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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텔 르완다] 아직 무관심
    리뷰 2007. 3. 15. 18:53
    1994년 르완다에서 실제 있었던 대학살을 소재로 한 영화. 르완다의 최고급 호텔 지배인인 주인공이 대학살 중에 천 여 명의 사람 목숨을 구하는 모습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헐리우드 영화에서 주로 볼 수 있는 휴먼 스토리의 영웅들은 대개 투철한 이타정신과 뛰어난 능력과 수완을 가지고 역경을 헤쳐 나간다. 하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은 여기저기 뇌물도 갖다 바치고, 살기 위해 외국인들과의 친분을 유지하는, 그렇게 큰 힘을 가지지 못한 사람이다. 게다가 처음에는 자기 가족들만 챙기면 된다는 생각을 가졌던, 누구나 그 상황에서는 그럴 만 한 특출나지도 않은 인물이다.

    그런 사람이 잔혹한 학살을 보고, 밀려드는 난민들을 보면서 조금씩 조금씩 도와준 것이 어느덧 천여 명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들을 보살피는 것도 특별한 능력이 있어서도 아니고, 뇌물과 운 등을 이용한 아주 현실적이고도 소시민적 행동이었기에 더욱 인간적인 이야기로 와 닿는다. 꾸미고 과장됨 없이 덤덤하게 진행되는 이야기 속에서 잔잔한 감동을 느끼기에 충분한 영화이다.

    하지만 과연 그것 뿐일까. 영화에서는 서양인들과 그들 국가들의 무관심을 꼬집고 있지만, 동시에 서양인들 또한 피해자로 그리고 있다. 위험한 상황에서도 고아들을 모으는 서양 여성과, 끝까지 호텔을 지켜 주려는 유엔군, 전화 한 통에 발 벗고 나서 도와주는 호텔 경영주 등, 도와주려는 사람들은 있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았다 정도로 얼버무리려는 감이 있다. 실제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주인공과 호텔의 난민들을 도와주는 사람들은 모두 서양인들이 아닌가.

    더우기 이 영화는 약간 위험한 대립 구도를 담고 있다. 투치족은 칼과 몽둥이를 들고 다니며 양민이나 학살하는 무식한 인간들로 묘사하고 있고, 후투족은 유엔군과 비슷한 차림을 하고 사람들을 구해 주는 좋은 사람들로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사건은 후투족이 투치족을 대량 학살했기 때문이 맞다. 그러나 그들의 역사는 좀 더 복잡하고 선악을 구분할 경계가 모호한 것이 사실이다. 오랜 역사까지 들먹이진 않겠으나, 두 부족은 오랜 세월동안 서로 싸워왔고, 그 대립의 기원은 서구 열강에게 원인이 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안타까운 점은, 이 영화가 '관심'을 요구하는 영화임에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런 국가들의 사정들에 관심을 가질 것인가 하는 것이다. 영화 중에 나온 한 기자의 말처럼, 끔찍하군 한 마디 내 뱉고는 다시 저녁 식사를 즐길 것이다. 조금 다를 수는 있겠다. 감동적인 영화를 봤으니까, 감동적이군이라고 말 하며 저녁 식사를 즐길 테니까.

    내 한 입 먹고 살기 바쁘기 때문에 그런 곳에서 사람이 죽어 가도 관심 둘 여력이 없다. 그것이 현실이다. 또 내가 관심을 가진다고 해서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그것도 현실이다. 그러면서도 독도 문제나 동해 표기에 대해서는 외국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져 달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남의 사정은 봐 주지도 않으면서 우리 사정만 봐 달라는 건가.

    아무쪼록 이 영화에 관련해 한 가지만 더 알아두자. 르완다와 그 주변 콩고 등의 국가에서 이런 분쟁은 아직 끝나지 않은 현재 진행형이라는 사실을.

    (www.emptydrea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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