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동남아 삽질 여행 50

쑤코타이 역사공원


쑤코타이 역사공원(Sukhothai Historical Park)은 약 1500 평방미터에 달하는 성벽 안쪽과, 그 성곽 외부에 동서남북으로 나눠져 있는 각각의 구역별 유적군으로 이루어진 큰 규모의 유적 공원이다. 한 때는 반짝반짝 빛났을 아름다운 유적들을 중심으로, 잘 가꾸어진 정원같은 예쁜 길들을 따라 하이킹을 즐기기에 아주 좋은 곳이다.

딱히 유적들에 관심이 없더라도 예쁜 숲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 맑고 깨끗한 바람을 마음껏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그래서 태국을 가면 쑤코타이를 꼭 가 보라고 권하고 싶다. 쑤코타이가 마음에 든다면, 그보다 규모는 좀 작지만 유적과 현지인들의 삶이 잘 어우러진 아유타야도 가 볼 만 하고.

물론 예쁘게 관리를 하고 있는 만큼 입장료를 받는다. 성벽 안쪽을 들어갈 때도 입장료를 내야하고, 바깥쪽도 동서남북 각 구역별로 입장료를 따로 내야한다. 각 구역별 입장료는 100밧인데, 한꺼번에 사면 350밧으로 할인 해 준다. 유적 하나만 보는 가격도 별도로 있는데, 왓 씨춤은 30밧 이었다. 성벽 안쪽은 구역 전체를 보는 가격밖에 없고, 자전거를 타고 들어가면 추가요금을 더해서 내야 한다. 성벽 안쪽 입장료는 50밧, 자전거를 가지고 들어가면 10밧 추가.

유적을 가까이에서 볼 생각이 없고, 그냥 자전거 타기만 즐긴다면 입장료를 하나도 안 내고 역사공원을 한 바퀴 돌 수도 있다. 하지만 성곽 안쪽은 비싼 입장료를 내고라도 한 번 둘러보기를 권한다.


옛날에는 지붕이 있는 예쁜 사원이었을 왓 마하탓(Wat Mahathat). 지금은 기둥만 늘어서 있는 황량한 곳이 되어 버렸지만, 아직도 사람들은 이곳을 신성한 곳으로 여기고 불상 앞에서 절을 하기도 한다.


뒷모습이 쓸쓸해 보여. 아마도 수백년은 저렇게 앉아 있었을 테지.


유적과 정원을 합쳐놓은 듯 한 분위기. 그래서 그런지 더욱 차분하고 아늑하고 아름다운 느낌이 든다. 요즘 태국의 사원들처럼 그렇게 금칠로 반짝반짝 빛 나는 화려하고 웅장한 모습들이 아니라서 더욱 친근감이 들기도 한다.




사원 중에는 크메르 양식(앙코르 왓의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곳도 있기 때문에, 앙코르 왓의 느낌을 약간 맛 볼 수도 있다. (그래도 앙코르 왓은 죽기 전에 꼭 한 번 가 봐야 하는 곳이라고 권하고 싶다.)


부숴진 것, 무너진 것, 다시 재생할 수 없는 것,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 하지만 아직 죽어있는 것은 아닌 것. 세상을 살면서 점점점 부숴져간다 해도, 아련한 기억처럼 노근한 모습이라면 그것도 좋은 것 아닐까.




이 동네는 공기가 오염되지 말아야 할 텐데. 인도의 타지마할 같은 경우는 급속한 산업화 때문에 십 년 즘 후엔 그 하얗던 타지마할이 시커멓게 될 거라고 한다. 세탁비누로 문질러 씻어 낼지는 몰라도, 복원한 것 보다는 아무래도 오리지널 판이 더 낫지 않을까. 내가 보고 기억하던 것, 혹은 가서 보고 싶다고 생각 중인 것, 또는 사진으로만 보던 것들이 시간이 지나서 변한 모습이 돼 있다면 좀 슬플 것 같다.




폐허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리를 보전하고 있는 불상이기에 더욱 경외심이 일어난다. 그래서인지 여기서는 유난히도 서양인들도 불상 앞에서 기도를 하거나 꽃을 갖다 바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손이 유난히도 크고 예쁜 불상. 포근한 인상과 부드러운 곡선의 손가락이 잘 어울려서, 지나치려던 사람들의 발길과 눈길을 사로잡았다.






아련한 고대도시의 환영같은 사원들. 금방이라도 영화처럼 그 옛날의 모습들이 확 튀어 나올 것만 같았다.






무심코 자전거를 타고 씽씽 달려가다가도, 문득 옆을 돌아보면 이름도 알 수 없는 사원 하나가 덩그라니 놓여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쑤코타이 역사공원은 그런 분위기. 물론 자전거 빌릴 때 A4지에 복사된 지도 한 장을 무료로 준다. 그 지도에는 각 사원들의 이름이 다 적혀 있지만, 굳이 그런 이름에 신경쓰지 않고 다녔다.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하나의 의미로 다가온다고는 하지만, 이름만으로 알 수 있는 것이 전혀 없을 때도 있으니까.




유적 뒷편의 한적한 공간에서는 잘려나간, 혹은 무너진 돌기둥들이 나즈막이 말을 걸어오는 듯한 느낌이었다. 수백년의 대화. 마치 꿈결같은. 물론 그들에겐 내가 꿈이겠지만.


돌기둥들의 광장. 나무 선생님을 향해 차렷자세로 뭔가 수업을 받고 있는 듯 한 모습. 숨을 쉬는 방법에 대한 강의가 아닐까.


폐허에 가면 공허함과 허망함, 덧없음, 쓸쓸함 등이 느껴지지만, 어떤 폐허는 이것이 끝이 아님을 알리는 살아있는 잔재들의 외침을 느낄 수 있는 곳도 있다. 처절하지만 외롭지 않은, 꺾여졌지만 포기하지 않는, 부숴졌지만 쓰러지지 않은, 아련하지만 허상이 아닌.




그것은 현실.








야자수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 작은 강 같은 호수의 작은 파란, 작고 느린 자전거의 조그만 흙먼지, 그리고 뜨겁지만 맑고 높은 푸른 하늘. 그 속에 있었던 나를 기억하면 지금도 흐뭇한 미소가 머금어진다.








관람을 마치면 역사공원 올 때 썽태우에서 내렸던 그 입구에서 다시 썽태우를 타면 된다. 쑤코타이 시내에서 썽태우를 탈 때는 따로 물어볼 것도 없이 그냥 썽태우를 집어타면 역사공원으로 바로 가지만, 여기서는 조금 다르다. 쑤코타이 버스터미널 쪽으로 가는 것도 있기 때문에 물어보고 타야 한다.

역사공원에서 버스터미널 쪽으로 가는 썽태우를 탈 때 핏싸눌록(Phitsanulok)까지 갈 거라고 말 하면, 역사공원에서 핏싸눌록까지 50밧으로 갈 수 있다. 물론 버스터미널에서 다른 버스로 갈아타지만, 어차피 핏싸눌록으로 갈 예정이라면 이 방법도 좋을 듯 하다. 방콕이나 치앙마이로 가는 기차를 타려면 핏싸눌록까지 가야만 한다. 물론 쑤코타이 버스터미널에서 그냥 버스를 타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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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빈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