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출판도시에 있는 '지혜의 숲'은 일종의 도서관이나 북카페로, 독특한 인테리어와 분위기 때문에 알음알음 유명해진 곳이다. 흔히 '지혜의 숲'이라고 불리고는 있지만, 정확한 위치나 정보를 알기 위해서는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로 검색하는 게 낫다. 지혜의 숲은 그 센터 안에 속한 공간이니까.

 

>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지혜의 숲 웹페이지 링크 

 

 

 

파주 출판도시 초입에 위치해 있어서, 일단 출판도시에서는 찾기 쉽다. 출판도시까지 가는 것이 가장 큰 문제. 합정 쪽에서 바로 가는 버스가 있긴 한데 편도 한 시간 정도 잡아야 한다.  

 

 

 

처음 건물을 접했을 때는 육중한 철문과 철물 구조들, 그리고 두꺼운 콘크리트 벽으로 이루어진 한 뭉텅이의 건물 덩어리가 놓여 있어서, 마치 요새나 벙커 같은 느낌이었다. 겉에서만 보면 좀 차갑고 무뚝뚝한 느낌. 철문을 열고 들어가기 살짝 망설여지는 낯설음이었다.

 

 

 

입구가 막 하늘에 있고.

 

 

 

핵폭발에도 견딜 것 같은 엄청난 철문을 열고 들어서면 바깥과는 완전히 다른 아름다운 세계가 펼쳐진다.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높고 긴 서가는 굉장히 인상적이다. 높이 8미터에 총 길이가 3 킬로미터에 달한다고 하니 그 모습에 압도될 수 밖에.

 

 

 

'지혜의 숲'은 총 세 개 관으로 나누어져 있다. 1관은 책장과 약간의 좌석이 놓여있고, 2관은 카페처럼 꾸며져 있어서 음료 등을 시켜 먹으면서 책을 볼 수 있다. 3관은 게스트하우스 로비를 겸하고 있어서 24시간 개방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중에서 가장 넓고 자유로운 분위기에 좌석도 많아서 사람들이 많이 있는 곳은 아무래도 카페가 있는 2관이다. 모든 파트는 일단 출입문을 통해서 내부로 들어가면 다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1관은 오후 5시, 2관은 오후 8시까지만 운영한다.

 

 

 

 

 

북카페 처럼 운영되고는 있지만 워낙 공간이 넓어서 굳이 뭔가 사먹지 않아도 눈치보지 않고 책을 볼 수 있다. 특히 '권독사'라는 자원봉사자들이 책을 관리하는 것 외에도 책을 권하는 역할도 하고 있어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가서 괜찮은 책 있을까하고 둘러보기도 좋다.

 

'권독사가 추천하는 도서' 코너는 앞으로 좀 더 확장해서 운영하면 꽤 인기를 끌 것 같다. 점점 책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라서 어떤 책을 어떻게 골라야 하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이런 류의 큐레이션이 필요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분야별, 주제별로 좀 더 다양화하면 이 코너가 이곳의 큰 특색 중 하나로 자리잡을 수도 있겠다.

 

 

 

야외 쪽에도 자리가 있긴 한데, 추운 겨울에는 아무래도 무리다. 파주 출판도시 전체가 좀 허허벌판 분위기에 바람도 많이 불고 해서, 서울 쪽보다 더 춥게 느껴졌다. 나중에는 어떨지 몰라도, 아직까지는 이 지역은 따뜻한 날씨가 어울리는 곳이다.

 

그래도 창가에 위치한 왕따자리(?)에 혼자 앉아서 조용히 책 읽기는 겨울이 더 좋다. 아무래도 추워서 사람들이 별로 없기도 하고.

 

 

 

 

 

내부 일부 공간에선 공용 와이파이가 잡히기도 한다. 사각지대가 꽤 많아서 마음놓고 돌아다닐 수는 없지만, 자리 잘 잡고 사용하면 그럭저럭 쓸 만 하다. 버스 시간이나 지도 같은 간단한 정보를 보기엔 큰 불편이 없다. 독서가 주가 되는 공간이라서 콘센트가 있는 자리는 거의 없다. 노트북으로 뭔가 작업하는 공간으로 쓰기엔 좀 무리다.

 

내부에 카페 시설이 갖추어져 있어서 북카페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2관은, 공간도 넓고 자리도 많아서 사람들이 많이 머무는 곳이긴 한데, 그래서 좀 소란스러운 편이다. 도서관이라기보다는 카페 같은 분위기라서 사람들도 마음껏 떠든다. 한 마디로 집중 안 되는 날엔 책 읽기 좋은 곳은 아니라는 뜻이다. 조용히 책 읽기를 원한다면 차라리 1관이나 3관 쪽으로 가면 그나마 좀 낫다.

 

 

 

 

 

2관은 책장도 알록달록하게 꾸며놔서 전체적으로 둘러보는 재미가 있긴 하다.

 

 

 

내부에도 큰 문들이 있는데, 큰 문에 큰 번호가 붙은 것이 마치 격납고 같은 느낌이라서, 문을 열면 로봇이 툭 튀어 나올 것만 같다.

 

 

 

쉽게 볼 수 없는 모습이기도 하고, 나름 인터넷으로 알려져서 유명한 관광지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해서, 여기저기서 브이자 그리며 볼을 뿌우-하고 부풀려가며 사진만 찍고 나가는 커플들도 많은 편이다.

 

 

 

 

 

서가의 책은 일반 도서관처럼 분류되어 있지 않다. 기본적으로 출판사나 기증한 사람별로 분류되어 있는데, 보다보면 그냥 뒤죽박죽 섞여 있는 느낌이다. 심지어 분야별로도 나누어져 있지 않고, 따로 책을 검색해볼 수 있는 시스템도 없다.

 

그러니까 책 기증을 받고 보관한다는 용도에 더욱 충실한 공간이라 보면 되겠다. 이건 이곳의 컨셉이니까 여기다 대고 또 이렇게 저렇게 해야하지 않겠느냐며 돈 한 푼 내지 않고 불평 불만을 내놓진 말자. 사용자에게 편리한 컨셉으로 가려 했으면 애초에 이렇게 만들지를 않았겠지. 손님으로써 이곳 시스템에 개인이 적응하는 수 밖에.

 

그런데 적응해보면 이것도 나름 쏠쏠한 재미가 있다. 어디서 어떤 책을 만나게 될 지 모르는 재미랄까. 그냥 서가를 쓱 둘러보다가 눈에 띄는 책이 나타나면 집어서 읽어보는 것도 꽤 재밌는 경험이다.

 

 

 

 

 

보다보면 책이 저렇게 높이 꽂혀 있으면 어떻게 뽑아보나 싶은 의문이 든다. 물어보니, 이곳을 지키고 있는 권독사 (일종의 자원봉사자)들에게 책 뽑아달라고 하면 잘 꺼내준다 한다. 그런데 대체로 윗쪽에 꽂혀 있는 책들은 보관용 책이거나 아직 정리되지 않은 책 혹은 이미 전시된 책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한 마디로, 저 포도는 신 포도라고 생각하면 된다는 것. 손에 잡히는 곳에 있는 책들만 읽어도 평생 읽겠다.

 

 

 

여기는 1관. 다른 곳들보다 전체적으로 조용하긴 한데, 들락거리는 사람도 많고 사진촬영 하는 사람들도 많고, 좀 춥기도 하고 해서 사람이 별로 없으므로 구석에 처박혀서 책만 읽기는 좋다. 책은 원래 혼자 읽는 거라서 책 읽으러 와서까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릴 필요는 없다.

 

 

 

3관도 북카페 비슷한 분위기로 공간이 꾸며져 있긴 한데, 규모가 좀 작아서 그런지 2관보다는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다. 그리고 게스트하우스 지지향의 로비로도 쓰이고 있어서 24시간 운영한다는 특징이 있다.

 

게스트하우스라는 말 듣자마자 '웅? 게스트하우스?'라며, 그렇다면 여기 묵으면서 1박 2일로 책만 읽다 가는 행복한 시간을 한 번 가져봐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을 테다. 나도 처음엔 그런 상상 한 번 해봤으니까. 그런데 도미토리 있는 그런 게스트하우스가 아니라 좀 고급 숙박업소다. 가장 싼 객실이 12만 원. 이걸로 설명 다 되지 않겠나.

 

> 게스트하우스 지지향 소개 페이지

 

 

 

 

 

춥다 추워. 밖으로만 나와도 바람이 쌩쌩 부는데, 이젠 아예 바람 하나 가려줄 곳 없는 윗층 옥상(?)으로 올라가본다. 내부에서 통하는 통로는 없는 것 같다.

 

 

 

밖으로 나와서 윗층으로 올라가서 어느 이상한 철벽 같은 곳으로 가면 아름다운 재단에서 운영하는 중고책 가게 '보물섬'이 나온다.

 

 

 

 

 

항공편으로 매입한 것 같은 연출을 하고 있는 박스 안에는 영어로 된 책들이 가득했고

 

 

 

 

 

내부는 그냥 헌책방. 헌책방치고는 규모가 크다고 할 수 있지만, 생각보다는 작은 편이었다. 책도 그리 많지는 않았다. 지혜의 숲 찾아온 김에 뭔가 살 책 있나 하고 둘러보는 느낌으로 가볍게 가면 되겠다.

 

 

 

제일 내 눈길을 끈 것은 한쪽 구석의 CD 앨범 특별 할인 코너. 앨범 한 장에 천 원. 이 정도면 그냥 재미로라도 한 번 사볼만 하긴 한데, 변변한 집이 없어서 수시로 이사다녀야 하는 처지에선 이게 다 짐이라는 생각에 닿으면 이런 것 하나도 선뜻 살 수가 없다. 차라리 먹는 거면 먹어 없어지니까 그냥 막 살 수 있는데. 그러니까 문화 뿐만 아니라 어떤 산업을 육성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싼 서민주택을 먼저 공급해서 주택난부터 해결해야 한다. 어쨌든 에반게리온 앨범은 정말 5분을 고민했음.

 

 

 

 

 

그렇게 눈에 띄는 책은 없었지만, 그래도 살까말까 싶은 책들 한 둘은 보이더라. 물론 사봤자 가까운 시일 내에 쓰레기로 버리게 된다는 현실에 모두 꾹꾹 참고 넘겼지만. 공간이 좁아서 책을 읽을 수는 없는 곳이지만, 구석구석 찾아보면 살까말까 고민할 아이템이 하나 쯤은 나올만 한 곳이다. 관광지로 찾아가면 실망 할 가능성이 높고.

 

 

 

다시 황량한 건물 벌판을 지나 아래로 내려간다. 아아 여긴 정말 내부로 통하는 길이 없어서 겨울엔 살이 찢어지는 고통과 숨 쉬다가 허파로 들어가는 칼날같은 바람에 온 몸이 쩌릿하는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는 엄청난 용기를 가져야 오갈 수 있다.

 

 

 

다 어딘가 쓰는 공간이겠지만 저 구석자리 네 평만 뚝 떼서 나 줬으면 좋겠다. 텐트치고 살게.

 

 

 

접근성만 좋았다면 자주 이용할 것 같은데, 편도로만 두 시간 가까이 걸리는 곳이라서 나는 그저 관광지로 활용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아쉽다. 그렇다고 서울 한복판에 이런 공간이 생기면 사람들 버글버글해서 자리 하나도 나지 않아서 또 사용할 수 없겠지. 뭐 그냥 특별한 날 한 번 놀러가서 특별한 경험 하는 정도로 만족하자. 일상의 독서는 그냥 이북으로 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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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빈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