안 지킬 뿐더러, 자기 마음 내키는 데로 운전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아서, 잠깐 방심하는 사이에 사고가 날 수 있다. 게다가 관광지에선 오토바이를 생전 처음 타는 관광객들도 많이 다니기때문에 위험한 상황도 꽤 많이 생긴다. 렌털업체 측에서는 사고가 나면 수리비에 바가지 요금까지 엎어서 돈 받을 수 있으니까 초보자들에게도 그냥 막 빌려준다, 손해볼 게 없으니까. 게다가 면허증 없이 운전하다가 사고가 나면, 여행자 보험에서도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니 여러모로 손해다.
(태국의 무인 빨래방. 동전을 넣으면 작동하는 세탁기들만 쭉 놓여있다. 보통 주위에 지키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밤에 몰래 들고... 가는 게 아니라, 동전을 바꿀 사람이 없으므로 미리 동전을 준비해야 한다. 대부분 10바트 짜리 동전만 들어가기 때문에, 수시로 10바트 짜리 동전은 따로 챙겨두는 게 좋다. 물론 세재나 섬유유연제 같은 것은 모두 직접 사 갖고 가야 한다.)
글을 마치며
이상으로 태국에서 장기로 생활할 때 일반적으로 필요할 만한 내용들을 간략하게 나열해봤다. 장기 체류를 결심하고 실행에 옮기려 할 때, 당장 눈 앞에 마주치는 큰 부분들은 모두 나오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아는 사람들은 별 것 아니라 생각하고 넘기지만, 모르는 사람들은 아주 궁금해 하는 사소한 사항들을 놓치고 언급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아마 여기서 언급되지 않은 것들은 대부분 현지에 가면 쉽게 알 수 있는 부분일 테다. 대략 이정도 지식만 넣고 가도, 막연한 두려움 정도는 없앨 수 있을 테니, 남은 건 이제 떠나는 것 뿐이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여행에 관한 질문들을 받은 적 있고, 그 대답을 해 줘봤자 결국엔 그리 좋은 소리 듣지 못 한다는 걸 배웠기 때문에, 친절한 대답 따윈 하지 않는다. 거의 전 일정을 짜 달라는 문의나, 시시콜콜한 사항까지 개인 코치를 해 달라는 식의 요청은 일절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는 여행사 직원도 아니고, 태국 관광청 직원도 아니다.
나 역시 떠나기 전에, 대강의 생활비나 인터넷 속도 등에 대해 의문이 많았다. 그래서 많은 검색을 해보았지만, 딱히 시원한 대답을 들을 수 있는 자료가 없어서 정말 갑갑했다. 결국 혼자서 생활비를 추정해보고, 인터넷이 느릴 경우 어떻게 빈둥빈둥 놀지를 고민하고, 이런 물건 저런 물건을 안 팔면 어쩌나 하며 혼자 밤에 잠 못 자고 끙끙대기도 했다. 그런 기억들이 떠올라서, 나처럼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이런 글을 썼다.
사실 이런 내용들은 그리 특별한 내용도 아니고, 가서 생활 해 보면 스스로 습득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그러니 생각은 있지만 그저 막막한 사람들이라면, 이 정도로 간략한 정보를 얻고, 대강의 간단한 계획을 세운 다음에 일단 나가보라고 말 하고 싶다. 백문이 불여일견. 쇼핑몰 따위에서 몇 만 원 짜리만 질렀던 당신, 이번엔 인생을 걸고 큰 거 하나 질러 보는 거다. 별 거 있나? 기껏해야 이미 허망한 인생 조금 더 망치는 것 밖에 없다. 어차피 이번 인생은 꽝, 다음 인생에 행복한 표정으로 다시 만나자. 그 때 까지, 조금이라도 행복에 가까운 생활을 하며, 조금이라도 즐거운 표정을 하며, 하루하루 지금 현재를 온전히 즐기며 살아가도록 하자.
(태국의 흔한 서민용 아파트. 겉모습이 후지다고 무시하지 마라, 속은 더 후지다. 아무리 허름해도 그냥 잠만 자면 되는 사람이라면, 이런 곳에서 살면 월세를 아주 적게 내며 생활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싼 방은 보통 빈 방이 없다. 방을 알아보러 다니면서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말은, ‘풀(full)’ 이다. 여행자들이 많아지는 성수기에는 더욱 더 방을 구하기 힘들어지고, 방값도 비싸진다.)
(수돗물을 정수한 물을 받을 수 있는 기계. 사진에 보이는 기계는 테스코 로터스라는 유명한 할인마트 체인점 앞에 놓여 있는 거라서, 다른 곳들 보다는 낫겠지 하며 애용했다. 이런 기계는 골목길에서 우연히 발견할 수 있다. 물통을 물 나오는 곳에 맞춰서 넣고, 동전을 넣은 다음 초록색 버튼을 누르면 물이 나온다. 까짓거 석회석 물 마셔도 죽기 밖에 더 하겠냐라는 사람도 있던데, 맞는 말이긴 하지만 석회석이 몸 속에 쌓여서 죽으면 아주 고통스럽게 죽는다더라. 난 그렇게 죽는 건 반댈세.)
(태국의 흔한 닭집. 치킨은 그냥 대충 기름에 튀기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는 심플한 철학으로 닭을 튀기기 때문에, 맛이 별로다. 먹고 나면 한국의 치킨 생각이 더욱 간절해진다. 물론 태국에도 웬만한 도시에는 KFC가 있지만, KFC하고 동네 치킨하고는 또 다르다는 거, 아는 사람은 다들 알 테다. 하지만 그저, 태국에도 맥주와 함께 먹을 닭 튀김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만족하자. 없는 것 보단 나으니까.)
(태국은 한국에 비해서 과일이 정말 싸다. 사실 태국이라고 모든 물건이 한국보다 싼 것은 아니다. 어떤 것들은 한국과 가격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비싼 것도 있다. 하지만 과일과 고기는 정말 싸다. 나 같은 가난뱅이는 일단 태국에 도착하면 질릴 때까지 과일부터 입에 넣고 볼 정도다. 한국의 부르주아 아이템이, 여기서는 서민용 음식이니까.)
(장기 체류를 하면서 정말 많은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다. 아이스크림을 사 먹은 이유는 그릇이 필요해서였다. 그릇을 사면 아이스크림을 주지 않지만, 아이스크림을 사면 그릇을 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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