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바브웨, 자국 화폐 포기. 3경 5천조 짐바브웨 달러 = 1 미국 달러

엄청난 인플레이션으로 유명한 짐바브웨가 드디어(?) 자국 화폐 유통을 포기했다. 지난 6월 12일, 짐바브웨 중앙은행은 짐바브웨 달러 화폐를 은행이나 우체국 등에 가져오면 미국 달러로 바꿔 주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거의 30년간 대통령으로 집권중인 무가베의 잇따른 실정으로 짐바브웨가 거의 경제가 파탄 지경에 이르렀다는 건 이미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사실이다. 짐바브웨는 2009년에 이미 숫자로 적는 것이 무의미 할 정도의 엄청난 인플레이션으로 많은 상점들이 자국 화폐로 거래하기를 거부했고, 시골에서는 물물교환이 성행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레전드 화폐, 짐바브웨 100조 짜리 지폐. 2009년 발행. 짐바브웨에서도 역대 가장 큰 금액 화폐로 전설로 남아있다. 사진: 위키피디아) 

 

 

 

2009년에 짐바브웨 정부는 공식적으로 모든 국민들은 어떤 화폐라도 쓸 수 있다는 발표를 했다. 그 후 미국 달러와 남아공 랜드화 등의 다른 나라 화폐들이 통용되면서 인플레이션이 다소 안정되기는 했다지만 그래도 그 엄청난 인플레이션을 완전히 잡기는 역부족이었다.

 

2015년는 짐바브웨 중앙은행이 미국 달러나 유로화 뿐만 아니라 호주 달러, 인도 루피, 중국 위안, 일본 엔화까지 공식 통화로 인정한다고 발표했다.

 

 

(2009년 촬영된 1천억 (100 billion) 짜리 지폐. 2008년에 이 돈은 블랙마켓에서 미국 돈 1달러 정도의 가치가 있었고, 이 돈을 계란 3개를 살 수 있었다고 한다. 잘 보면 발행일과 유통기한이 적혀 있다. 사진: Erik Charlton)

 

 

 

2008년에 1000억 짐바브웨 달러를 1 짐바브웨 달러로 바꾸었고, 2009년에 또 1조 달러를 새로운 1 달러로 바꾸는 화폐개혁을 했다. 물론 그 이후에도 화폐 단위는 하루가 멀다 하고 커져갔고, 지폐에 발행일과 유통기한을 표기해서 일정 기한이 넘어가면 사용할 수 없도록 만들기도 했다. 그러다가 결국 실질적으로 자국 화폐를 포기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번에 짐바브웨 중앙은행이 발표한 내용은, "17경 5천조 (175 quadrillion) 짐바브웨 달러를 가져오면 미국 화폐 5달러로 교환해주겠다"는 것. 환율로 따지자면 3경 5천조 (35 quadrillion) 짐바브웨 달러가 1 미국 달러인 셈이다. 숫자로 다시 써보자면, 1 미국 달러가 35,000,000,000,000,000 짐바브웨 달러다.

 

참고로 2015년 대략의 짐바브웨 물가는 계란 12개 2~4달러(USD), 2리터 콜라 2.5달러, 택시 8킬로미터에 8~9달러, 인터넷 6~8 Mbps 한 달 사용료가 약 100달러 정도라 한다.

 

 

(500억 (50 billion) 짜리 지폐 60장. 총합 3조 달러. 2009년에 이 금액은 미국 돈 50 센트의 가치였고, 이 돈으로 짐바브웨 수도에서 미니버스를 한 번 탈 수 있었다고 한다. 사진: maskedcard)

 

 

 

p.s. 짐바브웨, 잠비아 통합 비자 소식

'짐바브웨'와 '잠비아'가 올해 12월 말까지 통합 관광비자를 시범 운용하는데 한국인도 적용 대상이라 한다. 예전에는 두 나라 각각 꽤 비싼 돈을 내고 비자를 받아야 했지만, 이제는 두 나라 중 한 나라에서만 50달러를 내고 비자를 받으면 30일 체류기간 내에 다른 나라도 방문할 수 있게 됐다.

 

이 조치는 관광객들이 '빅토리아 폭포'를 구경하러 가는 데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빅토리아 폭포는 짐바브웨, 잠비아 국경에 위치한 세계 3대 폭포 중 하나로, 통합 비자가 있다면 폭포 구경 후 강을 건너서 다른 나라로 넘어가 여정을 이어갈 수 있다.

 

올 12월 말까지 시범 운영 후 어떤 국가들을 넣고 뺄지 최종 결정을 한다고.

 

 

p.s. 2. 짐바브웨 달러 덕분에 공부한 영어 숫자

* trillion : 조

* quadrillion : 천조. 활용: quadrillion country. 천조국

 

 

p.s. 3. 참고자료

* Zimbabwe offers new exchange rate: $1 for 35,000,000,000,000,000 old dollars (the Zimbabwean)

* '3경5000조Z$=미화 1달러' - 살인적 인플레 짐바브웨 자국 통화 폐기 결정 (국민일보)

* 짐바브웨-잠비아, 한국인에게도 통합관광비자 발급 (연합뉴스)

* How Did Zimbabwe Become So Poor—And Yet So Expensive? (new republic)

* Cost of living in Harare, Zimbabwe (expatistan)

* Cost of Living in Harare, Zimbabwe (numb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