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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샤넬 2017 S/S 패션쇼 - 드디어 개발자 & 공대생 패션이 트랜드다!
    IT 2016. 10. 7. 02:32

     

    내가 샤넬을 소재로 글을 쓰게 될 줄은 몰랐다. 게다가 패션쇼를 보고 감동받아서 '이건 꼭 널리 알리고 싶어!'라는 마음을 가지게 될 줄이야. 샤넬이다, 샤넬. 여러분들이 샤넬하면 바로 떠오르는 바로 그 샤넬(CHANEL). 샤넬에서 뭔 협찬 같은 거 한 거 아니고, 정말 이건 흥미로운 거니까 한 번 쭉 봐보시라.

     

    10월 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샤넬이 '2017 봄-여름 레디 투 웨어' 패션쇼를 개최했다. 패션쇼 특집 웹페이지가 샤넬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됐고, 패션쇼 동영상도 올라왔다. 어쩌다 우연히 이걸 봤는데, 일단 웹페이지부터가 아주 인상적이다.

     

    (CHANEL, spring-summer 2017 웹페이지 캡처)

     

    웹페이지에 언뜻보면 HTML 태그 같은 코드들이 쭈루루 나온다. 그냥 텍스트가 콱 박혀 있는 것도 아니고, 프롬프트가 움직이면서 코드가 한 줄 한 줄 나오도록 해놨다.

     

    패션계에도 이제 코딩교육 바람이 부는 것인가! 는 좀 오버고, 계속해서 패션쇼 영상 중 일부를 한 번 보자.

     

    (CHANEL, Spring-summer 2017 Ready-to-Wear 패션쇼 영상 캡처)

     

    오프닝은 좀 괴이하다 싶을 정도로 시작한다. 방독마스크도 아니고 로봇 머리도 아니고 뭔가 이상한 헬멧을 쓴 여성 둘이 나오면서 시작하는데, 뒷 배경을 한 번 보시라. 개발자나 IT 종사자라면 익숙한 곳이다.

     

    그렇다, 바로 '데이터 센터'다.

     

    디자이너 역시 '데이터 센터'를 꾸몄다고 언급하고 있다. 그러면서 "This is technology. But with the lingerie, it’s intimate technology" 이렇게 말 하는데, 내 실력으론 제대로 번역도 못 하겠다. 번역은 고사하고 인터뷰 동영상을 다섯 번이나 돌려봤지만 뭔 말을 하는지 가늠도 못 하겠더라.

     

    그래서 해외 기사들을 뒤져봤지만, 얘네들도 대체로 "뭥미? 뭔 소릴 하는겨?" 이런 반응. 아무래도 디자이너가 너무 앞서간 듯 하다.

     

    하지만 디자이너의 말을 이해 못 하겠다고 해서 그의 작품마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들이라면 몰라도 개발자들이라면 동영상을 보고 이해를 넘어 감동도 할 수 있을 테다.

     

    몇 장면을 보면서 이야기 해 보자면

     

    (CHANEL, Spring-summer 2017 Ready-to-Wear 패션쇼 영상 캡처)

     

    '체크'다. 체크인 것이다. 시작 화면에 나온 두 여성도 다시 한 번 보라. 체크다. 

     

    체크 컨셉이라는 걸 알고 패션쇼 영상을 보면 꽤 흥미롭게 패션쇼를 볼 수 있다. 처음엔 누구나 알아볼 수 있을 만큼의 흔한 체크가 나오는데, 이게 점점 변형되고 꿈틀대면서 나중에는 하나만 딱 떼놓고 보면 체크 컨셉이라는 걸 알 수 없을 정도의 디자인들이 나온다.

     

    이 변화 모습을 보면서 패션쇼라는 것, 패션 디자인이라는 것이 그렇게 많이 어렵거나 난해하지도 않고, 뭔가 주제도 있고, 잘 보면 알아먹을 수도 있는 거구나라는 걸 깨달을 수 있다.

     

    영상을 잘 보면 악세사리도 체크 컨셉을 구현하려고 애 쓴 것이 보이기도 한다. 정말 세심하다.

     

    (CHANEL, Spring-summer 2017 Ready-to-Wear 패션쇼 영상 캡처)

     

    디자이너의 말 따위를 싸그리 무시하고 내 마음대로 해석해보자. '데이터 센터'와 '체크무늬'. 답이 딱 나온다. 그렇다, 바로 개발자들의 '체크 남방'!

     

    한때 IT 붐이 일고 개발자들이 잘 나갈 때는 '나 개발자요' 할 수 있는 패션이었으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옷 못 입고 맨날 야근이나 하며 라면 국물 튀어도 별로 티 나지 않기 위한 오타쿠스러운 꾀죄죄한 개발자들의 유니폼'이라는 인상으로 전락해버린 바로 그 체크.

     

    디자이너는 바로 그 개발자의 체크를 본 게 아닐까. 최근 코딩교육, AI, 스마트폰 등으로 관심이 뜨거워진 소프트웨어 개발이라는 시대의 흐름에서, 어쩌면 디자이너들은 '아, 저 색히들이 신기술로 트랜드를 선도하는구나. 근데 체크무늬네' 이랬던 것은 아닐까.

     

    어쨌든 주위의 핍박에도 오랜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체크를 고집해 온 개발자들아 (그리고 공대생들아), 2017년에는 어깨 쫙 펴고 거리를 활보하기 바란다. 샤넬이 선택했다, 체크가 트랜드다!

     

     

    p.s. 사족

     

    (CHANEL, Spring-summer 2017 Ready-to-Wear 패션쇼 영상 캡처)

     

    체크 무늬에 면바지(! ...는 아니지만, 비슷하잖나). 완벽한 2017 대세 패션.

     

     

    p.s.2. 참고자료

    * 샤넬 2017 봄-여름 레디 투 웨어 패션쇼 홈페이지 (한국어)

    * 샤넬 패션쇼 유튜브 동영상 (위 홈페이지에서도 동영상 볼 수 있음)

     

     

    p.s.3. 사사족

    물론 우리가 입으면 꾀죄죄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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