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이 땅에 아직도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냐며, 황망한 눈으로 연일 보도되던 그의 소식을 보던 때가 며칠 전 일 같다. 정신을 차리고 찾아간 분향소가 '그들'의 발에 짓이겨져 있었던 것을 목격하고 분노가 치밀어 오르던 것이 엊그제같다. 오고가는 사람들과 마지막 모습을 보려던 사람들로 빼곡히 들어찬 그 길에 섰던 것이 마치 어제 일 같다. 그러던 것이 벌써 일 년. 별로 달라진 것 없이, 시간은 이만큼 흘렀다.




서거 1주기 기념으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콘서트를 찾아갔다. 2010년 5월 8일 토요일에 있었던 서울 행사에 이어, 바로 다음날인 일요일 광주에서 열린 행사였다.

나만 모르고 있었던 건지 몰라도, 행사 바로 전날까지 이런 행사가 열리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며칠 전에 시내도 나갔었고, 고속버스터미널도 나갔었지만, 이 행사에 관련된 내용은 전단지 한 장 나 붙어 있지 않았다. 그나마 주로 접하는 인터넷에서도 그 흔한 배너광고 하나 없었다. 내가 이 행사를 알게된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무엇을 검색하려다 그랬는지 기억도 안 나는, 그런 쓸 데 없는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알게 된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도 그랬을까. 물론 시민단체같은 어떤 단체에 속한 사람들이라면 미리 알고 있었겠지. 그러니까 어떤 사람들은 시민 합창단도 신청하고 했겠지. 하지만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행사를 미리 알고 있었을까.

어쨌든 그런 상황에서도 행사장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저녁 7시에 본격적으로 시작된 행사. 낮부터 리허설이 있었고, 다섯 시 즘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우르르 빠져나간 후라 했다. 그래도 7시 조금 넘어 도착한 행사장에는 이미 줄잡아 최소한 5천 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이 콘서트는 다른 상업적인 콘서트와는 다르게 운영상 미숙한 점들이 많이 보였다. 집어내자면 단숨에 몇 십 개는 말 할 수 있을 정도. 하지만 그렇게 비교할 수 있는 행사가 아니니, 그런 것은 그만두자. 추모하려는 사람이 정치인이었으니 당연히 어느 정도 정치적 색깔을 띈다는 것, 이미 예상하고 갔으니 그런 말도 그만두자. 이런 행사를 이용해 한 표라도 더 얻을 요량으로 명함을 돌리는 입후보자들이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지만, 그래, 그런 것도 그만두자.

다만, 기억하자. 여기 모인 사람들은 기억하려고 모인 사람들이고,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그것만으로 이 행사의 가치는 충분하지 않을까.











'노무현 1주기 콘서트', '노무현 대통령 추모 콘서트' 등으로 불리는 이면 행사의 공식 명칭은 'Power to the People 2010'이라 한다. (제목이 영어인 것이 좀 마뜩지 않다)

이번 행사에는 윤도현 밴드, 강산에, 안치환, 이한철, 명계남, 문성근 등이 출연하는데, 행사 도중에 막차시간 때문에 나와서 그런지 강산에는 볼 수 없었다. 맨 마지막에 나왔으려나.



그 중 명계남 씨와 문성근 씨가 함께 나와 대화하듯 시국 이야기를 하는 코너가 마음에 들었다. 약간 선동적(?)인 면이 있긴 했지만, 이런 것을 소위 시사블로거라는 분들이 좀 봤으면 싶다. 요즘 사람들이 시사문제에 관심을 안 가진다면서, 어느 메타블로그에서 시사를 맨 뒤로 빼내는 바람에 시사블로그들이 다 죽게 생겼다며 징징짜는 그 분들 말이다.

말 나온김에 해버리자. 지금 시사블로그들의 공통적인 가장 큰 문제가 세 가지 있다. 첫째는 재미가 없다는 것이고, 둘째는 재미도 없다는 것이고, 셋째는 역시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그 근엄하신 분들은 시사를 어찌 재미로 보느냐 하신다. 자기들이 씹던 그 분들을 이미 닮아버린거다. 자신들은 이미 저 더러운 고랑물 질퍽이는 저잣거리를 벗어나 어느 높고 고매한 그 어딘가에 있는 줄 아는거다.

우리민족이 어떤 민족인가. 옛부터, 그 어려운 시절, 다 굶어죽게 생긴 시절에도 '해학'과 '풍자'를 잃지 않던 민족이다. 심지어 한국전쟁 직후, 말 한 마디 까딱 잘못해도 빨갱이로 몰려 죽창 찔려 죽을 수 있는 마당에도, 소극장에서 개그인 듯 연설인 듯 풍자판을 벌였다.

그 필요성이야 지금에 와서 더 말해 무엇하랴. 옛날엔 그런 것 말고는 즐길 것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보았다 하더라도, 지금은 그것 말고도 재미있는 것들이 무진장 많다. 그런 상황인데 이상하게 요즘은 해학과 풍자는 눈 씻고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가 없는 거다. 시대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말이다.

사실 이 행사에서 보여줬던 문성근 씨와 명계남 씨의 공연(?)에도 웃음은 거의 없었다. 그저 가슴을 울리는 어떤 절박함이 내내 흘렀을 뿐. 그래도 무뚝뚝하게 핏대와 칼날을 바짝 세우고 '이것이 진실이다' 들이대는 섬짓한 글들보다는 백 배 나았다. 그 속에 해학과 풍자를 담아, '재미'의 요소를 넣어 대중적으로 전파하는 것은 다른 어떤 똑똑한 사람들의 몫일테지.








아무래도 공짜로 보여주는 행사이니만큼,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금이 필요한 듯 싶다. 공연 중간에도 한 차례 모금함이 돌았는데,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금함에 손을 뻗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행사장 입구 쪽에는 후원신청을 하거나, 캐릭터 상품들을 구입할 수 있는 천막들도 있었다. 다른 데서 사는 것보다 이런 행사장에서 구입하는 것이 여러모로 서로 좋은 일 아닌가 싶다.





행사 중간에 일찌감치 자리를 떴다. 서울에서 열린 콘서트에 참가한 친구 말을 들으니, 밤 늦게까지 계속되어 집에 돌아가니 새벽 한 시 였다 했다. 그런데 다른 것들은 다 그렇다 치고 넘어갈 수 있는데, 부디 이 것 하나만은 좀 바꿔줬으면 싶다. 이런 행사를 열 때는, 지방은 서울과 상황이 다르다는 것을 염두에 두었으면 하는 거다.
서울이야 새벽 한 시까지 전철이 다니니까 시간을 그리 잡아도 괜찮지만, 지방은 대체로 밤 10시에서 11시 즘 되면 대중교통이 다 끊긴다. 이런 공연 보러 와서 택시 타고 집에 가면 배보다 배꼽이 크게 되는 거고. 그러니 부디 이런 차이점을 고려해서, 서울과는 조금 다른 시간배분을 했으면 싶다.

어쨌든, 이번 행사도 '공연' 카테고리에 속하는 건 분명하지만, 주관적으로라도 좋다, 나쁘다, 어쨌다라는 판단은 쓰지 않으려 한다. 직접 가서 느껴보시길 바라기 때문이다.




추가사항들>

1. 공연 일정

서울 5월 8일(토) 저녁 7시 성공회대학교 대운동장
광주 5월 9일(일) 저녁7시 옛 도청 앞 광장
대구 5월15일(토) 저녁7시 신천 둔치 (희망교 남단)
대전 5월16일(일) 저녁7시 갑천 둔치 (대전MBC 앞)
경남 5월22일(토) 저녁7시 창원 만남의 광장
부산 5월23일(일) 저녁7시 부산대학교 넉넉한 터


2. 광주는 요즘 518, 30주년 기념 행사들을 준비중이다.
광주 여행을 계획하고 계신 분은, 이 때 즘 와도 좋을 듯 하다.
(...라고는 말 하지만, 개념없는 운전이 도를 지나쳐서 좀... 그렇다)


3. 서울에서 열린 공연에서는 '한명숙' 관련 발언들이 있었다 한다.
다행히 광주에서는 그런 발언들은 없었다.
아무리 정치적 성격을 띠는 공연이지만 너무 그렇게 가지는 말았으면 싶다.


4. 서울에서는 16일까지 추모전시회도 열린다한다.
자세한 행사일정은 아래 링크를 클릭해보시기 바란다.
'1주기 추모행사 일정'



p.s.
의외로 광주 행사에 노년층이 많이 오셨다.
대학생 층 정도의 이십대가 별로 없을 거라는 예측은 맞았지만,
노년층이 그렇게 많이 올 줄은 정말 몰랐다.
부산이 은근히 기대된다, 거기는 어떤 모습이 보일지.
시간나면 부산 행사를 꼭 가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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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빈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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