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디지털 노마드 생활을 해보려고 발을 푹 담가본 적이 있다. 몇가지 시도도 해보고, 다양한 외국의 스타트업 사람들도 만나봤고, 밥도 빌어먹어 봤다. 결론은 최종 실패다. 그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여기서는 이 주제를 다루려는 것이 아니니, 일단 넘어가자.

 

어쨌든 그 과정에서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 그 배움을 언젠가는 도움이 되겠지하며 혼자만의 것으로 썩히고 있었던 것은, 그걸 알려줘봤자 한국에선 안 될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우연히 이것 관련한 내용을 한 번 정리해 볼 기회가 있어서, 겸사겸사 간략하게 기록을 남겨본다.

 

 

회의보다 집중이 중요하다 

 

디지털 노마드 뿐만 아니라, 국내 등에서 만났던 SW 관련 일을 하는 외국인들은, 이미 몇 년 전에 구글이나 애플 같은 회사를 조직 구성이나 업무 방식에서 롤모델로 삼고 있지 않았다. 대단한 회사이긴 하지만, 그들은 이미 대기업이라는 거다.

 

즉, 스타트업이 구글의 업무 방식이나 조직 체계를 따라하겠다는 것은, 삼성을 따라하겠다는 것과 같다. 이들이 현실적으로 꼽고 있는 롤모델은 주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에어비앤비, 워드프레스 같은 회사들이었다. 조금 툭 튀는 내용이지만, 국내에선 아직도 그런 대기업을 따라하려는 스타트업들이 많아서 안타까움에 언급해봤다. 죽어도 난 구글 따라할거야 한다면 이쯤에서 나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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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도서관 테이블 같은 분위기의 오픈형 사무실이 유행했고, 아직도 그렇게 사무실을 꾸미거나 운영하는 업체들이 있기도 한데, 이미 몇 년 전부터 해외에서는 그런 사무실이 개발자에게 적합치 않다는 말이 많이 나왔다.

 

그런 분위기에서는 아무래도 지나가다 보이면 툭 한 마디 건내기도 쉽고, (한국에서는 특히) 아무때나 보이는 김에 회의를 하자고 부르기도 하고, 앞 옆 뒷사람 이것저것 하다가 부딪히기도 하고 신경쓰이기도 해서 여러모로 집중하기가 힘들다.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집중 곡선이다. 0에서 집중시작까지가 '집중 이행 시간(transition time)'인데, 이 구간에서는 웹서핑을 하거나 딴짓을 하거나, 멍하니 있거나 하면서 집중 준비를 한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빠져들어 본격적인 집중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 곡선을 타고있는 도중에 어느 때라도 방해를 받으면, 그 지점에서 다시 시작하는게 아니라 맨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된다. 따라서 잠시만 이야기를 하는데 업무에 무슨 지장이 있냐라고 씨부리는 인간을 회사에 앉혀둬선 안 된다. 집중의 기본도 모르는 놈이기 때문이다. 또한 일과시간 중 아무때나 회의 시간을 잡는 놈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개발자들의 생산성을 저하시키는 존재들이다.

 

물론 이것을 경영이나 관리, 영업만 한 사람들은 잘 모를 수도 있다. 그들의 업무 방식은 개발자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집중곡선을 방해할 권리가 생기는 건 아니다. 인간이 그렇게 생겨먹었기 때문에, 이 집중곡선은 무조건 보장받아야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떻게든 조직원 전원이 이 집중곡선을 이해해야만 회사가 제대로 굴러갈 수 있다.

 

이상하게 구성원들이 생산성이 낮다면, 이 집중곡선을 저해하는 요소나 인간이 있는게 아닌지 먼저 살펴보는 것이 좋다. 집중곡선만 보장받아도 웬만큼 생산성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은 하지만, 내가 겪은 대부분의 회사들은 집중이 보장되지 않았다. 어쩌면 한국이 생산성이 낮은 이유 중 큰 요인 하나가 이것이 아닌가 싶다. (그놈의 회의 좀 하지 마라, 특히 관리하는 인간들이 자기도 일을 한다는 쑈를 보여주기 위해서 하는 쓸 데 없는 회의들만 좀 없애도 회사가 평화로워진다라고 백 날 말해봤자 알아 들어 쳐 먹지를 못 하니까 내가 이런 글을 더 안 쓰는 거다, 이미 그런 걸 주장하고 만화로 그리고 어쩌고 한 게 십 년이 넘었는데 귓구멍이 막혔는지 들어 처 먹는 인간이 거의 없다. 맨날 실무자들만 맞어맞어 하고 있을 뿐이고. 그러니까 안 될거야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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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오픈형 사무실은 이런 집중에 방해를 받기 쉬운 구조인데, 그런 곳에서 장시간 집중 잘 해서 높은 생산성을 뽐내는 개발자가 있다면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인재라 할 만큼 특별한 존재다.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절대 놓치지 말라. 물론 그 사람이 정말 특별한 거고, 다른 사람들이 그 사람처럼 하지 못 한다고 해서 능력이 떨어지는게 아니라는 것도 알아야 한다.

 

진짜로, "쟤는 이런 환경에서도 집중 잘 하는데 니들은 왜 못 하냐"하는 경영놈들이 있어서 이런 당연한 상식도 꼭꼭 짚어줘야 한다. 정말 얘네들 무슨 머리로 일을 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짚은 김에 하나 더 확실히 하자면, 이 글에서 칭하는 '개발자'는 프로그래밍을 비롯해서 기획, 디자인 등의 메이커(maker) 모두를 뜻한다.

 

아무래도 개발자들은 오픈형보다는 개인 독립 공간에서 집중하기 좋다. 한두 명만 파티션 안에 집어넣어서 작은 하나의 방 처럼 사용하게 하는 거다. 아니면 아예 방을 하나씩 주든지. 하지만 이건 정말 돈이 많이 드는 일이다. 웬만한 조그만 회사에서는 엄두도 못 낸다. 그래서 이 대안으로 원격 근무를 채택하기도 한다. (강조하는데, 이것 때문에 원격 근무를 채택한다는 뜻이 아니다. 이게 수많은 이유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거다)

 

회사에서 개발을 하는 것 보다 집에서 집중이 잘 되는 것이 과연 우연일까. 그럼 카페에선 왜 집중이 잘 되냐, 방해하는 회의형 인간이 없기 때문은 아닐까. 아무때나 사람 불러서 말 시키는 인간은,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집중을 방해한다. 저 시키가 언제 나를 부를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심연에 자리잡으면, 그 인간이 저 자리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집중을 할 수 없다. 결국 회사 다니기가 짜증나게 되고, 어느 순간부터 옮길 곳을 알아보게 된다.

 

이런 것만 썰을 풀어도 한 시간은 떠들 수 있지만, 다음 기회에. 어쨌든 이 '집중' 문제는 개발자 입장에선 아주 중요한 문제다.

 

그리고 재택근무를 할 것이냐, 출퇴근을 할 것이냐 의견을 조사해보면, 의외로 출퇴근을 원하는 사람들도 많다. 모두가 재택근무를 하려고 하겠지라는 상상은 각자 조사를 해보기 전까지는 접도록 하자. (사족으로 써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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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입장에서 재택 근무 혹은 원격 근무를 선택하는 큰 이유 중 하나는 인력 채용 문제다. 여기서 원격 근무와 재택 근무는 똑같은 형태일 수도 있지만, 아주 다른 형태일 수도 있는데, 이것도 설명하자면 길어지므로 그냥 넘어간다. 여기서는 그냥 같은 거라고 간주하자.

 

한국에서는,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개발자도 해외 인력 채용 시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이 '싼 인력'이다. 그래서 심심하면 한 번씩 동남아나 인도에서 개발자 데려오겠다며 겁 먹으라고 언론 플레이를 하기도 한다. 그 따위 심보로 채용을 하려하니 발전이 없다.

 

삼고초려까지는 아니더라도, 저 넓은 세상 어드매엔 우리와 함께 가치를 공유하면서도 새로운 가치와 문화를 전수해 줄 아름다운 개발자가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것, 그것이 바로 해외 인력 채용의 열린 자세다. 이때 작은 회사는 해외 인력의 비자 문제 등을 해결해주기 어려우므로 자연스럽게 원격 근무가 도입 된다.

 

이외에도 직원들의 복지 차원에서, 혹은 경영자들의 철학에 따라 이런 형태를 선택하기도 하는데, 어쨌든 기본적으로는 세상은 바뀌고 있고, 그 변화에 동참해야 우리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 즉 조직도 못 바꾸는데 세상을 어떻게 바꾸겠냐는 생각이 저변에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슬슬 쉽게 풀어서 설명하기가 지쳐서 막 건너뛰고 넘어가는데, 궁금한 것은 스스로 공부하기 바란다. 외국인 좀 만나고 이 개구리야. 이러면 꼭 주위에 서양인이 없어요 이러는 놈 많은데, 요즘 중국도 상당히 센세이션하게 변해가고 있는 거 알고는 있냐, 웹 개발에서도 말이다. 그러면 또 주위에 중국인도 없어요 이 지랄 하겠지. 명동 가서 지나가는 중국인에게 혹시 개발자세요 한 번 물어봐라 이 게으름뱅이 놈아. 니가 뭐 잘났다고 남들이 너한테 떠먹여주길 바라냐. 아 쓰다보니 열 받네.)

 

 

블록체인형 조직

 

제목에 '블록체인형 조직'을 써놨는데, 이거 요즘 블록체인 하면서 세상을 바꾸느니 혁명을 하느니 어쩌느니 둥가둥가 하는 놈들 많아서 쓴 거다. 니들 조직도 하나 변화 못 시키면서 무슨 세상을 바꾸냐, 이 구태들아. 그냥 나는 돈만 벌고 세상은 알아서 바뀌세요 이거 아니냐. 사람들이 비옷는 소리 안 들리냐.

 

그러니까 이왕 겉포장 하는 김에 좋은 포장 한 번 해보라는 거다. 그래서 던져준다 이 키워드. '블록체인형 조직'. 들어가면 그냥 '원격 근무' 하겠다는 뜻인데, 잘 포장해보면 원격 근무 체계를 위해 설계된 회사 시스템 방법론을 '블록체인형 조직'이라고 칭한다고 할 수 있다. 멋지잖냐. 이런게 바로 아트다.

 

여기서 우리는 디지털 노마드로 4차 산업 변화의 중심에서 혁신을 이룩한다 둥둥 싸지르면 어디 나가서 말 하기도 뽀대나고 특이하다고 관심도 받고 얼마나 좋냐. 뻔지르르한 말을 해도 좀 인류에 도움이 되는 걸로 하면 사장 좋아, 직원 좋아, 네가 좋아, 모든걸 주고 싶어, 세상 사람들 감동받고 꺅꺅. 좋잖아.

 


분산 작업의 기본, 아카이빙

 

자 그러면 원격 근무, 아니 블록체인형 조직론에 따른 '분산 작업'은 어떻게 하는지, 어떤 방법이 있을 수 있는지 예를 하나 보여드리겠다.


분산 원격 작업을 하는 조직들은 기본적으로 아카이빙(기록)에 공을 들이는 경향이 있다. 이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업무분장'일 텐데, 정말 얼마나 이 나라가 관료조직에 피멍이 들어있는지 여실히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그들이 우리의 머리에 똥을 처 넣었어.


여기서 기록(우아하게 아카이빙)은 업무분장과는 다른 거다. 다들 한 번 쯤 해봐서 알 테다. 업무분장은 사소하고 자잘한 일이나 학습, 자료수집 등은 기록하기 애매하거나 일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장놈이 커피 떨어졌다고 사오라고 시켜놓고는 커피 심부름은 왜 업무분장에 쓰면 버럭 화 내냐 시밤. 그리고 일은 죽어라 안 하면서도 업무분장은 화려하게 꾸미는 루팡 뺨 때릴 초고수 대도둑들도 있다. 다 알잖아, 알면서 모른척 하고 있잖아.

 


아카이빙은 작업한 일을 기록하는 형태다. 즉, 회의를 했다면 회의 핵심을 요약 정리해서 쓰고, 미팅을 했다면 미팅 내용을 정리해서 쓰고, 특정 기능 개발했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 쓰는 형태다. 따라서 기록 자체가 작업자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고, 다른 사람에게도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

 

이러면 이런 글을 본 경영진 놈은 '오호, 그래, 사원들에게 좀 더 자세하게 한 일을 적으라고 시켜야 겠구만'하고 오독해서 지 맘대로 생각하고 괴롭히는데 악용한다. 근데 분산조직의 아카이빙은 사장도 예외 없다. 사장도 누군가 만났다면 그 내용을 기록해야만 의미가 있는 거다. 안 그러면 그냥 사원 감시용 업무분장과 다를게 없어진다.

 

진취적인 조직에서는 회계 내역도 모조리 위키에 올릴 정도로 적극적이다. 직원이 마음만 먹으면 회계 장부 들여다보고 조목조목 따질 수도 있다. 몰론 이걸 시행하는 회사는 별로 없지만, 시민단체나 비영리 조직에서는 시행하는 곳들이 좀 있다고 알고 있다.

 


이 아카이빙을 위한 도구는 독자적으로 개발했거나 도입한 인트라넷을 쓰는 경우가 많고, 딱히 그런 것이 없을 때는 위키(wiki)를 회사 내부 서버에 구축해서 사용하는 곳도 많다. 이걸 위해서 새롭고 거대한 시스템을 도입하는 건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경우이니, 적당한 도구를 대충 고르면 된다.

 
물론 이것도 기록을 위한 기록으로 전락할 수 있으므로, 원칙적으로 일주일에 한 개의 기록만 남긴다든지 하는 정책을 정해놓을 필요가 있다. 즉, 직군에 따라 상황이 다르겠지만, 기록을 너무 많이 하는 것도 좋지 않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맨날 기록만 열심히 하고 있으면 일은 별로 안 한다는 뜻이 될 수도 있는데, 꼭 보면 그런 인간들이 한둘은 생기게 마련이다. 그러면 그 사람에게는 회사 블로그를 운영하게 해주든지.


이렇게 기록을 각자 남기면, 이것을 토대로 서로 교류를 한다든가, 도움을 준다든가, 소규모 프로젝트 팀을 구성한다든가 하는 활동이 일어날 수 있다. 회사 프로젝트에 특화된 어떤 기술을 모두가 삽질할 필요 없이, 기록으로 남겨서 전수할 수도 있는 건 꼭 설명하지 않아도 알아먹어야 하는데, 또 이것만 말 하면 그 외 다른 것들은 모르겠지. 말자.


어쨌든, 이 '아카이빙'이 블록체인의 '분산원장' 역할을 할 수 있는 거다.

 


분산 조직 관리 시스템의 기반, 게임 이론

 

 

그렇다면 분산 조직은 어떻게 관리하면 될까. 그 전에 또 쓴소리를 잠시 해야겠다.

 

프리랜서나 계약직 개발자의 경우 재택근무를 하는 때도 있다. 그렇게 해서 생산성이 높으면 꼭 회사로 출퇴근 하라고 지시한다. 집에서 일 하는데 생산성이 100이 나오니까, 회사로 출퇴근 시켜서 빡쎄게 돌리면 생산성 300이 나오겠지하는 멍청한 계산 때문이다.

 

어떻게 될 것 같은가. 재택으로 100 나오는 사람 출퇴근 시키면 생산성 50도 안 나온다. 까놓고 한 번 말 해보자. 솔직히 회사에서 하루종일 열심히 일 한다고 야근하나. 집중이 안 돼서 뭉개뭉개 하다보면 시간만 가 있는거 아닌가. 그걸 경영진이 보기엔 이 색히들 낮엔 놀고 밤에만 일 하면서 맨날 야근한다고 징징댄다 하는 거고. 이 인지부조화 상황을 해결하려고 노력을 해야 하는데, 이런 상황이 되면 이제 그냥 서로 갉아먹으려고 정치질 시작하지. 이렇게 굴러온 거다. 물론 대부분은 앞으로도 그렇게 굴러갈 거고.

 

 

다시 돌아가서, 분산 자유 조직의 운영에 게임이론을 도입할 수 있다. 기본은 '신뢰'다. 일단 상대방에게 신뢰를 보내고, 상대가 배신을 하면 나도 배신을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물론 이후에 문제가 해결되어 상대가 우호적으로 나오면 다시 신뢰를 주는 거다.


신뢰를 기본으로 세 가지 대원칙을 세울 수 있다. 바로 ‘신뢰, 보상, 배제’의 원칙이다.


다시 말하지만 기본은 신뢰다. 문제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구성원을 신뢰한다. 사람들에게 도움이 됐거나, 눈에 띄는 성과가 있었다면 확실히 보상을 한다. 이때, 연봉은 비밀로 하는 조직도 포상금은 공공연히 발표하는 경우가 있다. 구성원들에게 이런 보상이 주어진다는 홍보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돈이 없을 경우는, '언제든 사용할 수 있는 일주일 휴가권' 같은 것을 보상으로 주기도 한다. 머리만 조금 쓰면 돈 말고도 보상으로 줄 것들은 많다.


배제는 '업무 배제'를 뜻한다. 네트워크 형 분산 조직에서는 구성원 속에서 문제가 있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여러 업무에서 배제되는 수순을 밟을 수 밖에 없다. 저 놈과 함께 작업을 하면 결과물 정말 안 나온다는 걸 알게되면, 구성원들은 그와 함께 일 하지 않으려 할 거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그 사람은 배제되는 거다. 따라서 실무자들의 그라운드는 경영진이 특별히 솎아낼 필요가 없을 정도다.


일반 개발자(메이커)들은 조직 내에서 업무 배제를 당하면, 한동안은 놀다가도 스스로 해결책을 강구하는 경향이 있다. 더 이상 커리어가 쌓이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불안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그 해결책은 시니어와 상담을 하거나, 포지션 변경, 동료들과의 관계 개선 혹은 퇴사 등이다.


문제는 관리급에서 경영진까지, 소위 윗선으로 불리는 집단이다. 이들은 사실상 업무 배제를 당해도 말을 지어내며 미팅 간다며 지인이나 만나러 다니면서 고액 연봉을 받으며 오래 버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견제하는 방법으로 어떤 업체의 예를 소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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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는 "우리 회사는 직원을 해고하지 않는다"는 내부 지침이 있다. 법적인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한, 인사고과 등으로 직원을 해고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강조하고 인지시킨다. 대외적으로는 직원들이 안심하고 일 하게 하고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숨겨진 목적은 관리, 경영진 견제를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웬만해선 잘리지 않기 때문에 소위 윗사람이라 불리는 사람들에게도 두려움 없이 직언을 날리고, 불합리한 일은 거부한다. 그리고 업무는 직원들 스스로 팀을 짜서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윗사람에게 찍혔다해도 부당하게 업무 배제를 당할 위험도 적다 (아주 없진 않지만, 그러면 직원들이 가만 있지 않는다). 이러면 자연스럽게 관리직과 경영진도 업무배제를 당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직원 혹은 관리직이 업무배제를 당하면 어쩌느냐. 그냥 가만히 둔다. 대체로 직원들은 퇴사를 하거나 빠르게 다른 대책을 강구하지만, 관리직은 버티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하느냐. 그냥 둔다. 사람을 잘 못 뽑은 경영자의 잘못이라 인식하고 책임을 지는 차원이다. 물론 여기서 회사마다 다른 정책을 수립할 수도 있을 테다. 과장급 이상은 자를 수 있다든지. 근데 체계라는 것은 한 두 개의 예외가 생기면 금방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에, 그게 과연 좋은 방법일까는 의심스럽다.

 

 

안 될거야 아마

 

어쨌든 여기서 간략하게 기술한 것들 중 어느 하나라도 제대로 도입하려면, 우선되어야 할 선행 과제가 베이스에 깔려 있어야만 한다. 바로, '수평적 오픈 마인드'다.

 

단언컨데, 회사에 단 한 놈이라도 사람들에게 반말 찍찍 해대는 놈이 있다면, 여기서 소개한 그 어떤 것도 도입할 생각을 하지 말라. 위키로 아카이브 구축하는 건 그냥 해도 되지 않겠냐고? 기본 마인드가 베이스에 안 깔려 있으면 그것도 제대로 안 돌아간다. 다시 말해서, 이건 기존의 파시즘적 피라미드형 중앙집중식 권력 구조에서는 하나도 안 먹히는 것들이다.

 

게다가 여기서 소개한 것들의 아래에는 여러가지 기본 요소들이 숨어있다. 요즘 해외의 스타트업들은 당연시 여기는 요소들 말이다. 예를 들면 사람을 채용할 때 실무자들도 면접을 보고, 그 결과에 높은 비중을 두는 것이 있다. 나와 함께 일 할 사람을 뽑는데 내가 전혀 관여할 수 없다는 것, 참 이상한 일이다. 더군다나 경영진이나 인사팀은 개발을 모르면서 개발자를 뽑는다. 그래서 스펙이나 따지는 거다. 전형적인 찍어누르기 문화다. 

 

그러니까 이렇게 위계질서를 중요시하는 한국에서는 아마, 안 될거다. 그래서 써봤자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에 이런거 안 쓴다. 쓰려면 쓸 거야 많지만. 어쨌든 만약 정말 희한한 곳에서 이런 것을 해 낸다면, 독특하고 특이하고 재미있는 조직이라며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겠지. 미래는 열려 있으니, 신발 색깔만 고르고 있는 놈들 천지인 곳에서 먼저 맨발로 뛰쳐나가면 미친놈 소리야 듣겠지만 어디든 가게 되겠지.
 

Posted by 빈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