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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전거로 동네 한 바퀴
    국내여행/자전거2017 2017. 9. 17. 20:31

    어느날 몸이 찌뿌둥해서 자전거 타고 동네 마실 잠깐 갔다왔다. 타고 다닐때는 좀 힘들기도 하고 많이 달린 것 같더니, 막상 지도에 표시해보니 소박한 여행이었다. 여기서는 개요 형식으로 아주 간단하게만 이번 여행을 소개하고 끝내겠다.

     

     

    지도를 보면 어떻게 다녔는지 알 수 있겠지만, 굳이 설명을 하자면 이렇다. 서울에서 나가는건 귀찮고 짜증나는 일이므로 적당히 팔당 정도까지 전철 타고가서 출발했다. 이후 편의상 그냥 서울이라고 칭할 수도 있다.

     

    그래서 서울에서 부산까지는 국토종주 자전거길을 따라서 내려갔다. 다른 길들도 마찬가지지만, 거의 사대강 프로모션용 자전거길을 따라서 가기는 했지만, 중간중간 내키지 않을 때는 다른 길을 타기도 했다.

     

    부산에서는 동광양으로 시외버스를 타고 이동했고, 동광양에서 소양강 자전거길을 거슬러 올라갔다. 끝까지 가면 댐을 볼 수 있겠지만, 내겐 댐이 그리 의미가 없기 때문에 중간에 빠져서 영산강 자전거길로 옮겨갔다. 그리고 자전거길을 타고 쭉 내려가서 목포.

     

    목포에서 배를 타고 제주. 반시계 방향으로 한 바퀴 돌고, 배를 타고 다시 부산으로 갔다. 이때 갔다오는 배값만 거의 10만 원 정도 들었다. 갑자기 결정한 일이라 예산에 타격이 크기도 했지만, 나름 의미 있는 여정이었다.

     

    제주도 자전거길을 타본지 오래됐는데, 이번에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옛날 그 기억은 이제 지워야 한다는 것. 제주는 노력 안 한 천재 같다. 해놓은 가닥이 있어서 버티고는 있지만, 전혀 관리하지 않은듯 한 자전거길을 보고는 무척 많이 실망했다. 여태까지 사람들에게 제주도 자전거길을 많이 추천하고 다녔는데, 이젠 그러지 않을 생각이다.

     

    어쨌든 다시 부산에서 동해안 자전거길을 타고 쭉 올라갔다. 통일전망대 출입구의 인증센터까지 찍고 다시 속초로 내려와서 하루 묵고, 한계령을 넘어 홍천까지 갔다. 홍천은 아무것도 없고 정말 싫은 곳이라 조금도 더 있기 싫어서 버스 타고 춘천으로 바로 이동했다.

     

    춘천에서 서울까지는 북한강 자전거길을 그대로 따라갔다. 이건 말 그대로 껌이라서 힘든건 없었는데, 너무 지루해서 여행의 막바지가 좀 밋밋하게 끝난 것이 아쉬웠다. 어쨌든 대략 그런 코스.

     

    몇몇 정보들

     

    * 자전거: 인터넷에서 산 12만 원 짜리 싸구려 철티비(철로 된 유사 MTB, 그냥 생활용 자전거라는 뜻). 동네에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는 그런 자전거다. 아무래도 싸구려다보니 사용한지 얼마 되지 않은 자전거였는데도 금방 삐걱거렸고, 중간에 타이어가 다 닳아서 교체해야만 했다.

     

    앞뒤 타이어 교체비만 4만 원. 그래서 중간에 갑자기 16만 원 짜리 자전거가 돼버렸다. 어쨌든 펑크가 한 번도 안 난 게 신기한 일이다. 사실 펑크나면 그거 핑계대고 중간에 집에 오려고 했는데.

     

    * 총 여행기간 26일. 총 비용 92만 원. 배값 등 모든 비용을 포함한 금액이긴 하지만, 거지 같이 다닌 것에 비해서 너무 많은 돈이 지출돼서 좀 놀랍기도 하고 짜증나기도 한다. 국내 여행은 너무 비싸다는 걸 새삼 또 한 번 느꼈다. 바닷가 편의점에선 물도 1500원이라니.

     

    * 운전 드럽게 하는 동네 베스트: 1. 제주, 2. 동해, 삼척, 3. 부산, 울산. 제주는 좀 너무 심하다.

     

    * 운전 우아하게 하는 동네: 강릉. 강릉 처음부터 끝까지 내게 경적 울리거나 위협한 차가 단 한 대도 없었다. 이건 정말 신비한 일이다. 물론 자전거를 많이 접해보지 못 해서 다소 투박하게 대하기는 하는데, 어쨌든 전체적으로 안전했다.

     

    여담으로 나는 왜 경주가 자전거 타기 좋은 곳이라고 하는지 도무지 이해를 못 하겠는데, 그게 단지 보문단지 때문에 그런 거라면, 강릉도 경포호 일대는 자전거 타기 좋다. 한나절 놀이삼아 간다면 추천할 만 하다.

     

    * 자전거길을 추천해보라면, 강따라 아기자기한 모양을 보고싶다면 섬진강 자전거길, 시원한 바다를 좋아한다면 동해안 자전거길. 사실 어느것이든 한 삼일 연달아 보면 지겨워지는 건 마찬가지이긴 하다. 콕 찝어서 여행갈만 한 장소만 추천해달라면, 앞으로 여행기 쓰면서 소개해보도록 하겠다.

     

    * 자전거 여행하기 좋은 곳: 썩어도 준치라고 그래도 전문적인 자전거꾼이 아닌 사람들이 자전거 여행하기 좋은 곳은 아직도 제주도이긴 하다. 특히 캠핑과 버무려서 다니기도 좋은데, 무거운 짐이 부담스럽다면 그냥 몸만 가서 자전거 빌려서 한 바퀴 쓍 돌아도 상관 없다. 아시다시피 게스트하우스도 여기저기 널려 있고, 편의점도 많아서 여행하기 편하다.

     

    * 가볍게 서울 근처에서 놀러간다면 춘천도 꽤 괜찮더라. 강릉, 속초도 자전거길을 잘 해놓은 편이고, 포항과 나주도 괜찮은 편이다.

     

    * 사대강 프로모션 용 자전거길이 유지보수 제대로 되지 않고 방치된 곳들이 많다. 애초에 댐 보라고 억지로 짜맞춘 길들이 많기 때문에 국토종주 자전거길이라고 소개된 자전거길을 따라가는 건 좀 무의미하기도 하다. 적당히 건너뛰고 다니도록 하자.

     

    대충 이정도. 더 자세한 이야기는 여행기에서 차차 소개하도록 하겠다. 언젠가는 쓰겠지.

     

    p.s.

    겸손한 게 아니라 이 정도는 그리 대단한 게 못 된다. 의외로 한 달, 두 달 자전거로 여행하는 사람들은 꽤 많은데 인터넷을 글을 안 쓸 뿐이다. 자전거로 4년 넘게 세계여행 하는 사람 정도 돼야 대단하다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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