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는 할인행사를 잘 안 하기 때문에 요즘 가본지가 꽤 오래됐다. 그러다가 우연히 맥도날드 서울시청점을 가보게 됐는데, 약간 생소했다. 모든 주문을 터치패드 기계로 받는 시스템으로 돼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맥도날드도 이런지 모르겠는데, 어쨌든 약간 충격이었다. 아아 정말 이제 기계가 인간세상을 슬슬 지배해가고 있어!

 

 

매장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바로 앞에 딱 보이는 건 무인 판매 기계. '주문하는 곳'이라고 크게 쓰여져 있다. 키오스크 기계는 총 4대. 무조건 이 기계로 일단 주문을 해야만 한다.

 

보통은 기계가 있어도 또 다른 매대에서 사람이 또 주문을 받는 형식인데, 맥도날드 서울시청점은 그런 거 없다. 즉, 사람이 주문 안 받아준다. 무조건 일단 이 기계에서 주문을 해야만 한다. 이게 좀 충격이었다.

 

마침 들어갔을 때 기계 앞에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서 줄 서 있더라. 아직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은지 화면 앞에서 헤매는 사람들이 꽤 있길래, 차라리 맨투맨으로 주문하는 게 낫겠다 싶어서 찾아봤더니 없더라. 아이스크림이나 커피 같은 간단한 디저트는 사람이 직접 주문 받고 결제해주는 매대가 따로 있긴 했는데, 그것 뿐이었다.

 

 

주문할 때는 사람이 꽤 몰려 있었고, 이건 나중에 좀 한적할 때 찍었다. 사실 기기 조작은 스마트폰 좀 만져본 사람들이라면 크게 어렵지 않다. 큼지막하게 잘 쓰여져 있으니까. 나중에 메뉴 고를 때, 버거류가 엄청나게 많이 나와서 선택하는데 시간이 좀 걸릴 뿐.

 

하지만 내가 줄 서 있는 동안에도 기계 앞에서 헤매다가 그냥 나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보통 그게 노인들만 그럴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아니다, 젊은 사람들도 있었다. 이런 현상을 두고 인문학적 기술학적 미래학적 머시기를 떠들어볼 수도 있겠으나, 어쨌든 그런 사람들 덕분에 줄은 순식간에 확 줄어들었다. 그렇다, 빠릿하지 못 하면 이제 버거도 하나 못 사먹게 됐다. 아, 뭔가 비판 같아 보이는 건 기분 탓이다. 이 시스템을 그리 비판하고 싶진 않다.

 

 

일단 자동화 시스템에 순응해서 나도 기계로 주문을 했다. 키오스크로 주문을 할 때, 기계에서 바로 결제를 할 것인지, 아니면 따로 매대에서 결제할 건지 선택할 수 있다.

 

대체로 사람들은 기계에서 바로 결제하는 걸로 선택하더라마는, 카드가 잘 안 읽혀서 허둥지둥 하는 사람도 있고 해서 난 그냥 인간에게 가서 결제하는 걸로 선택했다.

 

'인간에게 결제하겠다 기계따위가 뭔 돈을 만지냐!' 선언하고 기계에서 주문을 마치면 저런 주문표 종이 하나가 나온다. 이것 좀 이상하다. 주문표에 번호 같은 것이 없다. 뭘 주문했는지 목록만 쭉 나와있다. 그렇다면 어차피 인간에게 가서 결제를 하면 그 때 정식 주문을 넣는다는 뜻이겠지.

 

 

그렇다면 이런 의도라 해석할 수 있다. 사실 맥도날드에서 (혹은 다른 곳에서도) 주문대 앞에 서서 정말 시간을 오래 잡아먹는 사람이 하나씩 있다. '어- 어-' 하면서, 이건 어떠냐 저건 어떠냐 이것저것 다 물어보고, 그럼 이걸로 하면 저것보다 좋은 거냐 어쩌냐 하다가, 그럼 이걸로 하겠다 했다가 아니다 저걸로 하겠다 했다가, 결제하기 직전에 아 그럼 여기에 저거 추가하겠다, 아니다 저건 빼달라 등등 하는 사람들.

 

물론 그 사람들이 나쁜 건 아니다. 손님으로써 충분히 할 수 있는 행동이기 때문에 뭐라 비난할 수도 없다. 다만 뒤에 줄 서 있는 사람으로써 좀 기다리기 힘들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더군다나 옆줄은 팍팍 줄어가는데 내가 선 줄만 계속 정체돼 있으면 좀 짜증도 난다.

 

그런데 이런 키오스크 방식의 주문 시스템을 도입하면 그런 사람들을 없애버릴 수 있다. 정말 말 그대로 없애버려서, 기계 앞에서 패닉에 빠졌다가 그냥 포기하고 매장 자체를 나가버리게 만들 수 있다. 정말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수십 명이 기계 앞에 줄을 섰지만, 줄은 금방 확 줄어들더라.

 

 

매장 안쪽에 주문표 들고가면 결제만 해주는 코너가 있다. 사람들이 잘 사용하지 않아서 직원이 상주하지도 않는 모습. 내가 가니까 안쪽에서 한 명 뛰어나오더라. 결제를 마치니 영수증을 준다. 영수증에 비로소 '주문번호'가 찍혀 있다. 이제 이 번호가 '제품 받는 곳'의 모니터에 뜨면 가서 받아오면 된다.

 

기계에서 결제하면 바로 이 영수증을 받을 수 있다.

 

 

'제품 받는 곳' 매대가 보인다. 예전에는 저쪽에서 주문도 받고 물건도 받아갔는데, 이제 서울시청점은 저기서 주문을 아예 안 받는다. 물건만 받아가는 곳이다.

 

윗쪽에 모니터가 보이는데, 오른쪽에 쭉 나열된 번호들은 장식이다. 왼쪽에 큰 글씨로 숫자가 나와야 물건이 나온 거다. 물론 오른쪽 숫자 순서대로 일을 처리하고 있는 것 아니냐 생각하며 그런 주장을 할 수도 있겠지만, 저기 없던 번호가 갑자기 왼쪽에 확 떠서 받아가기도 하더라.

 

왼쪽에 맥카페라고 돼 있는 매대에서는 커피, 아이스크림 같은 디저트류를 바로 주문하고 결제까지 할 수 있다.

 

 

그렇게 스카이넷과 전쟁을 치르고 얻은 전리품 버거. 제발 좀 맥도날드 런치셋트는 삼천 원 아니냐며 무슨 공룡 풀 뜯어먹던 시절 얘기 좀 하지마라. 요즘은 런치셋트로 빅맥세트 먹으면 4,900원이다.

 

사족으로 말인데, 맥도날드는 매장마다 감자튀김 맛의 편차가 너무 커. 나름 메뉴얼이 당연히 있겠지만, 실제로 가보면 매장마다 싱거운 데가 있고, 너무 짠데가 있고, 바짝 튀긴 데가 있고, 흐물흐물한 데가 있고 기타등등. 어쨌든 대충 한 끼 떼웠으니 기타든든. 

 

 

런치 할인시간동안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나면 간단한 기계 점검을 하는 모양. 아무래도 종이도 다시 채워넣어주고, ...그것 말곤 딱히 할 게 없어 보이는데, 뭔가 있겠지.

 

 

 

아직은 그나마 갑자기 이런 환경을 만나도 쉽게 적응하고 대응할 수 있어서 다행이긴 한데, 얼마나 더 그런 적응력을 보일 수 있을지 살짝 불안하기도 하다. 기계 앞에서 여기저기 눌러가며 주문하는 사람들을 마치 무림의 고수 바라보듯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 남의 일 같아 보이지 않고.

 

어느날 배가 고파서 버거 하나 먹으러 들어갔는데, 모든 주문을 뇌파 인식 시스템으로 하는 거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장 딱 들어서자마자 뇌파 인식 감지를 하고 텔레파시 비슷한 걸로 주문을 해. 옆에서 보면 그냥 가만히 서 있는 거야.

 

대체 어찌 하는 거지, 배는 고픈데. 그래서 잘 알려줄 것 같은 사람 하나 잡고 물어봐. 주문 어케 하는 거냐고. 그럼 "그냥 주문하겠다고 생각만 하면 돼요 (= 그냥 화면 터치하면 돼요)"하겠지. 그...그런가. '주문하겠다!" 생각을 해 봐. 오오 뭔가 되는 것 같아. 근데 거기까지. 좀 더 들어가니 뭐가뭔지 모르겠어. 그래서 결국 주문 못 하고 나오면서 담배에 불이나 붙이자며 성냥을 켜며 성냥사세요 성냥사세요.

 

근데 아무 생각해봐도 저런 시스템으로 인력을 줄이기는 힘들 것 같은데. 다른 무언가가 있을 것 같고, 짐작도 가지만, 이미 너무 많은 말들을 해버렸기 때문에 다음 기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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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빈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