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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악으로 하나 되는 아시아 : 한-아세안 전통 오케스트라
    국내여행/전라도 2010. 5. 17. 09:00

    낯선 소리가 들린다. 낯선 이끌림에 따라가는 발걸음은 멜로디로 흐른다. 스치는 바람처럼, 흐르는 강물처럼, 평화로운 들판처럼, 넘실대는 파도처럼. 때로는 거칠게, 때로는 속삭이듯, 선율이 흐른다. 저 아름다운 이국의 산천이 보이기도 하고, 반짝반짝 빛나는 화려한 색채의 불빛들이 보이기도 하고, 또 그저 평화로운 느낌에 푹 안기어 아늑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어쩌면 연주하는 사람들의 마음까지도 잡힐듯 한 그 아름다운 소리의 색체. 국적이 다르고 언어가 달라도 인간 대 인간으로, 마음에서 마음으로 통하는 소통수단. 그것이 바로 음악이다. 
     


    2010년 5월 광주와 고양에서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여러나라의 음악가들로 구성된 '한-아세안 전통 오케스트라'의 앙코르 공연이 열린다. 문화체육관광부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이 2009년에 창단한 이 오케스트라는, 일방적인 문화교류에서 탈피하고 아시아 각 국가 간 문화협력 및 교류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다. 

    '음악으로 하나 되는 아시아'를 주제로 한 이번 공연에서는 총 12개의 악곡이 연주된다. 이 12개 악곡들은 각 나라를 대표하는 민요와 가락을 전통오케스트라 편성에 맞게 새롭게 창작한 것이다. 이 연주를 위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미얀마, 메트남, 필리핀, 태국 등 아시아 11개국 52종 총 79개의 악기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각국에서 실력있는 음악가들이 모이지만, 그렇다고 연습도 없이 공연을 할 수는 없을 터. 곧 있을 공연을 위해 모두가 모여서 열심히 연습중이라는 소식을 접했다. 그래서 과연 이들은 어떤 모습으로 공연 준비를 하고 있는지 한 번 살펴보았다.
     







    아시아 각국에서 모인 사람들인 만큼 인종도 다양하지만, 악기 또한 다양했다. 이미 어디선가 본 적 있는 악기도 있었지만 처음보는 악기들도 많았다. 어떻게 저렇게 모았는지 모르겠지만, 대부분 맑고 청아한 소리가 나는 악기들로 구성되어 있는 듯 했다. 각 악기들만 따로 떼어 독주를 해도 충분히 듣기 좋은 소리가 나는데, 이들이 함께 모여 협주를 하니 신비로운 소리들이 공간을 가득 메웠다.

    '베토벤 바이러스'라는 드라마를 너무 열심히 봤기 때문일까. 앞에서 단원들을 이끌고 있는 지휘자 분의 모습을 보니, 당장이라도 '여러분은 그래서 안 되는 겁니다. 똥덩어리!' 이런 말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이번 공연의 지휘를 맡으신 분은, '간섭을 최소화하고, 각 연주자들의 자유도를 존중해주는 타입이라 연습하기 편하고, 분위기도 좋다'라는 한 단원의 말처럼 점잖으신 분이었다. 특이한 점은, 지휘자 분이 통역을 통해 단원들을 지도하는 모습이었다. 이런 다국적 오케스트라를 이끈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는 것을 단적으로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아직 시차와 여행의 피로가 풀리지 않은듯 피곤한 기색의 사람도 있었다. 아침부터 이어진 연습때문인지 기진맥진, 지친 모습도 더러 눈에 띄었다. 하지만 지휘자가 지휘를 시작하면 모두들 눈빛이 살아나서 다시 연주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지휘자가 연주를 멈추게 하면, 각자 맡은 부분을 악보에 꼼꼼하게 체크했다. 별달리 많은 말이 오가지도 않았고, 호통치는 모습도 전혀 없었으며, 누군가 지적해 주는 사람도 따로 없었다. 그저 이들은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느끼며, 서로서로 호흡을 맞추며 하나의 악곡을 완성해가고 있었다. 그리고 반복, 반복. 계속되는 반복으로 점점 하나가 되어가는 것이 눈에 보였다. 과연 각국을 대표하는 프로들의 모임 다웠다.














    많이 다른 악기들이 모였지만, 의외로 소리가 잘 어울렸다. 물론 전문가들이 고생해서 그렇게 신경써서 조합했겠지만, 그래도 다양한 나라의 전통악기들이 한 데 어울려 아름다운 멜로디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이렇게 모이니까 오히려 단순히 각각의 악기들이 모인 것 이상으로, 더욱 신비하고 아름다운 음악이 만들어졌다.








    아침부터 계속된 힘겨운 오전 연습에 지쳐갈 때 즘, 드디어 즐거운 점심식사시간을 맞이했다. 지친 표정으로 축 늘어졌던 사람들도 활기차게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점심식사는 연습실 바로 옆 식당에 바련된 부페. 한 눈에 봐도 다른 나라 전통음식이라 할 만 한 건 없었다. 과연 이런 음식들이 이 사람들 입맞에 맞을까싶기도 했지만, 다행스럽게도 다들 환한 표정으로 식사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그런 표정에 용기를 얻어, 몇몇 사람들에게 말을 붙여 봤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스와르디 씨는, 나무로 된 큰 실로폰처럼 생긴 '둠둠'이라는 악기를 연주한다. 이번 공연을 위해 한국에 들어온 지 오늘로 3일 째. 공연이 코앞에 닥쳤기 때문에 다들 열심히 연습을 하고 있는데, 어제는 밤 9시 까지 연습을 했다고 한다. 

    비행기로 인천공항에 들어오자마자 바로 광주로 내려와서 연습을 시작했다고. 피곤하지 않냐는 질문에, 피곤하기는 커녕 오히려 이렇게 연습하는 것이 즐겁다며 환하게 웃었다. 97년에 이런 식으로 아시아 각국의 악기들이 한자리에 모인 적이 있었는데, 그 때도 거기서 연주를 했다한다. 그리고 작년에도 이 '한-아세안 전통 오케스트라'에서 연주를 했을 정도로 인정받는 베테랑이었다.

    한국이 깨끗하고, 친절해서 좋다는 그는, 내가 일어설 때까지 얼굴 한가득 웃음을 잃지 않았다. 정말 여유롭게 즐기는 베테랑의 모습 그 자체였다.








    이번에는 밝은 창 가 자리에 모여앉은 네 명의 여인들에게 말을 건네보았다. 네 명이 모두 베트남에서 온 분들인데, 서로 아는 사이였다.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며 단정하게 똑 부러지게 말을 잘 하는 '쟈미'라는 분이 주로 말을 하셨고, 다른 분들은 어쩌다 한 마디 거들며 주로 수줍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분들은 각각 '난 보, 난 트룽, 난 챙, 땀 터블룩'이라는 악기를 연주한다 했는데, 일단 이름에 겁먹어서 어떤 악기인지 물어볼 엄두는 나지 않았다. 나중에 공연 때 다시 확인해 볼 것을 약속할 수 밖에.

    한국에 열 번이나 와서 서울, 부산, 광주, 제주, 원주 등 수많은 도시에서 공연을 가졌던 만큼, 이들은 이런 공연에 이미 익숙하다 했다. 그 많은 경험들을 토대로 이미 컨디션 조절법도 터득한 터라, 연습이 별로 고되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했다. 어쩐지 그래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밥 먹고 바로 어디론가 사라진 반면, 이들은 식당에 남아 계속 수다를 떨고 있었다.

    놀 때는 확실히 놀지만, 연주 할 때는 서로 잡담을 전혀 나누지 않을 정도로 확실히 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오랜기간 숙련된 전문 음악인의 자신감과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그리 길지 않은 대화였는데도, 몇 사람과 얘기를 나누다보니 이미 식당은 텅 비어 있었다. 다들 밥 먹고 한 숨 자러갔나 하고 돌아설까 하던중에, 우연히도 아주 유명한 분을 만나게 됐다. 아까 연습실에서 연습중에 노래를 부르던 분이었는데, '아나 펠레오'라는 분이었다.

    왜 이 사람 옆에는 통역이 붙어있나하며 의아해하니, 이 분은 필리핀에서 아주 유명한 가수라고 통역하시는 분이 소개해 주셨다. 바로 어제 한국에 들어온데다, 잠시 후에 또 일정이 잡혀 있다 했다. 한국의 어떤 티비 프로그램에 출연한다고.

    그래서 안타깝게도 몇 마디 나누지도 못했지만, 기억에 남는 한 마디를 던져주었다. '나도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도 사실은 다 피곤할 거다. 지금은 서로 잘 맞지 않는다는 것도 안다. 앞으로 고된 연습이 더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프로이기 때문에 그런 것 쯤은 문제가 안 된다'.





    다시 연습실로 가보니 다시 계속될 연습을 앞두고 한쪽에서 신나게 놀고있는 무리들이 눈에 띄었다. 연습실에 모여있는 사람들 중 가장 신나게 놀고 있던 사람들이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나이도 비슷한 또래여서 금방 친해진 이들은 '공공칠 빵' 게임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캄보디아 청년들이 게임의 룰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계속 맞고 있었다. 청년들이 불쌍해서 잠시 맞는 걸 중단시키고 몇 마디 대화를 나눴다.





    캄보디아에서 온 두 청년은 서로 친구사이인데, '트로우'라는 악기를 연주하는 친구는 경찰이란다. 다들 놀래서 정말이냐 되물으니, 경찰 신분증을 떡하니 꺼내 보였다. 캄보디아에서는 그렇게 두가지 직업을 가져도 된다고.
     
    그런데 아무래도 경찰 신분이니, 만약에 본국에서 당장 오라고 부르면 당장 비행기 타고 가야만 한단다. 그렇지만 그런 비상사태는 거의 없을거라고. 작년에도 이 오케스트라에 참여해서 무사히 일정을 다 마쳤으니 별 문제 없다 한다.






    '끄라쁘' 혹은 '타 케'라 불리는 악기를 연주하는 친구는 올해 처음 이 오케스트라에 합류했다. 음악학교 학생인데 선생님이 추천을 해 줘서 이렇게 오게 됐다 한다. 온지 며칠 안 돼서 한국 친구를 사귈만큼 붙임성이 좋지만,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넘치는 호기심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내친김에 옆에서 같이 놀고 있던 한국친구의 '해금'에 대해 의문을 표시했는데, 쟤가 대체 어디서 저걸 배웠는지 정말 궁금하다했다. 왜 그러냐고 했더니, 저건 자기나라 전통악기인데 어떻게 한국사람이 저걸 배웠냐는게 의문스러웠던 것. 그걸 들은 한국친구가 '이건 해금이라는 한국 전통 악기다' 라고  설명하니, 캄보디아에도 비슷한 악기가 있어서 그랬다 한다.

    저런 악기 다루는 사람은 손 힘이 세다며, 한국 친구에게 자기 팔목을 잡아보게 하더니 '역시' 라며 우스꽝스런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렇게 그들은 한국의 '공공칠 빵'이라는 게임을 배웠고, 해금이라는 한국전통악기가 있다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한국 친구들은 캄보디아에서는 두 가지 이상의 직업을 가질 수 있고, 아쟁과 비슷한 캄보디아 전통악기가 있다는 것을 배웠다. 유쾌하고 즐겁게 놀면서 서로를 알아가는 그들의 모습 속에서, 간단하고 소박하지만 더욱 친밀하게 피부로 와 닿는 문화교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침부터 밤까지 연일 계속되는 힘든 연습 일정이지만, 그들은 힘들어하지 않았고 지친 내색도 하지 않았다. 아무리 아니라해도 사람인데 어찌 아침부터 밤까지 연습하는데 안 피곤할 수 있을까. 그래도 다들 저렇게 즐겁게 재미있게 즐기며 웃으며 준비하는 모습을 보니, 공연 또한 그렇게 충분히 즐거우리라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러니 아마도 이번 행사는 분명히 아시아 각국에서 온 사람들은 물론이고, 한국인들 참가자와 관객들 또한 즐겁고 뜻깊은 행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행사일정은 다음과 같고, 세부사항 및 사전예매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 홈페이지를 통해 할 수 있다.
    * 2010. 5. 19(수), 19:30 ~ 21:00 / 광주 문화예술회관 대극장
    * 2010. 5. 24(월), 20:00 ~ 21:30 /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




    * 이 동영상은 '한-아세안 전통 오케스트라'와 필리핀 가수 '아나 펠레오'의 연습 모습입니다. 이 노래는 북 필리핀 쪽 노래이며, 우리 여기 와서 함께하자, 뭉치자 등의 의미를 가진 노래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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