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워낙 험해서 이제 자전거도 블랙박스를 달고 다녀야 안심이 된다. 정말 베이비 잇츠 와일드 월드다. 하나 위안을 삼자면, 자동차 블랙박스는 그저 사고 날 때를 대비해서 녹화하는 장치에 지나지 않는다면, 자전거 블랙박스는 거기에 추가해서 내 여행 경로를 자랑하는 동영상 용도로도 쓸 수 있다는 것. 굳이 비싼 액션캠을 사지 않아도 대충 잘 꾸미면 달고 다닐만 하다.

 

나도 짝퉁이지만 액션캠이 있긴 한데, 최저화질로 찍어도 배터리가 2시간 정도 밖에 못 가더라. 자전거 주행 중에 시간 체크해서 배터리 갈아주는 것도 참 귀찮은 일이고, 보조 배터리를 연결하려고 이래저래 구멍 뚫고 묶고 하는 작업도 성가신 일이다. 그렇게 했더라도 보조배터리가 밖으로 노출 돼 있으면 비오는 날엔 또 대책 없고.

 

그래서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자전거 블랙박스 겸, 액션캠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봤다.

 

 

우리들의 파파라파라파 파라다이스 다이소다. 어느 순간부터 다이소에 자전거 용품들이 슬슬 늘기 시작하더니 이젠 꽤 다양한 물건들이 진열돼 있다. 동네 조그만 다이소엔 몇 개 없겠지만, 좀 큰 다이소에 가서 자전거 코너에 가보면 이것저것 눈 돌아가는 물건들이 꽤 있다. 

 

물론 다이소 물건들이 좀 복불복 성격이 있어서, 좋은 건 가격에 비해 쓸만 하다 싶은 것들도 있지만, 나쁜 건 에라이 돈 버렸다 싶은 것도 있어서 사기 전에 한참 망설이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일단 싸니까 한 번씩 질러볼 만은 하다.

 

평크패치 키트도 과연 쓸만한 건지 의심이 들긴 하지만 2천 원에 꽤 구색을 갖춘 게 판매되고 있고, 재밌는 건 레어 아이템들도 있더라는 거. 자전거 뒷바퀴 축에 끼워서 사람이 올라설 수 있게 만드는 발판 같은 것도 있더라. 이런 걸 한국에서 보게 될 줄이야. 하여튼 재미삼아 좀 큰 다이소 매장에 가보시라.

 

 

동네 조그만 다이소에는 자전거 용품이 별로 없어서 일단 처음엔 위 사진과 같은 '자전거 핸드폰 거치대'를 샀다. 5천 원.

 

 

스마트폰을 넣을 수 있는 가방이 있는데, 한 쪽 면이 비닐로 돼 있어서 스마트폰을 보고 터치할 수도 있다. 당연히 터치 감도가 그리 좋진 않지만 그래도 되긴 된다. 그리고 이 가방을 자전거에 묶어둘 수 있는 연결고리(브라켓)도 들어있다.

 

 

구조가 간단해서 대충 보고 손으로 조립하고 자전거에 부착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이 사진만 봐도 어떤 식으로 가방과 자전거에 부착이 될런지 감이 딱 올 테다. 가방 부착 부분은 360도 회전이 가능한데, 딱딱 걸리는 식으로 돼 있어서 웬만하면 휙 돌아가진 않는다.

 

 

이런 식으로 핸드폰을 넣어서 전방 촬영을 하려고 했다. 물론 핸드폰을 가로로 눕혀서 촬영할 예정이었고, 저 폰은 오래돼서 안 쓰는 폰이다. 혹시나 다니다가 떨어트리거나 해도 그리 아깝지 않을 것이라 블랙박스로 막 굴려도 된다. 스마트폰을 뒤집어서 넣은 것은, 후방 카메라가 화질이 좋으니까.

 

물론 이 제품은 핸들바에 부착해서 스마트폰을 보면서 다닐 수 있는 용도로 나온 제품이다. 그래도 이런 식으로 전방을 향하도록 해놓고 블랙박스 용도로 활용해도 괜찮을 듯 싶다.

 

대체로 괜찮은 생각이었는데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비니루가 꽤 두꺼운 편이어서 동영상 촬영을 하면 좀 뿌옇게 나온다는 것. 그냥 사고날 때를 대비한 블랙박스 용도로만 사용하면 별 문제 없는데, 자랑용으로 업로드 할 동영상으로 쓰기엔 좀 무리. 너무 희뿌옇다. 그렇다고 동영상을 또 편집해주고 어쩌고 하긴 너무 귀찮고.

 

그래서 뭔가 다른 게 필요하겠다 싶어서 조금 큰 다이소 방문.

 

 

또 다른 스마트폰 거치대가 있더라. 이것도 5천 원.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이건 비닐에 넣는 방식이 아니라, 스마트폰을 거치대가 딱 잡아주는 방식이라서 스마트폰 화질 그대로 동영상을 찍을 수 있다.  

 

 

이것도 구조는 아주 단순하다. 핸들바에 부착해서 스마트폰을 딱 잡아주면 끝. 특이한 것은 핸들바에 부착하는 부분 나사가 육각 나사로 돼 있다는 것. 그래서 패키지 안에는 육각렌치도 하나 들어가 있다. 철 쪼가리 이물질인가 하고 버리면 안 된다.

 

좀 더 머리를 굴렸더라면 손으로 잠글 수 있게 할 수도 있었을 텐데 좀 아쉬운 부분이다.

 

 

이런 식으로 자전거 핸들바에 부착하는 부분은 육각나사가 들어가 있다. 이걸 풀고 조이고 해야 한다. 육각렌치는 세트로 된 걸 다이소에서 2천 원에 살 수 있으니, 동봉된 걸 잃어버려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저기 돌리는 부분은 스마트폰 거치대 쪽을 돌려줘서 세로 혹은 가로 등으로 맞추고 조여서 고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좀 쓰다보면 쉽게 헐거워지겠다 싶은 걱정은 들던데, 그 정도 쓴다면 본전은 뽑았다고 볼 수 있을 듯.

 

 

스마트폰 거치대 부분. 버튼 식으로 그립을 열고, 스마트폰에 맞게 그립을 고정한 후에는 락으로 잠그게 해놨다.

 

 

스마트폰 부착한 모습. 양 옆 그립과 아랫부분 받침대만으로도 어느 정도 고정은 된다. 거기다 고무줄이 기본 장착 돼 있으므로 더욱 단단하게 고정시킬 수 있다.

 

 

목 부분이 좀 약해보여서 자전거가 충격을 받다보면 뚝 떨어질 수도 있겠다 싶다. 만약을 위해서 안 쓰는 폰을 달고 다니는 게 안전할 듯.

 

 

이런 식으로 달고 다니면서 블랙박스 영상을 찍으면 된다. 화면 조작도 편하게 할 수 있으니 좋다. 핸들바에 카메라가 가린다면 바깥 쪽으로 설치해서 스마트폰을 뒤집어 설치하는 방법도 있다. 자전거에 맞게 이리저리 하다보면 최적의 상태를 찾을 수 있을 테다.

 

화질이나 편의성 면에서는 이 거치대가 나아보여서 이걸 달고 다니는 걸로 결정. 비 올 때가 문제인데, 그럴 때를 대비해서 빵집의 빵 포장용 투명 비닐봉지를 항상 들고 다니는 걸로.

 

금방 부러질지 어떨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시중에서 비싸게 파는 핸드폰 거치대를 살 필요는 없을 듯 하다. 그거 살 돈으로 이거 두세 개 살 수 있으니까, 좀 낡으면 또 새로 사면 되고.

 

혹시나 사기가 망설여진다면 이렇게 생각해보자. 험한 세상에 자전거 타고 다니다가 모진 놈 만나서 사고 나고 덤탱이 써서 100만 원 쓰게 되면 피를 토하지 않겠나. 그 때 가서 아아 블랙박스가 있었다면 내 억울한 누명을 풀 수 있을 텐데하고 후회해봤자 소용 없다. 따라서 5천 원에 이런 걸 사서 블랙박스를 켜고 다니면 곧 99만 5천 원을 아낀 셈이다. 금액이 너무 커서 현실감이 없다면 49만 5천 원을 아꼈다고 생각하시든가. 어쨌든 구매는 이렇게 소비의 정당화로 시작하면 마음의 짐도 덜 수 있고, 나름 뿌듯함도 생겨서 좋다.

 

 

스마트폰을 블랙박스 용도로 사용한다면 블랙박스 앱을 다운받아 사용하는 것도 좋다. 한국에선 오토보이(autoboy)라는 앱을 많이들 쓰는 것 같더라. 이런 블랙박스 용 앱은 기능이 다 비슷비슷하니까 맘에 드는 거 그냥 쓰면 된다.

 

앱스토어에서 '블랙박스', '드라이빙 레코더' 등으로 검색하면 많이 나온다.

 

 

 

블랙박스 앱에 이런저런 기능들이 있긴 있지만, 이런 앱을 쓰는 주 목적은 '녹화주기'와 '최대 저장용량' 기능 때문이다.

 

그냥 스마트폰 동영상을 찍으면 용량 꽉 찰 때까지 계속해서 동영상을 찍어버린다. 그런데 이런 앱의 '최대 저장용량'을 설정해두면 일정 용량 촬영한 후엔 다시 영상을 덮어쓴다. 즉, 동영상이 일정 용량 이상 넘어가지 않게 설정할 수 있다.

 

녹화주기는 동영상을 어느 시간 단위로 잘라서 저장할 건지 설정하는 거다. 1분이면 1분 단위로 촬영한 동영상을 하나의 파일로 저장한다. 이때 주의할 것은, 하나의 파일에서 다음 파일로 넘어갈 때 간혹 튀는 현상이 생길 수 있으므로 시간 단위는 적절하게 자르는 것이 좋다.

 

딱히 용량 걱정 없고, 그냥 무한대로 계속 찍으면서 수작업으로 백업하고 삭제하고 싶다고 한다면 그냥 핸드폰 동영상 촬영 기능만 사용해도 된다.

 

여기서 설명한 내용은 차량용 스마트폰 거치대로 바꾸기만 하면 자동차에 설치해서 사용할 수도 있다. 그리고 돈이 없다보니 다이소 물건들은 애용하게 됐는데, 난 다이소와 아무 관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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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빈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