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밤에 야영장 찾아서 돌아다니느라 고생도 좀 하고 늦게까지 잠 못 들어서 피곤한 상태였지만, 새벽 일찍 해가 뜨자마자 다시 일어났다. 밤엔 꼭 비가 오기 때문에 텐트 후라이까지 덮어놓은 상태에서 해가 뜨면 금새 후끈해진다. 그 열기 때문에  강제로 일어날 수 밖에 없다. 모자란 잠은 중간에 동네 공원 벤치 같은 데서 틈틈이 보충하는 게 차라리 맘 편하고. 그래도 이 공원은 화장실과 별도로 수돗가가 있어서 머리라도 간단히 적시고 출발할 수 있었다.

 

 

점점 삿포로에 가까워지자 도시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인도에 줄 그어놓고 자전거 도로라고 만들어 놓은 걸 보면 어찌나 한국과 일본이 똑같은지.

 

위 사진은 그나마 인도와 자전거 도로가 분리가 돼 있긴 한데 뭔가 뒤바뀐 느낌이다. 자전거 길이라고 색칠 해놓은 곳을 가다보면 전봇대 때문에 선을 침범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밖에 없어서 속력을 내다간 서로 위험해진다. 게다가 오르락내리락 반복해야해서 힘도 들고. 차라리 차도 갓길로 가는게 더 안전하고 편하지.

 

일본도 요즘은 인도로 자전거 타고 다니는 건 원칙적으로 안 된다고 한다. 자전거 도로가 따로 없으면 차도 갓길로 가는 게 원칙이라 하는데, 아직은 습관 때문인지 많은 사람들이 그냥 인도로 타고 다닌다. 오히려 도시에서는 차도로 다니면 더 이상하게 보는 분위기까지도 한국과 비슷하다.  

 

 

미카사라는 마을의 미치노에키. 동네 이름이 예뻐서 관심이 가던데 피곤해서 미치노에키에서만 잠시 시간을 보냈다. 여기는 관광정보 안내나 화장실 이용 외에도 전기 사용 코너를 따로 마련해두고 있어서 스마트폰을 충전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충전 장치는 꽤 좋은 아이디어 같다. 충전하면 시간이 걸릴 테고, 그러면 아무래도 지역 소개 해놓은 부스도 좀 둘러보고 음료수라도 하나 사먹게 되고.

 

 

 

 

엄청난 육교.

 

 

삿포로로 통하는 국도는 낮 시간엔 차량 통행도 많던데 아무래도 아침엔 도심으로 들어가는 차량이 그리 많진 않았다. 덕분에 시간도 적게 걸려서 의외로 일찍 도착.

 

 

일단 무조건 삿포로 역으로 가봤다. 사실 삿포로에 도착해서 뭔가 해야겠다 하는 계획이 없었다. 딱 하나, 삿포로는 삿포로 맥주지라는 것만 있었을 뿐. 일단 삿포로 역에서 지도도 좀 얻고, 앉아서 계획도 짜고 하려고 했지만, 이 주변은 자전거 주차를 못 하게 해놨더라. 역 바로 앞에 자전거 주차장이 별도로 있던데 뭔가 회원 등록 같은 걸 하는 장기 유료만 되는 듯 하고. 결국 자전거 댈 데가 없어서 역 안에 들어가보지도 못 했다.

 

 

 

딱히 앉아 쉬며 마음을 가다듬을 공간도 없어서 그냥 시내를 돌아다닐 수 밖에 없었다. 이래서 도시가 싫어. 역 주변을 돌아다녀보니 딱히 갈 생각도 없었는데 삿포로 TV탑도 보였다. 남산타워 같은 걸 기대했지만 의외로 작았다. 147미터면 그래도 꽤 크고 웅장할 줄 알았는데. 골목길은 아니지만 마치 골목 후미진 곳에 자리잡은 것 처럼 좀 생뚱맞은 곳에 있는 느낌이었는데, 주변 분위기와 좀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기도 했다.

 

 

이 근처에 도심 공원인 오도리 공원이 있는데 야외에서 맥주 파는 공간도 마련돼 있었다. 이른 아침이라 다들 문을 닫고 있었다는 게 문제.

 

 

 

 

삿포로는 넓이는 꽤 넓은 편이지만 삿포로 역 쪽의 중심부에서 벗어나면 바로 중소도시 같은 느낌이 들었다. 웬지 친숙하고 만만한 느낌. 분위기는 의외로 서울과 비슷했다. 삿포로 역 주변은 자전거 주차 금지구역이 많아서 자전거로는 맘 놓고 구경할 수 없는 분위기라 빨리 벗어났다.

 

도시는 잘 곳 구하기가 좀 어려운 편이라서 일찌감치 공원을 좀 둘러봤다. 그런데 그날 돌아본 두 개 공원이 모두 그리 적당한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러다보니 공원 다니느라 시간만 낭비했고, 해 지기 전에 도심에서 40킬로미터 떨어진 캠프장을 가야하나 망설이기도 했다.

 

그런데 다음날 삿포로 맥주는 무조건 마셔야 했기에 큰 맘 먹고 호스텔로 갔다. '삿포로 인터네셔널 유스호스텔'이라는 곳이었는데, 이곳은 예전에 따로 소개 글을 썼기 때문에 마지막에 글 링크를 걸고 따로 소개하지 않겠다.

 

 

 

강변 자투리 땅에 골프장이라니. 한강 공원에 골프장 차려놓고 유료 운영하는 것을 상상하면 좀 위화감이 든다.

 

 

호스텔에서 하룻밤 묵고, 다음날 아침에 가본 나카지마 코엔(Nakazima koen). 어떻게든 시간을 잘 활용하려고 호스텔에서도 새벽에 일어나 짐을 맡겨두고 분주히 움직였다. 이 공원은 어딘가 가려고 하다가 중간에 들른 것인지, 왜 갔는지 모르겠다. 위치 상으론 도심과 가까운 곳이었는데 분위기 상으론 완전 변두리 느낌이 드는 공원이었다. 딱히 관광지로 유명한 것 같지도 않은데, 주위엔 비싸보이는 호텔들이 잔뜩 있었고.

 

 

 

공원 부지가 꽤 넓은 편이고, 관리도 잘 돼 있는 편이라서 아침 산책하기는 좋았다. 마침 비가 와서 사람도 거의 없어서 한적했고. 삿포로 도심 구경하다가 살짝 싫증나면 가보기 좋을만 한 곳이다.

 

 

 

 

 

 

 

 

 

그냥 공원공원하게 즐기고 있는데 어디선가 소음(비슷한 노랫소리)가 들렸다. 비에이 길 가 어디선가 마주친 적 있는 자전거 여행자였다. 정자는 아닌데 이상하게도 지붕이 있는 공간을 잘도 찾아서 들어가 있었다. 지나는 산책 관광객들이 신기한지 사진도 막 찍어대고.

 

 

 

어젯밤에 자기는 여기서 잤다고 한다. 공간을 보니 나도 어제 여기로 올 걸 싶더라. 물론 야영이 허락된 곳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한쪽엔 그냥 치워놓기만 하고 아직 개지 않은 텐트가 보였고, 부시시한 모습이 일어나자마자 줄창 기타만 치고 앉아 있었던 모양이었다.

 

자전거를 보면 그냥 일반적인 장기 자전거 여행객들 모습과 비슷하다. 근데 여기다가 통기타와 악보 받침대까지 달고 다닌다. 모든 짐을 장착하면 자전거 차체가 아예 안 보일 정도였다. 도쿄 근처 어느 시골 마을에서 여기까지 왔고, 다시 내려가서 오키나와까지 돈 떨어질 때까지 여행 할 계획이라 했다. 난 이제 여행 막바지라 캔 음료 하나라도 사 줄 생각이었지만 주변에 자판기가 없었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여행하면서 이런저런 도움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나도 이런 여행자들을 보면 뭔가 도움을 주려고 애는 쓰는데, 이렇게 아무것도 없을 때 만나면 참 안타깝다. 짐 있을 때 만났으면 지도책이라도 줬을 텐데.

 

나는 2주 조금 넘게 여행하는데 2만엔 넘게 썼는데, 얘는 출발할 때 5만 엔 가지고 출발했다 한다. 이제 한 달 정도 여행했는데 절반 좀 안 되게 썼다고. 오키나와까지 과연 갈 수 있을지 의문이긴 했지만, 자기 나라니까 뭐 어떻게든 되겠지. 요전에 만난 중국인 여행자와 비슷하게 얘도 거의 쌀만 가지고 다니며 맨밥에 간장 찍어 먹는 듯 했다. 그 중국인 자전거 여행자는 일본 쌀이 맛있다면서 별다른 반찬 없어도 매 끼니 쌀밥만 먹어도 괜찮더라며 웃던데, 그 웃는 게 웃는 게 아닌 걸 잘 알지. 그래도 얘는 반찬 될만 한 거 조금 가지고는 있더라.

 

대체로 길에서 만난 여행자들과는 딱히 사진을 찍지 않는다. 어차피 서로 갈 길 바쁘니까 만나서 수다를 좀 떨다가 어느정도 즐거웠다 싶으면 서로 바이바이하기 때문이다. 사진 찍을 여유도 없고, 그럴 생각도 안 든다. 얘는 그래도 서로 여유로운 시간에 만났으니 사진 기록이라도 남기게 됐다.

 

 

p.s. 참고

> 홋카이도 추천하고싶은 숙소(게스트하우스), 삿포로 인터네셔널 유스호스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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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빈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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