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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S1 소비자 리포트, 이케아 까려다 해외 인터뷰 오역
    잡다구리 2015. 1. 17. 18:48

    지난 1월 16일 금요일, KBS 1TV의 '똑똑한 소비자 리포트'라는 방송 프로그램에서 '이케아'의 가격 문제를 다뤘다. 한마디로 한국의 이케아 제품들 가격이 다른나라들보다 비싸다는 주제였다.

     

    이 주제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서 브렌트 네이먼 시카고 경제학과 교수와 전화 인터뷰를 했는데, 문제는 이 인터뷰 내용이 완전히 정 반대로 번역해서 방송에 내보냈다는 것이다.

     

    일단 아래 방송 캡처 화면을 보자.

     

     

     

     

    방송에 나온 인터뷰의 한국어 해석본을 다시 한 번 텍스트로 적어보면 이렇다.

     

     

    "제가 말할 수 있는 것은 (한국과 일본처럼) 20%, 21% 가량 차이가 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겁니다. 저희 연구를 보면 알겠지만 어느 것도 20%보다 더 비싸거나 저렴한 경우를 찾을 수 없습니다. 이것은 대부분이 그렇습니다. 한국과 다른 나라에서 그렇게 가격 차이가 크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요약하자면, '한국의 이케아 제품이 나른 나라에 비해 그렇게 가격 차이가 많이 날 정도로 비싸다는 것이 놀랍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번역해 놓은 것이다.

     

     

    하지만 이건 사실이 아니다.

     

    한국인들이 영어 못 한다, 못 한다 하니까 아예 낫 놓고 엘(L) 자도 못 읽을 정도로 한심한 수준이라 생각했던 건가. 아니면 어째서인가 모르겠지만, 어쨌든 한국인들 중에도 영어 히어링이 되는 사람들이 있다. 게다가 이 교수의 인터뷰는 그리 어려운 단어가 없고, 비교적 또박또박 발음을 하고 있어서 나조차도 받아적을 수 있을 정도였다.

     

    아래는 방송을 유튜브로 떠서, 교수의 말을 영어로 받아적어 자막으로 붙여놓은 영상이다. 영문 자막과 교수의 말을 함께 비교해보면, 영문 자막이 맞다는 걸 알 수 있다.

     

     

     

     

    따라서 브렌트 네이먼 교수가 한 말을 다시 영어 텍스트로 적어보면 아래와 같다.

     

    One thing I can say is a difference of about 20% or 21% is not uncommon.

    If you look at our research, you know for almost any pair of countries.

    I could give examples of some products that are 20% more expensive,

    I could also give examples of products that are 20% less expensive.

    And this is almost always the case.

    Umm so, you know I don't have much more to say about that particular question other than

    it would not surprise me that are some very big price differences between Korea and other countries.

     

     

    이것을 한국어로 다시 번역해보면 이렇다.

     

    제가 말할 수 있는 것은 20%, 21% 차이가 나는 것이 드문경우가 아니라는 겁니다.(흔하게 볼 수있는 현상이다).

    우리 연구를 보면 알겠지만, 거의 어떤 두 국가에서든 20%이상 비싸거나 혹은 20%이상 싼 경우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대부분이 그렇습니다. 한국과 다른나라에서 가격 차이가 있다는 것이 그리 놀랍지 않습니다. 그 밖에는 별로 할말이 없네요.

     

     

     

    즉, 브렌트 네이먼 교수는 "이케아 제품의 가격 차이가 어느 나라 둘을 비교하든 20%, 21% 정도 차이가 나는 경우는 흔히 있는 일이고, 한국에서도 그 정도 가격 차이가 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다"라고 말했던 것이다.

     

    KBS에서 친절하게 번역해서 화면으로 내보내준 텍스트와는 정 반대다.

     

    제대로 비교해볼 수 있도록, KBS에서 내보낸 번역문과 진짜 네이먼 교수가 한 말을 제대로 번역한 말을 비교해보자.

     

     

     

    KBS: 제가 말할 수 있는 것은 (한국과 일본처럼) 20%, 21% 가량 차이가 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겁니다.

    실제: 제가 말할 수 있는 것은 20%, 21% 차이가 나는 것이 드문경우가 아니라는 겁니다.

     

    KBS: 저희 연구를 보면 알겠지만 어느 것도 20%보다 더 비싸거나 저렴한 경우를 찾을 수 없습니다.

    실제: 우리 연구를 보면 알겠지만, 거의 어떤 두 국가에서든 20%이상 비싸거나 혹은 20%이상 싼 경우를 찾을 수 있습니다.

     

    KBS: 이것은 대부분이 그렇습니다. 한국과 다른 나라에서 그렇게 가격 차이가 크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실제: 이것은 대부분이 그렇습니다. 한국과 다른나라에서 가격 차이가 있다는 것이 그리 놀랍지 않습니다.

     

     

    이렇게 대조해보니 확실히 알 수 있다. KBS는 네이먼 교수의 말을 완전히 오역하거나 왜곡하고 있다. 그리고 그 잘못된 번역을 자신들의 논조에 갖다 끌어 맞추고 있다.

     

    이게 단순한 번역 오류인지 아니면 의도된 왜곡인지는 모르겠지만(번역 오류라고 하겠지), 어쨌든 확실한 정정 보도를 내보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케아 번역 오류에 대한 KBS 소비자 리포트 게시판 반응번역 오류에 대한 KBS 소비자 리포트 게시판 반응

     

     

    1월 17일 현재, KBS1 소비자 리포트에서는 해당 방송 다시보기를 막아놓은 상태다. 그리고 이 오역 내용을 보도한 언론사는 딱 한 군데다.

     

    이케아 보도한 KBS1 '소비자 리포트' 오역 논란 (머니투데이, 1.17)

     

     

    국내 언론들은 왜 이케아를 조리돌림 식으로 까고 또 까는걸까. 왜 국내 업체들이 사용하는 목재와 이케아가 사용하는 목재의 등급 기준과 인체 유해성에 대해서는 입을 꾹 다물고 있는 걸까. 부끄럽지 않을까.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데.  

     

    이케아(IKEA), 한국에서 인기 있는 이유 - 유럽 기준의 친환경 등급 목재 (블로그 웹툰 링크)

     

     

    어쨌든 공중파에서 이렇게 완전히 정 반대의 내용이 되도록 오역을 했다는 것, 그게 그대로 방송에 나갔다는 것은 그 방송국의 방송 전체를 의심하게 만드는 큰 일이다.

     

     

    p.s.

    이번 문제는 브렌트 네이먼 교수의 인터뷰만 정정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인터뷰 내용을 완전 반대로 해석해놨고, 그것을 논거로 '이케아 제품의 한국 가격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이 인터뷰 내용을 바로잡으면 프로그램 전체 내용을 바꿔야 한다. 즉, 이케아 한국 제품 가격은 문제가 없다는 내용이 되는 거다. 따라서 KBS에서 이걸 어떤 식으로 해결할지 참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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