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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누아르전 그리고 뭔가
    전시 공연 2009. 8. 29. 14:07


    1.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르누아르 전을 보러 갔다.

    예술학교 졸업생인 한 지인은 '그런 것 학교 다닐 때 많이 봤다'라고 했지만,
    듣기로는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르누아르 전이라 한다.

    그래서 그런지 평일 낮에도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이런 미술관이나 삼성동 코엑스 근처 혹은 압구정 갤러리아 근처 등을 지날 때면 항상 느끼는 건데,
    대체 어째서 평일 낮에도 저렇게 나와 있는 사람들이 많은 걸까, 더러는 양복까지 말끔하게 차려 입고.
    더이상 높아질 수도 없는 실업률 문제 때문일까, 아니면 단순한 샐러리맨들의 땡땡이일까,
    아니면 놀고 먹어도 별 걱정 없는 돈 많은 사람들이 많은 걸까.




    2.
    전시 제목은 '행복을 그린 화가 르누아르 Renoir'.
    '그림은 즐겁고 유쾌하고 예쁜 것이어야 한다'라고 말을 했던 사람인 만큼,
    그의 그림은 대체로 화사하고, 온화하고, 아름다운 분위기다.
    한 눈에 슬쩍 봐도 그림 속 사람들의 행복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을 만 한 그림도 많다.

    그런데 예전부터 느꼈던 거지만, 서울시립미술관은 그 빌어먹을 조명 좀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
    그림을 고급스럽게 보이고 싶어서 그랬던 건지, 차분한 관람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그런 건지,
    그림 보호를 위해 그런 건지, 아니면 단순히 전기를 아끼기 위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흐리멍텅한 조명 아래서는 도무지 르누아르 그림의 화사함과 행복감을 느낄 수가 없었던 거다.
    미술관은 내게 이렇게 말 하는 듯 했다. '불 켜 줬으니까 알아서 쳐 보세요'.



    르누아르의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인 '그네'. 이번 전시에 이 그림도 볼 수 있었긴 한데, 어스름한 조명 탓에 그 화사함을 온전히 즐기지 못 한 게 너무 안타깝다. 그림 전시하는 사람들이라면 조명이 그림을 비추는 각도 (위, 아래, 정면 등), 조명의 색깔이나 조도 등에 따라서 그림의 느낌이 크게 바뀐다는 것 즘은 알 텐데...


    바느질 하는 소녀. 이건 전시 돼 있는 작품을 보다가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말로 표현하긴 어렵지만,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 것이 정말 진품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조명 탓이려니 하고 넘어갔지만 뭔가 석연찮다 (직접 가서 보신 분들 중에 이런 느낌 받으신 분들 없으시나).



    3.
    저녁 8시 부터는 미술관 벽면을 이용해서 야외 조명 쇼(light wall show)를 했다.
    단순하고 짧은 상영이지만, 나름 예쁘고 재미있는 시도였다. 박수 쳐 줄께. 짝짝짝.

    야외 조명 쇼는 미술관 입장권을 사지 않아도 구경할 수 있으니까,
    시간 날 때 바람 쐴 겸, 겸사겸사 가서 구경해 보시라.
     
    르누아르 전은 평일 밤 10시까지 개관하니까, 밤에 찾아가서 입장해도 좋지 않을까 싶다.

    낮 시간엔 이런 데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다가도, 밤이 되면 친구 만나 술 퍼먹잖아.
    그러니까 밤에 찾아가면 오히려 사람이 별로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4.
    사실 나는 르누아르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예쁜게 좋긴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잖아.
    마치,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 나는 미인대회만 보면 돼요'라고 말 하는 느낌.
    그래도 작품은 작품 그 자체로 인정할 수 밖에.

    오랜만에 찾아간 시청광장은 딱 보기에 집회 하기 어렵게끔 '예쁘게' 꾸며 놨더라.
    혹시 있을지 모르는 기습 시위에 대비하는 걸까, 뭔 경찰들은 그렇게 많이도 돌아다니는지.
    시청광장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게 바로 르누아르 식의 아름다움이 아닐런지.



    5.
    종각 앞에서 아주 소규모지만 낮은 목소리를 내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물론 이 날도 경찰들이 촛불 안 꺼지게 바람 막아 준다고
    경찰차를 빙 둘러 세워 놔서 멀리서는 뭘 하는지 알 수도 없었지만.

    무슨 단체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4대강 삽질을 막는 사람들 (http://cafe.daum.net/stopsabzil)'
    이라고 밝히고 있었다.

    이 날 공연자 중에는 '플라스틱 피플'과 '강허달림' 등이 나왔다.
    특히 강허달림은 감기 걸린 목으로 더욱 진한(?) 음성을 들려줬는데,
    뒷쪽에 내 옆에 서서 노래를 듣던 서양 아줌마들이 이런 말을 하더라.
    'Her voice is amazing'
    이참에 세계로 진출하셔효~

    어쨌든 이건 또 다른 형태의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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