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글에 이어서 계속 '한라산 1100 고지 습지' 탐방로 사진들. 겨울에 눈 쌓였을 때 가서 아쉬운 점이라면, 이 습지의 본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그건 따뜻할 때 생명체들이 막 살아 숨쉴 때 찾아가야 할 테다. 하지만 습지가 만들어낸 설경도 아주 볼 만 하다.
앞 글:
겨울철 한라산 설경을 편하게 즐기려면 - 한라산 1100 고지 휴게소 & 습지
아침부터 눈이 많이 내리기도 했고, 찾아간 시각에도 계속 눈발이 흩날리고 있었던 터라 안개처럼 자욱하게 눈이 눈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이렇게 자욱한 눈 속에선 사진이 마치 흑백처럼 찍혀서 나름 운치도 있다. 사진이 흑백인 듯 하지만 사실은 흑백이 아니다. 올컬러인데 날씨와 풍경이 이런 색상을 만들어낸 것. 딱히 후보정을 하지도 않았다.
1100고지 습지 탐방로를 따라 사진을 찍으며 느릿느릿 대략 30분 정도 걸었는데, 눈발도 휘날리고 해서 그런지 내가 있을 땐 딱 한 사람 밖에 지나가지 않았다. 그나마도 내가 탐방로로 들어서는 걸 보고 따라 들어온 아저씨. 나중에 밖으로 나가보니 탐방로에 들어가도 될지 안 될지 망설이고 있는 사람들이 몇몇 있더라. 아마 낮 시간이라 이미 앞서간 사람들이 다져놓은 눈길을 그나마 편하게 걸을 수 있었는데, 아침 시간이면 발 푹푹 빠져가며 걸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습지를 한 바퀴 빙 돌고 나오면 입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출구로 나오게 된다. 한 백 미터 정도 될까. 걸어서 올라가면 버스 정류소가 있다.
휴게소 건물 안에서는 식사도 할 수 있고 이것저것 팔기도 하던데, 딱히 안에 여유롭게 머물 분위기는 아닌 듯 해서 대충 둘러보고는 나와버렸다. 뭔가 사먹을 기분도 아니었으니까.
휴게소 건물 바깥에 화장실이 따로 있다. 화장실 가는 길도 한 사람이 걸어갈 수 있을 정도의 폭으로 길을 만들어 놨다. 양 옆으론 눈이 쌓여있고. 눈 오는 날엔 화장실도 나름 예쁘더라. 게다가 냄새는 좀 나지만, 히터로 따뜻하게 유지되고 있어서 언 몸 잠시 녹이기도 좋았다.
이미 말했던 거지만, 제주도에서 딱히 산행을 하고싶지는 않고 눈꽃 구경을 하고싶을 땐 1100 고지를 가보시라. 눈이 많이 온 날엔 자가용으로 올라가기 힘들 수도 있으니 버스를 타고 가면 좋다. 짧고 간단한 눈꽃여행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