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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쓰리 타임즈] 쓰리 참을 인
    리뷰 2007. 3. 16. 02:50
    연애몽 1966년: 군대 가기 전에 잠시 만난 당구장 종업원 슈메이와 편지를 주고 받다가, 어느날 휴가를 나오니 다른 곳으로 옮겨간 그녀. 짧은 휴가 기간동안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그녀의 행방을 찾는 첸.

    자유몽 1911년: 다소 높은 신분으로 개화 사상을 가지고 나라 일에 관심을 두고 바쁘게 뛰어 다니는 신지식인 창. 그와 연인 사이인 유곽의 기녀 아메이. 신분의 벽 때문일까 남자가 바쁘기 때문일까 서로 한 걸음 더 다가서지 못하고 평행선을 긋는 두 사람.

    청춘몽 2005년: 간질병을 앓으며 약물 부작용으로 한쪽 눈을 잃어가고 있는 칭. 클럽에서 노래 부르는 그녀의 사진을 찍으며 사랑을 나누는 첸. 하지만 둘은 각각 애인이 있는 상태에서 밀회를 나눈다.

    스토리만 보면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가슴 아프게 다룰 것 같이 느껴지지만, 어떤 감정 이입 없이 거리를 두고 단지 상황을 관찰하는 느낌이 강하다.

    연애몽은 아련한 사랑의 기억 혹은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담하면서도 약간은 애타게 표현하고 있다. 특히 당구장이라는 어두운 장소에서 조명을 활용해 어둡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자유몽은 무성영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장소 또한 한정적이라 다소 갑갑하면서도 상징적인 대화들이 오간다. 다소 지겹다고 느낄 수 있을 만한 부분이다.

    청춘몽에 와서는 이제 현대 영화라고 느낄 수 있을 만 한 장면들이 나온다. 애인이 있지만 사랑하는 또 다른 사람. 게다가 동성애도 나오고, 삶을 그리 낙관하지 않는 주인공들이 나온다. 다소 어둡고 침울하고 막막해서 될 대로 되라가 아닌가 싶지만, 어딘지 알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있을 법 한 느낌도 든다.

    어떻게 보면 1911년 부터 2005년에 이르기까지 약 백여 년에 걸친 윤회를 거듭한 사랑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하는데, 때론 이루어 지고, 때론 이루어 지지 않으며, 이젠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는 상황. 자유와 사랑과 청춘, 그 모든 것에는 사랑이라는 꿈이 있어서 아름다운 것이 아니겠는가. 비록 이루어 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다르게 보면 대만의 현실에 대한 문제제기일 수도 있다. 1911년은 대만(중화민국)의 건국(?) 원년이다. 격동의 시기이며 변화의 시기인 동시에 자유의 꿈이 있는 시기이지만, 그것이 과연 진정한 자유였고 진정 행복한 것이었는지는 의문스럽다. 1966년은 중국 본토에서 문화혁명이 시작된 해. 대만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었지만, 본토의 많은 인재들이 화를 피해 대만으로 넘어온 때였다. 뭔가 손 뻗어 잡을 수 있을 듯 한 사랑의 꿈. 그리고 2005년은 대만 독립을 외치는 천수이볜 총통이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한(2004) 다음 해. 사랑이 있지만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은, 상처받고 혼란스럽고 우울하고 고통스러우며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암울한 청춘의 꿈. 어디로 가는지 알 수는 없지만 어디론가 달려 가는 주인공들 처럼, 아직 알 수는 없지만 어디론가를 향해 가긴 하겠지. 그럴 수 밖에 없고.

    연도가 그렇게 딱딱 맞아 떨어지는 걸 보면, 단순한 사랑 이야기만은 아닌 듯 하다. 대만의 과거를 비추어 현재의 문제를 짚어 보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틀림 없다는 확신이 들게 한다. 그런데 어째서 1966년이 맨 먼저 놓인 것일까. 1911년을 담을 무성영화 형식의 지루함을 맨 처음부터 내 놓기는 좀 뭣 해서 그랬던 걸까. 아니면 이 이야기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라는 것을 강하게 인식 시켜 주기 위해서였을까(꼭 남녀간의 사랑만 사랑인 것은 아니다). 짧은 지식으로는 도무지 풀 수 없는 수수께끼였다.

    사실 대만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어서 뭔가 이해하고 느끼기엔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자유몽의 경우엔 옛날 사람들은 정말 무성영화를 재밌게 보고 즐겼을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지루하고 갑갑해서, 인내심을 동원해가며 영화를 계속 봐야 할 지경이었다. 분명히 뭔가를 말 하려는 영화이기도 하고, 그 말하려는 것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축약된 대사와 몽환적 화면을 통해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재미있는 볼 거리를 위해 영화를 본다면 다소 실망스러울 가능성이 다분한 영화이다. 관객들을 조금만 더 배려해 주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었다.

    (www.emptydrea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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