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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복 한 시간으로 즐기는 겨울철 제주도 눈꽃 산행 - 한라산 어리목 어승생악 1
    국내여행/제주도 2014. 12. 12. 17:59

    한라산 설경을 구경하고 싶은데 높이 올라가는 건 체력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어려운 사람이라면 '어승생악'을 한 번 고려해볼 만 하다. 물론 1100 고지에서 습지 탐방로를 즐기며 눈꽃을 즐길 수도 있지만, 조금이라도 산을 오르면서 설경을 즐기고자 한다면 어승생악은 꽤 괜찮은 코스다.

    '어승생악'은 '어승생이' 혹은 '어승생 오름'이라고도 하는데, 제주시나 중문에서 740번 시외버스를 타고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물론 버스를 타고 갈 때는 '어리목'에서 내려야 한다.

    어리목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약 10분간 차도를 따라 걸으면 어리목 주차장(광장)이 나오고, 그 안쪽으로 조금만 더 걸어 들어가면 '어리목 탐방안내소'가 나온다. 어승생악 탐방로는 어리목 탐방안내소 바로 옆으로 나 있다. 일단 어리목 탐방안내소를 찾으면 이정표가 잘 돼 있기 때문에 입구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 

    주의할 점은, 처음 어리목 주차장에 들어설 때 많은 사람들이 한라산 등산을 하기 위해 어리목 등산로 입구로 향하는데, 그쪽으로 따라가면 안 된다는 것. 주차장 입구에서 계속 직진해서 들어가면 어리목 탐방안내소가 나온다.



    어리목 탐방안내소 건물 바로 옆을 돌아 들어가면 어승생악 탐방로 입구.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이 입구에서 사진을 찍으며 놀기도 해서 사람이 붐빌 때도 있다. 이날은 눈발이 휘날리며 바람도 많이 부는 궂은 날이라서 사람이 별로 없는 편이었는데, 날이 좋으면 꽤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다고.

    어승생악으로 오르기 전이나 갔다온 후에 탐방안내소를 한 번 둘러보는 것도 좋다. 전시실로 꾸며놓고 한라산에 대한 이모저모를 전시하고 있으므로 이왕 간 김에 한 번 둘러볼 만 하다. 물론 주 목적을 따뜻한 실내에서 몸 녹이기로 이용하거나 화장실 이용 용도로 활용하는 것도 좋다.




    겨울철에 어승생악을 오르려면 아이젠이 필수다. 1.3 킬로미터만 걸어올라가면 되지만, 눈이 많이 쌓여 있고, 꼭대기 쯤엔 다소 급한 경사로 위험한 곳도 있으므로, 아이젠은 꼭 준비해야 한다.

    그리 높지 않으므로 대형할인마트에서 파는 2만 원 짜리 아이젠으로도 충분하고,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면 어리목 매점에서 4~5천 원 짜리 아이젠도 판매한다고 한다. 한 청년이 사온 것을 봤는데, 못(?)이 4개가 나 있는, 신발 바닥으로 착용하는 허름한 아이젠이었다. 그리 믿음직한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거라도 있는 게 낫다.

    물론 그 와중에 아이젠 없이 올라가는 사람들도 있긴 있었는데, 올라갈 때는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었지만 내려갈 때는 쭉쭉 미끄러지며 꽤 힘들어 했다. 아마 집에 가면 몸살 나지 않을까. 아이젠을 착용해도 그리 편하지만은 않았으니까.






    어승생악 입구를 지나서 조금만 안으로 들어서도 금새 조용해지며 마치 깊은 산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공기도 상쾌하고 눈 쌓인 산의 풍경에 여기저기 카메라만 들이대도 꽤 괜찮은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힘들다면 굳이 정상까지 올라가지 않아도 된다. 입구 근처에서 조금만 들어가서 놀다가 와도 겨울산의 무뚝뚝하면서도 아름다운 경치를 즐길 수 있으니까.










    사실 나도 어승생악 이름이 낯설었다. 여기 오기 전날까지 어승생악이란 곳이 있는지조차 몰랐다. 그런데 버스를 타고 1100고지에 설렁설렁 놀러가던 날, 만원버스 안에서 우연히 함께 앉게 된 독일인 무리들이 하차할 곳을 물어보면서 이야기를 나누게 됐고, 이 때 어승생악을 알게 됐다.

    한라산을 오르려면 힘도 들고 낮 12시 이전에 도착해야 입구를 통과할 수 있으므로, 일정이 촉박하거나 마음 먹고 준비하지 않으면 가기 힘들다. 그런데 어승생악은 나름 한라산에 있으면서도 간단히 오를 수 있고, 동절기(11월~2월)에도 오후 4시까지 입구를 개방하기 때문에 놀멍쉬멍 갔다오기 괜찮은 곳이다.

    그 독일인 무리들도 이런 장점이 적혀있는 가이드북을 보고는 어승생악을 가는 중이었다. 그날은 목적지가 달라서 함께 오르지 못했지만, 바로 다음날 호기심이 일어서 나도 한 번 도전해봤다. 평소에 등산으로 체력을 갈고닦지 않은 입장에서는 1.3 킬로미터라는, 산행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이 짧은 거리조차 힘이 들었지만, 그래도 참고 오를만 했다.










    어승생악 탐방로가 1.3 킬로미터라고, 대략 30분이면 갈 수 있다고 말들 하지만, 그건 사람마다 다르고 오를 때와 내려갈 때가 조금 다를 수도 있다. 대략 왕복 1시간이면 정상까지 갔다올 수 있긴 한데, 눈이 덮힌 산은 오히려 내려갈 때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으니까 시간은 넉넉하게 잡는 것이 좋다. 740번 버스를 이용할 요량이라면 미리 버스 막차 시간을 잘 계산해서 산행 계획을 짜야 한다.
     





    사진으로 쭉 나열하니 금방 꼭대기 근처까지 와버렸다. '썰매금지'라는 플랜카드가 걸려 있는 곳에 다다르면 거의 정상까지 다 온 것. 썰매금지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지 않았다면 꽤 많은 사람들이 썰매를 탔을 법 한 곳이기도 하다. 썰매 타기 딱 좋게 돼 있다. 하지만 커브길이므로 썰매 한 번에 인생 종 치기도 쉬운 곳. 하지 말라는 것은 안 하는 게 좋다.










    꼭대기에 다다르면 갑자기 벌판이 나오면서 경사가 가팔라진다. 오르는 동안에는 나무들이 그나마 바람을 막아주고 있어서 견딜만 했지만, 정상 부근에선 바람막이 할 것이 없어서 금방 추워진다. 오르면서 몸의 열기 때문에 코드 앞섶을 풀어헤치고 올라갔지만, 정상 부근에선 다시 옷깃을 여미고도 추워서 떨어야만 했다. 편의점에서 파는 천 원 안쪽의 목장갑이라도 하나 끼고 오르면 손이 덜 시려서 좋다.

    어쨌든 땀을 뻘뻘 흘리며 가쁜 숨을 내쉬며 마지막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르면 드디어 정상에 다다르는데, 가장 먼저 반겨주는 건 무슨 안테나.






    드디어 정상. 정상에는 이곳이 정상이라는 표지석 하나와 망원경 하나 정도가 덩그러니 서 있다. 어승생악의 높이는 1169 미터. 기생화산으로, 조선 영조 때 제주 목사가 이 주변의 목장에서 태어난 말 한 마리를 왕에게 바쳤는데, 왕이 타는 말이 태어난 곳이라고 해서 이름이 어승생악으로 붙었다 하는 설이 있다.

    맑을 때는 멀리 추자도, 비양도, 성산일출봉까지 보인다고 하는데, 진짜인지 어떤지는 모르겠다. 내가 오른 날은 눈보라가 안개처럼 휘날려서 한 치 앞도 가눌 수 없을 정도였다. 정상에 오르고는 대체 왜 여길 올랐나 싶을 정도였으니까.

    정상에서 다른 쪽 길로 들어가면 분화구도 있고, 일제시대의 토치카도 남아있다고 하는데, 그쪽 길은 사람들이 아예 안 다녀서 그런지 눈 위로 길이 나 있질 않았다. 푹푹 빠지는 길을 뚫고 가기도 힘들었고, 나무 같은 것들이 없어서 위험해보이기도 해서 못 간 것이 못내 아쉬웠다.





    이쪽으로 한라산이 보인다고 하는데... 마음씨 고운 사람에겐 보일 듯.





    이쪽으론 아마도 성산일출봉이 보일 듯. 뭐 눈보라 속에서 상상해보는 재미가 있기도 하고...



    올라온 방향에서 다른 쪽으로 다시 이어진 길. 이쪽으로 가면 분화구를 볼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아이젠이 있어도 미끄럽고 위험해서 그냥 포기했다. 무엇보다 안전이 우선이니까.




    날씨때문에 정상에서도 딱히 볼 것은 없었지만, 그래도 설산을 오르며 설경을 즐긴다는 의미에서 눈보라 휘날릴 때도 한 번 올라볼 만 하다. 나중에 날 맑을 때 한 번 더 오르면 어승생이의 진면목을 볼 수 있겠지. 쉬엄쉬엄 즐기며 다음을 위한 여운을 남기는 것도 나름 즐거운 여행의 방법. 이라고 위로를 해야 나름 안심도 되고 위안도 되고.

    내려가는 길은 다음 편에 계속. (어차피 올라온 길로 내려갈 수 밖에 없지만)

    왕복 한 시간으로 즐기는 겨울철 제주도 눈꽃 산행 - 한라산 어리목 어승생악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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