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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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는 싫고 팔고는 싶고 - 모험회사 18모험회사 2007. 8. 8. 13:26
저는 불법소프트웨어 단속이, 원래는 사전 통보 없이 나오는 것이라는 것을 몰랐습니다. 알 수 없었지요, 항상 단속 나오기 전에 회사에서 알려줬고, 그 때마다 포맷을 했으니까. 어디서 어떻게 그런 정보를 알아 오는 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단속 나올 때마다 미칠 지경이었습니다. 단순 포맷으로는 안 되고 로 포맷을 해야만 했으니까요. 이런 고충을 알게 되신 개발 이사님께서, 하루는 사원들의 불만을 해소하고자 큰 맘 먹고 대책을 세우셨지요. 용산에 가셔서... 하드디스크를 컴퓨터 수 만큼 사 오신 겁니다. OS만 깔아 놓고 창고에 처박아 두었다가, 단속 나오면 갈아 끼는 용도였지요. 그러면서 우리회사 서비스를 돈 안 내고 불법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고소할 거라고 경고장 보내는 것을 봤을 때는 뭐라 형언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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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엔진+디자인=? - 모험회사 16모험회사 2007. 8. 7. 14:55
소위 IT관련 회사에서 일 하다보면, 직접 뭔가를 만드는 실무진들과 그 외의 다른 사람들과 의사소통이 안 될 때가 있습니다. 작게는 개발자, 기획자, 디자이너 사이에서도 의사소통이 안 될 때가 있고, 크게는 실무진들과 영업, 관리, 마케팅, 경영진들과 의사소통이 안 될 때가 있습니다. 개발자를 비롯한 실무진 입장에서는, '저 사람들, IT 회사에서 일 하면서 기본 지식은 좀 익혀야 하는 것 아냐?'라는 생각이고, 다른 쪽 사람들 입장에서는, '제품 만드는 사람들이 좀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 주면 안 되나?'라는 생각이지요. 그 정도라면 그래도 그나마 해결의 실마리가 있는 편입니다. 서로 잘 설명 해 주고, 이해 하려고 하면 해결되는 문제니까요. 진짜 문제는 각자 자기 입장에서 편할 대로 이해하고 해석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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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세상 - 모험회사 16모험회사 2007. 8. 7. 03:57
다시 글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모회사에서 어느날 새 제품에 들어갈 신기술을 개발한다는 명목으로 자회사를 만들었습니다. 그 신기술이 일회성이 아니라 계속 발전시켜서 독립적으로도 키울 수 있을 만한 아이템이었기에, 모회사와의 긴민한 협력 구조 하에 자회사를 키우겠노라 공표하고 사원들 중 지원자를 모집했습니다. 신기술과 새 사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옮겨가게 되었지요. (물론, 라인이 불분명하거나 없는 사람들이겠지요.) 법인이 다르므로, 당연히 퇴직금도 정산 받았구요. 모회사에서 당장 필요한 기술이었기에 일 년 넘게 거의 사내벤처처럼 대우하며 전폭적인 지원을 했지요. 그러다가 그 신기술이 다 개발되고 기술 이전을 마친 모회사는 지원을 딱 끊었구요. 이 때 모회사가 바랄 수 있는 점은 크게 세가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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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자네가 하게 - 모험회사 15모험회사 2007. 8. 3. 02:48
인력이 부족해서 일 못 하겠다고 투덜거리기도 하고, 땡깡도 부리고, 사람이 있어야 일을 하지라며 화도 내 보고, 부탁도 해 보고, 일정 빵꾸나도 난 모른다 자포자기 할 때 즘 새로 들어온 사람은 팀장급 직원이었죠. 네,네, 압니다, 알아, 우리보다 능력있는 사람이야 늘, 항상 필요하다는 거 잘 알고 있지요. 그런데 사장님이 사장실 창문 닦지 않잖아요, 창문 닦을 사람도 필요한데. 사람 뽑아 달랬더니 윗쪽으로 한 분 끼워 넣고는, 사람 뽑아 줬으니 됐지? 아아 어쩌란 말인가요, 병사 하나에 장군만 다섯. 사업 기획만 하면 실행은 누가 하나요. 점점 늘어만가는 과중한 업무에 치여, 이제 손 떼고 나가겠다 하면 배신자니 뭐니 욕하시지요. 프로젝트 끝 내 놓고 나가라구요? 그렇게 해야 사람 도리라구요? 웃음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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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습도 알아서 하세요 - 모험회사 14모험회사 2007. 8. 2. 00:49
경영자들은 사원들이 말 하는 건 한 귀로 흘려 버리지요. '너희들은 내가 시키는 일 하라고 고용한 거지, 같이 경영하자고 고용한 게 아니야' 라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걸까요. 그러다가 잘 못 됐을 때 수습은 직원들이 나서서 다 해야 하는데. 어떤 때 보면, 직원은 경영자들이 벌인 일 뒷처리 하는 사람들이 아닌가 싶을 때도 있죠. 회사 일을 자신의 일처럼 생각하라라는 말은 어느 회사에서나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지요. 그런데 그 말은, 회사가 굴러 가는 방향이나 정책 같은 데 신경 쓰라는 말이 아닌 듯 싶어요. 그냥 야근이나 열심히 하라는 말일 뿐이죠. 그러면서도 프로젝트가 실패하거나, 일이 잘 못 될 경우, 인재가 없어서 그렇게 됐다고 생각하는지 어디선가 또 사람을 끌어 오죠. 그래서 한 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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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무슨 개발자 입니까 - 모험회사 13모험회사 2007. 8. 1. 12:50
C 개발자, JAVA 개발자, C# 개발자 등 한마디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들이 부럽습니다. 되는대로 회사에서 필요한 것들을 주섬주섬 끼워 맞추다 보니까, 저는 이제 한 마디로 뭐라 할 수 없는 어정쩡하고 잡다한 개발자가 돼 버렸거든요. 그나마 동족(?)이라면 웹 개발자들이지요. '웹 개발자'라는 말, 어떻게 보면 참 웃기는 표현이죠? 아시다시피, 웹을 개발할 수 있는 도구에도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대충 생각나는 것들만 해도 ASP, PHP, JAVA, Python, Ruby 등이 있고, 여기다 어떤 OS를 사용하느냐, 어떤 DB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조합은 늘어납니다. 그런데도 웹 개발자는 그냥 뭉뚱그려 웹 개발자라고 부릅니다. Apach, Ruby, MySQL로 개발해도 웹 개발자, ASP,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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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가족적인 분위기라는 헛소리 - 모험회사 12모험회사 2007. 7. 31. 13:14
회사에서 말 하는 가장 한심한 헛소리가 바로 '우리 회사는 가족적인 분위기'라는 말이었습니다. 세상 어느 가족이 자식들 빡세게 굴려서 돈 벌어 오게 시키나요? 형제들은 서로 밥그릇 싸움 하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라고 윽박지르고, 사원들은 아파 쓰러져도 할 일은 다 해야하고, 프로젝트 빵꾸 내면 안 되지요. 그래도 '우리 회사는 가족적인 분위기'라고 말 하고 싶은 경영자께 딱 하나만 여쭤볼께요. 진짜 가족처럼, 진짜 가족의 부모처럼, 당신은 사원을 위해 모든걸 감수하고 희생한 적 있나요? 사원이 좀 못나보이고, 한심해 보여도, 가족이니까 하며 감싸주고 챙겨주고 보호해주고 이해하고 따듯하게 대해주고 있나요? 가족(가정)은 기본적으로 민주적일 수 없는 집단이고, 그래서도 안 되는 집단입니다. 만약, 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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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하신 분들의 말이라면 무조건 옳아 - 모험회사 11모험회사 2007. 7. 30. 12:55
이 에피소드는 옛날에 있었던 일을 웹 2.0이라는 키워드와 합쳐서 만들어 본 것입니다. 대단하신 분들은 대단하신 분들의 얘기만 듣고 싶은 걸까요? 말단 직원이 아무리 말 해도 들은 척도 하지 않는 주제를, 어디선가 대단하신 분 얘기 한 마디 듣고 와서는 감동 받고 그 쪽의 비전(?)을 제시합니다. 그나마도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은 채 대강 주워 들은 걸로 우기면 참 난감합니다.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있다, 그건 당신이 이해하고 있는 그런 것이 아니다 라고 말 해 주어도 말단 직원은 대단하신 분 축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신뢰하지 않지요. 그래서 다시 대단하신 분들과 접촉. 그들의 말이라면 사소한 것까지 크게 생각하는 습관. 어째서 모르는 걸까요? 직원들이 회사에 대한 걱정을 더 많이 한다는 것을. 대단하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