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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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지난 후에 동해 바다는국내여행/강원도 2020. 9. 19. 12:49
이곳에 도착한 날 비가 내렸다. 거세게 휘몰아치는 바람은 파도로 마을을 삼켰고, 11월과 닮았던 비는 영혼까지 아프게 때렸고, 마침내 태풍이 왔다. 세상 따위는 무서워서 피하는 것이 아니라 더러워서 버리는 것이다, 어둠 속에서 나홀로 그렇게 외쳐보아도 비바람에 소리는 메아리도 없이 스러질 뿐이었다. 바람 불면 날아가고, 비가 오면 씻겨가고, 태풍이 오면 쓸려가며, 그 속에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며 우산을 부여잡은들 무슨 소용이 있나. 아무도 볼 수 없는 세상의 끄트머리 어디에서 태풍을 온 몸으로 맞으며 흔들린 사람이 결국은 생의 한 가운데에 있었음을 너무 늦지 않게 깨달아야 했다. 맑고 뜨거운 여름 하늘처럼 치솟던 분노는 태풍으로 쓸려나가 비바람에 침잠했다. 비로소 나는 실로 오랜만에 어둡고 평화롭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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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없는 존재의 즐거움, 다이소에서 구입한 잔뜩 쓸모없는 물건들잡다구리 2020. 7. 27. 19:29
세상에 꼭 뛰어들어 아웅다웅 자신을 증명하고 인정받으려고 피 터지게 싸우며 일상의 전쟁을 치루면서 살아야만 하는가라는 회의가 들어서 쓸쓸한 어느날, 큰 다이소에 가서 "쓸모없는 물건들을 잔뜩 사보자"라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서울에서 큰 다이소 중 하나로 손 꼽히는 곳으로 갔다. 이번 쇼핑의 규칙은 단 하나, 쓸모없는 물건을 사자. 사서 뭘 할건지, 바로 버리면 돈 아깝지 않은지 따위 고민하지 말고, 그냥 세상에 버림받을, 누가 이런걸 사나 싶은 것들을 사보자였다. > 다이소 동서울터미널점 탐방기, 서울에서 가장 큰 다이소 중 하나 근데 의외로 다이소에 크게 쓸모없는 물건들은 많지 않더라. 당연한 것 아닌가, 장사하는 곳인데 쓸모없는 것들이 많으면 망하지. 그래서 큰 맘 먹고 갔지만, 생각보다 많이 사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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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의 간츠사진일기 2020. 2. 18. 20:00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생활 주변에 또 다른 공간이 있을지도 모르지. 시공간이 물리량이면 그것 또한 조절되고 변화할 수 있을 테니까. 어쩌면 매일 밤 우리가 자고 있는 사이에 세상을 구하기 위한 사투가 벌어지고 있을지도. 그렇다면 매번 계속해서 세계가 잘 지켜지고 있다는 뜻인가. 지키지 말지 그랬어. 건축물에 쓰이는 금액 일부를 예술물 제작에 써야 한다는 법이 있어서 이런 것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별 설명도 없이, 맥락도 없이 뜬금없이 툭 던져놓은 듯 보이는 것들이 많아서 대부분 사람들은 그냥 저기 물건이 있구나하고 지나칠 뿐. 이왕 쓰는 돈인데 좀 더 신경을 써서 맥락이나 스토리를 만들면 좋을 텐데 싶지만, 세상의 건물주들은 너무너무 바빠서 그런 것에 신경 쓸 여유는 없는 듯 하다. 사실 별 상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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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 사랑 (Maudie) - 낡은 양말 한 쌍 같은 사랑 이야기리뷰 2017. 10. 7. 19:11
선천적 관절염으로 몸이 불편한 여자 모드.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친오빠가 모든 재산을 물려받았지만 그걸 다 날려먹고 집을 팔아버려 고모댁에 얹혀 산다. 딱히 경제적 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친척집에 얹혀 산다면 대략 어떤 생활이 펼쳐질지 안 봐도 뻔하다. 어느날 동네 가게에서 가정부를 구한다는 소식을 듣고, 망설임 없이 에버렛의 집으로 간다. 에버렛은 고아로 조그만 집에서 살며 물고기와 장작 등을 팔면서 생활하는 남자. 괴팍하고 사회성 없는 성격으로 동네 사람들이 그리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런 둘이 만나서 조금씩 천천히 서로에게 물들어가는 사랑 이야기. 영화 '내 사랑', 원제 '모디(Maudie)'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캐나다 전통 화가로 평가받고 있는 모드(Maud)의 이야기를 스크린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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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알싫 그리고 못다한 이야기웹툰일기/2011~ 2016. 9. 19. 16:30
이미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xsfm의 '그것은 알기 싫다'에 소소한 에피소드로 출연했다. 공짜 바라는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이런저런 에피소드들을 엮은 거였다. 처음 요청 받을 땐 '이거 분량이 너무 적어서 한 시간 못 채우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일단 한 번 검토해 보겠다며 최근 5년치 메일을 뒤져봤더니, 아이고, 뭐가 이리 많을까. 그동안 내가 이런 것들에 너무 많이 치이고 데여서 이제 아예 아무 느낌도 없이 살고 있었구나 싶더라. 정말 에피소드가 너무 많아서 일단 내 선에서 많이 쳐 냈다. 그리고도 녹음 시간이 너무 길어져서 대본에 있는 것도 다 못 했다. 특히 IT 부분은 거의 다 도려냈는데, 이게 너무 많고, 너무 흔하고, 너무 일상적이라서 별 재미도 감동도 없을 것 같아서였다. 물론 맥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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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삶의 질 만족도, 웰빙지수 세계 117위의 긍정적 효과?웹툰일기/2011~ 2015. 6. 26. 16:00
갤럽과 헬스웨이가 발표한 웰빙지수 관련 보고서에서 한국인이 느끼는 삶의 질이 세계 순위 117위를 기록했다. 145개국 중 117위. 이 보고서에는 문제점도 있고 주목할 점도 있는데, 이건 앞에서 글로 썼으니 참고하시면 되겠다. 미국 갤럽의 조사 결과 지난해 우리나라 사람들의 웰빙 지수는 전 세계 145개국 중 117위를 기록했습니다. 75위였던 2013년에 비해 크게 떨어진 겁니다. 테러단체 IS와 전쟁 중인 이라크나 내전으로 신음하는 남수단보다도 낮은 순위입니다. (전란 국가만도 못한 '삶 만족도'..한국 웰빙지수 추락, JTBC) 확실히 주목할만 한 점은, 삶의 질 만족도가 2013년보다 2014년에 더 떨어졌다는 것. 그것도 확연히 드러날 정도로. 정말 안타까운 건, 한 때 웰빙 열풍이 불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