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초호수에 갔다왔어요. 1박2일 패키지였죠.
남초호수라는 곳은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호수래요.
해발 4700미터 정도 된다네요.
너무 비싸 보여서 갈 생각 없었는데
네팔에서 함께 넘어온 일행들이 저를 꼬셨어요.
티벳에 평생 한 번 와 볼까 말까인데 돈이 문제냐면서 말이죠.
젠장, 너네 유럽인들이야 여기도 인도나 네팔처럼 싸 보이겠지만 난 아니라구!
라고 말하며 버텼죠.
(얘네들은 네팔 is Nothing 이라고 표현할 정도니까요)
그랬더니 얘네들이 차량 빌리는 건 자기들이 알아서 할 테니깐
저보곤 음식이랑 입장료랑 밥값만 해결하라고 하더군요.
그렇게까지 나오는데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에라, 내 차비도 내가 낸다 하고 그냥 따라갔죠.
자기들이 아는 유일한 한국인이라고 계속 같이 가자는데
솔직히 많이 부담스러워요, 내 모든 행동이 한국인을 대표할 것 같아서.
뭐 그런 부담이야 싸그리 무시하고 다닐 수 있지만요.
어쨌든 남초호수는 돈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괜찮았어요.
교통편이 조금만 더 좋았다면 한 삼일 머물고 싶을 정도에요.
포카라에 번화한 가게나 잘 꾸며진 시설들이 없는,
그런 모습을 상상하면 남초랑 비슷할 거에요.
1박 2일 코스로 다녀와서 이제 막 도착해 피씨방에 왔네요.
방돌이가 샤워 한다고 해서 멍하니 있기도 뭣하고 해서 나왔죠.
이래저래 이 유럽인들 때매 여기서 돈 엄청 깨지고 있어요.
방도 어쩔 수 없이(?) 꽤 비싼 곳에 묵고 있구요.
뭐 그래도 일생에 한 번.
이제 여기 떠날 날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하며 버티고 있죠.
남초호수 들어갈 때 입장권 사는 매표소가 있고(80위엔),
거기서 조금 더 오르막길을 올라가면 언덕 꼭대기가 나와요.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거기서 차를 세우고 화장실 갔다가
전망 구경하고 사진 찍고 잡상인들에게 시달리죠.
근데 거기서 만난 열 대여섯 정도의 두 소녀가 기억에 남네요.
구걸을 하면서도 장난 쳐 가며 웃으며 밝고 활기차게 행동해요.
억지로 지어내는 불쌍한 척 보이려는 헐리우드 액션을 하지 않죠.
그 모습이 보기 좋아(?) 이것저것 줘 버렸죠.
그래봐야 거의 잡동사니 쓰레기들이라 할 수 있는 것들이지만요.
티벳인은 거지라는 등식이 성립할 정도로,
지금은 거의 모든 티벳인들에게 어려운 시기죠.
한국에서만 태어났더래도 지금즘 학교 다니며 수다떨며
여기저기 구경다니고 놀러다니며 쇼핑하고 그랬을 수 있는 애들이
저렇게 거리에 나와 아쉬운 소리 해 가며 팍팍하게 살고 있어요,
티벳인들이 그렇게 자존심 없는 민족들이 아닌데두요.
그 상황에서 오히려 해맑은 그들의 표정이
슬프고 힘든 표정보다 오히려 더 서글퍼 보였죠.
돌아오는 길에 우리 일행이 버리려고 여기저기 내버려 둔
패트병 같은 것과 먹다 남은 과자 같은 것 다 모아 싸 뒀어요.
걔네들 주려고 봉지 한 가득 꼭꼭 싸 놨는데 아쉽게도
오늘 길에 걔네들은 번잡한 차도를 걸어 집으로 가고 있더군요.
어떻게 차를 세우라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서로 눈인사로 끝났어요.
봉지에 꼭꼭 싸 놓은 잡동사니들만 흔들리는 차 안에서 뒹굴었죠.
비가 오네요. 중국 들어와서 처음 보는 비에요.
비가 오면 걔네들 비 맞으며 또 다른 관광객의 차 창을 두드리겠죠.
그러다 감기라도 걸리면 내일은 공치고,
하루 공치면 먹을 것 없어 더 아파지고,
그렇게 그게 운명이라 믿고 죽어갈 지도 몰라요.
아니, 그런 불행한 생각은 하지 말기로 해요.
십 년 즘 후면 티벳에도 좋은 날이 밝아와
걔네들도 그런 때 있었지 하며 잘 살길 바래요,
정말 잘 살아있길 바래요.
그 때 즘 꼭 한 번 다시 찾아올 거에요, 꼭!
(2006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