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 놀러간 겨울철 제주도, 바닷가 쪽은 바람만 쌩쌩 불고 빗방울만 날린다 해도 한라산 쪽은 사뭇 다르다. 한라산 정상 백록담까지 보고 오면야 좋지만, 여러가지 사정상 갈 수 없다면 어렴풋이 겨울 산행 체험 코스를 밟아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어승생악.

앞의 글에서 어승생악 정상까지 올랐고, 이제는 내려갈 차례.

앞의 글: 왕복 한 시간으로 즐기는 겨울철 제주도 눈꽃 산행 - 한라산 어리목 어승생악 1


왕복 한 시간으로 즐기는 겨울철 제주도 눈꽃 산행 - 한라산 어리목 어승생악



왕복 한 시간으로 즐기는 겨울철 제주도 눈꽃 산행 - 한라산 어리목 어승생악



왕복 한 시간으로 즐기는 겨울철 제주도 눈꽃 산행 - 한라산 어리목 어승생악



올라왔던 길로 다시 하산. 올라올 때는 힘은 들었어도 그리 위험하진 않았는데, 내려갈 때는 힘도 들고 위험하기도 하다. 잘못 디뎌서 쭉 미끄러지면 큰일. 아이젠을 착용해도 미끄러운 곳이 있으며, 길을 조금만 헛디뎌도 눈밭에 발이 푹푹 빠진다.

겨울 산행을 하다보면 산을 좀 탄 사람과 그냥 관광객의 차이가 확연한데, 길을 조금만 벗어나서 잘 못 디뎌도 눈 속으로 발이 푹푹 빠지는 이런 곳에서는 최대한 길 끄트머리로 비켜가거나, 아예 비켜 서 있어 주는 배려가 필요하다. 그냥 나는 내 갈 길 간다며 앞에서 사람이 오는데도 길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가버리면 다른 사람은 눈밭에 빠질 수 밖에 없는데...하긴 그걸 보고도 그냥 가운데로 가버리는 이기적인 사람들도 많더라.

산에 오를 때는 오르는 사람이 우선 통행권이 있고, 내려오는 사람이 비켜주는 것이 암묵적 관례인데, 뭐 그것까진 바라지 않더라도 최대한 길 옆으로 비켜나서 지나가는 예의는 좀 갖추자.


왕복 한 시간으로 즐기는 겨울철 제주도 눈꽃 산행 - 한라산 어리목 어승생악



왕복 한 시간으로 즐기는 겨울철 제주도 눈꽃 산행 - 한라산 어리목 어승생악



왕복 한 시간으로 즐기는 겨울철 제주도 눈꽃 산행 - 한라산 어리목 어승생악



앞의 글에도 밝혔지만 어승생악은 740번 버스를 타고 어리목에서 내려서 올라갈 수 있는 간단한 산행 코스. 산행이라기보다는 언덕에 오르는 정도라고 보는 게 맞겠지만, 그래도 겨울철엔 아이젠이 필수다.

그리고 어승생악은 겨울철에 오후 4시까지 개방한다고 하지만, 여기도 어두워지면 위험하므로 너무 늦은 시간에 오르는 건 금물. 눈이 심하게 오거나 할 때는 해가 조금만 기울어져도 금방 어두워지니까 날씨에 맞게 시간을 조절하는 게 좋다.
 
대략 낮 2시 이전까지 올라가면 여러모로 어리목도 둘러보고 쉬엄쉬엄 노닥거리며 올라갔다오기 좋다. 버스 막차도 놓치지 않을 수 있어서 좋고. 다만 주말에는 시간이 늦어질수록 버스에 사람이 많아져서 서서 올 수도 있으니, 최대한 빨리 버스를 타는 게 좋다.


왕복 한 시간으로 즐기는 겨울철 제주도 눈꽃 산행 - 한라산 어리목 어승생악



왕복 한 시간으로 즐기는 겨울철 제주도 눈꽃 산행 - 한라산 어리목 어승생악



왕복 한 시간으로 즐기는 겨울철 제주도 눈꽃 산행 - 한라산 어리목 어승생악



여름철엔 어승생악에서 들개같은 동물들을 조심해야 한다는 말을 얼핏 들어서 좀 긴장하기도 했는데, 그래도 사람들이 좀 다니는 겨울철이라 그런지 다른 동물들을 보지는 못 했다. 단지 까마귀들만이 위협적으로 울어대곤 했는데, 정상 부근에서 사람 없을 때 까마귀 떼들을 만나면 좀 긴장되기도 했다. 설마 산 사람 눈을 파 먹진 않겠지만.


왕복 한 시간으로 즐기는 겨울철 제주도 눈꽃 산행 - 한라산 어리목 어승생악



왕복 한 시간으로 즐기는 겨울철 제주도 눈꽃 산행 - 한라산 어리목 어승생악



왕복 한 시간으로 즐기는 겨울철 제주도 눈꽃 산행 - 한라산 어리목 어승생악



사진 찍으며 노닥노닥 왕복하면 한 시간 넘게 걸린다. 게다가 어리목 탐방안내소도 잠시 구경하려면 좀 더 시간이 걸리고, 버스정류소까진 10분 정도 걸어가야 하고. 따라서 740번 버스를 타고 어승생악을 오르려면, 버스에서 내린 이후부터 다시 버스정류소까지 돌아가는 데 대략 두 시간 정도 넉넉히 잡고 계산하는 게 좋을 듯.

차 있으면 좋긴 하지만, 눈이 오면 어리목 주차장까지 올라가는 것도 좀 힘들다. 운전을 잘 하지 못한다면 중간에 퍼질 수 있으므로 아예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낫다. 이날도 버스 타고 올라가면서 길 중간에 못 움직이고 있는 승용차들을 몇 대 봤고, 그래서인지 어리목 주차장엔 승용차가 별로 없었다.


왕복 한 시간으로 즐기는 겨울철 제주도 눈꽃 산행 - 한라산 어리목 어승생악



왕복 한 시간으로 즐기는 겨울철 제주도 눈꽃 산행 - 한라산 어리목 어승생악



왕복 한 시간으로 즐기는 겨울철 제주도 눈꽃 산행 - 한라산 어리목 어승생악



왕복 한 시간으로 즐기는 겨울철 제주도 눈꽃 산행 - 한라산 어리목 어승생악



눈길이다보니 쭉쭉 미끄러지기도 하고, 올라올 때보다 좀 더 발 끝에 힘을 주게 됐다. 그러다보니 긴장감과 피로도가 더해지고 하산길이 더 길게 느껴지기도 했다. 물론 내려오는 게 힘은 덜 들긴 하지만.

그러다가 어느 순간 사람들 소리가 왁자하게 들리기 시작하면 드디어 문명세계로 돌아왔구나, 이제 최소한 눈밭에 굴러 죽은 내 시체를 까마귀가 파 먹는 일은 없겠구나 싶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된다. 자연을 제대로 겪어본 사람은 안다, 자연이 얼마나 잔혹하고 냉정하고 까다롭고 힘들고 어려운 상대인지.


왕복 한 시간으로 즐기는 겨울철 제주도 눈꽃 산행 - 한라산 어리목 어승생악



왕복 한 시간으로 즐기는 겨울철 제주도 눈꽃 산행 - 한라산 어리목 어승생악



어리목 탐방안내소 건물 옆쪽으로 해서 어승생악 올라가는 입구 쪽에는 여전히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비는 틈을 타서 입구 사진 찍기도 힘들 정도. 그냥 입구 사진은 사람 있을 때 아무렇게나 찍고 말자. 딱히 이쁘지도 않고 춥고 힘들고 배고프고. 빨리 탐방안내소 들어가서 언 몸을 녹이는 게 낫다. 몸 녹이고 다시 찾아와서 찍든지.


왕복 한 시간으로 즐기는 겨울철 제주도 눈꽃 산행 - 한라산 어리목 어승생악



어리목 탐방안내소 벽면에서 드디어 한라산 백록담을 봤다. 아마 이런날 올랐으면 백록담에 가더라도 눈보라때문에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을 거야라며 사진으로 보는 걸로 마음을 달래자. 어쨌든 눈 쌓인 산은 한 번 올라봤으니 된 거고, 이정도로 만족스럽다면 그걸로도 괜찮은 것.

어리목 탐방안내소는 이것저것 전시해놔서 겸사겸사 들어가서 한 바퀴 빙 돌아보기 좋은데, 이건 다음 기회에. 사실 그리 많이 볼 건 없으나 따뜻하니까 들어감.


왕복 한 시간으로 즐기는 겨울철 제주도 눈꽃 산행 - 한라산 어리목 어승생악



왕복 한 시간으로 즐기는 겨울철 제주도 눈꽃 산행 - 한라산 어리목 어승생악



왕복 한 시간으로 즐기는 겨울철 제주도 눈꽃 산행 - 한라산 어리목 어승생악



눈이 얼마나 쌓였는지 사진으로 짐작이 갈까. 도로변에 쌓인 눈만 해도 거의 내 엉치뼈 높이까지 올 정도. 치워놨는데도 계속해서 눈은 쌓이고 있고, 또 치우고 있고.


왕복 한 시간으로 즐기는 겨울철 제주도 눈꽃 산행 - 한라산 어리목 어승생악



왕복 한 시간으로 즐기는 겨울철 제주도 눈꽃 산행 - 한라산 어리목 어승생악



왕복 한 시간으로 즐기는 겨울철 제주도 눈꽃 산행 - 한라산 어리목 어승생악



어리목 주차장을 통해서 차도를 십분 정도 걸어 나와서 다시 버스 정류소로 나왔다. 버스 정류소 바로 앞에서 길이 헷갈릴 수도 있으니 들어갈 때 잘 기억해놓자. 엉뚱한 방향으로 가면 큰일난다. 여기서 740번 시외버스를 이용하면 제주시로 가거나 중문으로 가거나 할 수 있다. 버스는 거의 한 시간에 한 대씩 있으므로 인내심이 필요하다.

아래 글들을 참고하시라.

* 왕복 한 시간으로 즐기는 겨울철 제주도 눈꽃 산행 - 한라산 어리목 어승생악 1
* 한라산 1100 고지 휴게소와 습지 탐방로에서 간단히 즐기는 설경
* 제주도 740번 시외버스 노선 & 시간표 - 한라산 어리목, 1100고지, 영실 등
신고
Posted by 빈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