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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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삶은 계속 되니까 - 퍼펙트 센스리뷰 2011. 11. 29. 07:53
# 뒤늦은 가을, 이미 겨울에 접어든 추운 계절, 앙상한 나뭇가지만 내보이고 있는 길거리 가로수, 떨어진 나뭇잎도 모두 바삭바삭 말라만 가는 계절. 건조한 공기만큼이나 연인들의 애정도 메말라 가고, 솔로들의 가슴 속엔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괜히 쓸쓸함이 더해오는 때, 상처 입은 짐승들은 밤마다 달을 보고 울부짖어도 그 깊은 상처 아물지 않는 계절. 그런 계절에 어김없이 찾아오는 로맨스 멜로 영화. 때로는 따뜻하게, 때로는 구슬프게, 사랑이라는 주제로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려고 애쓰는 그런 영화들 중 하나에 ‘퍼펙트 센스’가 있었다. 마지막 남은 무료 예매권 사용기간이 다 돼서 무작정 들른 극장. 아무 영화나 하나 집어 보고, 재미 없으면 컴컴한 상영관에서 잠이나 퍼질러 자자고 생각하며, 아무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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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의 상처, 평범의 잔인함, 희망의 절망 - 나는 비와 함께 간다웹툰일기/2009 2009. 11. 5. 17:59
이 시대, 이 세상, 희망은 어딘가 꽁꽁 숨어서 좀처럼 보이질 않는다. 어쩌면 워낙 귀한 것이라 그럴 수도 있고, 어쩌면 사람들의 욕심 때문에 그런 걸 수도 있다. 어쨌거나 그 희망이라는 것이 저 찬란한 태양처럼 반짝반짝 빛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세상의 슬픔과 아픔과 고통과 그 모든 더러운 꼴들과 함께, 나는 비와 함께 간다. 서로가 서로를 돕지 않는 세상 속에서, 기적을 바라며 그것을 이용해 먹을려고만 하는데, 자신의 사랑과 생활의 안정을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의 고통 따위는 생각지도 않는데, 주어진 일이 아니라면야 별로 애 써서 뭔가를 찾으러 나서지도 않는데, 그래도 일단 구해 놨다는 이유만으로 희망은 존재하는 것인가. 도움의 손을 내밀 때마다 상처입고, 도움을 받은 사람들은 오히려 고맙다는 말 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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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tter tears그림일기 2008. 9. 18. 00:01
희망은 순수하지 않다. 미래에 대한 밝은 전망, 일이 잘 되어가는 추세, 뭔가 잘 풀릴 것 같은 예감 등 장밋빛으로 보이는 미래에 대한 뭔가를 바라는 심리에 기대어 있는 그 감정은, 갈구하는 그 무언가가 있고, 또 어떤 것에 기대어 있는 형태라는 점에서 희망은 순수하지 않다. 반면 미칠 것 처럼 치밀어 오르는 분노와 모든 것들이 무너지고 사라지는 듯 찢기는 가슴으로 북받친 슬픔, 그 고통, 그 아픔, 그리고 뒤따라오는 복수심에 불타는 증오심. 그 모든 것들을 지나고 나서 찾아오는 절망은 어떠한가. 이제 더 이상 바랄 것도 없어 생을 포기해도 미련없을 그 깊은 절망. 무언가 바랄 것도, 기댈 것도, 또 갈구할 것도 없는 그 아련한 마음. 그래서 절망은 순수하다. 그 순수함이 아름다운지 어떤지는 아직 잘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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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외국인 노동자에게서 본 희망의 빛웹툰일기/2007 2007. 9. 27. 01:24
이 동네는 소규모 공장들이 많고, 동남아 노동자들이 아주 많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이라 사람이 거의 없는 한적한 어느 골목에서, 새로 일 하러 온 사람인 듯한 외국인이 나에게 길을 물었다. 꽤 멀리 떨어진 곳이라 정확히 가르쳐 주기 어려워, 대충 가르쳐 주고는 다시 사람들에게 물어 보라 일러 주었다. 돌아서고 나니, 동네에 사람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한 1~2Km 정도 되는 거리였는데 같이 가 줄 걸 그랬나... 등에는 큰 배낭을 짊어진 외국인. 아마도 여행할 때 내가 그랬던 것 처럼, 전 재산을 달팽이처럼 지고 다니는 거 겠지. 그에겐 여유가 흐르고, 눈빛부터 얼굴 전체에 희망의 빛이 마구 쏟아져 나왔다.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 지 알 수는 없지만, 지금 그 모습이 너무나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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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오징어의 꽃씨 한 포기사진일기 2007. 8. 31. 01:26
어느새 말라가고 있었지, 싹도 한 번 틔우지 못 한 대지는 그렇게 말라붙어 이제 더이상 꽃 한 송이 자랄 수 없게 되었지. 아니, 아니 내 메마른 가슴에 한 줄기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면 때가 오면, 때가 오면 나도 초록빛 만연한 푸른 잔디밭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애써 위안하며 다독이며 아닐 거라고, 아닐 거라고 부인하며 지내온 날들. 까만 밤을 지새며 날아온 꽃씨는 발 한 번 뻗지 못하고 말라 죽어 버렸고, 새벽녘의 안개에도 젖지 않는 나는, 이제 더이상 꿈 꾸지 않게 되었지. p.s. 아프리카에서 찍었음...이라고 말 할 날이 언젠가는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