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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 안락사 센터 건립 요청
    잡다구리 2018. 2. 22. 16:36

    떠날 때를 알고 떠나는 사람의 뒷모습은 아름답다
    떠날 때를 알고 보내주는 이의 손짓 또한 그러하다

     

    어떻든 간에 자살이 문제인 건 맞다. 대체로 개인의 문제를 사회가 해결해주지 못 한다는 측면에서 말이다. 그리고 이 문제는 나도, 당신도, 국가도 모두 해결해줄 수 없다. 해결해줄 수 없는 문제를 가진 사람에게 ‘하면 된다’를 강요하는 것은 폭력이다. 방법이 없다면 그 사람의 선택을 존중해주자.

     

    민폐 자살

     

    어떤 자살 기사에는 ‘민폐’라고 말 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하철 전동차에 몸을 던졌거나, 사람 많은 길거리나 한강 다리에서 몸을 던졌거나 하는 경우다. 그렇다면 민폐가 아닌 자실이 있을까.

     

    집에서 조용히 혼자 죽는다고 생각해보자. 누가 발견해줄지 몰라도, 첫 발견자에게 민폐다. 집 주인에게 민폐이며, 다음에 세 들어올 사람에게도 민폐다.

     

    자살이 민폐가 아니려면 자가 소유의 집에서 가족이나 친한 사람에게 발견되도록 조치를 취해 두는 정도겠다. 그렇다면 자살하기 위해 집부터 사야 하는가. 그 정도면 그런 선택 안 해도 될 사람들이 많다.

     

    자살이라는 단어를 꺼내는 것조차 쉬쉬하면서, 우리 사회는 거의 모든 자살이 민폐가 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 놓았다. 이런 상황에서 민폐 운운하는 것은, 이 상황에 대해 전혀 생각해본 적 없다는 무지를 드러내는 것뿐이다.

     

    반갑게도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있다. 최대한 민폐를 안 끼쳐도 되는 방법을 사회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국립 안락사 센터’ 건립이다.

     

    자살 예방

     

    정부와 사회단체가 좀 더 노력해서 자살을 예방하면 되지 않을까. 물론 그런 노력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미 아시다시피 그 노력도 한계가 있고, 모든 결심을 되돌려놓지는 못 한다.

     

    자살 예방 전화나 상담 같은 것은 사실 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이미 결심을 한 사람들, 확고하게 결행을 할 사람들은 이런 곳에 전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예방은 딱히 자살 생각이 없는 보통의 사람들에게 넓게 확대되어야 한다. 어느 순간 닥칠지 모르는 위기의 상황을 위해서 말이다.

     

    독감 예방 주사는 독감에 걸리지 전에 맞는 것이다. 이미 독감에 걸렸다면 예방 주사가 아니라 치료약을 먹어야 한다. 그것과 마찬가지다. 이미 자살을 결심한 사람에게 ‘예방’은 필요 없다. 그리고 사실상 자살에 대한 치료소는 없는 상태다.


    국립 안락사 센터

     

    국립 안락사 센터는 일단 마지막 길을 조금이라도 편하고 아름답게 보내주는 것이 기본 역할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마지막 치료소 같은 역할에 좀 더 중점을 둘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자살을 하고 싶어서 이 센터를 찾아왔다고 해보자. 센터에서는 그냥 바로 서약서에 사인하고 침대에 눕혀서 약물을 주사하는 것이 아니다. 상담을 하고, 일정 기간 입소 생활을 하고, 본격적인 정신 치료나 구제 지원 등을 받을 것인지 의향을 물은 후에 지원을 해줄 수 있다.

     

    물론 필수 의무 기간을 채운 후에도 마음이 변하지 않는다면 떠나 보내준다. 이 절차가 까다롭거나 사실상 막혀 있으면 안 된다. 그러면 자살자들이 이 센터를 찾지 않을 테니까.

     

    다시 말하지만, 예방이 아닌 치료의 역할을 하는 점에서 안락사 센터는 완전히 다른 역할을 한다. 물론 각종 예방 센터들과 협업을 할 수는 있다. 그리고 ‘국립’이라는 공신력으로 안심하게 만들고, 국가의 대처 노력도 보여줄 수 있다.

     

    자살자 비율이 세계에서도 탑으로 꼽히면서도, 우리 사회는 여태껏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기껏 한다는 게 뛰어내리지 못 하게 난간을 높게 쌓는다거나, 알량한 홍보 이미지나 영상 같은 것을 제작하는 정도다.

     

    조심해야 한다며 단어를 내놓고 언급하는 것조차 금기시하며 쉬쉬하는 사이에, 사람들은 마치 무슨 벌레처럼 구석구석에서 알아서 죽어갔다. ‘인권’과 ‘사람’을 중요시하는 사회라면, 더 이상 이런 상황을 좌시해선 안 된다. 최소한 마지막이라도 인간답게 갈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더 살 수 있도록 책임져주지 못 한 국가의 마지막 예의일 것이다.

     

    따라서 ‘국립 안락사 센터’ 건립을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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