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풀이라는 만화가의 인터넷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만화를 보지 않아서 그건 어떤지 모르겠지만, 이 영화는 공포물이라 하기엔 좀 뭣 하다. 아파트라는 현대의 보편적인 집 구조를 바탕으로 뭔가를 말 하려는 시도도 얼핏 한 것 같은데, 그 메시지는 너무 단편적이라 와 닿지 않는다. 게다가 중간에 나오는 사건들 중, 큰 줄기와 별 관련 없는 내용들도 나와서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영화 초반부에 지하철에서 한 여자가 투신 자살을 하는데, 자살 하기 전에 고소영에게 조용히 속삭인다. '넙치 알아요?' 아니 갑자기 왠 넙치? 두 번이나 대사를 하는데 두 번 다 그렇게 들렸다. 대체 무슨 얘기지 하면서 볼륨 높이고 다시 돌려 귀 기울여 봤더니 '외롭지 않아요'라는 대사였다. 이런 식으로 배우들의 발음에도 문제가 좀 있고, 연기도 다소 문제가 있는 영화였다. (아니면 내 귀나 눈이 이상하거나)
혼자 사는 외로운 전문직 여성, 사고로 다친 장애인, 은둔형 외톨이(히끼꼬모리), 지친 고등학생 등의 모습들을 보여 주면서 뭔가 말을 하려는 듯한 인상이 풍기기는 한다. 그런데 결국은 두리뭉실 얼렁뚱땅 뭉개져서는 그냥 이상한 사람들이 좀 많이 사는 아파트 정도가 돼 버리고 만다. 아파트라는 공간을 이용해서 현대인들의 고독이나 무관심 같은 것을 좀 더 비중 있게 다뤘으면 차라리 낫지 않았을까 싶다.
결국은 고소영처럼 맏은 편 아파트 지켜 보면서 자살 하나 안 하나 감시하는 따뜻한 사회를 만들자라는 주제인건가. 아니면 어설픈 코스프레는 하지 말자 라는 것 일수도. 아니다, 제일 중요한 건, 터가 중요하다는 거였다. 이사 잘 못 가면 인생을 망칠 수도 있습니다라는 아파트 광고.
스토리와 배우들에게 몰입이 안 되니까 무서운 장면이 나와도 심드렁 할 수 밖에. 범죄는 나오지만 범죄물도 아니고, 사람은 많이 죽어 나가지만 호러 스릴러도 아니고, 귀신은 나오지만 공포물도 아니다. 그럼 뭘까? 나도 모르겠다. 그냥 고소영 얼굴만 봤다라는 표현이 맞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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