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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콘 쿨픽스 A10 - AA 건전지 사용하는 똑딱이 디지털카메라IT 2016. 6. 14. 11:55
최근 항공기 탑승 시 리튬 배터리 규정이 강화돼서 옛날처럼 무제한으로 마구 가지고 탈 수 없게 됐다. 중국 같은 경우는 이걸 심하게 적용한다 해서 여분 배터리를 두세개만 통과시켜 준다는 소문도 있다. 나도 그 소문을 듣고는 뺏기는 것 보다는 안 가져가는 게 낫겠다 싶어서 세 개만 가져갔고.
이제 한국 항공사들도 2016년 7월부터는 여분의 리튬 배터리는 1인당 5개씩만 허용한다는 방침이 세워져 있는 상태다. 대체로 그 정도면 숙소에서 충전하고 다시 나가고 하면 되기 때문에 큰 무리가 없겠지만, 캠핑을 하거나 노숙을 하는 스타일인 경우는 큰 문제다. 배터리가 없어서 사진을 못 찍는 경우도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그걸 간파했는지 어쨌는지 모르겠지만, 니콘에서 최근에 새로운 똑딱이 디카를 출시했다. A10과 A100 인데, A100은 기존에 비슷하게 생긴 쿨픽스 똑딱이 시리즈를 약간 업그레이드 해서 내놓은 것이지만 (리튬 배터리 사용), '쿨픽스 A10'은 좀 다르다. 2016년에 나온 디지털카메라 주제에 AA 배터리를 사용한다!
일단 사서 뜯어보자. 라지만, 호기심 생겼다고 막 살 정도로 돈 많은 사람은 아니고, 사연이 있다. 태국 치앙마이의 전자제품 매장을 단지 에어컨 바람 때문에 들러서 휘휘 둘러보다가 이걸 딱 발견했는데, 보자마자 '아, 이거 사고싶다!'를 속으로 외치긴 했다.
하지만 이미 카메라가 있는 마당에 이걸 또 사는 건 사치스럽고 쓸 데 없다고 생각했으나, 그날 밤부터 꿈에서 이 카메라가 아른아른. 며칠간 고민고민 하다가 '그래, 쓸 데 없는 데 돈 쓰지 말고 망고나 사먹자'라고 결론내린 순간, 가지고 있던 카메라가 고장났다.
정말 아무 짓도 안 하고 정상적으로 일상적으로 사진을 찍는데 막 사진에 보라색 줄무늬가 나오고, 전원 버튼 눌러도 랜즈가 잘 안 나오기도 하는거라. 우와 이거 돈 들어가게 생겼네, 잘 됐다. 해서 샀다.
여행 내내 쓰다가 고장난 그 카메라는 니콘 쿨픽스 S3700. 꽤 오래 썼다고 생각했으나 생각해보니 1년 정도 썼더라. 이건 좀 심하다 싶다. 근데 랜즈 안 나와서 툭툭 치다가 땅바닥에 떨어트려서 카메라 일부가 부숴지기까지 했으니 무상수리는 물 건너 갔다.
그 전에 쓰던 똑딱이는 니콘 쿨픽스 S3300. 딱히 이 시리즈가 좋아서 계속 쓰는 건 아니다. 처음엔 쇼핑몰에서 세일로 8만 원인가 하길래 덜컥 샀는데, 이때 보조 배터리 하나를 만 원 주고 함께 구입했다. 배터리가 아까워서 다음번에도 똑같은 배터리 들어가는 S3700으로 사버린 거다. 이것도 10만 원인가 해서 싸서 산 거긴 하지만.
근데 이번 쿨픽스 A10은 아무 연고(?)도 없이 그냥 끌려서 사버렸다. 어차피 이 시리즈들의 기기 특성은 익히 잘 알고 있으니까 별다른 기대도 실망도 없이 사용할 수 있을 테고, AA 건전지 들어간다는 이유만으로 여행용으로 사용할 만 하다고 판단했다.
박스를 뜯으면 설명서 같은 거 구질구질 들어있고, 알맹이는 카메라, 스트랩, AA 건전지 두 개 뿐이다. 박스에 들어있는 건전지는 일회용으로 충전 할 수 없는 일반 건전지다. 그냥 사자마자 작동하는지 테스트로 조금 사용해보기 딱 좋다. 언어설정에서 한국어도 지원되니, 처음 켜서 이것저것 설정하고 바로 사용할 수 있다.
AA형 배터리도 몇 가지가 있는데, 일반 일회용 알카라인이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거고, 그 외 충전할 수 있는 리튬 배터리나 니켈 전지도 있다. 충전용 리튬 AA가 가장 용량이 크지만 값이 비싸고, 그걸 사용하면 당연히 공항에서 리튬 전지 개수에 포함된다. 하지만 NI-MH 충전용 배터리를 사용하면 리튬이 아니므로 그냥 패스다. 정 안되면 현지에서 AA 건전지 사서 쓰면 되고.
설명서를 보니 일반 AA 건전지로 약 200 장 정도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하지만 믿을 수 없다. 카메라 한 번 켜서 200장을 쉬지 않고 연속으로 바바박 찍는 사람이 어딨냐. 있긴 있겠지만, 보통은 그렇게 사용 안 한다. 몇 장 찍고 전원 끄고, 또 켜서 몇 장 찍고 하지. 그러면 대략 100 장 정도 찍는다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충전되는 AA 배터리는 용량이 크기 때문에 더 많이 찍을 수 있다.
크기와 두께는 대략 일반 담뱃갑 정도 된다. 건전지 넣는 부분이 불룩하게 튀어나와 있어서 조금 더 두꺼워 보이긴 하지만, 막상 사용해보면 저 부분이 손잡이 역할을 해서 얇은 똑딱이보다 그립감이... 똑딱이에게 그립감이라니. 그냥 사용하기 별 불편 없다.
AA 건전지 두 개 무게가 의외로 무겁게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카메라에 배터리를 넣으면 약간 묵직한 느낌이 들기는 한다. 그렇다고 팔 부러질 정도는 아니다.
카메라 기기 성능은 예전 S3700 이런 것들과 비슷하다. 버튼과 조작 레버도 비슷하게 달려 있고. 가만 보다보면 뭔가 좀 둔한 느낌이 있긴 하지만, 사진 품질도 예전 시리즈들과 비슷하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쿨픽스 S3700 이런 시리즈들이 야경을 찍을 때는 자동으로 밝게 해 주려고 그러는지 노출을 좀 길게 잡는다. 그래서 밤엔 손으로 찍으면 웬만한 경우 사진이 다 흔들린다. 조리개 우선 그런 설정으로 조금 완화시켜 줄 수는 있지만 거의 비슷하다. 아 그냥 어둡게 안 흔들리게 찍게 할 순 없나하고 엄청 고민해봤지만 안 된다. 이게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다. 그래서 밤엔 사진 안 찍으면 된다.
니콘 쿨픽스 A10 스펙은 대강 이렇다.
- 1610만 화소
- 1/2.3 in CCD
- 니콘 렌즈 5배 광학 줌
- 초점거리 4.6~23.0mm (35mm 환산시 26~130mm)
- f/3.2~6.5
- 내장메모리 17MB. SD 카드 사용 (128GB 이하)
- ISO 80~1600
- 셔터스피드 1/2000~1s, 4s
- 배터리와 SD카드 장착시 무게: 약 160 g
- 배터리: AA
기타 AV out 포트가 있고, USB 연결도 된다는데 케이블은 없다. 동영상도 촬영 되고, 뭐 이것저것 똑딱이가 할 건 다 된다.
(AA 건전지 넣는 곳에 SD카드 넣는 곳도 있다)
한국 쇼핑몰을 검색해보니 파는 곳도 거의 없고, 태국보다 비싸더라 (2016년 6월). 그래서 치앙마이 파워바이(Power Buy)라는 곳에서 샀다. 올드시티 해자 북서쪽 끄트머리 쪽에 컴퓨터 상가 쭉 늘어선 곳에 있는 큰 매장이다. 가격은 2390바트. 약 8만 원 정도다.
큰 매장이라서 택스 리펀드 서류를 써 달라며 여권을 건내주면 써 주는데, 2390바트에 환급되는 세금은 80바트더라. 약 3천 원 돈이지만, 뭐 그거라도 어디냐 하고 고이고이 서류 간직했는데, 공항에서 농간에 놀아났다. 이건 나중에 다른 기회에 다시 쓰겠다.
어쨌든 가격은 8만 원. 그 매장에 있는 에너자이저 충전기와 충전지도 살까말까 고민했는데 별로 싸지 않은 것 같아서 안 샀더니 나중에 후회되더라. 한국 가격과 비교해보니 확실히 거기가 조금이나마 더 쌌다. 다 사서 박스 채로 들고와도 면세 범위에 드니까 걱정 할 필요는 없다. 물론 나는 귀찮아서 박스고 뭐고 다 버렸지만.
그냥 단순한 똑딱이 디지털카메라일 뿐이지만, 그래도 잘 샀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나 모를 다음번 여행(을 가장한 고행?)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듯 하다.
저번 홋카이도 캠핑 여행 때는 배터리 충전 할 곳이 없어서 정말 쌩쑈를 했는데, 이런 카메라가 있다면 일단 카메라만큼은 어디서나 파는 AA 건전지를 넣어서 쓸 수 있으므로 최소한 사진은 원 없이 마구 찍을 수 있었을 테다.
어쨌든 이렇게 나는 또 DSLR을 살까말까 고민하던 걸 다시 똑딱이로 훌륭하게 막아냈다. 그거 살 돈 있으면 여행을 한 번 더 가자라며. 끝.
p.s. 참고
* 파워바이(Power Buy) 홈페이지 (태국 여기저기에 있는데, 치앙마이 깟수언깨오 지점은 위치가 잘 못 나와 있다. 여러 물건들 가격 비교 용으로 들어가봐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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