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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화폐박물관 - 아프리카 화폐 특별기획전, 짐바브웨 달러 실물을 보다국내여행/서울 2017. 6. 13. 21:01
앞편에 이어서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2층 기획전시실로 올라왔다.
>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 옛 한국은행 건물 안에서 돈 구경을 해보자
1층은 상설전시관이고 2층은 기획전시실과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용 컨텐츠로 꾸며져 있었다. '생동의 땅 아프리카, 화폐로 만나다'라는 기획전시를 보러 간 거였는데, 생각보다는 그리 크지 않았다.
나름 뭔가 재미있는 요소를 주려고 하기는 한 모습.
생동의 땅 아프리카, 화폐로 만나다
기획전은 방 하나 공간처럼 꾸며진 전시실에 아프리카의 각종 화폐들이 벽에 전시된 형태였다.
아프리카 단일화폐 소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이런건 상식 차원에서 청소년들이 봐두면 나중에 여행 바람 들었을 때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유럽의 유로처럼 서아프리카에도 단일화폐인 '세파프랑'과 '코모로 프랑'이 쓰이고 있다. 이 국가들은 프랑스 식민지 시절을 거쳤던 나라들인데, 2차 세계대전 이후 자치권을 주면서도 지배권을 가지고 싶었던 프랑스가 이런 통화정책을 만들어놨다.
여러 국가가 단일 통화를 사용한다는 것은 사실 선진 통화체계라 할 수 있고, 그래서 이 국가들이 그리 큰 인플레이션을 겪지 않고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보다 비교적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는 분석도 있다. 물론 여러 국가들이 사용하는 단일 화폐라서 어느정도 대외 공신력을 가질 수도 있었고.
하지만 최근에는 이것이 식민지 시절의 잔재이고, 경제적 종속의 핵심이라며 반대와 폐지의 목소리도 나오는 실정이다. 특히 세파프랑은 유로화에 종속적인 관계고, 프랑스에서 통제권을 가지고 있는 현실 때문에 그런 비판이 더욱 거세기도 하다. 단일화폐라는 시스템 자체로만 보면 선진 시스템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이중적인 구조인 셈이다.
화폐박물관을 찾은 주 목적인 '짐바브웨 달러'가 드디어 나왔다. 짐바브웨는 엄청난 인플레이션을 기록하며, 한때는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화폐가 등장할 정로로 경제가 파탄에 이르렀다.
2009년에는 드디어(?) '100조 달러'(짐바브웨 달러)짜리 지폐가 발행돼서, 세계에서 가장 큰 금액의 화폐로 기록됐다. 하지만 이것도 결국 거의 종이조각으로 전락했고, 사람들은 자국 화폐로 거래하기를 꺼리며, 외국 화폐를 이용하거나 물물교환을 했다.
위 사진처럼 저렇게 많은 돈을 들고가도 겨우 빵 하나 정도 밖에 못 살 지경이었다고. 결국 2015년, 짐바브웨는 자국 화폐 통용을 포기했다. 공식적으로 미국 달러나 엔화, 위안화 등의 외국 화폐를 시장에서 사용하는 걸 허용한다는 발표와 함께, 짐바브웨 달러를 은행에 가져오면 미국 달러로 바꿔 주겠다고 했다.
이때 은행에선 3경 5천조 짐바브웨 달러를 미국돈 1달러로 교환할 수 있었다. 즉, 최고액권이었던 100조 달러짜리 지폐 350장을 가져가면 미국돈 1달러(USD)로 바꿀 수 있었다. 정말 이 정도면 돈보다 종이가 더 비싸겠다 싶을 정도다.
참고:
> 짐바브웨, 자국 화폐 포기. 3경 5천조 짐바브웨 달러 = 1 미국 달러
어쨌든 그 유명한 짐바브웨 달러를 직접 실물로 봤으니 감격까지는 아니고, 호기심을 충족했다. 저런건 실물로 소장해두고 싶기도 한데, 이베이 뒤져보니 너무 비싸게 팔더라. 실제 가치는 1/350 달러(USD) 밖에 안 되는데, 훨씬 비싸게 팔리고 있다. 저거 잘 모셔둔 사람들은 돈 좀 벌지도.
아프리카 다른 나라들의 화폐들도 전시돼 있었다. 그중에서 마다가스카르 화폐 단위는 '아리아리'. 스리랑카는 스리스리(가 아니고). 화폐 단위가 아리아리니까 뭔가 더 친숙한 느낌. 아리아리 돈 고개를 넘어간다.
돈에 그려진 그림으로 아프리카 국가들의 유적지나 자연환경을 설명해놓은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거 꽤 괜찮은 컨셉이다. 앞으로 시간 있으면 내가 이 컨셉을 이어받아 추진해 볼 생각이다. 라지만, 막상 하려니 귀찮다.
아프리카 화폐 기획전이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았고, 판넬에 돈 넣어둔 정도라서 처음엔 약간 실망도 했지만, 쭉 들여다보니 무료로 구경하는 것 치고는 괜찮았다. 실물로 이런 것 한군데서 모두 모아 볼 기회가 그리 많지는 않을 테니까.
아프리카 기획관을 벗어나자 아이들을 위한 학습 공간으로 꾸며놓은 듯 한 전시실이 나왔다. 대략, 동전 만드는 과정 알아보기라든가, 돈 스탬프 찍어보기 같은 것들이 있었다.
신기한 건, 내국인은 거의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주를 이루는데, 의외로 성인 중에는 외국인들이 꽤 많더라는 것. 아마도 명동 놀러오면서 뭔가 학구적이고 고상한 것 없나 찾다가 여길 간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건물 자체를 둘러보는 것도 나름 구경이 될 테니까.
계속해서 상설전시인 듯 한 전시관이 계속 이어졌다. 세계의 특이한 화폐들을 모아놓은 곳도 있어서, 이런저런 돈에 얽힌 이야기도 볼 수 있었다. 저기 보이는 15, 45짯 짜리 지폐는 옛날 미얀마 화폐.
가다보니 금고 문이 열려 있길래 재빠르게 잠입.
모형이겠지. 모형일거야.
아아 오만원짜리 딱 저만큼만 가지고 싶다. 저게 각각 1억과 5억이란다. 오만원짜리 딱 저만큼이 5억 원. 손으로 들어보니 별로 무겁지도 않다. 저걸 준다면 기쁜 마음으로 집까지 들고 걸어갈 수도 있을 정도다. 집까지만이겠냐, 저걸 준다면 시베리아 대륙도 횡단할 수 있다.
나는 언제쯤 집을 저렇게 인테리어 한 번 해보나. 벽지를 오만 원 짜리로 발라놓으면 참 멋있고 폼 날 텐데.
2층에서 살짝 내려오면 옛날 한국은행장 사무실과 회의실 같은 것도 구경하라고 열어놨다. 딱 7,80년대 대장급 스타일이다. 저 벙커같이 생긴 소파하며, 주로 던지는 용도인 크고 무거운 재떨이 등등.
옛 한국은행 건물 모형도 있다. 우물정자 모양을 한 르네상스 절충형 양식이라 한다. 사실 이 건물은 지금와서는 좀 독특하긴 한데, 그리 예쁘다거나 멋있다거나 하는 느낌은 들지가 않는다. 은행이라 일부러 좀 둔탁하고 견고한 느낌이 나도록 만들었나 싶다.
이렇게 구경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돈 구경 실컷하고 나오면 바로 앞에, 길만 건너면 커다란 분수대가 있다. 돈 보고 버린 눈, 분수보며 분수를 알라는 철저히 계산된 동선이다. 물론 분수대 앞에서 진정을 시켜봤자 아까 봤던 오만 원 짜리 돈 뭉치는 쉬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갑자기 막 슬퍼진다.
한국은행 화폐박물관은 처음 들어갈 때는 번쩍번쩍 빛나는 내부 인테리어 때문에 멋있어 보였는데, 교육용 컨텐츠로 구비된 기계장치들이 좀 구식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실망감이 들기도 한다.
차라리 아프리카 화폐 기획 전시전 처럼, 옛날과 현대 각국 화폐들을 모아서 이런저런 관련된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그런 곳으로 꾸미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화폐로 보는 역사와 세계사, 그리고 현대 세계 이야기라면 재미있는 전시관이 될 수도 있을 텐데.
어쨌든 관람 후에 어린이용 돈 스티커를 받아왔다. 이걸 어디다 붙이면 좋을지 아직 마땅한 곳을 찾지는 못 했지만, 무료 전시에 남는 것도 있는 즐거운 관람이었다. 아이들 데리고 가기는 좋을 듯 하다. 참고로 월요일은 휴관이다.
주의: 그냥 '화폐박물관'을 찾아보면 대전에 있는 조폐공사의 화폐박물관이 나올 수도 있다. '한국은행 화폐박물관'을 찾아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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