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동남아 삽질 여행 8


멜라카



여행 시작할 때부터 있었던 감기기운이 이 때는 거의 극에 달했다.

오전 느즈막이 일어나니, 잠을 많이 잤는데고 계속 피곤했고, 목도 칼칼하고, 몸도 축 늘어져서 나른한 상태. 하지만 남의 집에 계속 있기가 무안해서 애써 짐을 싸 들고 나왔다.

다음 목적지는 멜라카.



(오늘도 반짝~! 햇살은 드럽게 뜨거워효~ OTL)



(암팡 전철역 가는 길. 암팡 시내에서 좀 떨어진 변두리에 있기 때문에 약간 걸어야 한다.)



(말레이시아는 문자가 없다. 알파벳으로 표기를 한다. awas는 출구. 버스는 bas, 익스프레스는 ekspres 등. 인도네시아도 마찬가지라고 함. 알파벳 표기를 하니 외국인 입장에선 일단 읽을 수는 있어서 좋긴 하다.)



(암팡에서 KLCC로 가는 길목. 여기서 왼쪽으로 꺾어 들어가면 암팡 전철역이 나온다. 그대로 KLCC까지 걸어가도 걸어갈 만 한 거리.)



(암팡 전철역. 한산한 분위기.)





암팡 시내에서 KL 시내 쪽으로 15분 즘 걸어가다보면, 아무것도 있지 않을 것 같은 길 가에 전철역이 있다.

전철(rapid)의 종점인 암팡(ampang)역. 여기서 전철을 타고 Rakyat 이라는 역에서 내려서 표지판을 보고 긴 통로를 걸어가면 푸두라야 버스터미널로 연결된다.




(전철역 내부. 종점이라 아주 한산하다.)



(전철표는 저렇게 생겼음. 일회용이지만 카드식. 전철 내부에서는 안내방송이 나오기는 하는데, 이번에 서는 역만 말 해 준다.)



(패키지와 배낭여행의 차이는, 오늘 밤 잘 곳을 걱정하느냐 걱정하지 않느냐의 차이. 나들이와 여행의 차이는 언제든 되돌아 갈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




버스터미널 1층은 버스를 타는 곳이고, 2층으로 가면 대합실과 표 파는 부스들이 잔뜩 나온다. 태국도 그렇지만, 말레이시아도 버스터미널에 매표소 부스가 굉장히 많다.


우리나라는 버스 회사가 어떻게 되든 매표소에서 목적지를 말 하면 표를 끊어 주는데, 이 쪽 나라들은 그렇지가 않다. 버스 회사별로, 목적지별로 부스가 따로 있고, 거기다 여행사도 또 따로 부스가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만약 서울에서 버스를 탄다면, 금호고속의 부산 매표소가 따로 있고, 천일고속의 부산 매표소가 따로 있다. 또 금호고속의 대전행 매표소는 또 따로 있고, 같은 회사의 다른 행선지는 모두 부스가 따로 있는 것. 거기다가 모두투어, 한진관광 등의 여행사별로 또 부스가 제각각 있다. 그래서 한 마디로 말 하자면, 카오스다.



현지인들도 어느 부스로 가야 자기가 원하는 표를 살 수 있는지 몰라서 쩔쩔매며 매표소들을 빙빙 돌고 도는 상황인데, 외국인이야 오죽하겠는가. 그래서 생겨난 것이 부스 입구의 호객꾼.

멜라카 가는 버스표를 사려고 매표소가 몰려 있는 곳으로 가니까, 사람들이 ‘어디 가느냐’고 막 물었다. 자기 표 팔려고 묻는 줄 알고 ‘멜라카’라고 했더니, 한 아줌마가 내 손을 덥썩(!) 잡고는 어디론가 끌고 간다.

어떤 여행사의 멜라카 행 버스 매표소이긴 했는데, 내가 뻔히 보는 앞에서 12.20링깃짜리 표를 13.20링깃을 내란다. 1링깃은 자기 수수료라고. 1링깃, 한국 돈으로 약 400원. 피곤해서 말다툼하기도 싫고 해서 그냥 줬다.



그러니까 말레이시아에서는 원하는 목적지의 매표소를 직접 찾아가야 쓸 데 없이 수수료 떼이는 일을 방지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게 또 애매한 것이, 표 파는 사람이 자기 표 팔려고 목적지를 물어볼 때도 있다. 이런 때는 괜한 수고 하지 않고 바로 표를 끊을 수 있어서 행선지를 대답해 주는 것이 편한데, 문제는 수수료 받아 먹는 사람과 그냥 표만 파는 사람을 척 보고 구분하기가 어렵다는 것.

그냥 스스로 알아서 찾아가는 편이 제일 좋을 듯 싶다. 복잡하긴 하지만 목적지가 영어로 표기되어 있기 때문에 유심히 살펴보면 그리 어렵지도 않으니까.



숙소를 나오기 전에, 말레이시아에서 장거리 버스를 탈 때는 Transnational 이라는 회사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는 말을 들었다. 큰 회사여서 바가지도 없고, 출발 시간도 잘 지키는 편이라고. KL에서 멜라카 정도는 그리 먼 거리가 아니기 때문에 아무 버스나 타도 별 상관 없는데, 장거리를 갈 때는 다른 버스들은 여기저기 완행으로 둘러서 갈 수도 있다고 한다.

이 Transnational 이라는 회사는 푸두라야 버스터미널에서는 다른 매표소와는 전혀 다른 곳에 매표소가 있다. 다른 매표소들은 2층 대합실 옆쪽에 몰려 있지만, 이 회사는 1층 버스 타는 곳 앞쪽에 별도로 매표소가 있다.




Ampang에서 Rakyat까지 전철요금 2.40 링깃. KL에서 멜라카까지 버스 12.20 링깃 (좀 비싸게 준 듯 함).




(푸두라야 버스터미널 매표소의 일부분. 위의 간판과 부스 유리창에 적힌 행선지를 잘 보고 찾아가서 버스표를 사면 된다. 처음 보면 기가 막히지만, 한 번 해 보면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짜증은 난다.))



(버스표에 적힌 숫자를 보고 버스 타러 내려가면 됨. 가끔 티켓과 간판의 내용이 틀린 경우가 있는데, 이 때는 좀 삽질을 해야 한다. 가서 사람들한테 물어보고 아니면 다시 딴 데 찾아 가야하는 아주 간단한(!) 삽질. ;ㅁ;)



(어두컴컴한 분위기 때문에 마치 지하같은 느낌을 주는 버스 정류소. 계단을 내려와서 이 곳에서 버스를 타면 된다.)



(대합실이 실내라서 그나마 시원한 편. 밖에 있으나 안에 있으나 할 일 없기는 마찬가지지만, 대합실 안에 있는 게 더 낫다. 왜냐면 밖에 있으면 택시 기사들이 자꾸 택시 타라고 말 붙이고, 거지들도 자꾸 찾아와서 말 시키고, 사기꾼들도 자꾸 말 시킨다. 그냥 대합실에 있자.)



(대합실에 있다가 때 되면 저렇게 손 잡고 내려가면 된다. 잡을 손 없으면 난간이나 잡으시고~ ;ㅁ;)




KL의 푸두라야 버스터미널에서 5시에 출발한 버스는 7시 30분 즘 멜라카 센트럴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멜라카의 버스터미널은 겉모습만 보면 마치 공항같은 분위기. 건물이 쇼핑몰도 겸하고 있어서 그런지 상당히 큰 편이고, 근처에 다른 쇼핑몰도 있고, Tesco도 있고 해서 주차장도 굉장히 넓었다(땅 낭비다 싶을 정도로).



말레이시아는 지도 하나 없이 여행했는데, KL에서는 지도 구하기가 쉬웠다. KLCC에 가서 길거리 떨어진 지도를 주우면 되니까. 아니면 안내데스크 가서 받아도 되고.

그래서 말레이시아에서도 한국처럼 인포메이션 센터만 찾아가면 여행이 쉽겠거니 착각했다.

하지만 결론만 말 하자면, 여행 내내 말레이시아의 인포메이션 센터는 별 도움이 되질 않았다. ‘지도 좀 주세요’했더니 ‘호텔 가서 구하세요’라는 어이없는 대답.

아니 무슨 지도가 있어야 호텔을 찾든지 어쩌든지 하지, 대체 어쩌라고-라는 황당한 표정을 짓자, 시내 호텔 전화번호는 줄 수 있단다.

장난하냐? 지금 장난 해? 심심해? 내가 호텔에 전화해서 픽업 나오라고 할 만큼 럭셔리 호화 여행자처럼 보이냔 말이다! 그리고 안내에서 소개해 주는 호텔이라는 거 안 봐도 뻔 하다, 가격이 어느 정도일지.



그래서 무작정 버스터미널 앞에서 택시를 잡아 타고 차이나타운으로 가자고 했다. 처음엔 기사한테 숙소가 많이 몰려 있는 곳이 어디냐고 물었지만, 자기도 잘 모른단다. 그래서 멜라카에 차이나타운이 있으면 차이나타운으로 가자고 했다.

말레이시아의 웬만한 도시에는 차이나타운이나 인디아타운이 있다. 그런 곳을 찾아가면 외국인 숙소가 최소한 한 두개 즘 있고. 그래서 일단 가 보면 무슨 수가 생기긴 생긴다.




(멜라카 센트럴 버스터미널 바로 앞에 있는 아주 길고도 긴 육교. 웬지 느낌상 이 육교를 건너서 어떻게 가면 시내가 가까울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도무지 방향을 잡을 수가 없어서 택시를 탔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 육교를 건너서 TESCO 쪽으로 쭉 내려가면 시내까지 약 4킬로미터 정도.)



(육교가 긴 것도 긴 거지만, 계단 없이 오르막길로 해 놨다는 게 더 인상적이었음. 성질 급한 사람들이라면 차라리 계단으로 해 놓을 것이지 하면서 화 낼 지도 모르지만...)



(멜라카 센트럴 버스터미널 입구 모습. 말레이식 표기로 sentral 이다. ㅡ.ㅡ;)




버스터미널에서 차이나타운까지 택시비는 12링깃. 물론 이것도 흥정해야 함. 얘네들 미터기는 아무래도 폼인 듯.

차이나타운에 도착하니 저녁 8시. 상점과 야시장으로 버무려진 시끌벅적한 길거리를 기대하고 갔는데, 이 동네 차이나타운은 좀 이상했다. 저녁 8시일 뿐인데 대부분의 상점들이 모두 문을 닫아놓았다. 일부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술집들만 몇몇 영업을 하고 있을 뿐. 물 하나 사 먹을 동네 구멍가게까지 모두 문 닫고 주무신다.

이런 썰렁한 분위기니 골목길은 당연히 행인이 거의 없고, 그래서 길 물어볼 사람도 없고.

다행히 멜라카의 차이나타운은 규모가 아주 작아서 20분 정도면 구석구석을 다 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그래서 찾아낸 호텔 두 개. 호텔 두 개가 길을 사이에 두고 거의 마주보고 있기에 가격을 비교해 보고 둘 중 하나에 그냥 묵기로 마음 먹었다.




(멜라카 차이나타운의 첫인상. 저녁 8시일 뿐인데 다 문 닫고 잔다.)




먼저 들어간 곳은 푸리puri 호텔이었는데, 문 열기도 전에 뿜어져나오는 에어컨 바람이 심상치 않더니 역시나 가격이 쎄다. 제일 싼 방이 더블룸 120 링깃. 거의 33달러. 여기서 데스크 직원과 나눈 대화.

“나 혼자 잘 건데, 좀 싸게 해 줄 수 있는가?”

“120링깃짜리 더블룸에 묵으면 아침식사 티켓을 두 장 준다.”

“난 혼자라서 아침식사 티켓 두 장 필요 없다. 그 가격만큼 깎아줘.”

“아침식사가 2인분이라 이 가격을 받아야 한다.”

뭐냐 이게. 누가 들으면 농담따먹기 한 줄 알겠다. 결국 말이 안 통한다는 걸 깨닫고 바로 앞 호텔로 이동.



(호텔 푸리. 시설 좋고 내부 인테리어도 고풍스럽다. 그럼 뭐하냐 값이 비싼데. 혼자 묵어도 아침식사는 2인분 준덴다. 아침식사 2인분 먹을 분은 혼자 가서 묵든지.)



(바바하우스는 호텔이라는 이름도 안 붙었는데 비싸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멜라카 차이나타운에는 싼 숙소가 없다. 멜라카에는 여행자거리가 따로 있다.)




바바 baba 호텔이라는 곳을 갔더니 싱글룸이 있다. 하룻밤 70링깃. 아무리 호텔이라지만 너무 비싸다. 하지만 일단 이 밤에 별다른 대책이 없어서 그냥 묵기로 했다.

그런데 이 싱글룸이라는 게 창문도 없는 밀실. 완전 창문 없는 고시원. 70링깃이면 이만 오천 원 정도 되는 돈인데, 이런 방이라니... 이거 무슨 홍콩도 아니고...

어쨌든 일단 야밤에 대책도 없고, 일단은 피곤하니까 그냥 하룻밤 자고 다음날 이동하기로 결정.

짐만 내팽겨 쳐 놓고 저녁을 먹기 위해 다시 나왔다. 호텔 직원에게 어디 가면 저녁을 먹을 수 있는지 물어봤다.

“여기 차이나타운은 벌써 가게들이 다 문 닫았더라. 어디 가면 저녁 먹을 수 있나?”

“시내 나가면 쇼핑몰이 있는데, 거기서 밥 먹을 수 있다. 한 30분 걸어가면 된다.”

“아... 30분... 그래, 고마워, 어쩔 수 없지 뭐. 갔다올께~”

“응, 근데, 거기도 10시에 문 닫어.”

지금이 밤 9시 좀 넘은 시각인데 대체 어쩌라는 거냐! OTL




(70링깃이나 주고 하룻밤 묵은 바바하우스의 싱글룸. 딴 건 다 참겠는데, 창문 없는 건 도저히 못 참는다. 아주 갑갑해 미칠 지경. 70링깃에 창문도 없는 방이라니!   70링깃이면 빅맥 세트가 7개, 1.5리터짜리 콜라가 21개, 징거버거 세트가 9개, 마일드 세븐 담배가 8갑, 스타벅스의 아이스초코가 6잔, 와퍼세트가 4개 반 등등등.)




호텔에서 지도 하나 얻어서는 시내라고 표시해 준 곳까지 거의 뛰듯이 걸어갔다. 도착해서는 더 걸어다닐 기운도 없고, 너무 덥고 해서 바로 눈에 딱 보이는 맥도날드에 들어갔다는 멜라카의 슬픈 이야기.

맥도날드 빅맥 세트 가격은 9.75링깃. 메뉴판에는 9.50인가로 쓰여져 있는데, 이 가격은 세금이 포함되지 않은 가격이다. 계산할 때는 세금 붙은 가격을 내야 한다. 참고로 태국은 빅맥 세트가 109밧. 말레이시아의 빅맥은 한국과 비슷하고, 태국의 빅맥은 한국보다 약간 푸짐하다.



Posted by 빈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