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 이야기를 조금 각색해서 꾸며봤음. 큰 틀은 그대로임.

 

커뮤니티 같은 데 보면, 실력만 있으면 어떻게 된다는 식의 말들이 가끔씩 나오는데, 물론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난 운이 더 크게 작용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운도 일단 실력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잡을 수 있는 거니까.

 

그런데 SW 개발자 하다가 닭집(치킨집)을 하거나, 다른 직종으로 옮겨간 사람들을 '실력 없는 루저' 취급 하는 건 잘못됐다. 실력이 있어도 어쩌다보니 흘러흘러 가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내 주위에만도 꽤 되고.

 

물론 만화에 나온 이분처럼 자칭 실력이 없어서 이렇게 된 분들도 있긴 있다. 이분은 한창때 이런저런 활동을 조금밖에 못했고, 강연도 조금밖에 못 나갔고, 오픈소스 활동도 그저 취미로만 조금 했을 뿐이고, 겨우 중견기업인 회사 내에서 실력 있다고 소문이 났을 정도의 실력 뿐이라서 이렇게 됐다고 웃으며 이야기 하던데... 실력을 좀 더 키웠다면 그렇게 안 됐을지도 모르지.

 

특히 SW 개발자 바닥에서 '개인의 실력'을 강조하는 풍토가 너무나 만연한데, 이게 더더욱 개인화를 조장해서 구조적 문제도 개인의 문제로 여겨버리는 폐단이 있다.

 

예를 들어 SI 쪽의 인력파견업체(보도방)들이 '비전공자 초급'들을 좋아한다는 거. 아무리 실력 있는 사람이 있다 한들, 나이 좀 있고, 이 돈 받곤 일 못하겠다 하고, 노동자 권리 운운하고 그러면 일거리 없다.

 

어차피 인력파견업체 입장에서는 원청사의 프로젝트가 잘 되고 못 되고는 관심사가 아니다. 사람 하나 팔아먹고 얼마를 남기느냐가 주 관심사일 뿐. 그래서 초급들을 꼬셔 넣어 중급으로 경력 위조해서 파견 보내버리는 거다. 실력 없어서 잘리면 그 개발자 개인 책임으로 떠넘기고, 또 다른 사람 집어 넣으면 되니까. 돈만 남으면 되는 거다.

 

이것 외에도 정부의 기본적인 IT 정책 문제도 개인의 실력만으론 어찌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이고, 기타등등 여러가지 일들이 있다. 물론 가장 큰 문제는 한국 사람들은 나이 있는 사람을 채용하길 꺼려한다는 것. 뭔 벤처를 한다하면 '평균 나이 이십대' 이런 게 큰 자랑인 양 내거는 풍토. 인식의 문제도 구조적 문제라 볼 수 있을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것도 개인의 실력만으론 커버할 수 없는 문제다.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할 필요도 없지만, 너무 낙관적으로 생각하지도 말자. 개발자 생활하면서 삼십대에 접어들면 이제 슬슬 뭔가 다른 어떤 것을 본격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그때 뼈저리게 깨닫게 된다, 그동안 몸이 너무 망가져서 해오던 것 말고 다른 새로운 것 하기엔 체력이 너무 딸린다는 것을. 일단 당장 오늘부터라도 점심시간이나 휴식시간을 이용해서 한 시간 정도 산책하는 것 부터 시작하자.

 

Posted by 빈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