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뱅이가 조금 편하게 생활하는게 그렇게도 꼴 보기 싫냐. 어떻게든 국민들 쥐어짜서 성과라고 한 줄 써 넣는게 그리도 중요하냐. 나만 반대하는게 아니라, 꽤 많은 사람들이 반대하는데도 끝끝내 환경부는 마트에서 박스를 없앨 모양이다.

 

어느날 마트에 갔더니 자율포장대 위에 이런 플랜카드와 안내 공지가 붙어 있더라. "20년 1월 1일부터 자율 포장대 운영이 중단됩니다!"

 

사람들이 그렇게 반대하고 의견을 내놔도 그냥 지들 맘대로 일 진행하는 거 보고 기가 막혔다. 예전 어느 뉴스에서는 좀 더 논의를 해보겠다는 식으로 기사 나왔던데, 그런 것도 없다. 다른 걸 좀 이렇게 뚝심있게 밀어부쳐봐라. 맨날 만만한게 국민이냐. 위에서 찍어누르면 찍소리도 못 하고 시키는대로 하니까?

 

 

박스를 없애자는 환경부와 대형마트의 협약

 

환경부는 2019년 8월 말에 농협하나로유통, 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등의 대형마트와 '불필요한 폐기물 줄이기' 협약을 맺었다. 대형마트의 자율포장대에 비치된 종이상자와 포장테이프를 없앤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웃기는게, 이걸 그냥 없애는 것도 아니다. 관련 기사들을 찾아보면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마트 측에서는 "종량제 봉투나 종이박스를 유료로 구매할 수 있게 하겠다"고 한다.

 

자기들은 아닌 척 하고 있지만, 공짜로 주던 종이박스로 사실상 수익 사업을 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걸 또 도와주는 환경부는 얼마나 기업 프랜들리한가. 아직도 엠비 시대인가 착각이 들 정도다.

 

(우리 지구를 위해 자율 포장대 운영이 중단된단다. 왜 우리 지구를 나만 생각해야 하는데.)

 

밥을 안 줬더니 밥을 안 먹어요

 

대형마트 자율포장대 관련해서 환경부가 꼭 꺼내는 이야기가 있다. 제주도에서는 2016년 9월부터 4대 대형마트 등에서 자율포장대의 종이상자, 포장테이프, 노끈을 없앴는데, 이게 성공적으로 잘 정착됐다고 한다.

 

말이냐 방구냐. 포장대가 없으니까 포장을 못 하지! 애초에 이건 실패가 없는 게임 아니냐. "밥을 안 줬더니 밥을 안 먹었어요"하는 꼴 아니냔 말이다. 그냥 개돼지들이 시키는대로 해야지 별 수 있겠어 하는 것과 뭐가 다르냐.

 

그런데 이것과 관련해서 재미있는 기사가 최근에 나왔다. 제주도 사례도 실패에 가깝다는 내용이다. 비닐 사용이 급증했고, 일부 중소형 마트에서는 다시 박스를 포장대에 내놓기 시작했다는 내용이다.

 

> [고치 Green 제주]⑤마트 상자 제공 중단 3년.."비닐 사용 급증" (뉴스1, 2019.10.22.)

 

아무래도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평가하고 측정하는 과정은 없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지들이 시키면 시키는대로 해야지 어쩌겠어'라는 생각인 건가.

 

 

테이프가 문제면 친환경 테이프를 사용하면 되잖아

 

아마 환경을 생각하는 환경부 사람들도 가까운 거리 2킬로미터 정도는 나처럼 걸어서 다닐거다. 나는 2킬로미터 정도를 걸어서 대형마트를 간다. 아무래도 동네마트에 비해서 싼 물건들이 있으니까.

 

대체로 빈 가방을 메고 가서 물건을 담아오는데, 부피가 큰 물건이나, 세일 때문에 물건을 많이 살 경우가 있다. 이런 때 종이박스가 없으면 난감해진다. 2킬로미터를 종량제봉투에 물건 담아서 가봤나. 조금만 잘 못 해도 찢어진다. 장바구니? 비닐봉지보다 내구성 약한 그 장바구니는 안 찢어질 것 같나. 뭘 해봤어야 알지.

 

이미 많은 사람들이 반대를 하고 있고, 그 와중에 좋은 대안이 나오기도 했다. 테이프를 종이 테이프 등의 친환경 소재로 바꾸면 된다는 거다. 노끈도 종이끈 같은 친환경 소재로 바꾸면 되고. 그러면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으면서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

 

그런데 내가 보기엔 환경 어쩌고 하는 것도 다 핑계다. 고물상에 박스 쌓아서 모아들고 한 번 가봤나. 테이프 붙어 있으면 안 받아준다. 동네 길거리에 박스 내놓으면, 노인들 가져가서 테이프 다 뗀다. 안 그러면 고물상에서 안 받아주니까. 애초에 테이프가 붙어있어서 재활용이 안 되고 어쩌고는 헛소리다.

 

 

환경부와 대혐마트가 진정 환경을 눈꼽만큼이라도 생각한다면

 

환경부 직원이라고 다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만 있는 건 아니다. 그건 다른 어디든 다 똑같다. 혁명을 해도 일부 몇몇 사람들만 열기에 차 있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먹고살기 위해 일 하는 것 뿐이다. 그게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은 소중하니까.

 

하지만 환경부에서 일을 한다면, 그리고 국민들의 생활에 직접 영향을 끼칠 이런 짓을 수시로 한다면, 최소한 자기들도 환경을 조금은 신경쓴다는 걸 보여줘야 옳지 않겠나. 그래서 제안 하나 하겠다.

 

환경부는 장관 이하 모든 직원들의 승용차 출퇴근 금지해라. 빨대 십이억팔천경 개 없애는 것 보다, 자가용 한 대 없애는게 환경에 더 큰 도움이 된다는 건 아마 잘 알 거다. 솔선수범 좀 해보란 말이다. 니들은 불편해서 안 되고, 국민들은 불편해도 되나.

 

최소한 이 정도도 시행하지 않는다면, 환경부는 그냥 환경을 팔아서 밥벌이 하기 위한 사람들만 모인 집단으로 간주해도 되겠지. 아주 쉬운 시행조건을 줬으니 억울하진 않을거다. 참고로 나는 티비나 에어컨, 냉장고도 없다. 이 정도는 어렵다는 걸 알기 때문에 아주 쉬운 과제를 준 거다.

 

 

그리고 대형마트. 우리동네 대형마트는 주변이 주택가다. 이런 주택에서 월세나 전세로 사는 사람들이 재활용품 분리하려면 얼마나 고생인 줄 아나. 공간이 없어서 쓰레기장 처럼 쓰레기를 쌓아놓고 살아야 한다.

 

대형마트가 환경 어쩌고를 실천할 의지가 있다면, 일단 마트 입구나 매장 내부에 재활용 쓰레기통을 설치해라. 주변 주택에 사는 사람들의 시름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생산자나 판매자가 일부 쓰레기를 책임진다는 생각으로 말이다. 조금이라도 더 팔아먹을 생각만 하지 말고 말이다.

 

 

가만히 있으니 우습게 본다

 

오늘 떡하니 이걸 시행한다고 붙은 걸 보니 화가 많이 났다. 나와 같은 감정을 느낀 사람들, 우리들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최근 지방 언론 기사를 하나 보니, 일부 대형마트가 원래는 10월 말까지 자율포장대를 없애려고 계획했는데, 고객들의 항의성 민원이 많이 접수돼서, 철거 일자를 미루기로 했다 한다.

 

> 자율포장대 사라진다던 대형마트 가보니 (대전일보, 2019.10.14.)

 

바로 이거다. 정부와 환경부, 그리고 대형마트에 항의를 하자. 자율 포장대 없앤다는 안내문을 보고 짜증 날 때마다 하자. 아 진짜 사람이 점잖게 가만 있으면 등신인 줄 아나.

 

 

p.s.

* 환경부, 이런거 말고도 할 거 많다. 아직도 과대포장 엄청 많은 거, 마트에서 물건 사보면 알 거다. 기업들과 일대일 면담하면서 서로 머리 맞대고 개선하면 이렇게 하는 듯 마는 듯 미지근하겠나. 또, 쓰레기 생산자 책임 방식도 좀 고민해봐라. 이것만 고민해도 일년 내내 바쁘겠다. 마트나 편의점, 주민센터에 재활용 쓰레기 수거함 설치하는 것도 생각해보고. 일본 사례 벤치마킹도 해보든지. 국민들, 소비자들에게만 모든 책인 떠넘기지 말고, 이제 좀 생산자와 판매자에게도 책임을 지게 하는 방안 좀 생각해보란 말이다.

 

* 대형마트가 기어이 박스를 없앤다면, 나는 박스 있는 곳으로 갈 테다. 코스트코 언급이 없는 걸 보니, 코스트코는 박스 주워갈 수 있도록 계속 해주겠지. 따릉이 타고 다니면 운동도 되겠네.

 

Posted by 빈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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