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SNS 같은 것을 보니 에어 서큘레이터가 유행인가 보더라. 은근히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고, 선풍기 하나만 쓰는 것보다 좋다는 평도 많아서 나도 관심을 가지게 됐다.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보네이도 것은 가격이 너무 비싸서 엄두를 낼 수 없었고, 4만 원 한도 내에서 적당한 것을 찾으려고 했다. 그런데 이런 물건은 인터넷에서 비교하고 결정하는데 한계가 있더라. 보네이도 외에는 대부분이 바람이 얼마나 멀리 나가는지 표시를 안 해놨다. 작전인가 싶기도 하고.

 

보네이도 제일 싼 것 6만 원 짜리인가가 대략 8미터 정도 나간다고 돼 있으니, 4만 원 짜리도 대략 5미터는 나가겠지 하고 대충 고른게 비극의 시작이다.

 

 

적당히 찾다가 안 좋은 평이 별로 없는 아이리버 에어 서큘레이터로 결정. 이름값이 있으니 평균은 하겠지라는 안이한 생각도 있었다.

 

배송은 저렇게 박스 겉면에 운송장 떡 붙여서 왔다. 애플이나 샤오미 같은 심플 박싱 컨셉인가 했다.

 

 

박스를 열어보니 러시아 인형 마트로시카 같이 또 박스가 나왔다. 내심 이 안에 또 박스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런 위트 따위 있을리가 없다.

 

 

맨 위에 상품설명서. 저 상품설명서를 만들기 위해서 몇 사람이 텍스트를 쓰고 디자인을 한다며 골머리 싸메고 야근을 했을 테지만, 알게 뭐야 필요없어.

 

 

드디어 위용을 드러낸 에어 서큘레이터. 항공기 엔진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직진성 바람을 쭉쭉 뽑아낸다는 최첨단 기기. 그렇다면 제트 엔진 처럼 제트 기류를 뽑아내는 건가. 요즘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게 대기의 제트기류가 불안정해서 그렇다는데 그럼 에어 서큘레이터를 대규모로 상공에 틀면 대기가 안정되어 더위가 물러가고 비가 오고 무지개가 뜨고 오로라가 생기는 건가!

 

 

 

당장 들고 들어와서 틀어봤는데. 젝일. 제일 강한 3단계를 틀었는데 직전성 바람이 5미터도 안 간다. 직진은 개뿔, 중간에 사라지는 바람일 뿐. 이건 에어 서큘레이터라기보다는 그냥 조그만 선풍기다. 어쩐지 3만 원 짜리가 회전 기능도 있더라니.

 

방 안이 바깥보다 더워서, 한쪽으로 방 안 공기를 바깥으로 빼내면 다른 쪽으로 바깥 공기가 들어오면서 최소한 바깥과 비슷한 온도는 될 수 있으려니 했던 기대가 무참히 무너지고 말았다. 오미터는 고사하고 한 3미터 정도 나가는 이 바람으론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이렇게 3만 원을 날려버렸다.

 

결론은 에어 서큘레이터는 비싼 것을 사도록 하자.

 

Posted by 빈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