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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앙라이에서 쑤코타이로 - 2008 동남아 삽질 여행 49
    해외여행/동남아 2008 2009. 1. 6. 21:39
    2008 동남아 삽질 여행 49

    치앙라이에서 쑤코타이로


    소박하지만 유유히 그리고 끊임없이 흘러가는 잔잔한 꼭 강(Mae Nam Kok)을 지켜보면서, 치앙라이(Chiang Rai)에서는 아주 여유로운 2박3일을 보냈다. 가장 큰 일은 오늘 뭐 먹을까 생각하는 일, 가장 서두를 때는 밤 9시에 문 걸어 잠그는 게스트하우스에 시간 맞춰 들어가기, 가장 싫은 일은 한국 가는 날 세어보는 일.

    사실 치앙라이에서 트레킹을 한 번 해 볼까 고민하기도 했지만, 단 하루 갔다오는 데도 1500 밧(약 50달러)이라는 큰 돈이 들었다. 게다가 쓸 데 없이 온천이나 물놀이 코스가 들어 있어서, 물을 싫어하는 나같은 사람은 안 가기로 마음먹지 딱 좋았다. 그러다보니 어영부영 동네 마실만 다니다가 끝.

    별로 흥미로운 사진도 없는데다가, 별로 재미있는 일도 없었기 때문에, 아주 심심했을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여유롭고 한가하고 조용한 하루하루를 편안하게 보냈기 때문에 치앙라이에서의 생활은 대만족이었다. 나중에라도 다시 한 번 가고 싶은 곳.

    어쨌든 이제 치앙라이를 떠난다. 다음에 갈 곳은 쑤코타이(Sukhothai). 치앙라이에서 쑤코타이 가는 버스 시간표는 이렇다. 07:30, 08:30, 09:30, 10:30, 14:30.

    치앙라이에서 쑤코타이까지는 Phayao, Phrae, Uttaradit, Phitsanulok을 거쳐서 간다. 약간 변두리 도로를 통해서 가기 때문에 그런지, 아니면 싼 버스를 타서 그런지 몰라도, 치앙라이에서 쑤코타이까지 가는 데 검문을 너댓번 정도 했다.

    태국 북부지역에서 남부지역으로 내려가는 버스를 타면, 도로에서 버스를 세우고 경찰들이 검문을 한다. 불법 입국자들과 마약류 등을 찾아내는 것이 주 목적인데, 웃긴 건 서양인들은 전혀 안 건드린다는 것. 서양애들이 마약같은 건 더 많이 들고 다니는데.

    낮엔 그나마 괜찮은 편이지만, 밤에 곤히 자고 있는데 깨워서 여권 보여 달라거나 뭔가 물으면 상당히 귀찮다. 대부분 영어로 대답하면 알아듣지도 못하고 그냥 가버리면서. 이런 성가신 검문을 당하지 않으려면 비싼 SVIP 버스를 타면 된다.

    싼 버스일수록 검문도 많이 하고, 중간에 서는 곳도 많고, 잡상인들도 많이 오르락내리락 하고, 험악한 사람들이 구걸도 많이 한다. 실제로 중간에 버스가 잠시 어딘가 정차했을 때 구걸하는 사람이 잠시 올라왔는데, 돈 안 주니까 막 욕을 퍼붓기도 했다. 현지인들은 자주 당하는 일인지 그냥 무덤덤하게 무시하는 분위기였다.


    조그만 마을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태우고 내려주었다. 치앙라이에서 쑤코타이까지 공영버스 요금은 260 밧(약 7달러). 역시 태국은 라오스에 비하면 교통비가 싼 편이다.


    파인애플 로터리. 태국에선 싸고 맛있는 파인애플도 질리게 먹을 수 있다. 과일로만 끼니를 해결하기도 했을 정도로 정말 맛있는 과일들이 많다.


    핏차눌록 터미널. 중간중간 버스가 서는 작은 도시들도 호기심이 이는 곳들이 몇몇 있었다. 다음에 여유 있으면 가이드북에 전혀 나오지 않는 작은 마을들을 방문해서 조용히 유령처럼 다니고 싶다.


    버스는 오만 동네 다 서면서 가더니, 어떤 동네에서는 거의 시내버스로 이용되기도 하고, 택배 서비스도 해 줬다. 그러다가 쑤코타이 30킬로미터 전에서는 스쿨버스로 변신. 중고생들이 우르르 타더니, 복도에 빼곡하게 서서 하교를 했다. 요금은 회수권을 한 묶음 사 다니면서 한 칸씩 끊어서 차장에게 내는 방식이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시간이 많이 걸릴 수 밖에 없었지만, 그런 일상을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는 것도 나름 재미있었다.




    치앙라이에서 쑤코타이까지는 7~8시간 정도 걸렸다. 오전 9시 반에 버스를 타서, 쑤코타이 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오후 5시. 해가 지려고 하는 중이었다. 쑤코타이까지 가는 사람은 열 명이 채 되지 않았다. 그러니 터미널에서 대기하고 있던 툭툭 기사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나마도 대부분은 아는 사람 자동차나 오토바이를 타고 가버렸고, 툭툭을 타는 사람은 한두명 정도.

    워낙 손님이 없어서 그런지 사람들 사라질 때까지 좀 기다리니까, 40~50밧 부르던 요금이 20밧까지 떨어졌다. 시내까지 4킬로미터라며 20밧으로 싸게 해 주겠다던데, 그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정말 4킬로미터면 절대 20밧을 해 줄 리가 없다. 툭툭기사들이 어떤 사람들인데.

    그래서 터미널에서 시내 근처까지 걸어가봤더니, 시내로 가는 다리까지 거리가 약 2킬로미터 정도였다. 시장이 있는 로터리까지 간다면 3킬로미터가 좀 넘겠지만, 일단 숙소가 강변쪽에 많으니까 그까지만 간다면 충분히 걸어갈 만 하다. 물론 길만 헤매지 않는다면.


    길 헤매고 있는 중. 여기는 절대로 안 와도 되는 곳. ㅡㅅㅡ;


    쑤코타이는 욤 강(Mae Nam Yom)을 중심으로, 서쪽에는 외국인 여행자들을 위한 숙소밀집지역과, 역사공원행 썽태우 정류장 등이 있고, 동쪽에는 시장을 비롯한 번화가가 위치해 있다. 강 폭이 넓지 않아서 다리를 통해 수시로 넘나들 수 있다. 강이 맑은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강에서 낚시 하는 사람들도 아주 많다. 가만 보니 이 강에서 잡은 물고기를 그대로 노점에서 구워 파는 모양이었다.


    시장 입구 모습. 쑤코타이는 관광지로 유명한 소도시인데, 시장은 그리 붐비는 편이 아니었다. 명성에 비해서 의외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작은 도시였다. 치앙라이보다 작아 보였다.


    야밤에 시내 돌아다니기. 일단 시장을 찾아서 밥을 먹으려고 하는 중. 쑤코타이는 바둑판처럼 시가지가 잘 정비되어 있는데, 난 오히려 그런 질서정연한 도시에서는 길을 잘 잃는다. 어딜 가도 똑같아 보이기 때문. 그래서 쑤코타이 시내는 별로 정이 가지 않았다.


    이런 걸 주면 확 오해 해 버리는 수가 있다구! ;ㅁ;


    강 서쪽, 다리 근처, 까시곤 은행 뒷편에 여행자 숙소가 여러개 모여 있다. 그중 TR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었는데, 선풍기 방 하루 250 밧. 혼자 여행하다보면, 싱글룸이 잘 없기 때문에 비싼 돈 주고 더블룸에서 잘 때가 가장 돈이 아깝다. 둘이 자면 반값일텐데.


    쑤코타이 시내와 그 일대는 뭔가 시원시원한 느낌이다. 길도, 주택가도, 휴식공간도 모두 오밀조밀 모여 있지만 시원시원한 느낌을 준다. 조금 삐딱하게 말 하자면, 좁은 곳에 다들 모여는 있지만 따로 놀고 있다라는 느낌. ㅡㅅㅡ;




    현지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재래시장. 왠지 모르겠지만, 각종 고기류를 많이 팔고 있었다. 여행자 입장에서 딱히 사 먹을 만 한 것은 없었다. 버너가 있다면 삽겹살이나 물고기 구이 같은 걸 해 먹을 수도 있을 듯.




    해가 완전히 지고 밤이 되면, 시내 중심가 바로 옆쪽(왓 랏차타니 Wat Ratchathani 근처)의 다리를 중심으로 노점들이 영업을 시작한다. 시내 쪽도 있지만, 다리를 건너면 또 노점들이 쭉 늘어서 있어서 지나다니며 쉬면서 군것질 하기 좋다. 동남아에서는 이렇게 설렁설렁 다니면서 노점에서 사먹는 재미가 여행 재미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말 할 수 있을 정도다.


    팟타이 25, 소세지 10, 수박 1/4조각 10, 카오팟(볶음밥) 35 밧.


    다음날 아침. 숙소 근처 세븐일레븐에서 전화카드를 한 장 샀다. 국제전화용 전화카드는 300밧, 500밧 두 가지 뿐이란다. 그나마도 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TOT 회사 것이 아니라 랜조인가 하는 점유율 낮은 회사 것. 동전 넣으면서 국제전화 하기가 너무 불편해서 카드를 한 장 샀더니, 그 카드를 이용할 수 있는 전화기는 시장 근처에 가야 있단다. 그래서 세븐일레븐 앞과 그 근처의 수많은 공중전화를 뒤로하고 시내로 걸어갔다.

    그 길에서 보게 된 모습. 도로 중앙선을 손으로 칠하고 있는 모습. 왼쪽에 선 아저씨는 선이 삐딱한지 지켜보며 지시를 해 주고 있었다. 차선을 손으로 그리는 건 또 처음본다.




    쑤코타이는 역사공원으로 유명한 곳. 쑤코타이 역사공원(Sukhothai Historical Park)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서, 수많은 사람들이 이 역사공원을 보려고 일부러 쑤코타이를 찾아간다. 나도 쑤코타이를 간 주 목적은 바로 이 공원 때문이었다. 유적들이 모여 있는 곳을 공원이나 정원처럼 잘 꾸며놓은 모습을 보고는 마음이 끌렸다.

    강 서쪽의 세븐일레븐에서 좀 더 외곽 쪽(역사공원 쪽)으로 가다보면, 역사공원행 썽태우 정류장이 나온다. 항상 썽태우가 서 있고, 관리하는 사람이 앉아 있다가 빨리 오라고 손짓을 하기 때문에 찾기는 쉽다 (거리도 별로 멀지 않다). 썽태우 정류장에서 역사공원까지는 약 12킬로미터 정도. 이건 도저히 걸어가기는 무리.

    역사공원행 썽태우 정류소에서 역사공원까지 썽태우 요금은 20 밧. 툭툭 요금은 150 밧.


    황량한 벌판을 달리고 달리다 보면, 어느새 서서히 허물어진 유적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역사공원 근처에는 올드시티가 있는데, 욤 강 근처의 신도시보다는 초라해 보이지만, 유적들과 어울어진 마을 모습이 인상적이다. 미리 정보가 있었다면 올드시티 쪽에 숙소를 잡았을 텐데. 올드시티 쪽에도 숙소가 몇몇 보였기 때문에, 역사공원과 그 주변의 유적들에만 관심이 있다면 올드시티에 숙소를 잡아도 좋을 듯 하다.


    쑤코타이 역사공원의 일부. 입구 근처에 자전거를 빌려주는 가게들이 있는데, 언제 빌리든 저녁 5시 까지 반납하는 조건으로 요금은 30 밧이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한적하고 조용한 나무 그늘 밑에서 할랑할랑 노닥거리기만 해도 되고, 열심히 지도 보며 유적들 구경하러 다녀도 된다. 어떤 방식이든 자기가 좋은 방식을 택해서 즐길 수 있는 재미가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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