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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정책박람회, 직접 민주주의를 가미한 정책 축제서울미디어메이트 2017. 7. 11. 20:16
7월 7일과 8일 양일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2017 함께서울 정책박람회'가 열렸다.
'시민들의 제안이 정책이 된다'는 취지로 서울시가 2012년부터 개최한 정책박람회는, 시민과 함께 서울시의 정책 성과를 공유하고, 정책을 제안하고 논의하는 시민정책참여축제다. 유명한 스웨덴의 정치축제 알메달렌 위크의 서울판이라 할 수 있다.
올해 정책박람회는 '서울이 민주주의다'라는 주제로 서울시의 정책을 홍보하는 것 뿐만 아니라, 다양한 강연과 공연, 토론 등이 펼쳐졌다. 특히 폐막식은 '시민, 광장에서 정책을 결정하다'라는 제목으로, 시민들이 제안한 정책 중 다섯가지를 선정해서 토론을 하며 온라인, 오프라인 투표를 진행해서 광장 민주주의를 선보이기도 했다.
2017 함께서울 정책박람회
정책박람회는 서울광장을 이용해서 작은 축제처럼 열리고 있었다. 서울도서관 앞쪽에는 행사를 위한 가건물이 세워져 있었고, 그 옆쪽으로 각종 상담부스나 소방 체험 부스 같은 것들이 있었다.
어린이들을 위한 물놀이 놀이터도 있었고, 그 옆쪽에는 푸드트럭도 줄지어 서 있었다. 그중에 서울시 마을공동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단체에서는 행사 참여자들에게 짜장면을 나눠주기도 했다.
광장 한복판에는 서울시의 혁신정책들을 홍보하는 판넬들이 서 있었다. 여기에 소개된 것들은 지난 5년간 서울시가 추진한 정책들 중 시민들의 온라인 투표를 거쳐서 선정된 5대 혁신 정책과, 박원순 시장이 전국으로 확대하고 싶은 두가지 역점 사업이다. 개막식에서는 전국에서 올라온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과 이런 정책들을 두고 토크쇼를 진행했다고 한다.
국민이 뽑은 서울의 5대 혁신 정책은, 서울시 대기질 개선 10대 과제 추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추진, 저소득층 청소녀 생리대 등 성건강지원사업, 서울시민안전파수꾼, 청년수당 등이다. 이와 함께 전국 확대를 추천하는 2대 역점 사업은,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와 서울로 7017이다.폐막식이 열리기 전에는 '시민작당, 광장에서 모의하당'이라는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인터넷으로 참가신청을 한 사람들이 모여서 현장에서 창당을 하는 행사였다.
미리 모인 사람들이나 현장에서 모집한 사람들이 함께 당을 만들고 얘기를 나누고 당헌도 만들었는데, '나혼자잘산당'이라든가, '버스터치당', '다둥이 육아 해방당', '맨날놀고싶당' 등이 창당해서 당헌 발표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당들은 지속적인 모임을 가지고, 100일 후 포스트 정책박람회에서 어떻게 활동했는지 등을 발표한다.
폐막식에서는 5개 정책의제를 놓고 현장에서 발표와 토론, 투표가 이루어졌다. 온라인 공론장인 데모크라시서울 사이트에서 정책 제안 공모와 온라인 투표를 거친 의제들이었는데, 이 현장에서는 각 의제들에 대한 개요와 시민들의 생각을 듣고 투표를 할 수 있었다.
이 자리에 모인 시민들은 미리 나눠준 투표용지로 찬성과 반대, 혹은 잘 모르겠다를 표현할 수 있었는데, 의사를 표현하면 사회자가 무작위로 몇 명에게 가서 마이크를 넘겨주며 의견을 들어보기도 했다.
각자 다양한 위치에서 다양한 생각들로 의견을 개진해서 흥미로웠는데, 이런 의제는 모두 찬성할 수 밖에 없지 않나 싶은 것도 시각에 따라서 반대를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는 기회였다.
예를 들면, 마음 건강 지원 제도에 대해서 대부분이 찬성했지만, 과연 비밀보장이 제대로 될까라든가, 보험료가 인상되지 않겠느냐, 상담하는 의사들이 저가에 격무에 시달릴 수도 있다는 등의 의견도 나왔다. 다들 일리가 있고, 혹여라도 정책으로 시행되기 전에 한 번 쯤은 생각해볼만 한 의견들이었다.
이런 의견들이 정책을 시행하기 전에 실패요소를 줄이거나, 혹은 좋은 정책이지만 현실적으로 폐기해야만 하는 지점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열린 광장에서 소수의견을 듣는 것 또한 아주 중요한 의견수렴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 자리에 박원순 서울시장도 참석해서, "공론을 통해 보다 나은 방향으로 만들어 간다는 점에서, 시민들의 집단지성과 행정이 만나면 일상의 민주주의, 광장의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했다.
시민들이 주인공인 자리인 만큼 축사를 아주 짧게 했는데, 발언 이후에도 남아서 시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대학생들과 사진촬영을 하는 등의 모습으로 친근한 시장 이미지를 보였다.
행사 마지막에는 다섯 개 의제들에 대한 총합 결과도 발표됐다. 각 의제들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 아기가 태어난 가정에 산모와 아기에게 필요한 생활용품 키트를 지원할까요?
찬성 81.57%, 반대 10.02%, 잘 모르겠다 8.41%
* 반려 동물을 위한 공영 장례시설(화장장이나 수목장)이 필요할까요?찬성 54.27%, 반대 23.62%, 잘 모르겠다 22.10%
* 보행 중 흡연 금지와 금연 거리 확대를 어떻게 생각하세요?찬성 88.23%, 반대 7.67%, 잘 모르겠다 4.1%
* 누구나 정기적으로 마음 건강을 진단할 수 있는 지원 제도가 필요할까요?찬성 82.19%, 반대 4.86%, 잘 모르겠다 12.94%
* 차량을 소유하지 않은 가구에 교통비 지원 제도가 필요할까요?찬성 44.23%, 반대 36.67%, 잘 모르겠다 19.1%
이 행사에서 투표한 다섯 개 의제들이 모두 정책에 반영되어 실현된다고는 할 수 없다. 시에서 전문가들과 함께 더 논의하고 심사숙고해서 현실화 가능한 것들만 실현할 예정이다. 완전히 실현되지 않는다해도 일부만 넣어서 기존 정책에 넣어서 반영할 수도 있을 테다.
어쨌든 여기서 나온 정책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그리고 시민작당 활동은 어떻게 되었는지 등은 100일 후에 '포스트 정책박람회'를 열어서 알릴 예정이다.
서울 같은 큰 도시가 직접 민주주의로 모든 정책을 입안하고 결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대의 정치에 직접 민주주의 요소를 가미해 넣어,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시민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것들을 행정에 반영할 수 있을 테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 정책박람회가 일상과 행정을 좀 더 가깝게 만드는 실험으로 더욱 발전하고, 고정적인 광장 민주주의의 장으로 자리매김하면 사회가 조금 더 좋아지는 발판이 되지 않을까 싶다.
아울러 서울시 정책 소개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들의 좋은 정책을 소개하거나, 더 나아가 아시아와 전세계 도시들의 좋은 정책들을 소개하는 행사로 커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더 넓게, 더 크게 서로 교류하여 더 좋은 것들을 보고 배우면, 좁은 곳에 갇힌 생각이 크게 깨일 수도 있고, 서울이라는 곳이 아시아의 정책 공론 장으로 자리매김 할 수도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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