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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로, 테슬라, 만두 - 전기 스쿠터 업계의 테슬라, 고고로IT 2016. 8. 6. 15:14
'스쿠터 업계의 테슬라'라고 불리는 '고고로(Gogoro)'. 고고로가 회사 이름이자 상품 이름인데, 이 회사는 지금 대만에서 전기 스쿠터를 만들어 팔고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는데, 이 전기 스쿠터(고고로 전기 스쿠터)는 컨셉이나 시험 단계가 아니고, 2015년부터 이미 상용화해서 판매하고 있는 중이다. 사람들의 인기와 함께 정부 지원도 들어가서, 시작 단계 치고는 판매량도 꽤 나오고 있다고. 전기 스쿠터 업계의 테슬라라는 말이 괜히 나온게 아니다.
(스쿠터로 이렇게 폼 잡을 것 까지는... 고고로 스쿠터 이미지: 고고로 홈페이지 캡처)
배터리 교체 시스템
대만 전체 인구는 약 2300만 명인데, 그 중 1400만 명 정도가 스쿠터를 사용한다고 한다. 가히 스쿠터 천국이라 할만 한 곳이다. 일단 시장은 잘 잡았다고 볼 수 있는데, 그렇다고 아무 신형 제품이나 내놓고 판타고 팔릴리는 없다.
고고로가 전기 스쿠터를 처음 만든 것도 아니고, 디자인이 좋긴 하지만 가격이 비싼 편이다. 이런 전기 스쿠터가 큰 인기를 얻게 된 것은 아무래도 배터리 교체 시스템을 함께 도입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고고로사는 전기 스쿠터를 팔면서 배터리 교체 시스템까지 구축했다. 기존 전기 스쿠터가 "충전은 집에서 하세요"라는 입장이었다면, 고고로는 고스테이션(GoStation)이라는 곳에서 배터리를 아예 교체할 수 있게 만들었다.
따라서 고고로 전기 스쿠터 이용자들은 배터리 떨어질 때 쯤 되면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서 고스테이션을 찾아가기만 하면 된다. 자판기 처럼 생긴 고스테이션은 도심 길가 혹은 편의점 같은 곳에 여러군데 설치해 놓은 상태다.
(자판기 처럼 생긴 고스테이션. 배터리를 교체하는 모습. 이미지: 고고로 유튜브 동영상)
고고로 전기 스쿠터엔 약 10kg 쯤 되면 큼지막 한 배터리 두 개가 들어가는데, 고고로 스테이션에서 충전된 배터리로 교체할 수 있다. 이러면 길에서 배터리가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불안함을 씻어낼 수 있을 테다.
물론 고고로가 전기 스쿠터라서 대기 오염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그래서 정부 차원에서 구입 보조금을 지원하기도 하는 등 여러가지 판매 촉진 요인이 있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성공적으로 보급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은 바로 이 배터리 교체 시스템이지 싶다.
고고로 스쿠터 성능, 가격
일단 디자인은 깔끔하게 생겼다. 그리고 계기판도 디지털 형식으로 멋지게 나온다. 그래도 스쿠터는 일단 운송수단이므로 어느 정도 성능이 받쳐줘야 하는데, 고고로는 이것도 어느 정도 만족할만 한 수치를 보여준다.
* 0에서 시속 50km 속력을 내는데 걸리는 시간이 4.2초. (고고로는 이게 일반 스쿠터보다 빠른 수치라며 자랑하고 있다. 그건 뭐 됐고).
* 최고 속력 95km/h.
* 경제속력인 시속 40km로 주행하면 완충된 배터리로 100km 이상 갈 수 있다고. 물론 경제속력을 넘기면 100킬로미터까지는 못 갈 수도 있다.
즉, 완충된 배터리로 한 번 교환해 넣으면 대충 100킬로미터 정도 달릴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전기 스쿠터의 한계로 시골 구석을 탐험한다거나 하기엔 많이 불안하겠지만, 이 정도면 도시에서 가까운 거리를 타고 다니기엔 충분한 성능이라 볼 수 있겠다.
(고고로 온라인 샵의 가격표)
위 이미지는 고고로 온라인 샵에서 나오는 스쿠터 판매 가격이다.
제일 싼 고고로 라이트가 63,000 NT(타이완 달러). 약 220만 원이다. 가장 비싼 고고로 플러스는 83,000NT로 대략 300만 원 정도다. 아직 일반 스쿠터보다는 비싼 편이다.
그런데 작년에는 대략 400만 원 정도라고 알려졌었는데, 그동안 가격이 내린 건지 아니면 최대한 할인을 하면 저 가격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대만 가는 비행기표 사 주면 조사해보겠다.
대만 정부에서도 전기 스쿠터를 보급하려고 지원금도 주고, 할부를 할 수 있게도 해 주는 등 각종 지원을 하고 있다 한다.
(고고로 계기판 모습. 이미지: 고고로 홈페이지)
고고로 스쿠터를 사면, 2년 간 무료 유지보수, 1년 도난 보험 가입, 2년 간 고스테이션 무료 이용 등의 혜택을 준다.
여기서 '2년 간 고스테이션 무료 이용'이 나오는데, 2년 넘어가면 돈을 내야 한다. 회원제로 월 899NT(약 32,000원)을 내면 고스테이션에서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다. 즉, 월 3만 원 정도가 연료비라고 할 수 있다.
아무래도 좀 더 널리 보급하려면 가격이 문제가 될 듯 한데, 기술이 발전하면서 가격을 낮출 수도 있지 않을까.
(고고로 스마트폰 앱 이미지)
사실 고고로는 단순한 전기 스쿠터에서 조금 더 나아가, 스마트폰과 연동해서 스쿠터 잠금장치를 푼다던가, 뒷 뚜껑을 연다든가, 방향 표시등 디자인을 바꾼다든가 하는 기능을 넣었고, 스마트폰 앱으로는 배터리 교환소 위치를 찾을 수 있게 하는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어떻게 보면 장난감 같은 요소이긴 하지만, 이런 것 때문에 고고로가 단순한 전기 스쿠터를 넘어서 사물인터넷 기기로 인식되기도 하는 것 아닐까 싶다. 요즘 시대와 트랜드에 맞는 감각으로 뭔가 최첨단 이미지로 멋져보이는 요소를 넣었다는 것. 분명 이것도 인기의 비결 중 하나일 듯 싶다.
(고고로 컨셉 이미지. 대략 도시에선 일주일에 한 번만 배터리를 갈아도 된다는 내용. 고고로 홈페이지)
해외 진출
이렇게 대만에서 활약을 펼친 고고로가 최근에는 독일 베를린으로 진출한다는 소식이 나왔다. 베를린에서는 보쉬의 자회사 쿱(COUP)과 함께 임대 형식의 공유 서비스를 할 계획이라 한다. 거리에 세워진 고고로 전기 스쿠터를 사용료를 결제하고 빌려 타는 형식이다. 거의 도시 공공자전거 빌려 타는 것과 비슷한 형태다. 요금은 대략 30분당 3유로, 하루종일 20유로 정도로 가닥을 잡고 있는 듯 하다.
베를린 외에도 다른 여러 나라들로 진출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듯 한데,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테슬라와 함께 기대해 볼 수 있겠다. (서울에도 진출하면 어떨까 싶긴 한데, 안 되겠지 아마)
고고로
여기까지 대만의 신기한 회사 혹은 전기 스쿠터 업계의 테슬라, 고고로를 소개했다. 이까지만 하고 끝내면 그냥 신기하다 하고 끝나겠지만, 고고로에 얽힌 이야기로 한 가지 교훈을 얻어보자.
고고로는 '호러스 루크'라는 사람이 직장 동료와 함께 설립한 회사다. 이 사람은 홍콩계 미국인으로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나이키, MS, 구글 등을 다녔다. 그리고 대만의 휴대폰 제조업체인 HTC에서 CIO(최고혁신책임자)로 일 했다.
HTC에서 일 하던 어느날, 만두집을 갔다가 무심코 주방을 봤는데 요리사들이 아주 세심하고 정성스럽게 만두에 18개의 주름을 만들고 있더란다. 이걸 지켜보다가 문득, 내가 회사에서 19개 주름을 만들면 쫓겨나겠지, 난 이런 단조롭고 반복적인 일은 도저히 못 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 후 회사를 때려치우고 세운 것이 고고로다.
아마도 거의 누구나 그런 단조로운 일을 하고싶어하진 않을 테지만, 뭔가를 깨닫고 벗어날 타이밍을 얻는다는 건 그렇게 시간이 켜켜히 쌓인 후에 어느 우연한 기회를 계기로 만들어지는 것 아닐까 싶다. 그러므로 여기서 교훈을 얻어서 오늘은 만두를 먹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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