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아파트] 쌍안경을 준비하자
    리뷰 2007. 3. 19. 19:15
    강풀이라는 만화가의 인터넷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만화를 보지 않아서 그건 어떤지 모르겠지만, 이 영화는 공포물이라 하기엔 좀 뭣 하다. 아파트라는 현대의 보편적인 집 구조를 바탕으로 뭔가를 말 하려는 시도도 얼핏 한 것 같은데, 그 메시지는 너무 단편적이라 와 닿지 않는다. 게다가 중간에 나오는 사건들 중, 큰 줄기와 별 관련 없는 내용들도 나와서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영화 초반부에 지하철에서 한 여자가 투신 자살을 하는데, 자살 하기 전에 고소영에게 조용히 속삭인다. '넙치 알아요?' 아니 갑자기 왠 넙치? 두 번이나 대사를 하는데 두 번 다 그렇게 들렸다. 대체 무슨 얘기지 하면서 볼륨 높이고 다시 돌려 귀 기울여 봤더니 '외롭지 않아요'라는 대사였다. 이런 식으로 배우들의 발음에도 문제가 좀 있고, 연기도 다소 문제가 있는 영화였다. (아니면 내 귀나 눈이 이상하거나)

    혼자 사는 외로운 전문직 여성, 사고로 다친 장애인, 은둔형 외톨이(히끼꼬모리), 지친 고등학생 등의 모습들을 보여 주면서 뭔가 말을 하려는 듯한 인상이 풍기기는 한다. 그런데 결국은 두리뭉실 얼렁뚱땅 뭉개져서는 그냥 이상한 사람들이 좀 많이 사는 아파트 정도가 돼 버리고 만다. 아파트라는 공간을 이용해서 현대인들의 고독이나 무관심 같은 것을 좀 더 비중 있게 다뤘으면 차라리 낫지 않았을까 싶다.

    결국은 고소영처럼 맏은 편 아파트 지켜 보면서 자살 하나 안 하나 감시하는 따뜻한 사회를 만들자라는 주제인건가. 아니면 어설픈 코스프레는 하지 말자 라는 것 일수도. 아니다, 제일 중요한 건, 터가 중요하다는 거였다. 이사 잘 못 가면 인생을 망칠 수도 있습니다라는 아파트 광고.

    스토리와 배우들에게 몰입이 안 되니까 무서운 장면이 나와도 심드렁 할 수 밖에. 범죄는 나오지만 범죄물도 아니고, 사람은 많이 죽어 나가지만 호러 스릴러도 아니고, 귀신은 나오지만 공포물도 아니다. 그럼 뭘까? 나도 모르겠다. 그냥 고소영 얼굴만 봤다라는 표현이 맞지 않나 싶다.

    (www.emptydream.net)

    댓글

Copyright EMPTYDREAM All rights reserved /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